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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빅테크 개발자 '커리어 패스' 훔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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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실리콘밸리 빅테크는 어떻게 입사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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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빅테크 개발자 '커리어 패스' 훔쳐보기

 

저에게 2023년은 유독 개발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HR부터 게임, 교육, 프론트엔드, 백엔드, 모바일 앱까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었죠. 제가 개발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IT산업의 전망부터 Saas 기반의 협업툴 활용 방식, 실리콘밸리 스타일을 빠르게 받아들인 것 같은 업계의 채용 방식까지 말이죠. 그래서 에디터 직무의 특성을 살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서 활약 중인 개발자, '제이드'의 이야기입니다. 아쉽게도 사정상 기업명과 개인 신상을 밝힐 수 없지만, 그의 커리어 패스를 자세히 들어보고 현지 분위기를 함께 담고자 노력했는데요. 현재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거나, 더 큰 변화를 꿈꾸는 분들, 그리고 변화가 빠른 IT업계 채용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개발자 제이드는 어떤 사람?

  • 한국 모바일 광고 스타트업에서 미국 퀀트금융회사로 이직, 그리고 현재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 안착한 사람
  • 고등학교 시절 유학을 떠나 한국어도 영어도 어색한 ‘0개 국어 구사자’가 됐지만, 그 덕분에 코딩에 더 깊이 빠지게 된 유학생
  • 실리콘밸리 기업에 가서 ‘훌륭한 개발자’, 그리고 개발자가 가진 ‘문제해결력’에 관한 기준이 바뀐 사람

 

 

국내 스타트업에서 실리콘밸리까지

Q. 첫 회사는 한국에서 다니셨다고요.

군 복무 때문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한국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다니고 있던 미국 대학은 복무가 끝나면 복학 때문에 돌아가야 했는데, 제대하니 그때까지 시간이 조금 비더라고요. 그래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처음 시작하게 됐죠. 당시 석촌호수가 보이는 국내 모바일 광고 스타트업에서 백엔드 서버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회사 규모로 보면 엔지니어가 10명 내외의 스타트업이었는데요. 막상 일해보니 제 예상보다 일이 훨씬 재밌다고 느꼈어요. 회사가 비즈니스 모델을 B2C에서 B2B로 전환하면서 크게 성장하기도 했고요. 복학을 두 학기나 미루고 1년 조금 넘게 회사 생활을 했죠.

 

하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에 계속 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 미국으로 돌아가 졸업했습니다. 졸업 즈음 입학 때와 다르게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있었어요. 신입생의 절반 이상이 컴퓨터공학도가 되길 희망한다는 요즘 분위기와는 다르게, 2010년대에는 미국도 다른 전공이 훨씬 인기가 많았거든요. 전기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같은 전공, 또는 추후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는 전공의 인기가 압도적이었죠. 제가 졸업할 때가 되니 많은 사람들이 FAANG*과 같은 빅테크 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하더라고요. 제 동기들도 마찬가지고요. 마찬가지로 저도 한국에 돌아가기보다 미국에 남아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FAANG: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애플(Apple),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

 

실리콘밸리 동네 전경. ‘Painted Ladies’라는 유명한 집이 있다. <출처: 제이드>

 

Q.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 입사하기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학부 졸업 전까지 저도 스무 곳이 넘는 회사에 지원했어요. 서너 개 오퍼를 받았고요. 졸업 후 최종적으로 입사를 결정한 곳은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퀀트금융회사였어요. 퀀트금융회사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서, 투자 수익을 내는 ‘계량적인(Quantitative)’ 모델을 만들어요. 회사는 그 모델을 코드로 구현 및 배포하고 운영하죠.

 

당시 입사하려던 퀀트금융회사가 빅테크 보다 연봉과 보너스 같은 보상 수준이 높았어요.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던 때에, 제가 입사한 회사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산학연계 수업을 가르치던 교수님의 설득에 넘어가 입사를 결정했죠. (웃음) ‘우리 회사에는 사람 좋은(nice) 괴짜(geeks)들이 많고, 우리는 그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한다.’ 이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Q. ‘괴짜’를 언급하신 걸 보면 제이드님의 이력이 독특하셨나 봐요.

