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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유통 1위
영업활동으로 이자도 못내는 좀비기업
경질성 인사 조치
훗날 2023년의 이마트를 회상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될 단어들입니다.
까르푸와 월마트의 경쟁에서 승리한 국산마트의 자존심,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유통공룡에서 이커머스의 공세에 밀려 사양산업으로 전락하기까지
이마트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19년 2분기, 이마트는 창사이래 최초로 분기 적자(-299억)를 기록합니다.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이자 캐시카우인 이마트의 적자 소식에 위기를 느낀 경영진은 위기를 타계할 구원투수로 컨설턴트 출신의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데요. 행정고시 출신으로 농림수산부 유통기획과에 근무했고 와튼스쿨 MBA를 거쳐 베인&컴퍼니에서 소비재/유통부문을 담당했던 강희석 파트너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강희석 대표는 ‘정용진의 남자’라 불릴 정도로 정용진 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었는데요. 컨설턴트 시절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와 같은 전문점 사업과 스타필드 설립 등을 자문한 것이 강희석 대표였기 때문입니다. 이마트의 주요 신사업이 강희석 대표 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마트가 기존에 내부 사정에 밝은 검증된 인사를 추구했던 것과 달리, '순혈주의를 타파한 사상 첫 외부 인사'로 유통가의 기대와 우려 속에 대표에 취임한 첫 해. 강희석 대표는 부츠, 삐에로쇼핑, PK마켓, 메종티시아 등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점포 리뉴얼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섭니다.
강희석 대표 부임 이후 이마트 실적은 빠르게 반등했는데요. 특히 고무적인 것은 매출 성장세였습니다. 매년 10% 이상의 매출 성장과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강희석 효과를 입증했죠.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정세에 접어들자 강희석 대표는 빠르게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데요. 쿠팡과 진검승부를 벌이기 위한 비장의 카드.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의 사업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180도 전환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이베이 인수의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그건 표면적인 이유일뿐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 19년 11월 5일 인베스트 조선
신세계 쓱닷컴, 지금 실적으론 어피너티 등 투자금 전부 '부채'화
SSG닷컴이 2023 사업연도에 ▲총매출(GMV) 요건 또는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FI들은 2024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보유 주식 전부를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에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
SSG 법인 설립 당시 자금이 부족했던 신세계그룹은 외부 투자자들에게 7천억의 투자금을 받는 대가로 SSG가 23년까지 거래액 10조를 넘지 않거나 상장에 실패할 경우 24년 5월 투자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SK스퀘어의 11번가 콜옵션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2020년 기준 SSG의 거래액은 3조 9236억, 3년 안에 거래액 10조를 달성하려면 매년 40% 이상의 성장이 필요합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죠. 그런데 이걸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가 하나 있습니다.
거래액이 큰 쇼핑몰을 인수해 SSG와 합병하고 합병한 법인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한다.
▶ 21년 6월 21일 조선비즈
[단독] 이명희 만난 강희석...“SSG닷컴 상장 위해 이베이 인수해야”
하지만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에도 신세계그룹 내부에선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그런데도 강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밀어붙였다. SSG닷컴이 2019년 법인 출범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 등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만큼, SSG닷컴을 상장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서다. |
그룹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희 회장과 독대까지 불사하며 이베이 인수를 밀어붙인 것이 바로 강희석 대표였는데요. 강희석 대표의 계획은
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SSG 법인과 합병하여 거래액 10조를 달성
② 높은 시장 점유율과 거래액을 바탕으로 SSG 합병법인을 주식시장 상장
③ 상장을 통해 수혈된 자금으로 물류센터를 건립하여 쿠팡과 정면승부
였을 겁니다.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하여 100조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니, SSG는 못해도 최소 10조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강희석 대표의 생각이었겠죠.
문제는 강희석 대표의 생각과 달리 미국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IPO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고 흑자를 내고 있던 이베이코리아가 인수 후 적자로 돌아서며 SSG 상장이 요원해졌다는 데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의 최우선 목적이 SSG의 상장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상장이 요원해지는 순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주도한 인물에게 책임을 묻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죠.
저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스마일클럽 회원이었습니다. 제가 스마일클럽 회원을 5년째 유지하고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요.
1) 가입 즉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준다. (연회비 30000원 / 포인트 35000원)
2) 스마일배송 상품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쿠폰을 준다.
