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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 1. 안영회 베터코드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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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자신의 길을 만든다는 것: 베터코드 안영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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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 1. 안영회 베터코드 대표 인터뷰

 

Editor’s note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공통적으로 묶어주는 특징이 있지만, 막상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업무 원칙이나 커리어, 성장에 관한 관점, 자신만의 노하우가 다 다릅니다.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다루는 기술스택, 도메인, 커리어와 성장에 대한 관점과 노하우 등은 모두 다릅니다. 요즘IT 기획 [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커리어를 다져온 개발자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며, 이 시대 개발자들에게 다양한 성장의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안영회 베터코드 대표는 닷컴 열풍과 함께 본격화된 국내 기업 및 공공 정보화 현장을 20년 이상 누빈, 경력 20년이 훌쩍 넘은 개발자 출신 경영자입니다. 이른바 'SI(System Integration)'로 불리는 쪽에서 잔뼈가 굵고, 개발과 컨설팅을 모두 커버해온 경험이 풍부하죠. 소프트웨어 설계에 많이 활용되는 UML(Unified Modeling Language)을 주특기로 엔터프라이즈 개발 분야에서 주로 활약했습니다.

 

그는 정해진 길을 걷기보다 길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IT컨설턴트 신참 시절 자바 프레임워크로 EJB(Enterprise Java Beans)가 대세였으나, 선배 개발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 등장하던 스프링 사용을 밀어부쳤죠. 독학을 바탕으로 스프링을 익히며 한국 스프링 사용자 그룹(Korean Spring User Group, 이하 KSUG) 설립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래밍과 설계의 간극을 해결하고자 개발자들이 창업한 IT컨설팅 업체 아이티와이즈에 합류했고, 이후 전통 기업의 디지털 적응을 돕기 위해 ‘베터코드’를 창업했습니다.

 

CEO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개발자 정체성이 여전히 진하게 묻어 나오는 안영회 대표와 개발자로서 경험한 것들,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에 대한 생각, 그리고 향후 계획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SI 사업에 대한 개발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관한 생각도 밝혔습니다. 사업 관리를 기술보다 상위에 둔 SI의 사업 구조를 지적하며, “조직 내 배우고 싶은 개발자가 있다면 SI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고 그러려면 “사업과 기술이 대등한 존재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SI냐 서비스냐”하는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핵심 인재”가 중요하다는 것. 베터코드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이 그의 포부입니다.

 

 

안영회 베터코드 대표

 

첫 프로그래밍: Visual Basic으로 UX 시험 평가 결과를 차트로 그리는 일

첫 언어: VisualBasic

첫 컴퓨터: 학창 시절 컴퓨터 학원에서 처음 접합

특이사항: 한국 스프링 사용자 그룹 설립자 

대학 전공 :정보관리학(학부), 비즈니스IT 전공(석사)

 

주요 활동 이력: IT컨설턴트로 국내 다수 기업과 IT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신참 시절 자바 프레임워크로 EJB(Enterprise Java Beans)가 대세였으나, 선배 개발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 등장하던 스프링 사용을 밀어부쳤다. 독학을 바탕으로 스프링을 익히며 한국 스프링 사용자 그룹(Korean Spring User Group, 이하 KSUG) 설립을 이끌었다. 프로그래밍과 설계의 간극을 해결하고자 개발자들이 창업한 IT컨설팅 업체 아이티와이즈에 합류했고, 이후 전통 기업의 디지털 적응을 돕기 위해 ‘베터코드’를 창업했다.

 

Q. 어떻게 개발자를 직업으로 갖게 됐나요?

대학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94학번이고 전공은 정보관리학인데, 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운 건 아니고요. 제대하고 나서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당시 UML이 인기여서, 원서 사서 공부했고 웹매니아 같은 곳에서 UML에 대해 강의도 했어요. 복학 후에는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기도 했죠.