제가 괴짜라기보다는 회사에 그런 사람들이 많았어요.제가 다녔던 퀀트금융회사는 수학이나 코딩 경시대회 경험자, 입상자를 많이 고용하는 편이었습니다. 저는 괴짜라고 부를 수준만큼 코딩을 잘하진 않았는데요. ‘ACM-ICPC’*라는 대학생 코딩 경시대회를 준비한 경험이 있었어요. 이 회사에는 어떤 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풀었을 때의 쾌감을 아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예컨대, 사내 게시판에서 일과 별로 관련 없어 보이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여러 명이 같이 풀거나, 자신만의 통계 모델을 만들어서 야구 판타지 스포츠 배팅을 하거나, 가상화폐 차익거래 같은 걸 취미로 가진 사람들도 많았어요. 소위 자기 분야에 심취한 ‘덕후’들이 많았죠. 동시에 자기 취미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만큼, 본인이 회사에서 담당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도 훌륭한 분들이 많았고요. 같이 즐겁게 일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ACM-ICPC: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규모가 큰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 2019년 이후에는 ACM의 후원이 빠지면서 ‘ICPC’가 정식 대회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개발자 제이드 커리어 타임라인

2011.08 미국 대학 컴퓨터공학과 입학

2013.06~2015.03 한국에 돌아와 군대 입대 및 전역

2015.05~2016.07 한국 모바일 스타트업 풀타임 근무

2016.08 미국 대학 복학

2018.05 대학 졸업

2018.08 미국 퀀트금융회사 입사

2020.04 퀀트금융회사 퇴사

2020.04~현재.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근무

 

Q. 그런데 지금의 빅테크 기업으로 이직하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자본시장에서 투자 수익을 내는 펀드 비즈니스보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회사에 점점 더 끌리게 되었어요. 퀀트금융사에 입사할 때를 돌아보면, 연봉이 높고 제가 가진 경험을 우대하기 때문에 이 회사에 지원했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운 좋게 일을 시작하게 됐고요. 점차 1인분 몫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자 비즈니스에 대한 저만의 시각이 생겼어요. 고객들의 자산을 굴려 수익의 일정 부분을 취하는 비즈니스도 좋지만,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요.

 

훌륭한 개발자에 대한 이미지도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남들이 쉽게 풀 수 없는 어려운 기술 문제를 푸는 사람이 훌륭한 개발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넓은 의미에서 ‘문제해결력’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수가 흐릿하게 인지하고 있는 문제를 명료하고 정확하게 포착하는 개발자, 만인이 고민하는 문제에 신선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개발자, 이러한 개발자가 훌륭한 개발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자 이직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제가 생각했던 문제해결력을 바탕으로, 고객이 사랑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회사가 대거 몰려있었으니까요.

 

Q. 고객이 사랑하는 프로덕트, 지금 만들고 계신가요?

고객이 사랑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구축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 서비스는 한 마디로 모바일 개발자(혹은 개발팀/개발사)를 위한 백엔드 서버고요. 고객이 또 다른 개발자인 셈이죠. 한때 인스타그램과 그곳의 개발자가 저희 서비스의 고객이었어요.

 

글로벌 유저를 확보한 여러 모바일 앱이 저희 서비스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그렇기에 서비스의 안정성과 확장성이 중요해요. 고객 개발사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데이터를 저장하는데요. 저희는 이런 스케일을 감당하는 분산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최신 기술도 적극 도입합니다.

 

즉, 제가 하는 일은 서비스 운영에 안정적이면서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 가능한 백엔드 서버를 구축하는 거예요. 이러한 관점에서 저희 서비스는 고객이 사랑하는 모바일 앱을 만드는 개발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글로벌 스케일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저는 현재 이러한 서비스에 새로운 API 레벨 피처를 추가하는 ‘코어 서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피처를 개발하기 위해 고객의 문제를 듣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서 피처의 스펙을 작성해요. 의사결정권자도 설득하죠. 이건 PM의 역할에 가까워요. 더불어 제가 직접 개발자의 역할을 하면서, 다른 개발자와 함께 직접 피처를 구현하고, 배포하고, 운영도 하고요. 그러니 일조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요?

