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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SI 업계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클라우드, AI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양한 신사업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이전에도 클라우드 업계에 종사했기에 트렌드 확인이나 벤치마킹 등을 위해 선도기업이나 유망기업의 SaaS 서비스를 종종 조사했다. 그러나 SI 기업이 SaaS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건 전혀 몰랐으며, SI 기업에 입사해서야 ‘SI SaaS’의 존재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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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SI 업계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클라우드, AI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양한 신사업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이전에도 클라우드 업계에 종사했기에 트렌드 확인이나 벤치마킹 등을 위해 선도기업이나 유망기업의 SaaS 서비스를 종종 조사했다. 그러나 SI 기업이 SaaS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건 전혀 몰랐으며, SI 기업에 입사해서야 ‘SI SaaS’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SI 기업이 만든 SaaS를 ‘SI SaaS’로 줄여서 표현합니다.
많은 SI 기업이 SaaS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그동안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처음에는 의문이었지만 SI 업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SI SaaS는 일반적인 SaaS와 다르다. SaaS를 떠올렸을 때의 기본적인 특징들이 SI SaaS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특히 접근성과 비용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우선 접근성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SaaS는 7일, 14일, 30일 등 일정 기간에 걸쳐 무료체험을 제공한다. 허들도 낮다. 이메일 등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체험을 시작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잠재 고객이 서비스를 빠르게 체험하고 장점을 검증한 후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도입 절차도 복잡하지 않아, 여건만 된다면 무료체험과 도입을 하루 안에 끝낼 수도 있다.
일반적 SaaS가 적극적으로 무료체험을 유도하는 반면, SI SaaS는 무료체험을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간혹 무료체험 버튼이 있어도 도입 또는 상담 문의로 이어진다. 일반적인 SaaS에 비하면 상당히 폐쇄적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상황이나 고객의 요청에 따라 무료체험을 별도로 제공하기도 한다. 레퍼런스로써 가치가 있거나, 예상되는 매출 규모가 크거나, 고객이 도입한 후 고객이 소속된 기업의 계열사로 확산이 가능하거나, 다른 서비스까지 함께 판매할 수 있는 등의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기본적으로는 공개적이고 즉각적인 무료체험은 배제하는 모습이다.
도입 역시 마찬가지다. 즉시 도입하는 대신, 도입 문의를 거치게 된다. 홈페이지나 콜센터 등의 상담 채널에 메일, 전화번호, 요구사항 등을 남기고 연락을 기다려야 한다. 일반적인 SaaS를 생각하며 신속한 무료체험이나 도입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SaaS 다운 SaaS’를 찾아 떠날 수도 있다.
다음은 비용 측면이다. 월 구독으로 요금을 지불하는 SaaS의 구독형 요금제는 이미 익숙하다. 2~3단계의 월간 요금제가 공개되어 있으며, 베이직∙스탠다드∙프로 등의 요금제 등급에 따라 포함된 기능이나 상세 범위 등이 달라진다. 또한 별도의 엔터프라이즈 맞춤형(커스터마이징) 요금제를 마련해 개별 기업의 니즈에 맞는 확장된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SI SaaS는 요금을 공개하지 않는다. 요금이 궁금하다면 무료체험 사례와 마찬가지로 도입이나 상담 문의를 해야 한다. 대신에 맞춤형 커스터마이징을 강조한다. 일반적 SaaS가 맞춤형 서비스를 요금제의 일부로 표현한다면, SI SaaS는 커스터마이징 자체를 하나의 강점으로 앞세운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SI 사업의 특징을 생각하면, SaaS 역시도 다소 SI 다운 모습이다.
정리해 보면, 일반적인 SaaS는 무료체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도입이 상대적으로 원활하다. 요금도 공개되어 있으므로 특별한 문의나 요구사항이 없다면 바로 도입 가능하다. 반대로 SI SaaS는 무료체험에 소극적이며, 비용과 도입은 문의를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의 SaaS 도입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SI SaaS가 보통의 SaaS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SI 기업은 SaaS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왜 무료체험을 진행하지 않고 비용도 쉬쉬할까?
SI SaaS의 본질은 당연히도 SI다. 대중적인 SaaS 기업이 처음부터 SaaS로 출발했다면, SI 기업은 기존의 구축형 서비스를 SaaS에 적합한 모습으로 만들어 내놓은 것에 가깝다. 그래서 SI에 기반한 SI SaaS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갖는다.
SI도 SaaS도 아닌 애매한 포지셔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SI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기본 뼈대는 SaaS이지만, 구축형의 장점을 살리고,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커스터마이징을 더해 제공한다. 들어가는 공수가 구축형보다 적으면서도 SI의 장점을 발휘해 매출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맞춰 SI SaaS의 타깃 고객도 유추해 볼 수 있다.
SI SaaS의 고객은 구축형 시스템처럼 큰 비용이나 인력을 투입하지 않지만, SaaS보다는 고도화된 시스템과 맞춤형 기능을 원하는 기업이다. ‘대기업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SMB보다는 비용이 여유로우며, 적당한 수준의 커스터마이징을 필요로 하는’ 중견기업이라면 SI SaaS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갈 수 있다.
그렇다면 무료체험에 소극적이고 요금을 공개하지 않는 SI SaaS의 특성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 다수의 SMB 고객을 유치하고자 했다면 진작부터 요금을 공개하고 무료체험을 유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쉽고 빠르게 체험한 후 저렴한 구독형 요금제를 결제하는 고객은 SI 기업의 관심사가 아니다. SI 만큼은 아니어도, ‘짜치지 않는’ 수준으로 유의미한 매출을 발생시키는 고객을 원하기 때문이다. SI SaaS 고객에게도 무료체험보다는 ‘예산 내에서 우리 회사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맞춰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SI SaaS는 SI일까, 아니면 SaaS일까? SI인 것 같기도 하고, SaaS인 것 같기도 하다. SI SaaS에 대한 의견 역시 갈린다. 긍정적으로는 SI를 통해 쌓아온 역량과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겉모습만 SaaS일 뿐, 여전히 SI에 얽매여 있다고 부정적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SI SaaS를 진정한 SaaS라고 부를 수 있을까? SI SaaS는 SaaS로서 어떤 가치를 가질까?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SI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SI 기업이 찾은 생존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SI를 내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SI만 가져갈 수도 없다. 딜레마에 빠진 SI 기업이 SI와 SaaS 사이에서 찾은 절충안 혹은 합의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 물론 시장과 고객의 평가는 별개다. SI SaaS는 타깃 고객을 효과적으로 확보해 성공적인 신사업의 사례로 남게 될까? 혹은 SI도 SaaS도 아닌 애매한 포지셔닝을 고수하다가 밀려나게 될까? SI SaaS의 향방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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