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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지난 3년간 개인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 IC)가 아닌 한 명의 리더로서 좋은 리더란 무엇인지, 또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에 스스로 고민해 봤던 내용에 관해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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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좋은 개발 리더가 되기 위해 고민해 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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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지난 3년간 개인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 IC)가 아닌 한 명의 리더로서 좋은 리더란 무엇인지, 또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에 스스로 고민해 봤던 내용에 관해 적어보려고 한다.

 

아무리 기여자로서 일을 잘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이 경험이 좋은 리더로서의 역량으로 이어지리란 법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리더나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되면,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 컴퓨터와 다르게 인간은 생각보다 논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A라는 명령을 내리면 그대로 A라고 알아듣고 수행하는 컴퓨터와 다르게 인간은 A라고 이야기했을 때 곧이곧대로 A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인간은 각자 자라온 환경이나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에 따른 편향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똑같이 A라고 이야기해도 각자 다르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는 동일한 환경이라면 동일한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보장되지만, 인간은 평소에 100%의 퍼포먼스를 잘 내다가도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인해 갑자기 50%의 퍼포먼스를 내는 등 행동에 관한 예측이 어렵다.

 

애초에 컴퓨터라는 계산기를 잘 다루는 능력으로 인정받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인간이라는 객체를 다뤄야 하니, 어렵지 않다고 하면 더 이상할 것이다. 나 또한 인간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부족했던 탓에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팀원들의 사기를 저하하거나, 심리적 지지를 해줘야 하는 순간에 그러지 못해 상처를 주는 등 여러 가지 실패를 경험했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단지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인간 본연의 심리와 본능, 조직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같은 인문학적인 소양까지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우선 인간 본연에 대한 이해와 이러한 인간 객체들이 집단을 이루었을 때, 어떤 특성을 띠는지에 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3년 전 토스에서 처음 F-Lead라는 역할을, 그리고 쿼타랩에서 Frontend Chapter Lead라는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물었던 질문은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였다.

 

“좋다”라는 가치판단의 기준은 각각의 인간 객체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주관적인 것이기에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이 질문에 스스로의 철학과 정의가 없다면 방향성을 잃고 이도 저도 아닌 리더가 되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리더의 역할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그 사람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발맞춰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Lead라는 단어에 이끈다는 의미가 있어서 단순히 남을 이끄는 것이 좋은 리더의 역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만 있다면 앞에서 이끌든 뒤에서 밀든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리더라는 역할이 단순히 사람들을 통제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들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라면, 이제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봐야 할 차례다.

 

다행히도 이미 심리학, 교육학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동기와 행동 유발 원리에 관해 많은 논의와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실험 결과나 논문을 읽어보며 문제에 차근차근 접근해 볼 수 있었다.

 

자기결정성 이론

그중 내가 주목한 이론은 동기 이론 중 하나인 자기결정성 이론이었다. 이 이론은 인간은 흥미, 호기심과 같은 내적 통제 요인에 의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하며 심리적인 성장과 통합을 향해 능동적으로 자아를 발전시키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상의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 내재적 동기와 높은 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말한다.

 

평생교육에 대한 담론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안드라고지(Andragogy)처럼, 성인의 행동 유발 원리를 이해할 때는 학습자의 의지와 같은 자율성을 더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자율성이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여 행동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심리의 산물이므로, 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먼저 그 방향성에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공감이라는 것은 세뇌라도 시키지 않는 이상 누군가가 외부에서 강제로 주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가 결정하고 납득해야 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내재적인 동기를 유발하기에 가장 적합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재된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외적 통제 요인으로만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낸다면, 그 행동을 수행하며 방해가 되는 스트레스가 주어졌을 때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아지면 설득과 공감을 통한 리더십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차피 그 정도로 큰 조직이면 리더가 매번 모든 팀원과 직접 소통하는 구조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리더는 중간 리더들에게, 중간 리더들은 팀원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소통하면 된다. <출처: 작가>