 

실리콘밸리 회사 전경 <출처: 제이드>

 

Q. PM 역할까지 하시면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떨 때 뿌듯함을 느끼시나요?

가장 크게 뿌듯함을 느낄 때는 새로운 피처를 완성해서 론칭할 때입니다. 매년 회사에서 열리는 연례행사에서 한 해 동안 여러 팀이 개발한 굵직한 피처를 소개하는데요. 동료와 함께 정성을 다해 만든 피처가 연례행사에서 소개될 때, 이 장면을 보는 순간이 가장 뿌듯합니다.

 

제가 좋은 치어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도 보람을 느껴요. 저는 PM과 개발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 업무에는 ‘치어리더’라는 중요한 역할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루는 서비스 스케일이 크다 보니 100명이 넘는 개발자, QA, 데브옵스 인력들이 함께 일하거든요. 한 프로젝트에 서너 팀이 같이 협업할 때도 많고요. 그러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료가 갑자기 떠나버릴 때, 구현하다가 예상치 못했던 기술적인 제약 조건을 발견할 때, 작게는 프로젝트의 방향에 관한 의견이 수렴되지 않을 때도 그렇죠. 같이 일하는 동료의 멘탈이 무너지지 않게 잘 어르고 달래는 일도 중요해요. 이럴 때 치어리딩을 통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손발이 더욱 잘 맞게 됐을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Q. 언제부터 개발자를 꿈꾸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컴퓨터와 친해지면서 꿈꾸게 된 것 같아요. 어릴 때 스타크래프트를 포함한 각종 PC 게임을 좋아해서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미국에 유학을 왔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죠. 어쩔 수 없이 하교 후에는 컴퓨터 앞에 매미처럼 붙어살았어요. 미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머물던 미국 하숙집 주인의 아들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했어요. 페이스북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소통하면서 각종 온라인 취미에 재미를 붙였고요. 온라인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코딩에도 관심이 생겼고, 스스로 배워서 조금씩 하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영어도, 한국어도 어중간하게 구사했다고 생각해요. 마치 ‘0개 국어자’처럼요. 머릿속이 뿌연 상태였는데, 코딩할 때만큼은 복잡한 생각이 잘 정리되는 신기한 경험을 거듭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서 코딩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고,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개발자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Q. 한국의 스타트업, 미국의 퀀트금융회사, 현재의 실리콘 백테크 기업까지. 지금 돌아보면 커리어패스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해요.

프로그래밍을 한 지도 벌써 10년이라는 연차가 쌓였는데요. 지금은 하나의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처럼 느껴져요. 커리어 초반에는 이렇다 할 ‘전문성’이 없는 어중간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돌아보면 어디서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제이드님만의 스토리에 이름을 붙인다면요?

미션 크리티컬한 도메인(금융,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도전해 온 개발자. 확장성과 안정성 있는 플랫폼 프로덕트 개발에 거듭 참여해 온 개발자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미디어가 그리는 실리콘밸리와 현실

출근 후 커피를 마시는 곳 <출처: 제이드>

 

Q. 우리가 생각하는 실리콘밸리 빅테크의 이미지가 있어요. 자유롭고 일하기 좋지만, 동시에 치열한 느낌이죠. 실제로도 그런가요?

저는 아직도 이 동네의 이미지를 어떤 하나의 관점으로 요약하는 게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실리콘밸리 하면 ‘FAANG’ 같은 빅테크 기업과 OpenAI 같은 스타트업의 탄생, 성장 스토리를 떠올리죠. 이 동네를 어떤 숭고한 미션 하에 똘똘 뭉친 괴짜, 천재, 혹은 반항아들이 기술 혁신을 이뤄내는 이상적인 곳으로 보기도 하고요. 물론 그런 경우도 있죠.

 

하지만 이 동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요. 여러 통계조사를 살펴보면, 실리콘밸리 테크업계 구성원의 최소 30%는 이민자입니다. 그들이 먹는 음식, 사용하는 언어 같은 자명한 부분부터 성장배경, 학습 과정, 가치관이 모두 달라요. 이러한 것들은 한 개인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구성원이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공동체 문화’가 있다고 기대하기 어려워요. 대신 구성원이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은 사실이에요. 성과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요.

