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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 2. 코드스쿼드 김정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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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 2. 코드스쿼드 김정 대표 인터뷰
Editor’s note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공통적으로 묶어주는 특징이 있지만, 막상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업무 원칙이나 커리어, 성장에 관한 관점, 자신만의 노하우가 다 다릅니다.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다루는 기술스택, 도메인, 커리어와 성장에 대한 관점과 노하우 등은 모두 다릅니다. 요즘IT 기획 [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커리어를 다져온 개발자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며, 이 시대 개발자들에게 다양한 성장의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
이번에 소개할 개발자는 국내 맥, iOS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오래도록 활동해온 커뮤니티 리더이자, 기업과 학교, 기업과 취업 희망자 사이의 ‘갭’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한 인물입니다. 바로 소프트웨어 교육 전문 기업 ‘코드스쿼드’의 김정 대표인데요.
그는 맥 개발자 커뮤니티 OSXDev 초기 활동 멤버이자 현 iOS 개발자 커뮤니티 ‘레츠스위프트’ 운영진이기도 하고요. iOS 등장 후 국내에 꾸준히 애플의 모바일 기술을 소개하고 교육해 영향력을 넓히며 2012년 NHN NEXT(현 커넥트재단)*의 모바일 전담 교수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NHN NEXT: 2013년 초 NHN(현 네이버(주))가 개발자 양성을 위해 '실무 중심 교육 기관'을 표방하며 세운 소프트웨어 학교. 2년간 전액 장학금 지급, 학생 개인용 노트북 지급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고, 스타급 현역들이 교수진으로 합류하며 주목을 받으나, 개교 2년차에 조직개편과 운영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초기 비전이 실행되지 못한 채로 커넥트재단으로 편입됐다.
이후 NHN NEXT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실무 중심적 교육에 뜻을 갖고 2016년 ‘코드스쿼드’ 창업에 이릅니다. 코드스쿼드는 일방향식 강의가 아닌 과제 해결을 통해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도록 독려하는 교육 과정이 특징인 곳입니다. “학생들은 저렴하게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 하에 2016년부터 지금까지 교육비를 올리지 않고 있기도 하죠.
사실 코드스쿼드는 그의 첫 창업은 아닌데요. 10년 정도 개발자로 일한 뒤 벌인 첫 창업에서 사무실에 불이 나는 일까지 겪으며 “다시는 창업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다 보니 또 창업을 하게 되어 지금 8년차 교육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30여년 전 컴퓨터 학원에서 개발을 처음 시작하고 지금까지 커뮤니티를 통해 성장하며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 꾸준히 도전을 이어온 그의 성장법을 들어봤습니다. 교육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개발자 취업 시장에 관한 이야기도 물었습니다.
김정 코드스쿼드 대표
첫 프로그래밍: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4학년(1987년) 첫 언어: BASIC. 첫 컴퓨터: 애플II 특이사항: 중학생 때단어와 단어 뜻을 기록해놓고 원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 영어사전 프로그램을 만들어 썼으며, 케텔(하이텔 전신) 시절부터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대학 전공 :전자공학
주요 활동 이력: 브리지텍 - 창업 - NHN NEXT - 레진코믹스 - 코드스쿼드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병역 특례로 입사한 통신 장비 회사 브리지텍에서 장비에 들어갈 프로토콜, 라이브러리 등 소프트웨어 담당으로 개발 일을 시작, 졸업 후에도 그곳에서 7년을 더 일했다. 이후 iOS의 등장에 영감을 받아 모바일 회사 창업, 사무실에 불이 나는 등 정신 없이 보내다 NHN NEXT에 교수진으로 합류했다. NHN NEXT가 종료 수순을 밟으며 레진코믹스에서 iOS 개발을 하다, NHN NEXT 당시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2016년 코드스쿼드를 창업했다. 취미로 맥 개발자 커뮤니티 OSXDev 활동을 했고 iOS 등장 후에는 iOS 기술을 전파하고 교육하는 활동을 꾸준히 했다. 현재 iOS 커뮤니티 ‘레츠스위프트’ 운영진이다. |
Q. 프로그래밍은 처음에 어떻게 배우셨어요?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는데, 사실 컴퓨터로 뭘 할 수 있는지는 모른 채로 컴퓨터 학원에 다녔어요. 거기 가면 오락실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실컷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부모님께 보내달라고 했죠. 영어도 하나도 모르던 때라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제가 뭔가를 만들면 움직이는 게 신기했죠. 그렇게 시작한 걸 이후에도 취미로 계속 했고요. <마이크로소프트웨어>나 <마이컴> 같은 잡지를 보면서 혼자 백신 프로그램도 돌려보고, 당시 구할 수 있는 복제 프로그램들 구해서 필요한 걸 만들곤 했죠.
