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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 3. 박조은 오늘코드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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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좌절하기’보다 ‘매일하기’를 선택한 개발자, 박조은 오늘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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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 3. 박조은 오늘코드 대표 인터뷰

 

Editor’s note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공통적으로 묶어주는 특징이 있지만, 막상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업무 원칙이나 커리어, 성장에 관한 관점, 자신만의 노하우가 다 다릅니다.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다루는 기술스택, 도메인, 커리어와 성장에 대한 관점과 노하우 등은 모두 다릅니다. 요즘IT 기획 [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커리어를 다져온 개발자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며, 이 시대 개발자들에게 다양한 성장의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개발자는 백엔드 개발자로 10년 넘게 활동하다 현재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유튜버, 강사, 커뮤니티 운영진, 마이크로소프트 MVP 등으로 활동 영역을 크게 넓혀온 20년차 개발자입니다. 이는 사실 2년 간의 육아휴직 후 회사에서 퇴직을 권유받고 난 뒤 전화위복으로 일궈낸 일인데요.

 

그 주인공은 ‘오늘코드’의 박조은 대표입니다. ‘오늘코드’는 2017년 그가 우연히 시작한 유튜브 채널의 이름이자,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오늘 배운 걸 오늘 공유한다, 오늘도 코드를 쓴다”의 의미를 담아 이름붙였다고 해요.

 

그런 만큼 그는 육아휴직 기간에도 1일 1커밋을 지켰고, 요즘에도 1년의 80% 이상은 1일 1커밋을 실행하고 있습니다.“별로 의미 없어 보이는 것을 커밋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게 큰 위로가 돼요. 작게라도 꾸준히 하면 그게 쌓여서 뭔가 되고, 작은 성취감이 들고, 다시 다른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사실 그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일이 잘 안 풀리는 때도 많았습니다. “여자 개발자는 안 뽑는 게 낫다”거나 면접에서 “결혼할 거냐” 묻는 게 당연했던 시절, 이력서를 3천 개 돌리고서야 한 SI 기업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컴퓨터 교사 임용시험을 보려고 했으나 정부 정책의 변경으로 약 3천 명의 컴퓨터 분야 교원 자격증 취득자 중 단 8명만 뽑는 시절에 당면해 포기하게 됐습니다. 다시 직업 개발자 생활을 시작해 게임회사, 광고회사에서 일했으나 육아휴직 2년 뒤 퇴직 권고를 받고 회사를 그만둬야 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었던 동력은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좌절하기보다 ‘매일하기’를 선택해온 그의 성장법을 들어봤습니다.

 
박조은 오늘코드 대표

 

박조은 오늘코드 대표

 

첫 프로그래밍: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4학년. 

첫 언어: GW-BASIC. 

특이사항: 중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사주신 컴퓨터로 PC통신을 시작, ‘네티’로 잘 알려진 오픈소스 개발자 이희승 씨와 스마트스터디 박현우 전 부사장이 운영하는 서버 ‘아미료’에 입주해 제로보드를 이용한 첫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대학 전공 :정보 통신(학사), 정보 컴퓨터 교육(석사)

 

주요 활동 이력:

대학에서 정보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뒤 SI 기업에서 2년 정도 일했다. 이후 광고회사, 게임회사에서 약 10년간 백엔드 개발자로 일했다. 육아휴직 후 ‘자리가 없다’며 퇴직을 권고받은 뒤 근로감독관을 통해 복직할 수 있었으나, 여전히 자리는 없었다. 광고회사로 이직 한 후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일년만 육아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퇴사했다. 이후 유튜브에 ‘오늘코드’라는 채널을 열고 스스로 공부한 ‘캐글’ 이야기를 시작으로 데이터 분석에 관한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 강연ˑ컨설팅 요청이 많아지자 ‘오늘코드’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유튜버, 강사/멘토 활동을 시작했다. 파이썬 한국 사용자 모임, 랭콘, 파이웹 백엔드 심포지움 스태프, 파이토치 한국 사용자 모임 운영진 등으로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MVP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프런, 네이버 커넥트재단,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 공유대학, 서울대 평생교육원, 한신대, 연세대, 패스트캠퍼스, 멋쟁이사자처럼, 삼성SDS멀티캠퍼스, 한국능률협회, 삼성전기, 현대자동차, SKT 등에서 강의 했으며 생활코딩 머신러닝 야학에도 조력자로 참여했다.

