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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부정적인 주제로 시작하게 되어 미안하다. 커뮤니티 전성시대라 할 정도로 업종과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커뮤니티가 등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커뮤니티의 법칙, 커뮤니티 빌딩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말일까? 커뮤니티를 만들고 100명의 팬을 확보할 수 있다면 커뮤니티 서비스로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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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서비스 만들지 마세요, 어차피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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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부정적인 주제로 시작하게 되어 미안하다. 커뮤니티 전성시대라 할 정도로 업종과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커뮤니티가 등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커뮤니티의 법칙, 커뮤니티 빌딩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말일까? 커뮤니티를 만들고 100명의 팬을 확보할 수 있다면 커뮤니티 서비스로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늘은 자칭 커뮤니티 전문가이자 홈프로텍터, 하루 2-3시간씩 커뮤니티에 투자하는 하드한 커뮤니티 활동가 서점직원의 커뮤니티 빌딩 비관론이다.

 

성공한 커뮤니티의 공통점

무신사, 블라인드, 에브리타임, 오늘의집 등 성공한 커뮤니티의 시작일을 한번 알아보자.

 

  • 무신사 : 2001년 프리첼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
  • 블라인드 : 2013년 직장인 커뮤니티 서비스
  • 에브리타임 : 2009년 수강 시간표 제작 서비스
  • 오늘의집 : 2014년 인테리어 콘텐츠 공유 서비스

 

근래 들어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주목 받은 것일 뿐, 우리가 알 만한 커뮤니티 서비스들은 생각보다 업력이 꽤 오래된 곳들이다. 방문자 Top5 인터넷 커뮤니티(디씨, 펨코, 루리웹, 뽐뿌, 인벤) 역시 모두 2000년 초반에 시작된 곳들이다. 커뮤니티 바닥은 업력이 최소 10년은 되어야 '짜식 커뮤니티 운영 좀 해봤네'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고인물들이 우글대는 곳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본인이 아는 유명 커뮤니티 서비스 중 2020년 이후 서비스를 시작한 곳이 있는지. 아마 없거나 있더라도 손에 꼽을 것이다.

 

성공한 커뮤니티 서비스의 특징이 하나 더 있는데 시작이 커뮤니티 서비스였다는 것이다. 서비스나 커머스로 시작해 커뮤니티 빌딩에 성공한 서비스는 내가 아는 한 없다. 커뮤니티 커머스의 롤모델로 불리는 무신사마저도 커뮤니티로 시작했다는 걸 생각해 보자. 많은 회사들이 '우리 서비스는 이용자도 많고 충성도도 높으니까 커뮤니티 기능을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써주겠지' 라던가 '게시판 몇 개 만들고 적립금이나 쿠폰 좀 뿌리면 사람들이 글을 써주겠지?' 나이브한 생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지만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서비스 이용자들이 커뮤니티로 유입된다는 보장은 없다.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쇼핑을 할 순 있지만 자주 사용하는 쇼핑몰에 커뮤니티 기능이 생겼다고 글을 쓰진 않는다. 그곳은 글을 쓰는 곳이 아니라 쇼핑하려고 접속한 곳이니까. 사람들은 앱에 접근하는 목적성을 구분한다. 쇼핑을 하러 온 고객이 게시판에 쓰려면 강한 흥미나 동기를 유발하거나 본래 목적을 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혜택을 줘야 한다. 커뮤니티 빌딩은 원래 어렵다. 22년과 23년 커뮤니티 붐과 함께 수많은 커머스와 서비스들이 커뮤니티 빌딩을 시도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곳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력 최소 10년, 시작은 커뮤니티. 이게 성공한 커뮤니티의 공통점이다.

 

 

대형 교회와 커뮤니티

유년 시절 가정 형편 때문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이사 다닐 때마다 다니던 교회를 옮기셨다. 어머니는 항상 그 동네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신자가 많은 교회를 다녔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교회를 다녔던 나는 어머니가 대형교회를 고집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생활의 꽤 많은 부분을 교회에 의존했던 어머니는 같은 교회에 다니시는 집사님이 운영하시는 세탁소에 세탁물을 맡기셨고 권사님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셨으며 장로님 딸이 다니는 은행에 적금을 드셨다. 교회를 통해 형성된 인맥은 꽤나 강력했다. 안 되는 것도 같은 교회 교인이라면 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인맥 하나 없는 낯선 동네에서도 교회 덕분에 어머니는 동네 커뮤니티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었다.

