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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 8월부터 다양한 도시를 돌며 노마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라고 불리는 발리와 방콕을 거쳐, 지금은 치앙마이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노마드 생활을 결정한 뒤 해외를 돌아다닐 생각 자체로도 설렜지만, 행선지가 동남아시아로 결정된 뒤에는 '그랩(Grab)'을 활용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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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에는 있고, 배민에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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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랩>

 

저는 작년 8월부터 다양한 도시를 돌며 노마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라고 불리는 발리와 방콕을 거쳐, 지금은 치앙마이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노마드 생활을 결정한 뒤 해외를 돌아다닐 생각 자체로도 설렜지만, 행선지가 동남아시아로 결정된 뒤에는 '그랩(Grab)'을 활용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했습니다.

 

그랩은 말레이시아에서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로 시작했는데요. 디테일한 현지화 전략과 기사 친화적인 정책,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통해 우버와의 경쟁에서 극적으로 승리했습니다. 그다음 확보된 사용자를 기반으로 배달, 디지털 결제, 보험, 숙박, 건강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죠. 그와 동시에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로 빠르게 진출하면서, 지금은 명실상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슈퍼앱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한 그랩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8개 국가, 5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 당시에는 약 44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비록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직격탄을 받으며 다소 부침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여행객들에게는 동남아의 필수 앱이라 불리며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랩의 다양한 서비스 중에서도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여, 제가 직접 체험 및 경험한 바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의 비교를 통해, 배민에는 없지만 그랩에는 있는 기능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라이더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필

그랩의 음식 주문 과정 <출처: 작가 캡처>

 

기본적인 주문 프로세스는 그랩과 배민 모두 동일합니다. 음식의 카테고리가 분류되어 있고, 다양한 필터를 통해 원하는 음식점을 선택한 뒤 희망하는 메뉴를 주문합니다. 그러나 두 서비스의 결정적인 차이는 주문이 완료된 이후에 발생합니다.

 

배민과 다르게 그랩에서는 음식 주문을 마치고 나면, 라이더가 배정되고 그들의 프로필이 표시됩니다. 프로필에는 라이더의 사진과 이름, 평점, 차종, 차 번호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단순히 라이더의 프로필이 보이는 것뿐이지만, 이것만으로 괜히 라이더와의 유대감은 물론 배달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상승했습니다.

 

라이더 배정 시 제공되는 프로필 <출처: 작가 캡처>

 

특히 평점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라이더들의 책임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는데요. 한편으론 평점 시스템이 고객과 라이더 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조성하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랩에서 제공하는 팁(Tip) 기능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특히 팁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지 않은 곳들도 팁 기능이 존재했는데요. 라이더는 좋은 평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안전하고 친절한 배송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고객은 이를 팁으로 보상함으로써 선순환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팁 기능이 있다 보니 저 역시도 무거운 물건을 주문했을 때나, 친절하게 배송을 완료해 준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팁을 주어 감사의 표시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때 팁은 강제가 아니며, 고객이 원하는 액수만큼 가능합니다.)

 

팁 및 평가 시스템 <출처: 작가 캡처>

 

또한 팁 기능과 평점 외에도 라이더가 어떤 면에서 좋았고, 나빴는지를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데요. 라이더는 이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인지, 라이더들의 친절도가 한국보다 높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배민에서도 라이더에 대한 피드백 기능이 있지만, 전달한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직관적으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주로 배민 내부적으로만 활용되기 때문에 특정 클레임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죠. 즉, 라이더 입장에서는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별다른 이점이 없기 때문에, 클레임이 생기지 않을 만큼의 서비스만 제공해도 된다는 저변이 깔릴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라이더와 소통할 수 있는 채팅 기능

앞서 라이더가 배정되면 프로필이 표시된다고 했는데, 이와 동시에 앱 내에 라이더와의 채팅창이 생성됩니다. 이 채팅창을 통해 라이더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죠. 이 기능 역시 처음에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생각 외로 다양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저에게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1) 실시간 상황 파악

배달 주문 후 가장 궁금한 것은 아마 ‘언제 음식이 도착하느냐’일 겁니다. 대부분 문제없이 배달이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배달이 지연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한국에서는 이럴 때마다 이유도 모른 채 그저 기다리거나, 라이더에게 전화를 걸어야 해서 꺼려지곤 했는데요. 그랩의 채팅 기능은 이런 상황에서 간편하게 궁금증을 해소해 줍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실제로 겪은 일화를 소개해 볼게요.