 

특히 스타트업과 같이 먼 곳에 있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높은 업무 강도, 긴 업무 시간 등 거친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이런 환경이라면 더더욱 스트레스 저항력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는 조직 구성원의 생산성, 몰입도, 소속감 등을 저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단순히 한 인간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내재적 동기가 없는 팀원에게 열심히 리더의 목표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알아서 잘 따라주거나 열심히 해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혹은 어찌어찌 따라주더라도 근본적으로 리더의 목표와 권위라는 외적 통제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행동이니, 팀원들에게 가혹한 스트레스가 주어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행동을 오랜 시간 지속하기 어렵다.

 

또한 외재적 동기는 행위 자체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도구적인 특성이 강하다. 만약 “제가 말씀드린 대로 잘해주고 계시네요”와 같이 통제 목적의 자극이 주어진다면, 자율성과 내재적 동기가 훼손되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특히 IT와 같이 기계적인 업무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창의력이 요구되는 업계에 종사할 경우, 인센티브와 같은 물적 보상에서 비롯된 외재적 동기가 더욱 힘을 쓰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외재적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내재적 동기를 손상시킬 위험도 있기에, 이런 방법을 사용할 때는 상당히 정교한 보상 설계가 필요하다. (회사가 성과와 연동된 인센티브를 주다가 갑자기 끊는다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돈도 안 나오는데 왜 해?”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팀원들이 스트레스가 있는 환경에서도 높은 동기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조직에 기여를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한 높은 자율성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조직 내에서 높은 자기실현 경향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스스로 결정했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기

사실 리더 입장에서는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제대로 해내지 못한 사람에게는 페널티를 주거나, 혹은 정치와 같은 외적 통제 요인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더 편한 방법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성인의 행동 유발 원리에는 내적 동기가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런 외적 통제 요인만 부여하게 되면 사기가 떨어지거나, 뒷담화가 생기거나, 조직의 상황에 관심을 끊어버리는 등과 같은 사이드이펙트가 터지기 쉬운 환경이 될 위험이 있다.

 

물적자원과 다르게 인적자원은 각각의 객체가 감정을 가지고 사고할 수 있기 때문에 기계론적인 시각으로는 예측과 통제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사람들의 내적 동기가 유발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 적절한 의사결정권의 위임, 기술/비즈니스적으로 Small Win을 맛볼 수 있는 환경, 명확한 목표/기대치 제시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사용해 볼 수 있다. 그중에서 나는 자율성의 가치에 가장 큰 무게를 두었다.

 

팀원이 회사에서 느끼는 자율성이란 결국 자신이 맡은 제품에 대한 의사결정권 행사, 통보가 아닌 의견을 물어보는 리더의 태도, 팀원에게 몇 가지 선택권을 주고 직접 선택하게 하는 행위 등을 통해, 팀원이 자신의 자율성을 행사하여 스스로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거나 혹은 실제로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차피 자율성은 통증과 같은 명확한 감각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자율성을 행사하고 있다고 믿는 심리적인 자각이다. 팀원들이 알게 모르게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더라도 본인이 자율성이 있다고 믿는다면 자율성이 확보된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국내와 해외 관계없이 업무 자율성이 조직에 대한 신뢰나 업무 만족도, 몰입도, 성과에 대해 유의미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실증 연구 결과도 이미 많다. 즉, 자율성이 내재적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는 흔히 이야기하는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 차이와도 큰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회사라는 조직의 특성상 모든 인간의 자율성을 100% 보장해 줄 수는 없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자율성은 객관적 감각이 아닌 심리적인 자각이므로 리더가 팀원의 자율성을 지지하는 행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리더의 역량에 따라 조직으로부터 부여되는 외재적 동기들을 내재화하여 통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팀원들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리더의 행동