 

동네 교회가 소규모 커뮤니티라면 대형 교회는 대형 커뮤니티와 같다. 커뮤니티에서 규모의 차이는 많은 것을 좌우한다. 교회를 처음 다니는 사람은 작은 교회를 가려 하지 않는다. 보통은 큰 교회를 가려고 한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사람이 없고 활동도 활발하지 않은 작은 커뮤니티보다 사람도 많고 활동도 활발한 큰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대형 커뮤니티는 점점 커지지만 반대로 소형 커뮤니티는 겨우겨우 현상 유지만 하거나 규모가 점점 축소된다.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주위에 자리 잡고 있는 대형 교회들 사이에서 상가 한구석에 작은 교회를 만드는 것과 같다. 대형 교회 틈바구니에서 작은 동네 교회로 성공할 수 있을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커뮤니티 이용자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분된다.

 

콘텐츠 생산자콘텐츠 소비자. 두가지 축이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어야 건강한 커뮤니티가 된다. 한 가지라도 균형이 깨지면 커뮤니티는 급격히 무너진다. 문제는 좋은 콘텐츠 생산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글을 읽어주는 콘텐츠 소비자가 많아야 하고 반대로 콘텐츠 소비자가 많으려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가 많아야 한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다.

 

어쩌다 운이 좋게 좋은 콘텐츠 생산자가 우리 커뮤니티에 등장했다고 해보자. 좋은 콘텐츠 생산자가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은 돈이 아니다. 많은 조회수와 열광적인 반응, 따봉과 격려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쓴다고 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 콘텐츠는 묻히게 된다. 분명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창작자의 콘텐츠 생산 욕구가 저하된다. 결국 콘텐츠 생산자는 자신의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줄 수 있는 더 큰 커뮤니티를 찾아서 떠나게 될 것이다.

 

커뮤니티는 본궤도에 오르면 J커브를 그리며 급격하게 성장한다. 그런데 많은 커뮤니티들이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사업을 정리하거나 운이 좋게 본 궤도에 올라도 운영 미스로 사용자들이 이탈해 결국 서비스를 종료 수순을 거치게 된다.

 

거대 포털 네이버마저도 좋은 콘텐츠 생산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립금을 퍼주면서 블로그 포스팅 30일 챌린지를 할 정도로 좋은 콘텐츠 생산자를 유치하는 건 무척 어렵다. 블로그, 유튜브, 네이버 프리미엄 등 좋은 콘텐츠 생산자라면 자신의 콘텐츠를 수익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수익 모델이 많은데 그들이 우리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동기가 뭘까? 결국은 조회수와 반응 아닐까?

 

 

커뮤니티 총량의 법칙

커뮤니티 활동을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커뮤니티는 굉장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취미 활동이다.

 

 

주간조선 발표에 따르면 하루에 2시간 이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은 전체 연령 30.3% 20대는 47.1%로 조사되었다. 비슷한 시기 조사에서 유튜브 이용 시간이 하루 평균 1시간 남짓인 것을 생각해 보면 (22년 10월 모바일 인덱스 조사)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유튜브보다 커뮤니티의 이용 시간이 더 많은 것이다.

 

이 자료를 보고 ‘유튜브보다 커뮤니티 이용 시간이 더 많다고? 커뮤니티 서비스 잘 만들면 대박이겠는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다. 아니 정 반대다. 커뮤니티는 지금 만들면 쪽박 찰 확률이 높은 서비스다.

