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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브랜딩을 '페르소나 매니지먼트(persona management)'라고 부릅니다. 브랜드를 마치 하나의 인격처럼 창조한 다음 그 인격이 계속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브랜딩의 본질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특정 브랜드에 호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애정이 식는 순간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특정 이유로 마음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더 이상 그 브랜드가 가진 총체적인 느낌, 즉 페르소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요. 브랜딩에 있어서는 이 '인격'이라는 대상을 잘 관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미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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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브랜딩을 '페르소나 매니지먼트(persona management)'라고 부릅니다. 브랜드를 마치 하나의 인격처럼 창조한 다음 그 인격이 계속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브랜딩의 본질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특정 브랜드에 호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애정이 식는 순간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특정 이유로 마음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더 이상 그 브랜드가 가진 총체적인 느낌, 즉 페르소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요. 브랜딩에 있어서는 이 '인격'이라는 대상을 잘 관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미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한 가지 질문이 뒤따릅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매력적인 브랜드 페르소나를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걸까요? 말로는 '좋은 인격을 가진 브랜드가 중요하다'라고 하면서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로고나 폰트 같은 디테일한 작업물과 씨름하기 바쁘고 또 마케팅, 세일즈와 혼재된 영역까지 신경 쓰느라 전쟁터와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게 현실이죠.
그러니 점점 브랜드 페르소나를 고민할 기회는 줄어들고 그 중요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여러 개로 찢어진 종이 위에 각자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려 한 장 그림으로 완성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적용해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What-If 워크샵’입니다. ‘What-If’란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형 질문인데요, 이 질문의 초점을 브랜드에 맞춰서 '우리 브랜드에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를 토론해 보는 워크샵인 것이죠.
'What-If 워크샵'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아까 글 초반에 브랜딩은 페르소나 매니지먼트라고 이야기했던 것 기억나시나요? 사실 사람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페르소나를 전달하게 되는 순간은 특정한 사건과 마주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눈앞에 있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죠.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의 변화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위기, 예상치 못한 변수의 등장, 경쟁자의 대두, 소비자 인식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매일 맞이하는 이 상황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페르소나 매니지먼트의 핵심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이를 먼저 예측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관리해 본 브랜드가 좋은 인격을 유지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What-If 워크샵'을 진행하는 방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워크샵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눠서 진행하는 게 좋은데요. 전반전에는 비교적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고 다양한 관심사를 포괄할 수 있는 내용들로 논의를 한 다음, 후반전에 본격적으로 우리 브랜드의 What-If를 고민해 보는 방식입니다.
우선 워크샵은 10명이 넘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한 후 각자에게 2개의 질문을 준비하도록 합니다.
질문 1.
어떤 브랜드, 어떤 상품, 어떤 서비스라도 괜찮습니다. 그중 하나를 골라 그 브랜드(혹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형 질문을 던져주세요.
질문 2.
이제 우리가 다루고 있는 브랜드로 화살표를 옮겨봅시다. '만약 우리 브랜드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What-If 질문 하나를 던져주세요.
이렇게 두 개의 질문을 각각 따로 준비한 다음, 전반전에는 각자의 1번 질문만으로 토론을 이어갑니다. 실제로 제가 이전에 몸담았던 조직에서 실시한 What-If 워크샵에는 이런 질문들이 올라왔죠. 그중 몇 가지 예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Q1. 제로 콜라의 판매량이 오리지널 콜라를 추월하는 날이 온다면?
Q2. 곧 자율 주행 오토바이가 상품화되면 할리데이비슨이란 브랜드는 어떻게 될까?
Q3. 트럭 방수포를 대체하는 물질이 개발되면 프라이탁은 어떤 제품을 생산하게 될까?
듣기만 해도 꽤 흥미로운 질문들이죠. 우선 첫 번째 질문에서는 재미있는 발언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미 코카콜라와 펩시 모두 제로 슈거를 내세운 제품이 오리지널 콜라 대비 약 25%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의 판매 추세를 본다면 곧 50%를 넘는 날도 머지않은 게 분명하죠.
그런 날이 온다면 과연 무엇이 표준이고 오리지널이 되는 걸까요? 더 많이 팔리는 제로 콜라가 일반적인 콜라의 기준이 되고, 오히려 설탕이 함유된 제품이 스위트 콜라나 하드코어(?) 콜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콜라 업계 입장에서는 빨간색 혹은 파란색의 기존 심볼 컬러 대신 검은색을 바탕으로 브랜딩 싸움을 펼칠 수도 있겠죠.