 

3천 번 지원해 직업 개발자 되다

Q. 프로그래밍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에서 BASIC을 배웠어요. 부모님이 어렸을 때 컴퓨터를 사주셨는데, 게임을 많이 했죠. 중고등학교 때는 PC 통신을 열심히 하면서 거기서 여러 커뮤니티 활동을 했고요. PC 통신 친구들이 대부분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계속 프로그래밍을 하게 됐어요. PC통신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하고 있는데, 대부분 현재도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고요.

 

Q. 대학에서 정보 통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컴퓨터 교육을 전공하셨어요. 교육자가 되고 싶으셨던 건가요?

원래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노량진에서 6개월 정도 공부하기도 했죠. 여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임용고사가 있는 12월까지였어요. 그런데 임용고사란 게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제가 시험을 보던 때 이전에는 학교에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 해 2~300명 씩을 컴퓨터 교사로 채용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이 뽑아놓는 바람에 제가 시험을 보던 때는 전국에서 딱 8명만 뽑았죠. 사실상 채용 문이 닫힌 거예요. 너무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 이미 전에 개발자로 일한 경력이 있으니 취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다시 취업을 했죠. 임용 시험 준비하기 전에 2년 넘게 회사를 다녔었거든요.

 

Q. 그 첫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력서를 3천 여개 냈다고 들었어요. 결국엔 가고 싶어서 간 곳이라기보다는 합격한 곳을 간 것인데, 막상 들어가서 기대와 달라 힘들지는 않았나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았어요. SI기업이었고요. 당시는 면접에서 “결혼할 거냐, 아이 낳을 거냐” 이런 질문을 해도 뉴스거리가 안 되던 때였는데, 그 회사는 그런 걸 전혀 묻지 않았어요. 조직 내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였고, 회식을 안 하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 다같이 스키를 타러 가기도 했어요. 또 당시는 주5일제가 도입되기 전이었는데도 그 회사는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었죠.

 

무엇보다 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밀도 높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오랜만에 뽑힌 신입이라고 관심도 많이 주셨고, 뭔가 질문을 하면 굉장히 친절하게 답변해주셨죠. 저는 원래 궁금한 게 많고 성장 욕구가 큰 사람이라 질문이 많은데, 질문을 아무리 많이 해도 아무도 면박을 준 적이 없었어요. 그때 저는 할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신입이니까, 회사에서 시간을 가장 오래 채우기라도 하자, 해서 가장 일찍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했는데, 그런 투지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Q. 첫 취업은 어려움을 겪으셨는데, 그 이후는 괜찮았나요? 

경력이 생기고 보니 지원하는 데마다 연락이 왔어요. 첫 회사가 집에서 멀었어서 이후에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었고, 또 이후에는 계속 일하면서 만난 좋은 분들이 내부 추천을 해주셔서 이직했고요.

 

Q. SI 회사 2년 다니다가 6개월 정도 교사 준비를 하신 뒤에는 폰트 회사에 들어가셨죠. 이후에는 게임회사, 광고회사를 거치셨고요. 서로 성격이 다른 회사잖아요. 도메인이 다른 게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도메인별로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거나 비즈니스 로직 설계하는 게 다르기는 해도, 비슷한 부분도 많았고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어 게임회사에서는 어뷰저를 찾거나 통계 대시보드를 만들고 그 백오피스를 만들었는데, 광고회사에서도 어뷰징 관리, 대시보드 백오피스 구축 일을 했죠.

 

재밌게도 이직할 때마다 사용하는 언어나 프레임워크가 계속 바뀌었어요. 저는 소위 메인스트림 언어인 ‘자바’ 개발자는 아니었거든요. ASP, PHP, 장고, 레일즈 같은 걸 썼는데, 이런 기술을 쓰는 곳이 많지는 않았죠. 그런데 언어란 게 기본적인 철학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하나를 잘 쓰면 다른 걸 금방 배워서 적응하거든요. 이직할 때마다 새로 배우고 적용했어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성장하는 보람이 더 컸어요.

 

유튜브 오늘코드 페이지

 

 

유튜버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방법은 내가 무엇을 만들지를 고민하고, 거기에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고민하면서 하나씩 가지를 뻗어나가는 거예요.“

 

Q.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에서 퇴사한 뒤에 1년 쉬고 다음 회사를 알아볼 생각이었어요. 그 쉬는 동안 공부한 걸 공유할 셈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죠. 출퇴근 길에 다른 개발자 채널을 많이 봤는데, 보다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또 회사도 안 다니게 됐고, 아이들이 있어 밖에 나가 스터디를 할 수도 없고, 그러면 뭘 할 수 있을까, 그게 유튜브였어요. 그래서 퇴사하고 유튜브 채널 만들고 공부한 걸 올렸어요.