연회비보다 많은 포인트를 주고 무료배송 쿠폰까지 주는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최소 일 년에 한 번은 옥션이나 이베이에서 물건을 구매했으니까요. 그런데 스마일클럽이 신세계 유니버스로 바뀌면서 올해부터 멤버십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1) 가입 즉시 사용 가능한 포인트가 35000원에서 30000원으로 줄어들었다.
2) 스마일배송 상품 무료배송 쿠폰이 없어졌다.
3) 옛날만큼 옥션과 지마켓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4) 스타벅스 사이즈업 혜택이 없어졌다.
5) 가입한 멤버십과 월정액 서비스가 너무 많아 관리가 어렵다.
“포인트가 줄어들고 무료배송 쿠폰이 없어지고 스타벅스 사이즈업 혜택이 없어졌다.” 개별적으로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을 설계한 분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겠죠. 그런데 스마일클럽 시절에는 연관도 없던 스타벅스 사이즈업 혜택을 주다가 정작 신세계 유니버스 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멤버십에서 메인 혜택 중 하나인 스타벅스 사이즈업을 없애버렸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충분히 빈정이 상할 만한 일이죠. (원래 줬다 뺏는 게 더 기분 나쁨)
많은 서비스들이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고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하는데요. 멤버십 서비스가 안착하고 유의미한 락인 효과를 거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대부분의 서비스가 멤버십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원적인 질문부터 해보죠. 사용자가 멤버십을 가입하는 이유가 뭘까?
저는 사용자가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하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봅니다.
① 불편해서 ② 가입하면 큰 혜택을 줘서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죠. 사용자가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는 이유는 뭘까요? 프리미엄에 가입하지 않으면 광고를 봐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유튜브 뮤직을 이용할 수 있다는 혜택은 덤이죠. 쿠팡을 예로 들어볼까요? 로켓와우에 가입하지 않아도 로켓 배송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대신 19,800원치 상품을 담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죠. 한 달에 4,900원을 내면 어떤 상품을 추가해서 19,800원을 채워야 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로켓배송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멤버십을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과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4900원을 지불하는 겁니다. 쿠팡이츠니 쿠팡플레이니 결국 곁다리일 뿐이죠. 유일하게 이 노선에서 벗어난 게 네이버 멤버십입니다. 대신 네이버는 가입비를 뽑고 남을 만한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죠.
많은 서비스들이 혜택에 초점을 맞춰 멤버십을 설계하는데요. 단순히 혜택만으로 성공한 멤버십은 현재까지 네이버 멤버십이 유일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네이버만큼 퍼주지 못하면 혜택만으로는 절대 멤버십이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불편함과 혜택.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야 성공한 멤버십이 될 수 있습니다.
불편함과 혜택, 이 관점에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살펴볼까요?
▶23년 6월 13일 글로벌경제신문
야심차게 등장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아직 갈 길 멀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신세계그룹이 갖고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무엇을 원하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 플랫폼을 횡(橫) 적으로 잇는다"
(중략)
그러나 이마트24와 신세계푸드, 스타필드 등 계열사와 대한항공과 KT 등 외부 협력사에서도 멤버십 참여를 놓고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확장성 측면에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기대감은 높다 |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유난히 혜택을 강조합니다. 언론보도 어디에도 유니버스 클럽을 이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편함에 대한 내용은 없죠. 뭐 좋습니다. 네이버 멤버십처럼 혜택을 퍼준다면 유니버스 클럽을 이용할 충분한 명분이 되니까요. 하지만 정작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문제점은 따로 있습니다. “혜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분산되어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언뜻 보면 대단한 혜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이게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크리티컬한 문제점입니다. 유니버스 클럽은 온라인 기반 멤버십이거든요.
네이버 멤버십은 네이버에 모든 혜택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죠. 이건 쿠팡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혜택이 온라인 기반입니다. 반대로 유니버스 클럽은 SSG, 지마켓, 옥션을 제외하고 혜택이 오프라인 기반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굳이 멤버십을 가입한 서비스를 실행해 멤버십 인증을 받아야 하죠. 대단한 혜택을 준다면 모를까 고만고만한 혜택을 받기 위해 앱을 실행하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과연 소비자가 그렇게 귀찮은 짓을 할까요?
▶23년 6월 13일 글로벌경제신문
야심차게 등장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아직 갈 길 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멤버십은 결국 소비자를 잡아두기 위한 것이다. 국내 고객들은 이미 멤버십을 겪으면서 해당 멤버십이 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고민한다"며 "당장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들여다보면 계열사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한곳에 묶어놨다는 수준에 그쳐있다고 말했다. |
유니버스 클럽 설계자의 생각
전국에 깔린 신세계 유통망을 이용해 혜택을 주면 사람들이 유니버스 클럽에 가입하겠지?