 

IMF 직후 닷컴 열풍이 있을 때가 졸업 즈음이었는데, 바로 취업을 하려니 고민이 좀 됐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싶지 않았고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만든 BK21사업이 있었는데, 주임 교수님이 IT전문대학원 과제를 제출하는 과정에 함께 하며 제가 원하는 코스를 개발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을 실무적으로 재해석한 과정인데, ‘비즈니스 컴퓨팅’ 전공으로 명명했습니다. 대학원 마치고 IT 컨설팅 회사에서 개발자로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Q.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싶지 않아 대학원에 갔다고 했는데, 당시 개발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습니까? 90년대말엔 기업과 정부 기관 모두에서 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대학 다니면서 프리랜서 개발자로 증권회사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는데, 체계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없었어요. 기초를 모르는 분들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도 많았고 이름 대면 알만한 회사인데도 '인덱스 튜닝'도 못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해왔던 프로그래머로서의 일과, 현장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실제로 하는 일은 많이 달랐습니다. 닷컴 버블 속에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학원도 늘어나는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커졌지만 기업들이 개발을 제대로 할 준비는 안 돼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졸업 전 고민이 많았어요. 이대로 사회에 나가면 밤샘 일을 하는 미래가 그려졌습니다. 좀더 체계적으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대학 졸업하고 바로 사회 나가면 그러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Q. 대학원 생활은 어땠나요? 학부 시절 고민이 많이 풀렸나요?

대학원에서 나름 방법을 찾았습니다. 겸임교수 한 분이 래쇼날(UML 플랫폼 전문 업체로 2002년 IBM에 인수됨) 기술이사여서 기본을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IT전문 대학원이라 국가 지원를 받았는데, 대신 학점 절반은 프로젝트를 해야 받을 수 있었어요. 대학원에서 경험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대학원 졸업 후 컨설팅 쪽에서 개발자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UML 프로젝트 자체가 컨설팅을 많이 필요로 하는 영역이거든요. 입사한 회사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문화여서 선택했습니다. 그곳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당시만 해도 생소한 스프링 프레임워크를 실전에 적용하기도 했죠.

 

Q. 그때면 자바 개발 프레임워크는 EJB가 대세로 통할 때 아닌가요?

맞아요. 지금은 스프링이 주류지만 당시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을 받는 정도였고 실전에선 EJB가 많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EJB를 좋아서 쓴 건 아니네요. 복잡했지만 대안이 없으니 썼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그 당시 보던 뉴스레터에, 스프링에 대한 내용이 있는 거예요. EJB를 대체할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테스트로 쇼핑몰을 만들어봤는데 좋더라고요. 프로젝트에 실제 적용해보자고 회사에 얘기했어요.

 

Q. 경력도 얼마 안되는 신참 개발자가 ‘듣보잡’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실전에 투입하자고 하니 내부에서 반발도 많았을 거 같습니다.

그랬습니다. 선배 개발자들에게 '집중포화'를 당했어요. 2004년 당시만 해도 개발자들 사이에선 EJB를 쓰면 뭔가 있어 보인다는 마인드가 있었습니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EJB를 써야 수준 높은 개발자로 여기는 문화가 있었어요. 스프링으로 하자고 계속 밀고 나갔습니다. 다행히 회사 CEO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SI 업체에서 지지를 해줬어요.

 

Q. 결과는 어땠나요?

다행스럽게도 지연 없이 깔끔하게 프로젝트를 오픈했습니다. 스프링에 대한 책도 없던 때라 1년 정도는 혼자 배운 것들을 강의로 공유하고 트러블슈팅하면서 보낸 것 같습니다. 제가 배운 소프트웨어 공학 기법을 모두 투입했다고 생각해요.

 

Q. 첫 회사에서 나온 이후 몇 차례 소속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와서 벤처 회사에 합류했는데, 얼마 가지는 못했어요. 정리하고 2007년 새로 설립하는 컨설팅 회사인 아이티와이즈에 합류했습니다. 8년 정도 정도 근무한 것 같아요. 아이티와이즈는 개발자 출신 컨설턴트들이 주도해 만든 회사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컨설팅 회사들은 플래닝은 잘하지만 프로그래밍을 직접 다루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이티와이즈는 프로그래밍도 직접 커버하는 컨설팅을 제공했습니다.