Q. 전공은 컴퓨터가 아니고 전자공학을 하셨어요. 처음 직업으로 프로그래밍을 하기까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알려주세요.
전공을 정할 때 구체적으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저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중간쯤, 운영체제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더 해보고 싶던 때였어요. 전공 수업 듣다 보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시키는 데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배운 걸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 90년대 후반부터는 소프트웨어로 실험하는 게 많아지다보니, 전자공학에서 손으로 만드는 회로를 컴퓨터로 가상 회로를 만들어보거나, 대학원 선배들이 소프트웨어로 실험하는 걸 도와주면서 계속 소프트웨어 활용을 하게 됐고 재미도 있었죠.
그러다 병역 특례로 통신 장비 만드는 회사의 연구소에 갔고, 장비에 들어가는 서비스를 위한 프로토콜이나 라이브러리, 응용 서버 만드는 일을 했어요. 연구소다 보니 사내에 필요한 걸 만들거나 신기술 리서치, 개발을 주로 하는 곳이었어요. 병특으로 3년하고, 졸업 후 거기를 7년 더 다녔죠.
Q. 첫 회사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셨나요?
개발자라고 해서 개발만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저는 프로그래밍을 오래 했고, 또 할 줄 알았으니, 처음에는 주어진 걸 개발하면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른 팀과 소통하면서 설득해야 하는 일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려면 공부를 따로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때그때 짬짬이 계속 따로 공부를 했어요. 그 당시에는 인터넷에 지금처럼 자료가 엄청 많던 시절은 아니어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스크랩을 많이 했어요.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같은 잡지나 다른 해외 잡지도 구독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파일에 스크랩해서 정리했죠. 계속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관심 있게 자료 수집해뒀던 것들을 회사에서 다음 프로젝트 때 써먹게 되는 경험이 계속 쌓이더라고요. 그러면서 개인적인 공부에 더 재미를 붙였죠.
Q. 첫 회사를 10년 다니고 나와 첫 창업을 하셨어요.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2011년쯤이었는데, 그때 iOS가 등장하고 아이폰이 붐일 때여서,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가 아이폰 앱을 더 해보고 싶어서 창업하게 됐어요.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창업을 했어요. 첫 회사 사장님께 창업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까, 다른 이유면 말릴 텐데 창업이면 ‘해봐라’ 하셔서 도와주셨고요. 이때 “창업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라는 걸 배웠죠.(웃음).
Q. 창업하실 때는 ‘내가 이렇게 해서 돈을 벌어야지’, 하는 계획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개발자의 함정이랄까요. 돈을 벌어야지, 하는 생각보다 이상적인 걸 만들고 싶은 게 더 강했어요. 요즘 비슷한 걸로 치면 포켓몬고 같은 소셜 게임 같은 걸 만들고 싶었죠. 그런데 창업하고 1년이 좀 지났을 때 안좋은 일이 많았어요. 대표적으로, 사무실에 불이 난 일이 있고요. 그래서 여러 사정으로 실제로 그걸 만들고 런칭하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NHN NEXT에 모바일 담당 교수로 합류했죠.
Q. 그 이후에 레진코믹스에서 모바일 개발을 하다가 코드스쿼드를 창업하셨죠. 첫 창업 후 창업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다시 하게 되신 건가요?
2014~2015년에 넥스트가 조금 시끄러웠던 시기이고, 결국 더 이상 새로 뽑지 않은 채로 이미 선발해둔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만 학교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했어요. 그러다 보니 교수진도 현업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죠. 저도 넥스트에 아직 남아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마무리 하면서 동시에 레진코믹스 일을 하고 있었는데, 넥스트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 몇몇이 ‘넥스트에서 시도한 교육방식은 너무 좋았는데 아쉽다. 같이 모여서 교육을 더 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주셨어요. 저도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2016년 하반기에 창업을 하게 됐죠. 시장에 있는 기업과 취업 지망생 사이 ‘갭’을 해결하고 싶었죠.
Q. 첫 회사를 나온 이후에는 창업도 두 번 하고 회사도 다니고 다양한 길을 걸으셨어요. 다음 스텝을 결정하는 기준이 있었나요?
저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가만 보면, 제가 만들어내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일하고 있고, 그 영향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쪽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해보지 않고 질문하는 것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답을 찾는 거죠.”
