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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다 보면, 트럭에 붙은 눈 스티커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언뜻 보면 귀엽게 느껴지는 왕눈이 스티커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한국도로공사에서 개발했다고 한다. 스티커의 반사지 재질은 전조등 빛을 약 200m 후방까지 반사 시킬 수 있어서 야간에 전방 주시태만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왜 하필 커다란 눈 모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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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심리학: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호손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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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다 보면, 트럭에 붙은 눈 스티커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언뜻 보면 귀엽게 느껴지는 왕눈이 스티커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한국도로공사에서 개발했다고 한다. 스티커의 반사지 재질은 전조등 빛을 약 200m 후방까지 반사 시킬 수 있어서 야간에 전방 주시태만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왜 하필 커다란 눈 모양일까?

 

Figure 1(출처: 직접 촬영한 이미지)

 

이는 ‘감시의 눈 효과(watching-eye effect)’ 때문이다. 뉴캐슬 대학교의 다니엘 네틀(Daniel Nettle)을 비롯한 연구진들에 따르면, 지켜보고 있는 듯한 눈 모양이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관찰되고 있다고 느낌으로써 평소보다 더 이타적이고 친사회적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감시의 눈 효과 연구 논문/다니엘 네튼 외 4인

 

이들은 기부금 실험을 통해 기부금 통 옆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았을 때 보다 눈 포스터를 붙여놓았을 때,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부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눈 이미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이타적인 행동 확률이 증가하는 것 외에도 반사회적 행동 위험이 35%나 감소한다고 밝혀졌다.*

*기부금 실험 연구 논문/키스 디어 외 2인

 

Figure 2 눈 포스터 예시 (출처:감시의 눈 효과 연구 논문)

 

물론,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관찰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효과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번 챕터에서 이야기해 볼 개념인 호손효과(Hawthorne effect)는 사용자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걸 인식했을 때 행동을 바꾸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1920년 대에 일리노이주 호손(Hawthorne)에 있는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생산성이 올라갔음을 확인한 실험을 통해 처음 증명된 개념이다. 이 실험을 설계할 당시, 연구자들은 근로자들이 일하는 공간의 조명 밝기나 금전적 인센티브, 휴식 횟수 등의 요인들이 생산성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건 단순히 누군가에게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생산성 향상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임금과 복지 향상이 아니라 감시자, 관찰자라는 결과는 현대의 경영, 조직 문화 관리 전략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후 이 연구와 실험의 한계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미 호손효과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1. 일상에서의 호손효과

1-1. 필라테스

3~4명이 함께 필라테스 그룹 레슨을 받다 보면 선생님이 한 명씩 돌아가며 자세 교정을 해주신다. 옆 사람을 봐주실 땐 몸의 힘이 살짝 빠졌다가 선생님이 점점 가까워지고, 관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손끝, 발끝 하나까지 꼿꼿이 세우며 자세를 바로잡게 된다. 필라테스를 비롯하여 헬스, 요가 등 운동 레슨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선생님이 관찰자 역할이 되어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효과이다.

 

1-2. 온라인 커뮤니티

코로나 시기가 시작되면서 가지각색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됐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리추얼(Ritual) 모임이다. 리추얼은 매일 반복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일상에 리듬을 만드는 일종의 루틴(routine)같은 개념이다. 이를 테면, 매일 만 보씩 걷기, 아침 일기 쓰기 혹은 책 2챕터씩 읽기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어떤 행동이든 리추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리추얼 모임이란, 이러한 루틴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다. 모임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모임원들을 초대해서 매일 리추얼을 실행하고 사진, 영상 등으로 인증하면 된다. 모임 별로 추가 프로그램이 따로 있을 수 있지만, 핵심은 ‘인증’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서로가 서로의 관찰자가 되어줌으로써 흐지부지될 수 있는 루틴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모임 참여자들은 1만 원에서 30만 원까지도 하는 참가비를 내고 함께 리추얼을 실행한다. 이를 보면, 리추얼 모임에서의 호손 효과가 톡톡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2. 디지털 환경에서의 호손효과

2-1. 스크린타임

Figure 3 IOS 스크린타임 (출처: 작가캡쳐)

 

스마트폰에서 스크린타임 기능을 켜두면 일일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사용 시간을 줄이고 싶은 사용자를 위해 특정 앱에 대한 사용 시간 제한을 설정하거나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는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스크린타임 기능 자체가 관찰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용자는 스크린타임을 켜둠으로써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마다 시간이 기록된다는 걸 인지할 수 있고, 특히 사용 시간을 줄이기로 마음먹은 사용자라면 스크린타임 통계를 염두에 두어 평소보다 덜 사용하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2. 무다(Mooda)