 

처음 올린 게 ‘캐글’이라는 데이터사이언스 경진대회 참여 방법에 관한 거였고, 이후에 공공데이터 분석 콘텐츠를 올렸어요. 둘 다 기존 콘텐츠가 이론적 설명을 담은 콘텐츠 위주고 실습해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학습 유형에 야생형, 학자형이 있다면, 저는 ‘야생형’이에요. 새로운 걸 공부하려고 책을 펼쳐 1페이지부터 끝까지 읽고 시작하는 걸 못 해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요. 동기부여가 되는 것으로 재밌게 공부해야 하죠. 공공데이터는 공개가 잘 되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써먹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면 재밌겠다 생각했어요.

 

Q. 그 이후에는 유튜브를 통해서 일이 들어온 건가요? 

네. 여기저기서 외주 부탁을 많이 받았죠. 한두곳과 일하다 보니 소개를 통해 새로운 일이 생기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자영업자 생활이 시작됐어요. 그래서 다시 취업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자영업자 생활을 하고 있죠. 계약 기간 동안 책임지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형태가 잘 맞고 좋더라고요.

 

Q. 그런데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셨잖아요. 왜 유튜브는 데이터로 시작하신 건가요? 

새로운 걸 배우는 데 항상 관심이 많아요. 10년에 한 번씩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 기회가 웹, 그다음이 모바일, 그다음이 인공지능이었어요.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 처음 인공지능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 생각했고, LLM이 등장하고서도 기회라고 생각했죠.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면서도 인공지능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머신러닝을 업무에 적용하려는 여러 시도를 했고요. 그리고 원래 데이터에 관심이 많기도 했죠. 게임회사나 광고회사에서 대시보드 만드는 일도 계속 했고요. 돌이켜 보면 작은 팀에서 일하면서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백엔드 엔지니어의 일을 모두 했던 것 같아요. 큰 회사라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데이터 엔지니어를 따로 두겠지만 작은 곳에서는 한두 명이 다 하기도 하니까요.

 

Q. 어떻게 혼자서 학습하셨나요? 

이전에 웹개발 공부도 다 혼자서 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어떤 기술을 새로 배울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첫 회사에서 사수에게 질문을 하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려주셨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내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또 공식 문서 보는 방법, 공식 문서를 내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방법도 회사 다니면서 익힌 것 같고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방법은 내가 무엇을 만들지를 고민하고, 거기에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고민하면서 하나씩 가지를 뻗어나가거예요. 저도 하나씩 가지를 뻗어나가다 보니 자연어처리, 추천시스템을 알게 되고, 그렇게 접점이 생긴 곳에서 또 가지를 뻗어나가는 식으로 공부했죠.

 

Q. 그렇게 가지치기 식으로 자연어처리도 학습하시다가 국어학 전공자와 함께 책 <모두의 한국어 텍스트 분석 with 파이썬>도 내셨죠.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텍스트분석과 자연어처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온 지 1년쯤 지났을 때 데잇걸즈와 파이콘에서 국민청원 데이터로 자연어처리 튜토리얼을 진행했어요. 이를 계기로 서울디지털재단에서 서울120 다산콜센터 텍스트를 분석해서 콘텐츠로 만들기도 했죠. 자연스럽게 ‘랭콘’이라는 자연어처리컨퍼런스 오거나이저인 송영숙 박사님과 인연이 닿게 되었고 함께 책도 쓰게 되었어요. 올해도 함께 랭콘을 준비하면서 자연어처리분야 전문가분들과 함께 네트워킹하고 있어요. 프로그래밍과 국문학 전문가가 함께 텍스트 분석 책을 집필해서 멋진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LLM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실제로 그 모델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 간극이 큰데, 그걸 채워주는 책이에요.

 

박조은 대표가 공저로 참여한 책 <모두의 한국어 텍스트 분석 with 파이썬> (출처: 길벗)

 

육아휴직과 여성 개발자

“육아휴직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예요. 부모보다는 아이들의 권리죠.”

 

Q. 마지막으로 다녔던 게임 회사에서 육아휴직 후 복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일로 예전에 블로터와 인터뷰도 하셨었죠. 그때 2년 휴직하면서 불안하지는 않으셨나요? 