 

이는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컨대 구성원은 회사의 분위기를 잘 모르는 사람, 그러니까 새로운 입사자에게 ‘우리는 늘 이렇게 일해왔어’라는 식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많은 실리콘밸리 회사가 ‘장치’를 적극 활용합니다. 이성의 힘을 가진 직원이라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회사는 탄탄한 논리나 믿을 만한 데이터를 가지고 동료를 설득한 사람, 이를 통해 가시화된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한 보상을 합니다. 구성원의 배경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많은 이가 이해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의 규칙 아래, 다들 정말 치열하게 일합니다.

 

Q. 그런 동네에서 일한다는 건 제이드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이 동네는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정’ 같은 끈끈함이나 결속력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인류애만큼은 저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종류의 차별이든 적극적으로 맞서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가능한 선에서 개인의 상황을 최대한 배려해요. 제가 생각하는 인류애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인데요. 다양성과 인류애를 존중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이와 부합하는 면이 있습니다.

 

Q. 환경이 다르다 보니 일의 의미도 남다르실 것 같아요. 

제가 ‘숭고한 미션파’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돈이나 개인적인 성취를 적당한 선에서 늘 추구해 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료와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덕트와 서비스를 전 세계 사람들 앞에 내어놓으면서요.

 

제가 개발하는 서비스는 디지털 프라이버시를 보장합니다. 대상은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포함한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 다수고요. 유저는 자신의 데이터를 전적으로 소유하고, 타인(특히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은 그 데이터에서 개인적인 정보를 추출할 수 없습니다. 오직 데이터를 소유한 유저만 암호화된 자신의 데이터를 해독할 수 있어요. FBI나 백악관이 저희를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유저의 허락 없이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절대 해독할 수 없습니다. (웃음)

 

디지털 프라이버시를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저는 일종의 디지털 인권 보장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처럼 일에 대한 회의감이 엄습할 때, 저는 글로벌 컨텍스트에서 제가 하는 일의 의미를 떠올려요.

 

 

실제 채용은 어떻게 이뤄질까

Q. 이번엔 채용에 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제가 경험한 미국 테크 회사는 전부 상시 채용을 합니다. 어떤 팀에 자리가 나면 그 팀의 매니저가 채용을 시작하죠. 이때 매니저는 자신의 채용 업무를 분산합니다. 채용 말고도 본인의 업무가 많기 때문이죠. 자격을 갖춘 지원자를 찾는 일(구인), 개별 지원자의 면접 과정을 조율하는 일(코디네이션)을 위임합니다. 이는 사내 리크루터가 담당해요.

 

우리가 뽑고 싶은 사람은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고, 그런 사람을 찾아서 하이어링 파이프라인에 넣어달라고 부탁합니다. 면접도 채용 매니저가 진행하죠. 사내 리크루터는 매니저가 채용하고 싶은 인재상을 전달받은 후, 자격에 맞는 구직자를 어떻게 잘 찾을지 고민합니다.

 

이때 사내 리크루터가 구인과 코디네이션 업무를 혼자서 하는 건 아니에요. 헤드헌터 회사에 일감을 주거나, 계약직으로 채용한 다른 동료 리크루터에게 일부 일을 위임합니다. 헤드헌터나 아웃바운드 리치아웃(구인)을 주로 담당하는 사내 리크루터는 링크드인과 같은 플랫폼을 보고 괜찮아 보이는 구직자에게 연락하고요.

 

Q. 그렇다면 이직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제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고려했을 때, 개발자 이직의 가장 흔한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천 경로]

  • 이직을 결심함
  • 구체적으로 어떤 개발 업무를 하고 싶은지 정함
  • 원하는 역할에 대한 공고가 나온 회사 중에서 이직하고 싶은 회사 리스트를 만듦
  • 이직하고 싶은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봄. 없으면 수소문하기 시작함
  • 지인을 찾으면 연락해서 도움 요청
  • 지인 추천을 받아 회사에 지원
  • 면접 진행
  • 합격하면 연봉 협상

 

[헤드 헌팅을 받는 경로]

  • 이직을 다짐하고 링크드인 프로필 상태를 바꿈 (‘나 이직에 관심 있어’ 혹은 ‘나 구직 중이야’로 상태를 드러냄)
  • 리크루터*에게 연락이 오면 대화를 나눠봄 (*헤드 헌팅 회사의 리크루터와 사내 리크루터를 모두 포함)
  • 관심이 생기면 해당 회사에 지원
  • 면접 집행
  • 합격하면 연봉 협상

 

Q. 제가 본 개발 직군의 특이한 채용 경로는 경력직의 경우 지인 추천이 꽤 많다는 것이었어요. 다른 직군은 이런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주 있는 일일 것 같아요.