감정기록 일기장 서비스, 무다는 모바일 앱 내에서 ‘모두의 하루’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용자와 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사용자의 일기를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티커를 붙이거나 댓글을 써서 소통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일기를 읽어주는 다른 사용자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 자체로도 매일을 기록하려는 동기 부여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리추얼 모임처럼 서로가 서로의 관찰자 역할을 하며 기록 루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3. 부작용

관찰자 덕에 생산성이 올라가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관찰자를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3-1. 시크릿모드 & 유튜브 계정 공유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 기록에 따라 맞춤형 광고를 추천해준다. 이러한 서비스는 사용자가 자신에게 최적화된 광고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겨우 한 번 방문한 쇼핑몰에 대한 배너 광고가 이후 접속하는 모든 페이지에 따라다녀서 성가시다는 단점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 정보, 위치 정보 등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시크릿모드(secret mode)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크릿모드에서는 사용자의 검색 기록 등 활동 정보가 웹 브라우저에 저장되지 않으므로 관찰자에게 감시 받지 않고 비공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을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것도 시크릿모드를 사용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튜브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 요금제(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개의 계정 생성 가능)가 도입되지 않아서 다른 이용자와 함께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하나의 계정을 공유해야 한다. 유튜브는 사용자의 검색 기록 및 시청 지속 시간, 구독 목록 등을 바탕으로 관련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있어서 다른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게 되면 원치 않는 콘텐츠 추천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사용자는 알고리즘이라는 관찰자 때문에 행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혼자 사용할 때에도 어떤 콘텐츠를 시청하는지에 따라서 다음 영상 추천에 반영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고시생이 공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한 번이라도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면 추천 영상에 계속 예능 영상이 떠서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예능 영상을 본 후에는 해당 콘텐츠에 대해서 ‘관심 없음’이나 ‘채널 추천 안함’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3-2. 슬리의 호흡 측정

슬립테크(수면을 뜻하는 Sleep과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가 합쳐져서 탄생한 단어로, 수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서비스 ‘슬리’는 사용자의 숨소리를 측정하여 수면의 질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잠을 자기 전, ‘자러 가기’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을 가까이에 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숨소리 데이터가 수집되고, 다음 날 아침에 수면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잘 들리지도 않는 숨소리를 측정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 데이터로 수면의 질을 측정하다니, 불면증의 고통을 잘 아는 사용자로서 굉장히 기대했던 서비스였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예상치 못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있었다. 

 

Figure 4. 슬리 화면(출처: 작가 캡처)

 

‘자러 가기’ 버튼을 누른 후,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들썩이는 소리 그래프 화면을 본 순간부터 소리 측정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잠에 들려면 어 느정도 여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 동안 크게 움직이면 숨소리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에 거의 목각처럼 침대에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고 잠들 때까지 얼음 상태를 유지했다.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숨소리 측정을 하는 건데, 오히려 숨소리를 관찰당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4. 마무리: UX 디자이너라면 주의해야 할 호손효과

관찰자는 사용자로 하여금 생산적인 행동을 유도하거나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 실제로 관찰자가 존재하지 않아도 관찰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 반면, 관찰자가 오히려 사용자를 불편하고 성가시게 만드는 사례도 있었는데, 사용자가 이렇게 느끼는 순간 서비스는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감시자로 전락해버린다. 이렇게 관찰과 감시는 한 끗 차이이기 때문에 사용성 테스트를 해야 하는 UX 디자이너라면 특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는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론 중 하나로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을 관찰하며 서비스가 사용하기 쉬운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파악할 수 있다. 실제 사용자의 행동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출시 전, 후에 거의 관례처럼 행해지는 단계인데, 문제는 바로 눈앞에 관찰자가 존재하거나 모든 과정이 관찰되고 있음을 명시한 후에 진행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를 만든 관찰자가 바로 앞에 있으니 서비스에 대해서 일부러 좋게 평가하려고 하거나 불편한 점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마치 심사위원에게 평가받듯 과업을 수행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거나 주의 깊게 과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 서비스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인지 평가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 평가하는 것인데 관찰자로 인해 테스트의 주체가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성 테스트를 할 때는 사용자에게 솔직한 피드백과 평소와 같은 행동이 중요하다는 걸 확실하게 설명하고, 모든 과업 수행을 완벽하게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사용성 테스트를 하든 서비스를 기획하든, 의도치 않게 사용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내 디자인이 감시자가 아닌 조력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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