당시 일한 지 10년 차쯤 됐을 때고 파트 리더로 일할 때였는데, 복직할 때 제 팀이 없어질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시기였어요. 모바일 게임은 PC 게임에 비해 개발 기간이 엄청 적다 보니 1년 미만으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제가 돌아갈 팀이 없을 거란 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제가 돌아갈 때 저를 받아줄 팀이 있을 건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휴직 기간에도 뭔가 열심히 했다는 걸 계속 증명하려고 앱 개발도 하고 학습 기록이나 커뮤니티 활동도 했어요.

 

Q. 육아 휴직을 단축하고 복직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출산 계획을 다 세우고 아이 둘을 낳았어요. 처음부터 둘을 낳을 생각이었고, 아이 둘이 같이 있을 때 아이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래서 첫째 때는 육아휴직을 적게 쓰고, 둘째를 낳고 한꺼번에 쓸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첫째 때 육아휴직을 적게 쓰고 둘째 때 길게 쓴 거죠. 나머지를 복직을 일찍하는 게 저에게는 훨씬 유리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나에게 평생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간은 무조건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한다’ 생각했어요.

 

오늘코드 박조은 대표

 

Q. 육아 휴직 후에 복직을 거부하는 건 불법이잖아요. 일이 어떻게 진행됐나요? 

회사에서는 두세달 치 월급을 더 줄 테니 퇴사를 하라고 했어요. 전에도 다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받아들이려 했는데, 어떤 분이 신고를 해야 한다 하더라고요. 신고를 하니까 회사에서 30분 만에 연락이 왔어요. 보름치 급여를 더 줄 테니 신고를 무마해달라고 했죠. 저는 그냥 고용 센터 가서 근로 감독관과 이야기하자고 했어요. 그러니까 또 30분 후에 전화가 와서는 한 달치 급여를 더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거절하고 근로감독관 만나서 이야기하자 했죠.

 

근로감독관이랑 인사담당자, 저, 셋이서 면담을 했고, 저도 일을 더 크게 벌이기는 싫어서 회사에서 제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정리했어요. 하지만 제가 실제로 더 다닐 생각이었다기 보다는 저같은 사례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어차피 그렇게 다시 복직을 시켜준다 해도 못 다닐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복직은 됐지만 팀은 없었고요. 그래서 결국에는 퇴사를 했죠.

 

Q. 그게 2015년에 있었던 일이죠? 주변에서 이런 일 관련해 조언 구하는 분들도 좀 있었을 것 같은데 요즘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나요? 

요즘에는 함부로 못 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그런 일이 있기는 한 것 같아요. 2019년에 게임회사에 다니던 어떤 분이 쌍둥이를 출산했어요. 쌍둥이를 출산하면 육아휴직을 24개월 사용할 수 있고요. 그런데 육아 휴직 중이 아닌 출산 휴가 중*에 퇴사 권고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퇴사하면 3개월치 급여 주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데, 이렇게 하는 게 낫겠냐 육아휴직 쓰는 게 낫겠냐 저에게 묻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육아휴직을 쓰는 게 낫다고 했죠.

*출산휴가의 정확한 명칭은 ‘출산전후휴가’로, 산모는 아이 1명에 90일, 두 명인 경우 120일이 부여되고 출산일 전후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으며, 배우자는 10일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은 출산휴가와 별도로 임신 중 여성 근로자나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가진 근로자가 아이 한 명당 최대 1년을 사용할 수 있고,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그분은 결국 육아휴직을 했는데, 휴직이 끝나갈 무렵에 회사에서는 그 분이 되게 필요해진 거예요. 휴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 연락이 와서 재택근무 해줄 수 있냐 요청이 왔다고 해요. 그래서 재택근무로 복직하고 이후에는 더 좋은 곳으로 이직도 하셨어요.

 

육아휴직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예요. 부모보다는 아이들의 권리죠. 그리고 회사 사정은 때때로 바뀌어요. 혹시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런 케이스도 있으니 회사 요구에 바로 그만두기 보다, 길게 생각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이가 그려준 그림 (출처: 박조은)

 

Q. 여성 수가 적은 환경에서 일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 

아무래도 여성 수가 적은 환경이라, 어떤 기술 커뮤니티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고 커뮤니티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커리어를 시작할 때는 조직에 여자가 저 하나일 정도로 매우 적었지만, 요새 숫자는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최근에 젯브레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여성 개발자 비율이 전 세계 1위로 나왔어요. 여성 IT 인력이 13%이고, 20~30대 여성이 많다는 결과였죠.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이 정책적으로 여성들을 개발자로 키워서 그렇다고 해요. 국내에 정부가 지원하는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데잇걸즈나, 현재는 인구 감소로 남녀공학으로 전환됐지만 시작은 여성 개발자 양성을 위해 출범한 미림마이스터고도 있었고, WISET(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도 있죠.

