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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6일, OpenAI의 첫 번째 개발자 행사(DevDay)가 열렸습니다. 2023년 가장 뜨거웠던 이슈라면 바로 AI가 아닐까 싶은데요. AI가 만들 변화에 관한 수많은 책과 전망이 나왔죠. 하지만 예측뿐만 아니라 그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나가고 있는 곳은 바로 OpenAI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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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6일, OpenAI의 첫 번째 개발자 행사(DevDay)가 열렸습니다. 2023년 가장 뜨거웠던 이슈라면 바로 AI가 아닐까 싶은데요. AI가 만들 변화에 관한 수많은 책과 전망이 나왔죠. 하지만 예측뿐만 아니라 그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나가고 있는 곳은 바로 OpenAI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죠.
이날 행사에서는 OpenAI가 ‘아이폰 모먼트’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아이폰 모먼트란 BoA(Bank of America)가 투자보고서에서 언급했던 말로, 1990년대의 인터넷, 2000년대의 검색, 2010년대의 아이폰 등장에 비견될 만큼 AI가 경제적으로 엄청난 변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OpenAI가 아이폰 모먼트를 만들기 위한 핵심 전략은 바로 ‘GPTs’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GPTs를 중심으로 과연 OpenAI의 전략이 무엇인지, GPTs는 우리의 일과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날의 행사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DevDay’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개발자를 위한 행사였습니다. 앞으로 개발자들과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려는 OpenAI의 의도를 볼 수 있죠. 주요 발표 내용에는 GPT-4 Turbo, 개인화된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GPTs, 개발자들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Assistants API, 그리고 텍스트에서 고품질 음성을 생성하는 새로운 Text-to-Speech(TTS) 모델 등의 다양한 ‘New Stuff’가 있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GPT Turbo는 300페이지 정도 분량의 글을 입력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한 것이고, TTS는 말 그대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기능입니다. 향후 챗GPT를 통해 창작물을 만들려고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죠.
여기서 제가 주목했던 건 바로 GPTs입니다. GPTs는 한마디로 앱스토어이자, 나만의 AI을 만들 수 있는 Build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아이폰 모먼트’를 이야기했는데요. 아이폰이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앱스토어 때문입니다.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다양한 앱을 공급함으로써 휴대폰을 단순한 통신 도구에서 생활의 중심으로 변화시킨 겁니다. 그렇다면 GPTs도 우리의 생활과 경제적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죠.
만약 우리가 아이폰이 처음 발표된 시점으로 타임슬립을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뭔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바로 지금이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GPTs가 가져올 변화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도 뭔가를 준비할 수 있겠죠.
OpenAI가 발표한 GPTs는 한마디로 개인이나 기업이 자신만의 GPT 버전을 만들어 퍼블리싱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한마디로 맞춤화된 AI라고 할 수 있는데요. 편의상 이 글에서는 ‘AI App'으로 부르겠습니다.
사실 GPT Store의 등장은 이미 예견됐던 부분입니다. 챗GPT 외에도 거의 모든 AI 기업들은 API를 공개하고 있고, 뤼튼이나 노션 AI, 캔바 GPT처럼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 역시 이미 출시 되어 있습니다. 또 기업의 요청에 따라 AI App을 대신 개발해주는 회사도 있고, GPTs 발표 이전에 독자적으로 AI App Store를 만든 회사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올거나이즈 같은 곳입니다.
그렇다면 OpenAI는 왜 갑자기 GPTs를 들고나왔을까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일단 현재 AI 업계의 상황을 보면, OpenAI는 DevDay를 통해 챗GPT가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룬 다양한 성과를 자랑했습니다. 2백만 명의 개발자와 Fortune 선정 500대 기업의 92%가 함께 하고 있다고 말이죠. 주간 활성 사용자도 1억 명에 달한다는 수치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습니다. 먹을 곳이 많은 곳에는 경쟁자가 몰립니다. 조만간 구글은 차세대 AI인 Gemini를 발표할 예정이고, 메타나 애플, 또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일론 머스크나 앤트로픽까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역시 구글입니다. 구글은 생성형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20억 달러(한화 약 2조 5,844억 원)를 투자하고, 어도비와도 제휴를 맺는 등 OpenAI 입장에선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죠. 게다가 이미 수십억 명이 쓰고 있는 앱도 여럿 보유 중입니다. 구글은 2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가 6개고, 5억 명 이상으로 확대하면 15개나 됩니다.
그래서 OpenAI가 들고나온 전략이 GPTs, 플랫폼 모델입니다. 플랫폼 모델이란 한마디로 ‘양면 시장’입니다. 기본적인 기술은 제공할 테니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우리 마켓에 들어와서 장사를 하라는 거죠.
한마디로 현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사다리를 걷어찬 셈입니다. 이러한 OpenAI의 전략은 성공할까요? 아직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관건은 얼마나 많은 개발자나 기획자, 그리고 유저들이 참여하고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죠.
하지만 이러한 양면 시장의 전략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했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 IBM PC가 애플의 아성을 깨기 위해 썼던 방법이고, 그 애플이 후발주자로 MP3 플레이어나 휴대폰 시장을 장악할 때 썼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애플 앱스토어의 등장은 통신은 물론 라이프 스타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습니다. 2008년 출시된 이후, 수많은 앱이 유저의 일상 속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게 됐죠. 처음에는 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앱들이 주를 이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앱스토어는 더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렇다면 GPTs 역시 다양한 스타트업 또는 개발자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죠. GPTs의 특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모바일 앱 또는 앱스토어와 어떤 점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GPTs는 유저가 자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화된 AI App을 만들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화된 AI 개발을 가능하게 합니다. 즉, 우리 회사나 특정 산업 카테고리에 필요한 데이터를 연계한 AI가 가능하다는 거죠.
