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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iOS 17.2 버전에서 아이폰에 일기(Journal)라는 앱을 출시했습니다. 이 17.2 버전의 릴리즈는 23년 12월쯤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애플 베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미리 사용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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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iOS 17.2 버전에서 아이폰에 일기(Journal)라는 앱을 출시했습니다. 이 17.2 버전의 릴리즈는 23년 12월쯤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애플 베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미리 사용해 봤습니다.
매일까진 아니어도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애플에서 만든 일기 앱은 기존의 앱들과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 궁금했는데요. 며칠 써보니 유용한 점이 있어 꾸준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애플 일기 앱의 사용 방법과 특징, 애플이 일기 앱을 만들게 된 목적을 예측해 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쓴 11월 기준, iOS 17.2는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기 앱을 사용하려면 베타 버전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Apple 베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iOS를 업데이트할 수 있으며, 업데이트 후 앱스토어에서 ‘Journal’을 검색해 설치할 수 있습니다.
*앱 이름은 ‘Journal’이지만 설치 이후로는 ‘일기’라고 표기되므로 이번 글에서는 일기 혹은 애플 일기로 지칭했습니다.
일기 앱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 일기 쓰기의 효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일기를 쓰면 무엇이 좋을까요? 먼저 일기의 사전적 정의는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으로, 다른 글쓰기에 비해 1. 형식이 매우 자유롭다는 것과 2. 저자와 독자가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기도 글쓰기의 한 종류인 만큼 꾸준히 쓴다면 글쓰기 역량을 향상시키고, 창의성, 표현력이 풍부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과거 자신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것으로 자기 인식이나 성장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더불어 당시의 시대상을 잘 담고 있는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같이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기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1) 꾸준히 쓰기 어렵다는 점, 2) 글쓰기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3) 일기 주제를 정하기 어렵다는 것 4) 일기 쓰기에 시간을 들이기 어렵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폰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일기 앱이 등장했고, 마침내 애플도 일기 앱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베타 버전이지만 어떤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일기 앱의 소개부터 살펴봤습니다. 앱의 목적은 앱을 만든 사람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크게 다섯 가지 기능을 사용자에게 어필하고 있는데, 앱 설치 이후 실행 과정부터 순서대로 살펴봤습니다.
우선 앱을 열면 초기 랜딩페이지를 통해 일기 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 줍니다. 그다음 일기 쓰기 제안 기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일기 쓰기 제안 기능은 푸시 알림 같은 방법으로, ‘일기에 쓸 내용을 제안한다’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원문 앱스토어의 설명은 Journaling suggestions입니다.)
이후 단계에서 사용자 아이폰에서 수집된 데이터 중 어떤 내용을 일기의 내용으로 제안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사용자의 활동(운동), 사용했던 미디어(음악), 통화와 사진, 위치 정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기 쓰기 제안 기능은 이후에도 언급하겠지만, 다른 일기 앱에 비해 애플 일기에서 가장 차별점이 될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주제로 쓸지 고민할 때 ‘이런 주제로 써볼래?’라고 제안해 주는 것으로, 일기 쓰기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하여 사용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물론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추가 설정이 가능함을 알려준 후 본격적으로 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기에서 추가 버튼을 클릭하면 ‘모멘트’를 선택하여 쓰기가 뜹니다. 모멘트는 일기 주제를 제안하는 템플릿인데 이를 선택해 일기 쓰기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바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모멘트를 선택한다고 해서 별도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고, 일기 쓰는 칸 위에 문장을 띄워줍니다.
일기는 글 외에 다른 콘텐츠를 추가할 수도 있는데요. 일기 쓰기 제안에서 추천하는 다른 콘텐츠를 추가하거나, 사진, 음성 녹음, 위치 등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모멘트를 통해 일기에 추가한 것들을 미디어라고 하면, 미디어는 일기의 상단 부분에 고정적으로 배치됩니다. 즉, 미디어끼리 상단 영역 안에서 위치를 바꾸거나 크기를 조절할 순 있지만, 보통의 글처럼 글 사이에 배치하거나 글 옆에 배치하는 등 자유롭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미디어의 영역과 글의 영역을 구분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는데, 일기 앱에 광고나 수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짧게 쓰는 것이 앱 활성화 관점에서 더 좋습니다. 각 미디어를 주제로 글을 쓰려면 여러 개의 글을 작성해야 하죠. 모바일의 특성상 글을 길게 쓰는 것은 불편하기도 하고요. 이에 애플은 글을 짧지만 자주 쓸 수 있게 고려한 것 같습니다.