그렇다면 팀원들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는 가장 먼저 현재 조직의 상태, 즉 조직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동기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진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자율성은 내재적 동기를 만들어 내어 업무 생산성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선결 조건이니, 이미 사람들이 내재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면 딱히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근데 막상 분석과 관찰을 해보면 생각보다 내재적 동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팀원들과 1 on 1 미팅을 해보며 “현재 하고 있는 업무가 재밌나요?”, “개발자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와 같이 직접적인 질문을 통해 물어보는 방법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담에서 나오는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내가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상대방은 그 질문에 편향된 사고를 하거나, 리더와의 미팅이라는 불편한 자리의 특성과 괜히 모난 돌이 되기 싫다는 동양 특유의 집단주의가 맞물려 본래 자신의 마음을 100% 털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을 편향시키지 않는 질문 방법은 유저 리서치, 인터뷰 등 상대방에게 정보를 얻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1 on 1 미팅 같은 공식적인 시간보다는 함께 담배 한 대를 피우는 상황, 카페에서 수다 떠는 상황, 퇴근 후 같이 저녁 먹는 상황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나오는 정보들이 더 솔직하고 가치 있는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출처: freepik>

 

편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여줄수록 나에게 진심을 말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얻은 정보 중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기록해 두고, 자기결정성 이론의 HRD 적용에 대한 논의라는 학술자료에서 제안한 분류 방법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사람들의 동기를 나눠보았다.

 

동기 유형행동 원리예시
무동기왜 하는지 모른다나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외적조절결과를 얻기 위해나는 사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이 일을 한다
내사조절의무감 때문에내가 좋은 팀원이 되려면 이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한다
동일시조절그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이 일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한다
통합조절그 일이 곧 나의 가치이기 때문에이 일을 하는 것이 내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다
내재동기그 일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에나는 이 일 자체가 너무 흥미롭고 재밌기 때문에 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일수록 내사조절 또는 내재동기를 가지고 있는 케이스가 많으며, 일을 시작한 지 오래된 사람인 경우 외적조절 또는 동일시조절인 케이스가 많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개발이 재밌어서”인 경우 아직 그 학습 동기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어서인 것 같고, 아무래도 경력이 더 많은 시니어의 경우 자신의 흥미 외에도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정의한 리더의 역할은 외적조절, 내사조절, 동일시조절, 통합조절과 같은 외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을 내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재밌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기를 내재화시킬 방법은 팀원들에게 자율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사실 회사라는 조직의 특성과 그 조직을 대변하는 메시지를 주로 전달하는 리더의 역할 특성상, 리더는 대부분 외재적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가 되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팀원들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행동을 해나가야 했다.

 

나는 팀원들에게 자율성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주로 사용했다.

 

  1. 통보식 의사결정 하지 않기
  2. 각 스쿼드의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들에게 자신이 맡은 서비스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위임하기
  3. 프론트엔드 챕터라는 조직의 존재 이유, 목표, 미션에 관해서는 반드시 함께 논의하기
  4. 리더는 상사가 아니며 상호 피드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통보식 의사결정 하지 않기

먼저 리더로서 취한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단순 통보식 의사결정을 피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통보라는 행위는 복종을 기대하는 외압이기 때문에 팀원의 자율성을 크게 저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챕터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슬랙 채널에 안건 공개, 자리에 찾아가서 직접 물어보기, 위클리 미팅 아젠다로 올리기 등의 액션을 통해 가급적이면 내가 고민하는 문제나 방향성을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챕터의 모든 구성원이 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의사결정에 모든 이의 의견이 반영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라도 열어준다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은 충족된다. <출처: freepik>

 

물론 리더가 의사결정을 미리 한 후 통보하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 속도는 더 빠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얻는 속도의 이점보다 팀원들의 내재 동기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사결정 전에 피드백을 받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게다가 내가 리더로 있던 5~6명 정도의 조직에서는 리더가 바쁘게 움직이며 의견을 수집한다면 속도가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리더가 아무리 잘났어도 집단지성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또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이후 결정된 내용에 공감할 확률이 단순 통보 방식보다 높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팀원들에게 그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었고, 반영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 자리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일종의 기회의 평등인 셈이다.

