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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초 IT 트렌드를 읽기 위해 CES(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많은 가전 업체들이 주목하는 행사인 만큼 기조연설은 해마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는 ‘로레알’이 뷰티 기업 최초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기존에 가전, 모빌리티 업체에서 발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60년 전통을 가진 프랑스 뷰티 기업이 어떻게 세계적인 IT 전시회에 등장하게 된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뷰티 산업의 미래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홀로그래피, 가상현실(VR) 등 IT 기술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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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초 IT 트렌드를 읽기 위해 CES(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많은 가전 업체들이 주목하는 행사인 만큼 기조연설은 해마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는 ‘로레알’이 뷰티 기업 최초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기존에 가전, 모빌리티 업체에서 발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60년 전통을 가진 프랑스 뷰티 기업이 어떻게 세계적인 IT 전시회에 등장하게 된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뷰티 산업의 미래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홀로그래피, 가상현실(VR) 등 IT 기술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뷰티 산업은 전통적인 화장품 소비자를 넘어, 화장품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로레알의 사례를 통해 뷰티테크가 데이터를 이용해 어떻게 발전 중인지 뷰티테크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뷰티 기업들이 테크 기업을 인수하는 등 데이터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데이터를 통해 정교한 개인화를 가능하게 하고 타깃을 확대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로레알은 기술 회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해 뷰티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로레알이 갖고 있는 31개의 화장품 브랜드 중 로레알 파리와 케라스타즈만 자체 브랜드인 만큼, 인수합병으로 빠르게 시장 우위를 차지하여 안정적인 현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로레알은 2018년에 모디페이스라는 증강 현실 기업을 인수해, 기술과 뷰티를 접목시켜 소비자를 만족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디페이스는 AR을 기반으로 고객의 피부 진단, 가상 메이크업을 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단 몇 분 만에 AR로 로레알의 모든 립스틱을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지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 경험에 AR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은 간편하게 메이크업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이 점에 가치를 두고 모디페이스를 협업 기업에서 아예 로레알로 편입시킨 것이다. 이외에도 메타버스에서의 디지털 마케팅을 위해 Ready Player Me와 협력해 ‘로레알 프로페셔널(L'Oréal Professionnel)’을 구축하거나, NFT 시장인 OpenSea와 협력하는 등 끊임없이 뷰티와 기술의 접목을 시도했다. 로레알을 포함한 많은 뷰티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꾸준히 확보하여, 매년 새로운 서비스와 뷰티 기기를 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로레알은 2020년 CES에서 처음으로 맞춤형 보습제를 선보였다. 이 보습제가 의미 있는 이유는 위치 데이터와 사용자 선호도를 학습해 맞춤형 보습제, 파운데이션, 립스틱 기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6개월 앞서 로레알 산하 브랜드 시세이도는 스마트 스킨케어 제품은 '옵튠(Optune)'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전용 앱에 피부 측정 데이터와 꽃가루 수치, 수면 데이터 등 개인 데이터를 입력하면, 적합한 세럼과 모이스처를 제공해 주는 형태다. 8만 가지 이상의 데이터를 조합해 내 피부에 가장 적합한 1,000개의 제품 패턴이 추출된다. 또한 개인에게 지속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월정액제의 비즈니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번엔 메이크업 제품의 개인화를 살펴보자. 2023년 로레알 산하 브랜드 메이블린은 ‘3D 슈 브로우(3D shu:brow)’를 발표했다. 앞서 소개한 모디페이스와 타투업체 프린커(Prinker)와의 제휴로 얼굴을 스캔하면, 피부톤과 잘 어울리는 색상과 눈썹 모양을 단 몇 초 만에 그려주는 기기다. 높은 인쇄 해상도와 안면인식으로 개인별 특징을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눈썹을 완성해 준다.
로레알 산하 브랜드 메이블린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와 협력하여 화상회의용 가상 메이크업 키트를 개발하였다. 팀즈 화상회의 앱을 실행한 뒤, '메이블린' 필터를 적용하면 12가지 색다른 메이크업룩을 완성할 수 있다.
로레알 산하 브랜드 랑콤에서도 2016년부터 본인의 피부색에 가장 근접한 파운데이션을 20분 만에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르 뗑 파티큘리에(Le Teint Pariculier)’를 통해 랑콤 매장에서 피부를 스캔하면 피부 유형과 색상을 추출해 맞춤형 파운데이션을 제안받을 수 있다. 2016년에는 매장을 방문해야만 서비스받을 수 있었지만, 2020년부터 디지털로 전환해 웹사이트를 통해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카메라를 통해 진행되며, AI 기반 360도 셀카 동영상으로 최적의 피부색을 분석해 파운데이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한편 다른 서비스에서도 뷰티 업계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지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핀터레스트는 가상 메이크업을 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 중이다. 랑콤, 입생로랑, NYX 코스메틱 등 메이크업 브랜드를 선택하여 AR 기반으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여러 이미지를 저장하고,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주는 데 최적화된 서비스인 만큼 메이크업 체험 결과를 저장하고 비슷한 메이크업을 찾아볼 수 있다.
