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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가 8월에 이어 9월에도 한국 OTT 시장에서 2위(MAU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출시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성과를 낸 것은 단순히 ‘기세가 대단하다’라고만 평가하기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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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가 8월에 이어 9월에도 한국 OTT 시장에서 2위(MAU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출시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성과를 낸 것은 단순히 ‘기세가 대단하다’라고만 평가하기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습니다.
쿠팡플레이가 시장에 처음 진입한 2020년은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이 이미 시장을 지배하며 포화된 상태였습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대형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마저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쉽지 않았던 때였죠.
디즈니플러스가 마블, 스타워즈와 같은 두터운 팬층의 IP와 함께 거대 자본을 들여 오리지널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5위 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쿠팡플레이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두고 쿠팡의 대규모 사용자에 편승한 단순한 끼워팔기 전략(쿠팡와우 멤버십 구독 시 쿠팡플레이 이용권 무료 제공)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정말 쿠팡플레이의 성공은 단순히 끼워팔기 전략 덕분만이었을까요?
우선 많이 언급되고 있는 끼워팔기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끼워팔기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상품에 부가 제품을 엮어 판매함으로써 부가 제품의 점유율을 올리는 전략을 말하는데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운영체제(OS)인 윈도(Windows)를 판매하면서 웹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Explorer)를 함께 판매했던 것이 대표적인 끼워팔기 사례입니다.
실제로 쿠팡플레이가 끼워팔기 전략을 통해 수혜를 입은 것은 분명 맞습니다. 쿠팡플레이가 출시된 시점인 2020년 쿠팡와우 멤버십의 가입자 수는 600만 명이었고, 2021년 900만 명, 2022년에는 1,100만 명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들에게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제공한 것은 쿠팡플레이에 초기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데 큰 메리트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끼워팔기 전략은 쿠팡만이 시도한 것이 아닙니다. 과거부터 관행처럼 내려져 오던 전략이며, 다른 경쟁 OTT 서비스들도 이를 활용해왔습니다.
국내 OTT 2위인 티빙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제휴를 통해 서비스 판매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티빙은 과거부터 단독으로 판매되기보다는 통신사와 IPTV와의 묶음 상품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네이버멤버십과의 제휴를 통해 1년 동안 가입자 수가 3배 이상 증가한 효과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디즈니플러스는 어떨까요?
디즈니플러스 역시 단독으로 판매되기보다는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통해 묶음 상품으로 판매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략들은 순수한 끼워팔기 전략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제휴 전략으로 볼 수 있으며, 쿠팡의 전략과는 약간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를 비롯한 경쟁 OTT 서비스들 모두 독립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이러한 제휴, 끼워팔기 전략은 이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이렇듯 쿠팡플레이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 OTT 서비스들 모두가 제휴나 끼워팔기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쿠팡플레이만이 끼워팔기의 수혜를 받았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쿠팡플레이가 토종 OTT 서비스에서 1위에 오른 이유를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요인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쿠팡이 쿠팡플레이를 처음 선보였을 때 OTT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모든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시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주목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계기가 필요했는데, 이에 쿠팡플레이가 선택한 것은 ‘SNL 코리아’였습니다.
SNL은 정치 풍자, 높은 수위의 농담 등 한국 예능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포맷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지만, 높았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7년 이후 제작이 중단된 콘텐츠였습니다. 그랬던 SNL이 다른 곳도 아닌 쿠팡플레이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이는 사람들의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평소 예능에서 보기 어려웠던 이병헌, 하지원, 송승헌 등과 같은 대형 스타들이 줄이어 나오자 ‘호기심’은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들이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자 ‘관심’은 ‘화제’로 이어졌습니다. 이 시점부터 “콘텐츠(SNL) 때문에 쿠팡플레이에 가입한다”라는 반응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쿠팡이 직접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하고, 신동엽을 첫 전속 아티스트로 영입하기도 했는데요. 그간 신동엽이 마녀사냥, SNL 등에서 보여준 아슬아슬한 줄타기 능력을 적극 활용하여 꾸준히 화제성 높은 시리즈가 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한국 OTT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각자 특화된 분야가 명확합니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지상파, 케이블, 해외 콘텐츠에서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쿠팡은 정공법이 아닌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선택했는데, 그 첫 번째 선택은 ‘스포츠’입니다.