 

물론 팀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내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직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었으니 이후 발언 여부 자체는 본인의 선택이고 자율성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다.

 

다만 이 사람이 의견을 내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내성적인 성격 등 내면적 특성에서 발현된 것인지, 혹은 원래는 자기 주관이 있는 편인데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거나, 최근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았거나, 전 직장에서 의견을 밝혔다가 정치질을 당했거나하는 외적 요인으로부터 그 행동이 가로막히고 있는 것인지에 따라 리더의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이게 일반적인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선입견이니 그냥 의견을 묻는다고 해서 처음부터 바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애초에 성격 자체가 자기 주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니 굳이 의견을 이야기해 달라고 푸쉬해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습관같은 간단한 행동을 바꿀 수는 있어도, 이미 인격이 형성되어 버린 성인기의 성격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래서 처음부터 채용을 잘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이 경우 무동기 상태이거나 아직 자신의 발전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대화를 통해 어떻게든 동기가 될 만한 포인트를 찾아서 외재적 동기라도 부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후자의 경우 그냥 해당 요인을 제거해 주거나, 팀원을 지지해 주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참여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물론 회사라는 조직의 특성상 경영진이 내린 의사결정이나 공개된 토론을 할 수 없는 의사결정도 있기 마련이라, 부득이하게 통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통보를 하게 된 이유,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이런 의사결정이 내려진 이유 등을 팀원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도록 한다. 통보하는 경우 의사결정의 근거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팀원들은 조직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 내재적 동기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반드시 이 통보가 팀원들을 존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과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잘 설명해야 한다.

 

각 스쿼드의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에게 자신이 맡은 서비스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위임하기

내가 중요하게 지켰던 가치 중 두 번째는 바로 각 스쿼드의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들이 자신이 맡은 서비스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한 챕터의 리드라고 해도 각 제품에 대한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으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해당 스쿼드의 엔지니어에게 제안하고 선택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조직들이 특히 주니어나 신입 엔지니어에게는 의사결정권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경력 여하와 상관없이 일단 신뢰를 보내고 의사결정권을 위임했다.

 

이런 정책을 사용한 이유는 크게 2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했던 자율권에서 비롯된 내재적 동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고, 두 번째는 의사결정으로 파생된 결과로 인한 성공과 실패에 대한 감정을 오롯이 팀원이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모든 인간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고 생각하기에 팀 내의 개개인들이 느끼는 실패에 대한 감각과 감정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리더가 팀원에게 특정한 지시를 한다면 그 액션에 대한 성공과 실패에 대한 감정은 팀원의 것이 아니게 된다. 리더가 해당 액션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졌고 팀원은 그저 타인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른 감정 또한 의사결정권자인 리더에게 강하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이나 상황 탓을 하는 자기 고양적 편향을 가진 리더라면 팀원들의 불만은 더 커질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팀이 와해된다.)

 

그러나 팀원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린 이후 발생한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 리더가 의사결정을 해주었을 때에 비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나는 이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자율과 책임 원칙의 가장 근본이 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환경을 설계해 놓고 실패한 팀원을 비난해 버리면 그야말로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이런 환경을 구성하려면 반드시 아래와 같은 가치관이 동반되어야 한다.

 

누구나 다 실패할 수 있어요. 실패해도 됩니다.

다만 실패했다면 Lesson & Learn만 확실하게 뽑고 다른 동료들이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공유해 주세요.