지인 추천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추천자에게 좋아서 그렇습니다. 일단 보상이 적지 않아요. 퀀트 금융회사에 다닐 때는 제가 추천한 지인이 회사에 최종적으로 입사하면, 제가 받는 보상이 1만 달러(약 1,300만 원)에 이르기도 했어요. 현재 회사는 그때보단 적지만 2000~3000달러(약 260~400만 원)에 이르고요. 그러니 제게 추천을 부탁한 사람이 좋은 구직자라는 판단이 서면, 저는 비록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고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편입니다.

 

지인 추천 절차도 간단해요. 구직자의 이력서와 왜 추천하는지에 대한 이유 등 정보를 입력하면 됩니다. 다만 적지 않은 미국 회사에서 채용 과정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하이어링 매니저이기 때문에, 저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사람에 한해서는 채용 매니저에게 메시지까지 직접 보내는 편입니다. ‘이 친구는 뽑아야 해!’ 이렇게 말이죠.

 

Q. 그렇게까지 추천하는 이유가 있나요?

채용 매니저에게 메시지까지 보내는 이유는 인재 추천 절차에 등록해도, 꼭 그 사람이 면접 기회를 잡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통 미국의 테크 회사는 팀의 포지션에 대한 공고가 나면, 인재 추천을 받은 지원자와 공고를 보고 지원한 사람의 수가 수백 대에 이릅니다.

 

이 사람들은 보통 일괄적인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요. 코딩 테스트나 날짜를 잡아서 보는 대규모 면접 같은 것들 말이죠. 오히려 기본적인 필터링을 거친 지원자에 한해 전부 개별적으로 살펴봅니다. 그러니 하이어링 매니저는 지원자 한명 한명을 살펴보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적지 않아요. 매니저가 적극적인 추천이 담긴 메시지를 반기는 이유기도 하죠.

 

Q. 실제로 지인 추천을 이용해 회사에 지원해 보셨나요?

네, 실제로 제가 이직할 때는 항상 지인 추천을 통했습니다. 특히 면접 기회를 잡는 데는 채용 의사결정권자에게 바로 도달하는 방법이 가장 좋아요. 그러니 지원하고 싶은 회사에 다니는 지인을 찾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서 지인은 제가 잘 알거나, 같이 일해본 사람이거나, 같이 일해본 사람의 지인이거나, 그마저도 없다면 링크드인 검색을 통해 학교 동문을 찾습니다. 링크드인에 조금이라도 겹치는, 연결되는 무언가가 있는 직원 전부도 살펴보고요.

 

그렇게 지인을 찾으면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회사에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요. 회사 문화나 업무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지 물으면서요.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최선인지도 질문하고요. 이런 대화를 나누면 지원하고 싶은 회사에 대해 더 잘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나를 추천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도 있고요. 먼저 추천하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그 사람도 나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천해 줄 테니까요. 

 

Q. 지인 추천을 통한 면접과 이직은 결국 ‘몸값 높이기’가 목적이 될 것 같습니다. 몸값을 높이는 방법이나 팁이 따로 있으신가요?

만족스러운 연봉과 주식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상이 필요합니다. 협상이 잘됐던 경우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 경우였어요. 우선 회사가 저를 강력하게 원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입니다. 이전에 다니던 퀀트금융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제가 면접을 보던 회사 중에 핀테크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그 스타트업은 금융 시스템을 개발한 저의 경험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 회사가 새롭게 하려는 일과 제가 퀀트금융회사에서 했던 일에 큰 공통 분모가 있었거든요.