헤어 제품 역시 개인화되고 있다. 로레알 산하 브랜드 케라스타즈는 AI 기반 스마트 카메라로 모발과 두피를 진단하는 ‘K SCAN AI’를 개발했다. 사용자는 기기의 백색광, 교차 광선, 자외선 등 빛을 통해 모발 밀도, 굵기, 비듬 상태, 두피 영양 상태 등을 집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모발 염색도 IT와 결합하고 있는데, 2022년 CES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Colorsonic'은 40가지 이상의 컬러 조합을 통해 집에서도 편하게 염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기기 안에서 염색약이 자동으로 혼합되고, 노즐을 통해 모발에 고르게 분포되는 기술이다.
또 다른 서비스로는 2021년에 시작한 일본의 고투비가 있다. 고투비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PC나 모바일 카메라를 활용해, 현재 헤어스타일을 촬영한 뒤 염색 브랜드와 색깔을 선택하면 염색했을 때 모습을 보여준다. 고객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두피와 헤어 정보를 전달하며 자연스럽게 기업과 연결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 수집을 통해 고객들의 두피 고민은 물론, 시간 흐름에 따른 두피 건강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많은 기업 중에서도 특히 로레알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뷰티와 기술의 만남도 있겠지만, 모두를 위한 뷰티테크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CES 2023에서 발표한 합타(HAPTA)의 경우, 이동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뷰티 기기다. 스마트 모션 컨트롤러와 인체 공학적 부착기기를 개발해 손과 팔을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쉽고 안정적으로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손과 팔의 움직임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식사를 도와주는 베릴리(Verily)사와 협력해, 마스카라 용기를 열거나 립스틱 뚜껑을 여는 동작도 가능하게 해주는 완성도 높은 기술을 구현하기도 했다. 개인의 사용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자주 하는 행동을 최적화하는 자동화 기술도 도입되었다.
뷰티테크는 오프라인에서 개인 데이터를 수집,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방식에서 점차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와 웹 3.0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더 넓은 고객층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온, 오프라인을 통합해 총체적인 뷰티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시맨틱웹이라고 불리는 웹 3.0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초개인화된 웹 환경을 의미한다. 개인마다 맞춤형 정보를 제공, 가공하며 재생산할 수 있는 웹이다. 블록체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 간 거래에서 확보한 데이터도 안전하게 저장되어 상호 신뢰할 수 있다.
로레알 산하 브랜드 입생로랑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기반으로 NFT 토큰을 만들었다. 웹 3.0 기술로 구축한 커뮤니티에서 토큰을 활용해 전 세계 소비자들과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때 NFT 토큰으로 로그인한 사람들에겐 입생로랑 세일 쿠폰, 상품권 등을 제공하며, 한정판으로 출시된 화장품을 오마주하여 NFT로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메타버스 안에서도 더 깊은 뷰티경험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로레알은 뷰티 분산형 자율조직을 만들어 'GORJ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D 메이크업 아티스트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NFT 패스를 출시한 것이다.
이처럼 로레알이 만든 프로젝트는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 다양한 메이크업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3D 창작자는 자유롭게 메이크업을 테스트해 보면서, 창작물 IP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며 로열티를 전달받을 수 있다. 가상 세계 안에서 제작자와 창작자,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 안에서 브랜드와 소비자 간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하며, 온라인의 경험이 오프라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이다.
현재 뷰티테크는 개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져 개인화되고 있다. 비즈니스 역시 완제품을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인 데이터를 조합할 수 있는 카트리지 화장품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던 뷰티 제품은 이제 온라인 홈페이지를 넘어, 가상 세계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채널이 확대되었다. 개인별 상황에 따라 화장품을 구독할 수 있는 방식도 등장했다. 또한 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알면 알수록 더 깊이 관여해 고객이 가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하기까지의 여정도 파악할 수 있으니, 제품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뷰티 업계는 앞으로도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7,500년 이상을 유지해 온 원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욕망이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향도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근본적인 인간의 욕망이 최신 IT 기술과 결합했을 때, 어떤 다양한 형태로 더 발전할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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