 

특히 신규 입사자나 신입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으니 리더가 이런 이야기를 반드시 해줘야 한다. 혹은 의도적으로 리더가 작은 실패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되지만, 이 방법은 팀원에게서 라포가 어느 정도 쌓여있는 상황이 아니면 오히려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보통 이러한 행동은 국내 일반적인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더십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리더를 처음 경험해 보는 팀원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 자신이 의사결정권자라는 사실을 두려워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자책하는 등 사이드 이펙트도 발생할 수 있으니 이에 따른 리더의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리더의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최종 의사결정권을 위임했을 때 뭔가가 잘못되면 결국 책임을 져야 한다. 의사결정권을 위임했다고 해서 팀의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까지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최종 의사결정권을 팀원에게 위임함으로써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상황을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

 

또한 리더가 팀원에게 의사결정권을 위임하게 되면 더 이상 팀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라포를 쌓았거나 충분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팀원들 대부분은 리더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인 상태로 의사결정을 검토하기 때문에 결국 리더가 제안한 대로 되는 경우도 많다.

 

즉, 리더의 설득 역량과 팀원으로부터 쌓아놓은 신뢰 자산이 중요한 것이다. 내 말을 안 들어주는 팀원이 있다면 그 팀원을 책망하는 것보다 내가 설득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더 건강한 사고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1년 반 동안 다양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에게 최종 의사결정권을 위임했었고, 경력과 관계없이 3개월의 수습 기간을 통과하면 누구든 면접관으로 참여할 수 있는 등의 정책을 사용했지만, 의사결정 경험이 부족해서 조금 두려워하는 케이스를 제외하면 별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팀 내 논의 또는 나의 제안, 다른 동료의 제안을 통해 좋은 의사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뷰 프로세스 참여의 경우 “제가 감히 평가할 수 있을까요?”라는 반응도 있었다. 처음에는 서류 평가부터 참여해 보고, 이후 금방 적응해서 나중에는 인터뷰 프로세스에 관한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이러한 의사결정 체제로 인해 내가 맡은 프론트엔드 챕터는 빠른 속도의 의사결정을 해나갈 수 있었고, 이는 챕터 전체의 퍼포먼스 증가로 이어졌다.

 

main 브랜치에 머지되는 커밋의 변화 추이를 보면 대략적인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나는 2022년 3월에 입사했고 그동안 프론트엔드 챕터의 인원은 3명밖에 늘지 않았다. <출처: 작가>

 

몇몇 분들이 이러한 의사결정 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표하기는 했지만, 사실 팀원에게 최종 의사결정권을 위임했을 뿐이지 독재를 하라고 한 게 아니다. 어떤 팀원의 의사결정과정에는 반드시 다른 팀원들의 제안과 피드백이 동반되기 마련이고, 본인이 결정한 내용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 최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피드백은 코드 리뷰, 슬랙 채널 또는 오프라인에서의 토론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주어지며, 의사결정권자는 동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문제는 잡히기 마련이다.

 

처음 위임을 했을 때는 작은 실패들이 있을 수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결국 본인이 직접 선택한 행위로 인해 실패한 것이므로 다음에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연히 노력할 것이다. 이 노력에 대한 동기는 동료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 자기만족 등 외재적 동기일 수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유능감을 지니고 있어, 무능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계속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적절한 방법으로 피드백을 줘야 하며, “난 뭘 해도 안 되는 놈이야”와 같은 자기모멸감 때문에 유능감을 잃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냥 솔직하게 잘하는 건 잘한다고 얘기해 주고, 부족한 점은 같이 보완해 보자고 이야기하면 되는 것 같다. (나는 동료들의 수습 기간 통과 전략을 함께 고민할 때 이런 이야기를 특히 많이 했다)

 

이렇게 의사결정권을 각 스쿼드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엔지니어에게 위임하고 지지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는 퍼널을 제거하여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실패에 대한 감정을 팀원이 직접 느끼게 하여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퀄리티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팀원의 자율성과 유능성까지도 챙겨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식의 의사결정 체제는 각자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동상이몽 체제가 되어 대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으므로, 팀 전체의 명확한 목표 싱크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프론트엔드 챕터라는 조직의 존재 이유, 미션에 대해서는 반드시 함께 논의하기