실제 소비자의 생각
혜택을 받으려면 앱을 다운 실행하고 쿠폰을 다운받아야 함? 자동으로 적용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잡스러운 혜택이 왜 이렇게 많아? 멤버십 이용하려면 공부까지 해야 됨?
멤버십은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다채로운 콘텐츠가 아니라 킬러 콘텐츠니까요. 신세계 유니버스의 킬러 콘텐츠는 과연 무엇인가요?
이베이코리아 인수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는데요. 인수 2년이 지난 현재, 기대와 달리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 간의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계열사 간 교통정리를 명분으로 SSG는 오픈마켓을 포기했고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던 이베이코리아는 이마트 인수 이후 적자 전환하며 시너지는커녕 서로의 발목만 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이유가 뭘까요? 통합을 주도해야 할 이마트의 내부 교통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된 이마트 관련 앱은 총 5개인데요.
여기에 이마트가 인수한 옥션과 지마켓, W컨셉 앱까지 포함하면 이커머스 관련 앱은 총 8개가 됩니다. 인수한 옥션과 지마켓, W컨셉이 별도 앱을 쓰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같은 이마트 그룹 체인 내에서 앱이 분리되어 있다는건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통합을 해도 모자랄 판에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최근 이마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실패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이마트24의 게임포털 서비스 종료입니다.
▶23년 12월 20일 디지털투데이
'본업 충실' 이마트24...로그인 간편화·게임포털 종료
이마트24는 지난 2022년 11월 게임을 하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콘셉트의 자체 모바일 앱 '이버스'를 오픈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중략)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게임으로 구현된 앱 특성상 빈번한 업데이트와 무거운 앱 가동률이 발목을 잡았다. 이용자들은 앱이 직관적이지 않을 뿐더러 가독성마저 떨어진다는 불만을 토로해왔다. |
이커머스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주목을 받자 게임 요소를 전면에 내세워 이마트 24앱을 리뉴얼한 '이버스'는 소비자의 혹평 속에 출시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는데요. 이 앱의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마트24 앱을 이용하려면 별도 회원가입이 필요했다는 점입니다. (현재는 신세계포인트 통합회원 ID로 로그인 가능) 비슷한 시기 더팝, GS더프레시, 우리동네딜리버리 등 흩어져있던 자사 앱을 하나로 통합한 GS리테일의 우리동네GS와 비교해보면 이마트의 내부 관리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최근 몇 년간 이마트는 신사업과 과감한 M&A로 신규 먹거리 발굴에 나섰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마트가 인수한 회사와 신사업의 성적표를 살펴볼까요?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 조금더 거슬러올라가면 스타필드의 성공을 제외하고 나머지 신사업과 M&A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전문점을 본격적으로 런칭한 18년부터 19년까지 전문점 누적 손실액이 1,606억에 달할 정도로 큰 실패를 맛봤는데요. 정용진 부회장은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라며 실패보다는 도전과 경험에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18년부터 23년까지 이마트의 부채비율 입니다. 21년부터 공격적 M&A와 신사업 투자로 인해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고 차입금이 대폭 증가했는데요. 부채비율은 19년 89.15%에서 23년 3분기 150.45%로 일년에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18년 880억에서 22년 3175억으로 260% 증가했습니다. 도전과 경험이라고 치부하기엔 대가가 너무 크죠. 이마트의 주요 자산(마곡 부지, 성수동 본사건물, 신세계 라이브쇼핑 지분, 가양/별내점 등 이마트 13개 지점 부지)을 팔아서 번 돈으로 투자한 신사업과 M&A가 재무상태만 악화시키며 그룹 내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렸으니까요.
심각한 것은 늘어난 차입금으로 인해 이자 부담이 증가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내는 좀비기업이 됐다는 겁니다. 재무통이라 불리는 한채양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은 이마트의 재무상태가 그만큼 위험상태에 다다랐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마트 몰락의 원인을 되짚어가다 보면 결국 모든 원인이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데요.
이마트의 최대 리스크 바로 정용진 부회장입니다.