 

파이콘에는 ‘파이레이디스’라고 파이썬을 사용하는 여성 개발자 모임이 있어요. 파이썬 커뮤니티는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파이레이디스 옥션, 파이레이디스 펀드가 따로 있어요. 파이레이디스 펀드에서는 파이콘에 가고자 하는 여성을 위한 예산이 더 많이 책정되어 있죠. 더 많은 여성이 개발자로 활동하면 좋겠어요.

 

 

성장 동력과 성공에 관해

“꾸준히 하지 않으면 뭔가를 할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꾸준히 한 게 모여서 뭔가가 되더라고요.”

 

Q. 멈추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해오셨던 것 같아요. 육아휴직 후 퇴직 권고 받았을 때도 그렇고 속상하고 좌절할 때도 있었을 텐데, 계속 움직이는 동력은 뭔가요?

할 수 없었던 걸 할 수 있게 된다는 만족감이 큰 것 같아요. 배우고 성장한다는 성취감이요. 그걸 계속하려고 ‘잔디채우기’*를 매일 하려고 노력해요. 마지막 회사 퇴사 후에 잠깐 쉰 것 빼고는 빠진 날 없이 1일 1커밋을 했어요. 대단한 걸 하는 게 아니라, 설명 한 줄, 주석 한 줄 추가하는 거라도 해요. 별로 의미 없어보이는 것이긴 하지만 그걸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꾸준히 하지 않으면 뭔가를 할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꾸준히 한 게 모여서 뭔가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도 커밋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돼요. 밤 11시 50분에라도 글자 하나를 고쳐서 커밋하고 나면 작지만 자기 효능감에 불이 붙고, 성취감을 느껴요.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죠.

*깃허브 프로필에는 리포지토리(repository)에 대한 기여도를 초록색 사각형으로 나타내는 Contribution 영역이 있다. 커밋을 할 때마다 기여로 인정돼 초록색 격자가 채워지는 형태라, ‘잔디 심기’ ‘잔디 채우기’라고들 한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에요. ‘생활코딩’ 운영하시는 이고잉 님을 존경하는데, 이고잉 님이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영상 많이 만들면 더 이상 만들게 없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는데요. “만들면 만들수록 만들고 싶은 게 많아진다”는 말이었어요. 저도 똑같은 마음이었어요. 콘텐츠를 만들면 만들수록 하고 싶은 것, 만들고 싶은 게 많아졌죠.

 

Q. 성공적인 개발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다른 사람이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개발자요. 주변 테크 리더 친구들도 지금은 다들 개발 비중은 낮아졌지만 주니어 개발자의 성장을 돕는 일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더라고요. 저는 그걸 교육현장에서 하고 있고요.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돕고 비즈니스적 가치를 만들어서 성장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걸 통해 회사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회사도 성장하고 개인도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개발자가 성공한 개발자라고 생각해요.

 

Q. 개발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꾸준함이요. 꾸준히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의 큰 매력이에요. 늦게 시작하는 분들도 잘되는 분들이 많죠. 처음부터 완벽해야 뭘 할 수 있는 거라면 저도 어려웠을 거예요.

 

서비스는 잘되기보다 망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교육도 바로바로 성과가 나기 어렵죠. 그런데 내가 지금 잘 안 됐다 해서 평생 잘 안 되는 게 아니에요. 망하더라도 해보자는 생각,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네이버 커넥트 X 모두의연구소 부스트코스 코칭스터디 애프터파티에서 (출처: 박조은)

 

Q. 앞으로 어떤 직업인으로 성장하고 싶나요?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고 싶어요.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또 다양한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아요.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해요. 정보 공개 청구 등을 통해데이터를 수집해서 공개하는 곳이죠. 그곳에서 오픈와치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어요.

 

Q. 회사 다닐 때보다 좋나요?

일을 훨씬 더 많이 하기는 해요. 쉬는 날의 경계도 흐릿하죠. 그런데 잠은 하루에 여덟 시간은 자요.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으니 잠깐 사이에도 일하고 올 수 있고, 아이들과 틈틈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회사 다닐 때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죠. 출퇴근에 쓰는 시간에서 벗어나서, 그 시간에 밀도 있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회사 다닐 때보다 많이 일하고 많이 버네요.

 

Q. 꿈이 뭔가요? 

지금처럼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고요. 혼자서 뭘 먹으면 맛이 없는데, 가족들과 먹으면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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