 

트래픽 잼에 갇혔다는 라이더의 메시지 <출처: 작가 캡처>

 

먼저 그랩에서도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를 제공하는데요. 어쩐 일인지 라이더가 길 위에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던 찰나, 라이더가 먼저 "죄송합니다. 지금 트래픽 잼에 갇혀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꽉 막힌 도로 사진을 전송해 주었습니다.

 

또 한 번은 라이더가 음식점에 도착했지만 출발하지 않았던 상황인데요. 왜 그런지 묻자 북적한 가게 사진을 보내주면서 “저는 가게에 도착했지만, 가게가 바빠서 음식이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라이더와의 간단한 실시간 소통은 고객의 불필요한 궁금증이나 불안을 줄여주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2) 마트 주문 내역 실시간 수정 

그랩 역시 배민의 B마트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그랩과 연계된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면, 라이더가 해당 마트에서 직접 구매하여 배송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때도 채팅 기능은 큰 역할을 하는데요.

 

얼마 전 마트에서 여러 물품을 구매했는데, 라이더에게서 "고객님이 주문하신 A라는 제품이 현재 품절된 상태입니다. 대신 같은 종류의 B라는 제품이 있는데, 이걸로 대체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와 함께 해당 제품의 사진을 받았습니다.

 

제품 품절 시 그랩과 배민의 차이점 <출처: 작가 캡처>

 

저는 제품이 바뀌어도 결제 금액은 동일한지 확인했고, 라이더는 바뀐 제품의 금액으로 내역이 바뀔 것이라고 답해주었습니다.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B제품으로 변경을 요청하자 라이더는 앱의 기능을 이용하여 제 주문 내역을 즉시 수정했고, 결제 금액도 새로운 리스트에 맞게 조정되었습니다. (*물론 대체를 희망하지 않으면 주문 취소도 가능합니다)

 

반면 배민 B마트의 경우 품절된 제품이 있으면 해당 제품만 제외하고 배송하거나, 전체를 취소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그랩의 채팅 기능, 그리고 라이더가 구매 리스트를 직접 수정할 수 있었던 덕분에 편리하고 합리적인 쇼핑을 할 수 있었습니다.

 

3) 번역 기능

그랩 채팅 번역 전/후 <출처: 작가 캡처>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다고 해도, 외국인 입장에서 현지 라이더와 소통하기 어렵다면 활용이 어려웠을 텐데요. 그래서 그랩은 채팅 기능에 구글 번역을 제공합니다. 이로 인해 외국인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었죠. 고객과 라이더 모두 어떤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언어로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번역 기능은 채팅에만 국한되지 않고, 음식 메뉴도 기본적으로 현지 언어와 영어, 중국어 중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번역 전처럼 “ต้มยำ”이라고 적혀 있으면 전혀 알아보지 못했겠지만, “Tomyum”이라고 번역되어, 어떤 음식인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랩 메뉴 번역 전/후 <출처: 작가 캡처>

 

마치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그랩의 성공은 AI와 같은 화려한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간단하지만 고객이 꼭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적재적소에 제공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 데에 있습니다. 특히 라이더의 프로필, 실시간 채팅, 번역 기능, 팁 시스템 등은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의 신뢰와 편의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부터 국내 플랫폼은 내수용이라는 비판의 시선도 있는데, 그랩의 이러한 성공 전략은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되, 기획 단계부터 외국인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특히 해외 진출 시 별도의 앱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앱을 확장하는 것이 사용자 경험의 연속성과 사용성 측면에서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기능을 포함하는 것은 나라마다 법적인 문제, 인식의 차이 등으로 인해 실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팁 문화의 경우가 그렇죠. 다만 중요한 것은 본질입니다. 팁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면, 높은 평점을 유지하는 라이더에게 배달 배정에 있어 유리한 요소를 추가하거나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자칫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기능으로 그랩은 사용자 경험을 크게 향상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키를 쥐었습니다. 앞으로 국내 플랫폼에서도 이에 관한 심도 높은 고민이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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