물론 여기에는 보안 이슈가 따라붙게 됩니다. 예전의 이루다 사태처럼 개인정보나 회사의 중요한 기밀을 올렸다가 외부로 유출되면 큰 문제니까요. 현재 많은 회사들이 회사 업무와 관련해서 AI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OpenAI는 유저들의 데이터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해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듯합니다.
참고로 네이버 CLOVA의 경우,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기업 내부에 CLOVA 서버를 공급하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향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화 된 AI 서비스에 대한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
개발자는 GPT Store에서 자신의 GPT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고, 유저들이 이를 사용함에 따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앱스토어를 통해 이미 확인했던 모델이죠.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앱스토어에서 초기 수익을 주도했던 앱은 주로 게임이었는데요. 마찬가지로 GPTs도 초기에 유저와 개발자를 집중시킬 수 있는 킬러앱, 아니 킬러 AI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엔 신기해서 몇 번 써볼 수도 있지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돈을 내고 구입할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요.
구글의 경우 이미 수십억 명이 사용 중인 자사의 서비스에 AI를 연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자사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서드파티를 끌어들인다면,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GPTs는 프로그래밍 기술이 없는 유저도 AI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복잡한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도 자연어를 통해 AI를 학습시키고,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GPT를 구현할 수 있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래 첨부한 사진처럼 GPT Builder와 대화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필요한 자료를 입력하면 됩니다. DevDay 행사에서는 샘 알트만이 ‘스타트업 멘토’라는 AI 앱을 직접 만드는 시연을 했습니다.
앱스토어와 GPTs의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OpenAI는 개발자들을 모아 놓고 GPTs를 발표하긴 했지만, 사실 아이디어와 콘텐츠만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죠. (물론 서비스 기획에 관한 어느 정도의 이해는 필요합니다.)
개인이 판매를 목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현재 SNS처럼 주변 지인들과 네트워킹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AI 앱도 있을 겁니다. ‘오은영 AI’가 아이 육아에 관한 고민을 상담해 줄 수도 있고, ‘강형욱 AI’가 반려견에 대해 상담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이제 유튜버나 블로거 대신 장래 희망이 ‘GPTer’라고 하는 사람이 등장할 수도 있고요.
GPTs가 앱스토어와 다른 점은 누구나 App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PT가 먼저 시작했을 뿐, AI 분야의 다른 플레이어들도 곧 비슷한 전략을 들고나올 거라 예상해 봅니다. 그렇다면 꼭 OpenAI의 GPTs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나만의 AI를 보유하게 되는 세상이 곧 다가올 거고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올까요? 일반적으로는 현재 앱스토어처럼 앱을 개발해 판매하는 모델을 떠올릴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예전에 유현준 교수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Shape Grammar’라는 개념을 접하게 됐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AI에 ‘앤디 워홀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줘’라고 요청할 수 있죠. 이는 AI가 앤디 워홀의 스타일을 학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종의 문법(Grammar)이 있는 셈이죠.
즉, Shape Grammar라는 것은 어떤 건축가의 스타일(Shape)을 문법(Grammar)으로 만들어서 그 건축가가 만들 법한 설계를 뽑아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치 아바타처럼 내가 만들 법한 다양한 옵션을 제시해 주는 거죠. 이때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을 낙점(落點)하는 것뿐입니다.
이는 기획자나 개발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AI에 본인의 업무 스타일을 학습시킨다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을 판매할 수도 있겠네요. 마치 제안서 템플릿을 파는 기획자나, GitHub에 소스를 올리는 것처럼요. 꼭 나만의 스타일이 없더라도 이런 개별적인 ‘능력템’을 잘 조합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고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각종 무술이나 언어 능력을 다운로드하는 장면이 현실화 되는 것이죠.
물론 AI로 꼭 업무 역량만 강화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여행이나 요리처럼 취미와 관련된 AI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인데요. 나만의 글 쓰는 방식을 학습시킨다면 AI가 내 스타일 그대로 글을 대신 써줄 수도 있죠. 저는 실제로 이 방법을 실험 중인데요. 그렇다면 이 글 역시 제가 직접 썼거나 아니면 AI가 제 스타일을 학습해 작성한 글일 수도 있게 됩니다.
이번 글의 제목을 ‘GPTs는 아이폰 모먼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로 정했지만, 사실 답을 알긴 어렵습니다. 다른 AI 기업이 또 어떤 무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아직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GPTs’라는 주어를 빼고 봐도 이미 AI에서 아이폰 모먼트 급의 변화가 올 것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로봇이 등장했을 때, 그리고 AI가 등장했을 때 가장 먼저 나왔던 이슈는 ‘과연 내 직업이 미래에도 존재할까?’라는 점인데요. 정확히는 AI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닙니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대체할 뿐이죠. 이렇게 봤을 때 어쩌면 미래의 경쟁력은 나만의 AI를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냐에서 판가름 날지도 모릅니다.
앞서 ‘Shape Grammar’를 예로 살펴본 것처럼, AI는 나만의 장점을 극대화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이때 가장 먼저 잠식당하는 것은 ‘평범함’입니다. 저는 ‘오은영 AI’나 ‘강형욱 AI’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이제 내 AI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나 대신 내 AI가 월급을 받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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