세 번째 가치는 바로 프론트엔드 챕터라는 조직의 존재 이유나 미션에 대해서는 반드시 함께 논의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조직은 혼자서는 완수할 수 없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집단을 의미하는 만큼, 조직의 존재 의의는 미션에서부터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 아무런 참여도 할 수 없다면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필자는 프론트엔드 챕터라는 조직의 존재의의를 정의할 때 가급적 많은 팀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미션은 주로 OKR의 형태로 정의되었는데, 미션 달성의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인 Key Result보다는 미션의 본질인 Objective에 더욱 집중해서 논의하도록 만들었었다. “우리는 무엇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된 팀이며, 우리 팀의 미션은 무엇이고 그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다”와 같은 명확한 목표는 말 그대로 프론트엔드 챕터라는 조직이 회사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믿음이 흔들린다면 챕터 내외부에서 모두 “프론트엔드 챕터는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와 같은 여론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팀원들의 사기, 소속감 하락으로 인해 유능성의 상실과 내재적 동기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직의 미션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조직 운영이 마치 유닛을 부대 지정하고 어택하는 스타크래프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조직 운영은 각각의 의사결정 역량을 가진 다양한 인간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에 가깝다.

 

스타크래프트의 유닛들은 명령을 받았을 때 이 명령에 대한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저 명령을 내린대로 충실하게 수행할 뿐이다. 비록 메딕도 안 붙은 쌩마린을 럴커 밭에 보내서 전멸이 확정되어있더라도 그 유닛들은 그대로 명령을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수 많은 유닛들을 100% 플레이어의 의도대로 편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

 

조직 운영을 스타크래프트로 착각하게 되면 당연히 팀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은 오더(Order)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게임은 여러 명의 인간이 하나의 팀을 이뤄 목표를 달성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분명 다 같이 화물을 목표지점까지 밀어야 이기는 게임인데, 어떤 팀원은 혼자서 킬 하겠다고 계속 적진으로 달려들다가 죽어나가고, 어떤 팀원은 혼자 화물 지키고 있다가 죽고 있으면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 경우 리더는 명확하게 “화물 미는 것에만 집중합시다”, “나머지는 화물에서 시선을 끌고 겐지가 위도우 좀 따주세요”와 같은 명확한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며 팀원들을 이끌어야 한다. (물론 웬만큼 심해가 아니라면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의 조직 운영도 이와 비슷하다. 심지어 게임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명확한 목표를 자체적으로 부여해 주기 때문에 목표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도 없지만, 현실의 조직 운영은 목표부터 함께 싱크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이름만 같은 팀이지 누구는 오버워치를 하고 있고 누구는 배틀그라운드를 하고 있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조직의 목표는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별을 향해 항해하기 위한 좌표이다.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별의 좌표가 들어있지 않다면 항해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프론트엔드 챕터의 존재 의의, 미션과 같은 중요한 가치들은 반드시 모두가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함께 논의하고 정의했다. 또한 챕터 내부에서 정해지는 여러 정책들 또한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정해갔기 때문에, 팀원들의 자율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높은 자율성을 가진 팀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늦게까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성을 관철하기 위해 일했다. 본인들의 역량이 전혀 제한하지도 않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챕터 동료들을 논리적 근거로 설득하기만 하면 해볼 수 있었으니 재미가 없다면 더 이상했을 것이다. (물론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도 많기는 했지만…)

 

애초에 조직의 목표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멀어 보이는 개념은 평소 바쁘게 일하다 보면 쉽사리 잊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이 주입해 준 목표보다 스스로의 의지로 정한 목표가 마음속에 오래 남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프론트엔드 챕터가 스스로 방향성을 결정하되, 그저 이 방향이 회사 전체에 유익한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약간의 방향타만 잡아주었을 뿐이다.