 

다른 조건은 경쟁 회사에서 받은 오퍼의 존재입니다. 그런 오퍼가 있을 때는, ‘너희 회사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꼭 가고 싶지만, 내게는 돈도 중요하다. 다른 회사는 돈을 이만큼이나 더 많이 주는데, 그 금액을 맞춰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요청합니다. 그런 요청을 할 때, 면접을 보는 회사가 조건을 맞춰주거나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올려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오퍼가 없는 경우에도 협상을 시도해 보았습니다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다른 회사와도 면접을 보고 있고 곧 오퍼를 받을 것 같다는 식으로 제 자신을 포장을 해본 적이 있어요. 제안을 바로 선택할 수 있게 오퍼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라는 무언의 압박이었죠. 하지만 구체적인 숫자와 디테일이 부족한 협상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Q. 몸값을 높이는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되지는 않을까요?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협상이 가능한 현실적인 이유는 구직자에게 오퍼를 준 시점에서 회사가 이미 채용 과정에 지불한 시간과 경제적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사람을 찾고 대면 면접을 위해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고, 하이어링 매니저와 팀원들이 시간을 내어서 면접하는 것은 전부 큰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구직자도 이를 알기에 어느 정도는 배짱을 부릴 수 있습니다. 제가 협상을 하다가 오퍼가 취소된 경우는 없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극도로 무례했거나, 면접 과정에서 거짓말한 게 들통나는 케이스가 아니라면 말이죠. 이런 협상을 하다가 누군가의 오퍼가 취소되었다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 내부 사진 <출처: 제이드>

 

Q. 헤드 헌팅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 개발자들은 헤드 헌팅을 어떻게 이용하시나요?

특수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빠르게 찾기 위해 헤드 헌팅 업체에 일감을 주는 경우는 많아 보입니다.실제로 저처럼 퀀트회사에서 일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어서(퀀트업계와 퀀트회사의 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 퀀트업계로 돌아오지 않겠냐는 연락을 꾸준하게 받아요. 그런 연락은 거의 전부 헤드 헌팅 업체에서 일하는 리크루터에게 받습니다.

 

제가 헤드 헌팅 회사를 통해 구직해 본 경험은 아직 없습니다. CTO나 엔지니어링 디렉터 같은 리더십 포지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헤드 헌팅보다 지인을 통해 구직하는 게 더 유리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헤드 헌팅 회사는 회사 편이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허락하는 필터링 된 정보, 포장된 정보만을 제공하죠. 제 경험상 지인은 그런 정보 외에도 제가 알면 좋은 날것 그대로의 정보를 줍니다.

 

Q. 채용 관련해서 양질의 정보를 얻는 다른 방법도 있나요?

한국처럼 ‘블라인드’를 적극 이용합니다. 블라인드는 미국에서도 한국만큼 인기가 많다고 느끼기도 해요. 저는 주로 블라인드를 통해 채용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합니다. 제가 지원하려는 기업을 그 회사의 내부 직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찾아보고요.

 

그리고 링크드인도 적극 이용하죠. ‘지인’ 찾기에 링크드인만한 게 없습니다. 우선 오퍼를 받아서 협상의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할 때는, ‘levels.fyi’라는 웹사이트가 매우 유용합니다. levels.fyi는 회사, 직군, 오피스 위치, 직급(레벨)을 입력하면, 다른 구직자가 받은 오퍼의 통계 분포를 보여줍니다. 그럼 제가 받은 오퍼가 얼마나 상대적으로 좋은 오퍼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죠.

 

그러나 제가 미국에서 두 번 회사를 옮긴 경험을 돌아보면, 실제로 같이 일하며 상호 신뢰를 구축한 지인에게 받는 정보가 가장 유용했습니다. 제가 이전에 퀀트금융회사와 지금의 빅테크 기업을 선택했던 이유는 구직할 당시 함께 일하고 싶었던 사람이 두 회사에 있었고, 그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구직자가 받은 오퍼 통계를 확인하기 좋은 ‘levels.fyi’ 사이트 <출처: levels.fyi 홈페이지 캡처>

 

Q.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의 도움이 결정적이네요.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 빅테크 입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남겨주신다면요.

이미 한국의 테크업계에는 수준 높은 전문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만났던 사람들과 한국에서 일하는 제 지인들을 떠올려보면 말이죠. 전문성이 있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타인과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환영받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이 동네로 이직할 좋은 기회가 온다면 적어도 본인의 역량 때문에 망설이지 마세요. 대신 그 기회를 과감하게 잡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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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입니다. 개발자 친구들이 많아져 그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들어야 하는, 현장의 살아 있는 지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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