2021년 손흥민이 활약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경기 중계를 시작으로 스포츠 중계의 서막을 알렸고, 이어서 K리그 전 경기 디지털 독점 중계, 스페인 라리가 독점 중계 계약 등을 발표하며 스포츠 분야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습니다. 특히 그간 다른 방송사에서 비중 있게 다뤘던 축구, 야구 외에도 F1, 내셔널 풋볼 리그(NFL) 등 다양한 스포츠 중계를 시도하며 “스포츠 중계 = 쿠팡플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흥행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오징어게임과 같이 초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큰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들은 시리즈 완결 이후 몰아보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만 단발적으로 유입하는 것에 그칠 우려가 있죠. 그래서 꾸준히 작품이 출시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의 경우 상수에 가깝습니다. 대박날 여지는 적지만, 한 번 유입된 시청자는 긴 시즌 내내 고정층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스포츠 중계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실시간 중계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중계하고 있던 리그에 한국인 이적 소식이 들리면 플러스 알파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교육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 경쟁사에서 비주류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장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쿠팡플레이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쿠팡와우 멤버십의 가격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오르면서 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가격으로만 본다면 약 2,000원이 오른 것이지만, 비율로만 본다면 약 72%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의 OTT 서비스가 강력한 경쟁력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이 금액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장 경쟁을 다투고 있는 넷플릭스 베이직 요금제(9,500원)나 티빙 베이직 요금제(7,900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 가격에는 쿠팡과 쿠팡이츠에서도 활용 가능한 멤버십 혜택이 포함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대비 가치가 상당히 높습니다.
다른 OTT 서비스들이 제휴 상품의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게 만드는 미끼 상품으로 제휴 전략을 사용했다면, 쿠팡플레이는 쿠팡와우 멤버십에 포함된 추가 혜택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구축했습니다.
지금까지 쿠팡플레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러한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 이유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에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세계적인 OTT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뛰어난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가장 큰 몫을 했습니다. 쿠팡은 이 부분에 있어서 토종 OTT 서비스 대비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쿠팡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IT 기업의 대표주자 격인 ‘네카라쿠배’ 중 하나로, 이곳의 개발자와 분석가들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요. 이러한 역량은 앞으로의 추천 알고리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불어 쿠팡플레이는 넷플릭스의 클라우드 미디어 시스템과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분야 등의 다양한 기술 조직을 이끈 바 있는 로힛 푸리를 엔지니어링 총괄 전무로 영입했습니다. 그는 쿠팡플레이의 엔지니어링 전반을 책임지며, 특히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강화, 스트리밍 최적화 등 다양한 기술 발전을 주도할 예정입니다.
전략적으로 빠르게 확보한 가입자의 데이터는 이어질 추천화 알고리즘 학습의 자양분이 되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쿠팡플레이에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MAU는 높지만, 일간 활성 사용자(DAU)가 경쟁사 대비 낮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는 OTT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아직까지 축적된 콘텐츠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매일 소비할 콘텐츠가 제한적이며, 이와 동시에 축구와 같은 스포츠 중계는 일회성 시청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는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있으며, 서비스의 운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문제점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쿠팡플레이는 끼워팔기 전략으로 득을 본 것은 명확히 맞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끼워팔기만으로 1위에 오른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보입니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놓은 결과물 또한 명확했습니다.
과거부터 ‘설’로 돌았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과 같은 대형 이슈가 아니라면, 당분간 쿠팡플레이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히려 쿠팡플레이의 강세가 둘의 합병을 앞당기지는 않을까 생각해 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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