 

리더는 상사가 아니며 상호 피드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는 바로 상호 피드백이다. 리더와 팀원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맡은 역할이 다를 뿐이며, 서로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상호 피드백 환경은 팀원이 직접 리더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팀원의 자율성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물론 피드백만 주고받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피드백을 받은 이후 리더가 직접 감사를 표하거나 실제로 피드백을 수용하는 태도가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물론 동의가 어려운 피드백은 그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면 된다.)

 

어차피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여러 가지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존재하며, 아무리 일을 오래 했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전문성이 아닌 분야에서는 초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강점이 있는 반면 명확한 약점도 함께 보유하고 있으며, 오랜 세월 몸 담아 온 프론트엔드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마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낱 한 명의 작은 인간이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다 잘할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물론 직원이 10명 남짓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뛰어난 리더 한 명이 일종의 소방관처럼 많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기도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러한 행위는 점점 더 어려워지며 이러한 위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는 다양한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형태의 조직은 리더의 역량에 굉장히 많은 부분이 좌우되는 만큼, 리더가 훌륭한 역량을 보유한 인재가 아니라면 조직 전체의 역량이 함께 무너지게 되는 리스크 또한 존재한다. 즉, 활발한 상호 피드백은 리더의 역량이 부족할 경우 리더를 성장시키거나, 혹은 리더의 부족한 의사결정역량을 헷징(Hedging)할 수 있는 수단도 될 수 있다.

 

다만 전통적인 기업에서 리더는 상사와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더 스스로가 피드백에 대한 수용력과 피드백과 자신의 감정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활발한 상호 피드백 환경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피드백 수용력은 메타인지 역량과도 연결되는데, 사실 메타인지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는 고차원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스스로 깨우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아는지 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스스로 “난 많은 것을 알아”라는 소피스트적 사고를 하게 되기 마련이다.

 

역설적으로 메타인지 역량을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또한 팀원들의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리더의 역할로 업무를 수행하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꽤나 다른 경우가 많았다.

 

다음 사례를 보자. 왼쪽은 내가 스스로를 정의한 내용이고, 오른쪽은 동료들이 나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었던 내용이다.

 

특징나의 평가타인의 평가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다.감정을 배제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너무 말투가 차갑다. 배척보다는 포용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주로 의견을 먼저 내는 편이다.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한다.너무 표현이 강해 반대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
사적인 감정을 회사에서 보이지 않는다.공과 사가 명확하다.인간미가 부족해서 다가가기 어렵다.

 