또한 미디어의 경우 앞서 말한 추천 콘텐츠, 사진, 음성 녹음, 위치 외에도 다른 앱과 호환해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 뮤직(음악)의 콘텐츠를 추가하거나, 카메라를 활용해 이미지를 텍스트로 읽어서 추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링크 공유 기능을 통해 SNS에 게재하는 것처럼 일기 앱에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애플 일기에서 이전에 작성했던 일기를 보는 것이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Day One’이라는 일기 앱으로 사용자가 일기를 언제 썼는지, 주요 키워드는 무엇인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지만, 애플 일기 앱은 SNS의 타임라인처럼 스크롤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플 일기 앱은 사용자가 그동안 썼던 일기를 시간 순서로 정렬하여 보여주기만 할 뿐, 특정 날짜로 접근하거나, 콘텐츠 내용으로 검색하는 등 탐색 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필터링’이라는 기능을 제공하는데요. 특정 미디어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플 일기가 이렇게 만들어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읽기 기능보다는 쓰기 기능에 더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보통 앱 내에 있는 설정 기능도 없고, 아이폰 설정에서 ‘일기 쓰기 제안’과 ‘일기 쓰기 일정(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통한 리마인드)’ 정도만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또한 현재 아이폰 외에 아이패드나 맥북 등에서는 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기존에 있던 다른 일기 앱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간단하게 비교해 보겠습니다. 단, 앱스토어에 있는 수많은 일기 앱을 전부 확인할 순 없어서 다음과 같은 조건을 뒀습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전에 일기 앱을 사용하지 않았던 입문 사용자의 관점에서 비교하고자 했습니다.
즉, 사용자가 일기 앱을 쓰는 목적은 크게 3가지로, 일상을 예쁘게 꾸미기 위한 ‘다이어리’,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노트’, 간편한 글쓰기를 위한 ‘저널’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이에 따라 각 앱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기능과 편의성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애플 일기 앱의 차별점은 일기 쓰기 제안과 콘텐츠 연동으로, 위 목적 중에서는 저널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일기 앱과 비교해 애플 일기가 더 좋은 기능을 제공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른 앱에 비해 불편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고요. 대신 현재 아이폰 사용자면서 이전에 일기 앱을 쓰지 않았던 사용자라면, 새로운 일기 습관을 만드는 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일기 앱은 지난 6월 WWDC23에서 공개한 iOS17에 언급된 서비스인만큼 이미 알려져 있었는데요. 일기 앱이 아이폰 사용자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여러 콘텐츠를 연동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일기 앱에 비해 우위를 선점한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애플의 셜로킹(애플이 타사 앱을 모방해 기능을 무료 자체 앱으로 제공하는 현상)이 또 시작됐다는 의견이 많았죠.
예를 들어 사용자가 운동 일기를 쓰려고 한다면, 애플 워치로 운동 데이터를 바로 가져다쓸 수 있는 애플의 일기 앱이 다른 앱에 비해 편의성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기 앱은 인앱결제 없이 무료로 제공되는 앱인 만큼 직접적인 수익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데, 이러한 비판을 받으면서 앱을 출시한 이유는 무엇인지 추측해 봤습니다. 우선 공식적인 발표로는 “일기 쓰기가 정신 및 신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라면 다른 일기 앱을 통해서도 가능한 부분이라, 이것이 진짜 이유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즉, 다른 일기 앱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애플 일기 앱으로 해결하고, 그 결과 건강에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보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르겠죠.
이는 앞서 살펴본 애플의 데이터 연동과 일기 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제안 기능을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일기 쓰기 제안 기능은 사용자의 아이폰에서 수집되는 여러 활동 데이터로부터 일기 주제를 추천해 주는 기능인데요. 아직은 선택지가 적지만,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를 활용함에 따라 고도화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실제로 저는 iOS뿐만 아니라 watchOS도 베타 버전으로 업데이트했는데요. 아이폰과 연동 후 며칠이 지나고 보니, 일기 앱을 처음 받은 직후에 비해 더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일기 앱이 다양한 모멘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활동 데이터를 더 많이 쌓아야 한다”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사용자는 더 많이 아이폰 및 애플 디바이스를 활용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수요나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베타 버전을 통해 여러 피드백을 받은 후 저널 외에 다른 카테고리 기능까지 추가 개선한다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SNS’로서의 활용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만약 애플 일기에서 사용자가 지정한 특정 일기를 외부로 공유하거나, 다른 사용자가 공유한 일기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애플 생태계만의 품질 높은 SNS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BTS가 쓴 일기를 이 앱에서만 볼 수 있다면, 수많은 글로벌 팬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죠.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상상일 뿐, 일단 사용자 데이터를 다양하게 연동할 수 있는 기록 앱이 목적일 겁니다.
직접 써봤지만 일기 앱은 아직 베타 버전인만큼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다른 일기 앱이 충분히 좋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유일한 솔루션이라고 보기도 어렵고요. 그러나 일기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차별점이 있는 만큼, 애플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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