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C ‘2023 스타트업 투자 브리핑’ 불친절한 차트 개선하기

스타트업 데이터 베이스 전문회사인 더브이씨(The VC)가 2023년 한국 스타트업 투자 브리핑 자료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한 해 동안의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 추이, 투자 분야 등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자료에 사용된 차트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친절하지 않게 디자인되었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하면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차트로 업데이트할 수 있을까요?

명확한 제목과 단위 사용하기

2023년 스타트업 투자 건수 및 금액을 지난해와 비교해서 보여주는 차트입니다. 차트를 살펴보니, 두 차트 모두 단위가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른쪽 투자 금액 차트의 단위는 무엇일까요? ‘원’이라고 하기에는 그 금액이 너무 적네요. 차트 내에서는 그 정보를 찾을 수 없어서 본문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2023년 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의 투자 금액이 ‘6조 211억 2,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차트에 적힌 2023 YTD의 숫자가 ‘60,211’인 것으로 보아 투자 금액의 단위는 ‘억 원’인 것 같습니다.
 

차트는 그 자체로 독자들이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차트의 단위를 찾기 위해 리포트를 읽으며 차트와 비교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차트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찾는다고 해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요구될 것입니다. 따라서, 차트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명확한 제목과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중 축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걸로

2023년 분기별 스타트업 투자 금액 추이를 보여주는 차트입니다. 분기별 투자금액과 YoY*(%) 정보가 한 차트에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네요. 바로 Y축의 0점이 두 개가 생겨버렸습니다. 막대그래프와 선그래프는 둘 중 어떤 0점을 기준으로 읽어야 할까요?

* ‘YoY’ 은 ‘Year-Over-Year’의 약어로 전년 대비 증감률을 의미합니다.

이중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 차트에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각각의 그래프가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지 레이블을 찾아 읽어야 하고, 각 그래프에 해당하는 Y축이 왼쪽과 오른쪽 중 어떤 것인지 찾고, 해당하는 축을 기준으로 그래프의 변화를 파악해야 합니다. 두 개의 그래프가 겹쳐져 있는 복잡한 이미지에서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정보가 파악되기 때문에, 차트를 통한 직관적인 정보의 전달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 위험한 것은 차트의 정보가 잘못 전달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선 그래프를 살펴봅시다. Y축에 두 개의 0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0점을 기준으로 선 그래프를 보느냐에 따라 본래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생깁니다. 선 그래프 위에 적혀있는 값을 하나씩 읽어야지만 정확한 그래프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직관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이충 축의 차트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카테고리가 많으면, 파이차트 대신 막대그래프 사용하기

2023년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별 비중을 보여주는 파이차트입니다.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는 모두 10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10개의 파란색 계열이 사용되었는데, 사실상 그 색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왼쪽의 투자 건수 차트에서 3.1%는 어떤 투자 라운드를 의미하는 것 같나요? 그럼 오른쪽 투자 금액 차트에서 0.4%는 어떤 투자 라운드일까요?

파이차트는 적은 수의 카테고리에 대한 상대적 비율을 보여주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카테고리가 많아질수록 정보 파악이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테고리가 많을수록, 각 조각의 각도에 따른 크기 비교가 어려워 정확한 분석 또한 힘들어집니다. 이렇게 카테고리가 많은 경우, 막대그래프가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투자금액 정보를 막대 그래프로 업데이트해 보았습니다. 각 시리즈 라운드 별로 투자 비중이 어떻게 다른지 쉽게 파악이 됩니다. 시리즈 A 라운드에서 투자가 가장 많이 이루어졌고, 시리즈 G 라운드에서는 투자가 가장 적게 이루어졌네요. 클리브랜드(William S. Cleveland)와 맥길(Robert McGill)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길이 정보를 각도 정보보다 좀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파이차트보다 막대그래프를 통해 값을 더 쉽고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 원래 차트에서 시리즈 순서대로 파이 크기가 보여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만든 제작한 것으로, 실제 차트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친절한 차트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왜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차트를 만들어야 할까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차트의 주요 목적은 정보를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디자인은 차트가 제공하는 중요한 정보를 독자가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 시간 절약: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운 차트는 사용자가 정보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만듭니다. 간단하고 명료한 디자인은 정보 처리 시간을 줄여줍니다.
• 오해 방지: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운 차트는 잘못된 해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인 차트는 이러한 오해의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 다양한 사용자 접근성: 모든 독자가 데이터 분석 전문가는 아닙니다. 이해하기 쉬운 차트는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도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효과적인 의사결정 지원: 차트를 이용한 정확하고 명확한 정보전달은 독자가 이를 바탕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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