 

커뮤니티는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제로섬 게임이다. 사용자가 새로운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활동을 시작하면 사용자의 일상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기존 여가 생활이나 커뮤니티 활동 시간 중 일부를 줄이고 새로운 커뮤니티에 그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A라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새로 생겼을 때 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친구와의 약속,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기타 여가활동을 포기하고 A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것을커뮤니티 총량의 법칙이라 부른다. 사람이 여가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닌텐도의 경쟁자가 유튜브와 넷플릭스인 것처럼 커뮤니티의 경쟁자는 유사 커뮤니티가 아니라 유튜브와 넷플릭스,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다.

 

 

커뮤니티에서 20대 이용자의 비율이 높은 이유, 어떤 커뮤니티든 20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그만큼 여가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가끔 MZ들이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고립과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 커뮤니티의 붕괴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느끼고 열성적으로 활동을 한다며 해석을 내놓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결과론적인 분석이다. 진짜 원인은 본격적인 경제활동에 진입하지 않은 20대 들이 여가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당신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인스타그램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는가?

세상에 많은 유희거리를 포기하고 우리 서비스에 접속하게 할 만큼 재미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작은 시장성과 수익화 모델

인터넷의 태동과 함께 커뮤니티의 역사도 어언 20년 가까이 흘렀다. 디씨인사이드를 필두로 네이버 카페, 카카오 오픈채팅 같은 종합 커뮤니티부터 블라인드, 에브리타임, 오늘의집, 당근마켓 등 특정 타깃이나 취미,관심사를 주제로 한 세분화 커뮤니티도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래서 새로 런칭하는 커뮤니티는 기존 서비스와 경쟁하기 보다 세분화된 주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을 위한 커뮤니티는 블라인드가 꽉 잡고 있으니 마케터를 위한 커뮤니티, 디자이너를 위한 커뮤니티 같은 식으로 세분화된 타깃을 노리는거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커뮤니티 전성시대라고 할 정도로 커뮤니티 서비스가 범람하는 세상인데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특정 주제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없는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타깃이 한정된 커뮤니티는 시장성이 작기 때문이다. 니치마켓은 괜히 니치마켓이 아니다.

 

커뮤니티는 빌딩하고 운영하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뾰족한 수익 모델이 없다. 기껏해야 배너광고나 쇼핑 리워드 정도? 이것도 유저가 많이 모이고 시장성이 클 때나 가능한 얘기다. 우리가 아는 대형 커뮤니티들도 서버비로 인해 한 번씩은 고생해 본 경험이 있고 일부 서비스는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기업에 인수된 사례도 많다. (루리웹, 엠팍 등) 순수하게 커뮤니티로 돈을 버는 회사는 극소수이고 커뮤니티로 시작해 커머스로 피보팅을 시도한 서비스 중 흑자 전환에 성공한 서비스는 무신사를 제외하고 전무하다. 작은 시장성의 소규모 인원을 타깃팅한 커뮤니티 서비스로 수익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MAU가 1900만인 당근도 아직 적자인데?

 

 

그래도 하시겠어요?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보자.

 

1) 우리가 아는 성공한 커뮤니티는 생각보다 업력이 오래되었다 (최소 10년)

2) 사람들은 대형 커뮤니티에 몰린다. 신생 커뮤니티는 시장에 안착하기 정말 어렵다.

3) 커뮤니티는 시간이 많이 드는 취미활동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4) 주제별, 분야별로 이미 시장에 자리잡은 플레이어들이 많다.

5) 작은 커뮤니티는 시장성이 작다.

6) 커뮤니티로 수익화 모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피보팅을 해도 마찬가지.

 

그래도 커뮤니티를 해야겠다면 난 아래와 같이 조언하고 싶다.

 

1) 시장성이 큰 커뮤니티를 노린다. 활동이 왕성한 20대 남성이 주타깃이라면 베스트

2) 커뮤니티에 돈을 개입시키지 말자. 돈으로 커뮤니티 활성화를 노리는 곳치고 성공한 곳 하나도 못봤다.

3)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안되면 어그로라도 끌자.

 

이상, 하드한 커뮤니티 활동가의 사견이었다.


※참고: 글 발행 이후 ‘당근’은 201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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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예제로 알아보는 서점직원의 실전 UI/UX> 저자

현재 브런치에서 실전 UI/UX (https://brunch.co.kr/@fbrudtjr1)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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