Q. 코드스쿼드 창업하던 시점에 개발자 채용 수요가 많았죠?
뽑고 싶은데 잘 못 뽑던 시기였어요. NHN NEXT도 사실 그래서 출발한 거였죠. IMF 이후에 이공계 기피가 심화되었고, 그 현상이 누적되다 보니 약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프트웨어 업계 인재가 많이 없었던 거죠. 제가 창업하던 2016년에는 2015년 알파고 등장으로 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기업은 ‘채용할 사람이 없다’, 취업 희망자들은 컴퓨터 전공자들조차 ‘취업이 어렵다’ 하는 시장의 ‘갭’이 있었죠. NHN NEXT 이후로 그걸 충족해줄 만한 좋은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생긴 것 같지 않아서 창업하게 됐습니다.
Q. 왜 기업은 뽑을 사람이 없다, 취업 희망자는 취업이 안 된다 하는 시장 갭이 생기는 걸까요?
기본적으로는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기초적인 것인데, 회사에서는 경험 역량을 바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는 기업의 잘못이고요. 기업이 직원을 교육해야 하는 책임을 내려놓고 있는 것 같아요. 큰 회사는 공채를 하고 나면 직무교육을 시켜주는데, 공채 문화도 많이 없어지면서 직무교육을 할 만한 사람도 없어지고, 회사에서도 운영을 안 하고,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게 편하니까 그렇게 되어간 것 같아요. 그래서 취업 희망자들이 결국 돈을 써서 배울 수밖에 없는 구조죠.
Q. 8년 정도 운영해보니 이전과 어떤 것들이 달라지셨나요?
최근에는 기업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그래도 많이 생겼어요. 창업 초기에는 기업에서 그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왜 필요한지를 기업과 학생들에게 계속 설명해야 했어요. 꾸준히 얘기하다 보니 이해하는 분들도 많아졌고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죠. 현재 우아한형제들, 네이버 커넥트재단, 현대자동차도 필요성을 느끼고 저희와 함께하고 있고요. 그 저변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어요.
저는 처음부터 저희 교육 프로그램에 학생들의 돈보다 기업의 돈을 받는 것을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기업에서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는 않아서, 가격 책정을 해야 했죠. 당시 가격 책정을 하면서, 고시 공부 하는 분들이 한 달에 얼마나 쓰는지를 살펴봤어요. 학원비는 100만 원, 여기에 교재비와 식비 등을 합쳐 150만 원 정도를 쓰더라고요. 그것보다는 저렴해야겠다 생각해서 저희 6개월 마스터즈 과정을 80만 원 정도로 잡았고, 지금도 한번도 안 올렸어요. 학생들에게는 저렴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싶어요.
Q. 교육업을 하고 계시다 보니, 경력 초기 단계의 개발자들, 개발자 지망생들을 많이 만나실 것 같은데요.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떤 게 있나요? 그 질문에 주로 어떻게 대답해주시는지요?
취업하기 전인 분들은 ‘그거 하면 취업 잘되나요?’이고, 취업한 분들은 ‘이거 계속해도 될까요?’예요. 결국 같은 얘기인 것 같네요. 대부분 활용하고 있는 기술이 오래갈지 걱정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iOS 개발 계속해도 될까요? 애플이 망하지 않을까요?” 이런 거죠.
그런데 사실 20~30년 전에도 똑같은 질문은 계속 나왔어요. 비주얼 스튜디오 초기 버전이 나왔을 사람들이 ‘MS 안 망할까요?’ ‘이 기술 사라지지는 않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곤 했어요. 그런데 IT 회사가 망하더라도 기술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그러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가르치는 분들이 모바일 분야를 하다 보니 ‘크로스플랫폼을 해야 될까요? 네이티브 개발을 해야 될까요?’ 이런 질문을 되게 많이 해요. 그런데 그걸 고민하기보다 해볼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관심이 있다면 해보는 게 좋다고 얘기해요. 관심조차 없다면 고민도 하지 않아도 되고요.그걸 고민할 시간에 정말 관심 있는 걸 찾아서 해보는 노력을 해야 해요. 해보지 않고 질문하는 것은 타인에게서 답을 찾는 거죠.
Q. 시간 투자를 했는데, 나중에 이걸로 밥 벌어 먹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그렇게 기술이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기술이라면, 몇 십 년 동안 그걸 할 수도 있어요. 방법은 얼마든지 있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질문은, 지금 하고 있는 걸 포기할 이유를 찾아달라는 이야기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계속 시도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힘들 때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Q. 저희가 이번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서 개발자의 다양한 성장의 길을 공유하려고 해요. 그런데 막상 취업 현장에서는 성장보다는 ‘커리어를 쌓는다’는 접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성공적인 커리어란 게 있을까요?