두 번째 질문이었던 할리 데이비슨은 어떨까요? 이미 BMW는 2019년 CES를 통해 자율 주행 오토바이를 선보였고, 당장 상용화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각 브랜드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은 아주 오랫동안 HOG(Harley Owners Group)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라이더들에게 직접 할리를 운행하며 얻을 수 있는 갖가지 즐거움을 제공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할리데이비슨에게 자율 주행이란 기술적 차원의 대응이 아니라, 아예 서비스의 본질을 뒤바꾸는 위협이 될지도 모르죠. 기존 오너들이 자율 주행 기능을 반길지 아니면 극도로 혐오할지에 대해서도 여론이 분분할 것으로 보이고요.
마지막으로 프라이탁 역시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프라이탁은 화물 트럭에 사용하는 방수포 중 수명을 다한 일부 폐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 및 소품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이때 폐방수포의 무늬를 랜덤으로 조합하기 때문에, 제품마다 고유하고 독특한 패턴을 가집니다. 프라이탁 마니아들은 이 포인트에 무한한 브랜드 로열티를 보내고 있죠. 덕분에 친환경 브랜드 중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약에(what if) 이 트럭 방수포를 대체하는 친환경 물질이 개발된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더 이상 기존의 방수포가 사용되지 않고, 폐방수포 역시 생성되지 않는다면 프라이탁은 어떤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야 할까요? 그리고 그 소재는 우리가 알던 그 프라이탁의 브랜드 페르소나를 계속 유지하도록 만들어 줄까요?
조금 뜬금없는 질문들인 것 같지만, 사실 브랜드를 향해 이런 미래형 질문, 상황 변화형 질문들을 던지는 것은 중요하고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지거나, 과거에 비해 매력도 혹은 충성도가 급격히 하락한 브랜드들을 보면 그 필요성은 더 절실히 느껴지죠. 그들이라고 나름의 노력을 하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지만, 결국 시대의 변화나 주요 변곡점에서 허둥대다가 브랜드를 사랑해 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으로 평가됩니다.
다소 극한의 상황을 설정한다고 해도, ‘What-If’라는 질문을 내부에서부터 던지는 것은 좋은 브랜드를 유지해 가는 데 있어 중요한 행위인 거죠. 사실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에 들어서면 더 극적인 상황들이 연출됩니다. 앞서 다른 브랜드나 상품, 서비스들을 통해 다양한 견해를 주고받은 다음, 우리 브랜드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그 토론의 열기는 한층 더 고조되기 때문이죠.
특히 그동안 부분적으로만 브랜드를 이해하고 있던 각자의 역할을 벗어나, 우리 브랜드에 처한 운명과 앞으로 맞이할 기회, 위험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거대한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너 나 할 것 없이 브랜드 페르소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협심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What-If 워크샵'은 요즘처럼 찬 바람이 불고,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분기에 실행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각자의 일에 몰입해서 달려가는 순간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자칫 뜬구름 잡는 행위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굳이 지금 이 타이밍에 이런 이야기들을 해야 하나? 바빠 죽겠는데...'라고 생각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요.
그러나 'What-If 워크샵'을 실제 워크샵 프로그램 중 하나의 세션으로 끼워 넣거나, 연말이 다가올 때 회고 자리에서 조금 가벼운 분위기로 시작해 보면 그 효과가 의외로 쏠쏠합니다. 모름지기 한 해의 막바지로 들어가는 시점에서는 누구나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복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예측해 보는 법이니까요. 우리 브랜드가 올해는 어떤 길을 걸어왔고, 또 남은 시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타이밍에서 'What-If 워크샵'을 제안해 볼 수 있는 거죠. 이렇게 하면 내년 목표를 세우고, 더 먼 미래를 준비하는 단서를 얻는 데도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브랜딩’이란 브랜드가 가진 인격을 잘 다듬고 관리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저절로 순탄하게 진행될 수는 없겠죠. 오히려 크고 작은 역경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제대로 된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것에 더 가까울지 모릅니다.
'What-If 워크샵'은 그 과정을 준비하는 일종의 모의고사이자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모든 순간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런 순간과 맞닥뜨린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품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니까요. 이를 브랜드에 대입해 앞날을 점검하고, 조금씩 설계해 나가는 노력은 꼭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순간들의 노력이 모여, 우리 브랜드의 소중한 페르소나를 만들어 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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