실패한 M&A와 신사업의 상당수가 정용진 부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들이고 이것들이 이마트 재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요. 오너의 잘못된 판단으로 신사업이 실패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흔한 일이고 정용진 부회장의 말처럼 도전과 경험에 따른 대가라고 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진짜 문제는 이마트가 최근 진행했던 M&A와 신사업 상당수가 정용진 부회장의 개인취향이 반영된 작품이라는 데 있습니다.
애주가로 소문난 정용진 회장이 술과 관련되어 벌인 사업만 해도 제주소주 인수, 미국 와이너리 인수, 발포주 레츠 출시와 기안 84와 협업한 킹소주 출시, 최근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증류기까지 구입하며 증류주 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데요. 주류 사업에 이마트가 투자한 돈만 4000~5000억, 그 중 1000억 정도가 적자로 공중분해되었습니다. 주류사업은 손대는 것마다 실패하고 있지만 부회장님의 도전정신 덕분에 적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종을 바꿔가며 계속 도전 중이죠. 뿐만 아니라 사회인 야구에 참여할 정도로 야구에 관심이 많은 부회장님 주도하에 대기업들이 발을 빼고 있는 야구단 인수에 쓰인 돈이 1300억, 일년에 운영비만 200~300억 정도가 소요되는 것은 보너스죠.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 몰리의 이름을 딴 몰리스펫샵이 실적 악화로 매각을 타진했다가 매각에 실패해 근근히 브랜드만 유지하고 있는 건 너무 소소해서 사업 실패 축에 끼지도 못할 정도고요.
자존감이 높고 자기애가 강한 부회장님은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오너캐(Owner Character, 원작자를 상징하는 오리지널 캐릭터)인 제이릴라를 만들고 이를 사업 곳곳에 활용하고 있는데요. 야구장에 제이릴라 캐릭터 가면을 쓴 홍보맨을 등장시키고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이마트24에 제이릴라를 등장시키는 것도 모자라 제이릴라를 전면에 내세운 프리미엄 베이커리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와 골프웨어 브랜드인 제이릴라를 런칭하여 IP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들 역시 넘치는 자기애에 비해 부족한 사업성으로 회사에 재무부담만 안겨주고 있죠.
부회장님은 바쁜 활동 와중에도 활발한 SNS 활동으로 81만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한데요. 화려한 소통 능력으로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한국의 일론 머스크답게 여러 가지 비판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멸공 논란이죠. 일개 개인이라면 몰라도 기업가가 자신의 정치색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기업 경영에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실제로 멸공 논란으로 인해 이마트와 스타벅스에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신세계 그룹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을 생각해보면 멸공이라는 정치적 발언은 대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는 절대 하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정용진 씨는 일개 개인이 아니고 이마트라는 거대 기업을 이끄는 대기업 총수이자 인스타그램은 사적인 공간이 아니며 81만 명의 팔로워가 보는 공적인 공간이니까요.
슈퍼마켓 체인 1위 야구단을 인수하고 우승에 성공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몰락 무리한 신사업 추진으로 재정이 악화되어 파산 |
어느 회사 이야기일까요?
현재는 이온그룹의 산하 브랜드가 된 일본 슈퍼마켓 체인 다이에 그룹 이야기입니다.
과거 이마트는 혁신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일찍부터 PB 상품의 중요성을 깨닫고 피코크와 노브랜드를 잇달아 런칭하며 두 브랜드를 이마트의 대표 효자 상품으로 만들었고 대형 마트 트렌드가 도심형 상권에서 교외형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변모하자 선도적으로 체험형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를 런칭하며 복합 쇼핑몰 붐을 주도했습니다. 경쟁사보다 6년 빠른 2014년에 통합몰인 SSG를 런칭했고 같은 시기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인 네오센터를 건립하며 일찌감치 온라인 전환에 대비했죠. 이마트가 벌이는 신사업만 보고 있어도 유통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마트는 항상 앞서가는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마트가 후져졌습니다.
유통업계를 주도하던 혁신의 아이콘에서 쿠팡의 공세와 온라인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업에 쫓겨 본업을 소홀히 한 결과 후발 주자인 쿠팡에게 유통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국민마트, 2023년 이마트가 받아든 씁쓸한 성적표입니다.
이마트 신임대표로 취임한 한채양 대표는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오프라인 점포를 확대하고 점포 리뉴얼을 통해 이마트의 일등 정신을 되살리자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는데요. 그동안 온라인 중심 전략에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180도 전환하는 선언인 셈입니다.
위기의 이마트. 이마트는 잃어버린 국민마트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2024년 달라질 이마트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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