 

Q. KSUG 설립을 주도했고 초대 시샵도 맡았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Spring으로 효과를 보고 나니 외부에 확산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게 KSUG에요. KSUG는 실무형 개발자 커뮤니티를 표방했고,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분들이 이제는 배달의민족, SK플래닛 등 다양한 회사들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2009년, 스프링 개발자 유겐 휄러와 함께 (출처: 안영회)

 

Q. 스프링은 자바 개발 프레임워크잖아요. 나온 지 오래돼 그런지, 요즘 자바는 좀 올드(Old)하게 보는 시선도 있는 듯 합니다.

자바는 견고하지만 대신 좀 번거롭습니다. 반면에 요즘 우리 회사에서 쓰는 구글 고(Go)는 편하지만 문법적인 엄격함에 있어서는 자바보다는 약하다고 생각해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프로그래밍을 한다면 자바를 먼저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베터코드도 쓰는 고를 제외하로 고르라고 하면 코틀린을 쓸 것 같고요. 다만, 요즘 자바는 6개월마다 혁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프링도 오픈소스여서 변화가 매우 빠르고요. 최신 자바에 대해서는 제가 하는 말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Q. 베터코드 얘기 좀 해볼까요? 월급쟁이로 있다 다시 창업을 하게 된 건데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 같아요. 임원도 기술을 개발해야 좋은 엔지니어들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리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오게 됐어요. 그러던 차에 중국에 진출한 국내 업체로부터 개발 회사 문화를 바꿔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국외 거래를 하려면 법인이 필요했고 2016년 초 베터코드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2018년까지는 의뢰를 받은 회사 개발 문화를 바꾸는데 주력했고 이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원하는 클라우드 POS, 위챗을 활용한 역직구 시스템도 개발했는데 사업화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사업을 재정비하는 단계에요.

 

Q. 어느 분야에 주력할 계획인가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베터코드에 맞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20년 넘는 경력 동안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왔습니다. 잘하는 영역에 집중해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기업들 디지털 전환(DT) 지원을 위해 MSA 및 클라우드 등에 집중할 것입니다.

 

Q. 많이 개선됐지만 기업 대상 IT 서비스 또는 SI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B2C 서비스들과 비교해 많은 개발자들도 아직 SI 쪽에서 일하는걸 기피하는 것 같고요.

SI가 잘 안되는 건 사업 관리와 기술이 상하 관계여서라고 생각합니다. 사업 관리,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기술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사업 관리가 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컨설팅 회사 있으면서 이런 구조를 바꾸고 싶었고 베터코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자 커리어 측면에서 서비스가 SI보다 나은 건 사실이지만 진영 논리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SI냐 서비스냐’가 아니라 핵심 인재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고급 인재들이 SI업체에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포털 등 인터넷 업체로 옮겨갔어요. 인터넷 업체들은 사업 자체가 IT니 개발자들 입장에선 목소리를 낼 공간이 많습니다. 결국 우수 개발자들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사업과 기술이 대등한 관계여야 해요. 배우고 싶은 개발자가 SI 회사에 있으면 SI에 대한 이미지도 바뀔 수 있을 겁니다.

 

Q. SI 분야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들은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요?

선택할 수 있는 옵션과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교육 프로그램으로 탈출구를 찾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일대일로 만난다면 좀더 구체적인 조언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요즘은 SI가 아니라 DT라는 말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DT도 IT를 사업 기능 일환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가 핵심입니다. 사업 관리만 하면 안 돼요. IT 없는 사업 관리는 의미가 없습니다.

 

Q. 현재 위치에 서기까지 개인적으로 어떤 점들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지요?

우선은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는 일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나면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서야 겸손해지고 내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인정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마흔 전에는 에너지도 넘치고 시간도 많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걸 잘 몰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주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되더라고요.

 

Q. 개발자가 아니라 경영자로서 포부가 궁금합니다.

힘들지만 경영은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서로 존중하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소프트웨어 및 비즈니스 개발, 디지털 전환 회사라는 틀 안에서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SI에서 DT로 바뀌는 상황에서 베터코드가 할 수 있는 빈틈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개발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있어 어떤 것들이 중요하다고 보는지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칙적으로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개발 혹은 계발에서 핵심은 한계 극복이라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도전 정신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개발도 지식 노동이기 때문에 생각이 성장에서 중요한 원료라는 거예요. 독서와 같이 끊임없이 원재료를 접할 수 있는 습관(루틴)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온라인에 글을 자주 쓰시는데요.

학습의 습관화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발자가 자기 계발을 하려면  읽기, 보기, 쓰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읽고 보기만 하고 끝내는 것보단 의견으로 표현하면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브런치에 글을 많이 올리려고 해요. 처음에는 마음을 다스리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하루에 한 개씩 쓰고 있어요. 너무 많은 시간은 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초안은 가급적 20분 안에 마무리하는 편이에요.

 

 글: Tec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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