사실 이러한 가치판단에는 일종의 자기 고양 편향 또한 포함되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타인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판단하는 성향이나 개인적인 친밀도로 인한 편향까지 포함될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좋은 방향으로 편향되어 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점은 리더는 타인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는 타인이 나의 특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아두고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편향에 빠지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비록 내가 심리학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러한 편향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리더 스스로가 “나는 편향과 오류를 가지고 있다”, “내가 그렇게까지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리더도 결국 인간인 이상 당연히 역량이 좋은 부분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 한 채로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부분까지 마이크로 매니징하려고 하거나, 과도한 의사결정권을 가져가려고 한다면 조직 전체에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팀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아무래도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 편향된 사고를 하기 마련이다. 주니어 시절 통제 성향이 강한 조직을 경험했다면, 리더십도 알게 모르게 통제 성향으로 편향될 수 있으니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리더는 팀원을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존재다. 애초에 리더라는 역할은 팀원이 존재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팀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내고 그에 알맞은 액션 아이템을 실천함으로써 팀원들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을 알맞은 방향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을 벗어나 현실을 보면, 피드백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대부분의 조직의 구성원들은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양 문화에서 리더라는 존재는 명령권자와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리더는 더더욱 자신이 피드백을 원한다는 사실을 팀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수용적인 태도를 의도적으로 과장해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2주에 한 번씩 프론트엔드 챕터의 모두와 커피챗을 가지면서 그 자리의 마지막에는 항상 피드백을 요청해 왔다. 그리고 “저에게 피드백을 주시는 것은 저의 성장을 위한 일이다”, “저도 완벽하지 않으니 피드백을 통해 단점들을 보완하고 싶다”, “ㅇㅇ님이 성장을 원하시는 만큼 저도 성장을 원하는 개발자 중 한 명일 뿐이다”와 같은 명확한 의사 표현을 꾸준히 함으로써, 팀원들이 “이 사람 진짜 피드백에 진심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물론 2주에 한 번씩 의미 있는 피드백을 뽑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대부분의 시간은 “딱히 없어요”의 화려한 향연이었지만, 그래도 계속 이 시간을 유지하다 보니 간간히 의미 있는 피드백들을 받을 수 있었다. (아침에 일찍 좀 나오라던가…) 또한 그렇게 받은 피드백 중 공감 가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액션 아이템을 수립하고 이후 실행 결과를 꼭 공유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개선이 잘 되지 않았던 것들도 많지만, 내가 상대방의 피드백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사람 성격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권위주의적 문화가 강한 곳에서는 팀원이 리더에게 피드백을 준다는 행위가 꽤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 당연히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팀원이 용기 내어 해준 이야기들에 대해서 감사를 표해야 하는 것이고, 그 피드백 한 마디 한 마디를 새겨들었다는 표현 또한 해줘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피드백에 공감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팀원이 용기 내서 해준 이야기에 대한 감사 표시는 반드시 한 이후 그 피드백에 관해 공감가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자.

 

다만 팀원이 피드백을 줬을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말로는 감사하다고 해놓고 피드백 이후 액션아이템이나 액션 실행에 따른 어려움 공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 팀원은 “어차피 이 사람은 이야기해도 안 바뀌는구나”와 같은 부정적 사고가 강해지게 되고 결국 입을 다물게 된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동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면 조직은 마치 끓고 있는 압력솥처럼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리더에 대한 불만은 이미 가득한데, 이에 대해 투명하게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혹은 말해도 바뀌지 않을 거란 무력감에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래서 리더는 항상 동료들에게 적극적인 피드백을 구함으로써 동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내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잘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와 같은 메타인지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꾸준히 수집해야 한다.

 

 

마치며

지금까지 3년 정도 리더십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이어가며 필자가 느꼈던 감정은 주로 “생각보다 어렵네…?”였던 것 같다. 컴퓨터야 명령을 내리면 내리는 대로 알아서 잘 수행해 주는 친절한 친구지만, 인간은 일관되지 않은 행동과 사고를 보일 수 있고, 감정적이고 편향적이며 다양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공감 지능이 높고 사람을 좋아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인간 객체가 모인 곳에서 좋은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나는 MBTI도 대문자 T라 딱히 공감 지능이 높은 편도 아니고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래서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와 같은 주제에 굉장히 많은 고민과 리서치가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MBTI는 인정하긴 싫지만 은근히 잘 맞는 것 같다.

 

나는 사실 관계를 분석하고 논리적 추론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으로 사람의 심리와 행동원리를 연구한 학문에서 지식을 쌓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 분석하여 이 이론과 맞춰보았다. 물론 이론이 현실을 100% 설명해 줄 수는 없다. 특히 인간 행동원리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게 없다. 다만 주변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관찰하면서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나름의 고민과 분석을 진행했을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어렵다고 느꼈던 것은 아닐까? 아직 리더로서는 3년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 리더이니 이런 고민은 이제 시작 단계이고, 앞으로도 고민할 수 있는 날은 많이 남아있으니 서두르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상으로 긴 글을 마친다.

 

<원문>

인간은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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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물리 덕후 프론트엔드 개발자. 현재는 토스에서 금융 혁신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Evan's Library(https://evan-moon.github.io)라는 블로그에 기술 분석이나 개인적인 철학에 대한 글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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