살아가는 방법은 누가 알려준다 해도 그 방법과 똑같이 살 수는 없잖아요. 여러 가지 길이 있을 뿐이죠. 그저 다양한 사례가 많이 공유되면 좋겠어요. 컴퓨터 전공을 했지만 안 맞아서 다른 일을 하는 이들도 있고, 전공은 안 했지만 잘 맞아서 하는 사람도 있고요. 즐거워서 하는 사람도 있고 즐거움보다 일로만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요. 꼭 무슨 의미가 있어야만 일을 하는 건 아니죠. 그런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다양한 게 인정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그럼에도 개발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가장 중요한 건 계속 시도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힘들 때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열심히 해도 안 될 때도 있고요. 저만 해도 갑자기 사무실에 불이 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해요. 저도 ‘이게 진짜 안 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오래 하다 보니 안 된다고 멈추기보다 또 다음 시도를 하다 보면 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시도해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Q. 계속 뭔가를 꾸준히 시도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요소가 있으신가요? 어떻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나요?
단 하나의 이유는 아니고, 그 이유를 스스로 계속 만드는 것 같아요. ‘이렇게 안 되면 저렇게 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이어져가는 것 같아요. 계속 어떤 점을 찍다 보니 스스로 ‘이걸 잘하는 구나’ ‘이걸 좋아하는구나’ 하는 걸 점점 더 잘 알게 되고, 또 그걸 잘 알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Q. 무엇이 성공한 개발자일까요?
무엇이 성공인지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달라요. 저 개인적으로는 제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로 기준을 잡고 싶어요. 그리고 더 많은 제자가 타인에게도 더 많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이 저의 성공이죠. 제가 코드스쿼드 교육과정에서는 JK라고 불리는데요, 교육과정 끝난 후 롤링페이퍼에서 수료생이 “JK같은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써줘서 무척 뿌듯했어요. 그런 게 저의 성공인 것 같아요.
Q. 작년에 ChatGPT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이 개발자를 대체하게 될 거란 불안감도 등장했어요. 인공지능 시대에 개발자라는 직업은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요?
그 질문도 교육생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네요. 저는 개발자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고 이전과 다르게 일할 거라고 봐요. 100년 전에 사진기가 만들어졌을 때, 화가가 다 없어지지는 않았어요. 당시 초현실주의 화풍이 유행이었는데, 사진기 등장 이후에는 화풍이 많이 변했다고 하죠. 그와 비슷하게, 직업이 사라진다기 보다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여전히 사람 손이 필요한 곳도 많을 거고요.
프로그래밍은 부익부 빈익빈이 커요. GPT나 코파일엇이 생성하는 코드가 어떤 특정 분야의 어떤 문제는 굉장히 잘 풀어요. 그런데 그렇지 못한 분야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검색을 해도 잘 나올 정도로 자료가 많은 분야는 외우면서 공부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학습 측면에서도 많이 변할 것 같아요.
지금 하던대로 하는 건 10년 정도면 끝날 것 같아요. 10년 뒤부터는 확실히 바뀔 것 같아요. 그런데 GPT가 무섭다고 지금 개발을 하지 않으면, GPT가 더 성숙해졌을 때 이게 옳은지 아닌지 판별할 수 없게 돼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지금 개발자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Q.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최근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가정 환경 조사서라는 걸 가져왔는데 아버지 직업 항목이 있어서 거기 뭐라고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회사원’이라고 써서 냈는데요. 나의 정체성을 뭐라고 할지에 관해, 이제는 ‘교육개발자’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제가 개발자 생활을 하다가 교육을 일로 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이 두 가지가 다른 일이 아니고 같은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어요.
서비스 개발을 오래 하다 보니까 교육도 서비스 같더라고요. 교육을 기획, 설계, 개발해서 학생들과 함께 운영해보고 나니 피드백이 생기고, 그걸 바탕으로 그다음 버전을 개발하고, 이렇게 하기를 한 10년을 계속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더 많은 분들께 소프트웨어 교육 모델에도 이런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 있다는 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소프트웨어도 배우고, 사람도 배우고, 현업인들도 영향력을 나눠줄 수 있는 시스템을 차근차근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사내에서 지금 자체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녹여내 생태계에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습니다.
“개발자가 된다는 것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어야만 한다.”_<개발자 원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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