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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S를 모르고서는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를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을 만큼, 스타트업 영역에서 SaaS는 하나의 섹터를 넘어 이제는 일종의 비즈니스 문화가 된 분야이다. SaaS는 ‘Software-as-a-Service’의 약자로, 좁게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최종 사용자에게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넓게는 구독 형태로 판매되는 온디맨드 형태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총망라하는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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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S를 모르고서는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를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을 만큼, 스타트업 영역에서 SaaS는 하나의 섹터를 넘어 이제는 일종의 비즈니스 문화가 된 분야이다. SaaS는 ‘Software-as-a-Service’의 약자로, 좁게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최종 사용자에게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넓게는 구독 형태로 판매되는 온디맨드 형태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총망라하는 용어이다.
SaaS는 창업 초기 기업도 대부분의 사업 성과를 계량화하여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산업 분야와는 차별화된다. 만약 인디 개발자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10명의 고객에게 이를 판매했다면, 한 달만 지나더라도 회사는 월간 반복 매출, 고객 이탈률, 신규 고객 성장률 등 다양한 지표를 산출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SaaS 기업에 대한 다양한 벤치마킹 데이터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수많은 SaaS 분야 창업자들은 이러한 지표를 기반으로 현재 회사의 성장 수준을 평가하고, 펀드레이징의 근거로 활용하기도 한다.
오늘 글에서는 실리콘밸리의 SaaS 기업 전문 투자사인 아이코닉캐피탈(Iconiq Capital)이 제시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SaaS 지표 다섯 가지를 살펴보고 그 의미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과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은 SaaS 기업의 어떤 지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일까?
SaaS 기업의 성장률을 평가할 때는 회계적인 매출보다는 연환산된 구독 반복 매출을 의미하는 ARR(Annualized Recurring Revenue)를 더 중시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경우 매월 20~30%씩 구독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때 현재 기업의 매출 규모와 성장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는 단순히 집계된 과거 매출이 아닌, 반복 구매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최근 월 또는 최근 분기의 구독 매출이기 때문이다.
이때 명심할 점은 ARR을 자의적으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창업 초기 기업의 경우 제품 출시 후 한두 달 정도의 지표를 단순히 연간 지표로 환산해 ARR이라고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연환산 매출 (AR, Annualized Revenue)’이지 연환산 반복 매출(ARR)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이 ARR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연간 구독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월간 구독 상품만 판매하는 경우라면 월간 반복 매출(MRR, Monthly Recurring Revenue)을 제시하거나, 월간 구독 상품으로 어떻게 ARR로 추정했는지 명확하게 주석으로 처리해 주어야 한다.
영어로는 넷달러리텐션(Net Dollar Retention), 한글로 의역하면 기존 고객 매출 증가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지표는 SaaS 기업의 활력과 성장의 효율성을 함께 보여주는 중요한 수치 중 하나이다. 넷달러리텐션은 앞에서 설명한 ARR의 성장에서 신규로 유입된 고객은 제외하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던 기존 고객으로부터 유입되는 ARR 성장 수치를 면밀히 나타내는 지표이다. 이때 고객은 보통 로고, 즉 기업 단위의 고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슬랙(Slack)이나 줌(Zoom)과 같은 제품은 한 기업 내에서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매출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이다. 또한 기업 내 한 팀에서 노션(Notion)과 같은 협업 도구를 도입하고 이를 사용한 후 좋은 반응을 얻으면, 다른 부서에서도 해당 제품을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져 고객당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존 고객의 사용자나 사용량이 증가하면 해당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용료도 늘어나게 되며, 이는 기존 고객의 '확장'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기존 고객의 이탈은 넷달러리텐션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이때 더 이상 사용 니즈가 없어 이탈하는 고객은 어쩔 수 없겠지만, 경쟁 제품 대비 가격 등의 이유로 이탈을 검토하는 고객이 있다면 추가 할인 등을 제공하며 고객을 붙잡아 두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고객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할인’ 및 기존고객의 ‘이탈’은 기존 고객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므로 SaaS 기업이라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참고로 피그마(Figma)가 어도비에 인수될 당시 넷달러리텐션은 150%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매출 1천억 원 이상의 기업에서는 상위 5%에 들 정도로 우수한 지표이다. 이를 반대로 해석해 보면 피그마는 기존 고객의 충성도가 우수할 뿐 아니라, 제품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가 늘어난다. 따라서 한 명이 사용하기 시작하면 협업을 위해 여러 명의 이용자가 유입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갖춘 뛰어난 서비스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SaaS 기업의 넷달러리텐션이 높아질수록 투자 및 M&A에서 적용되는 프리미엄 또한 높아지게 된다.
SaaS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성장률과 수익률 사이에는 언제나 상충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업, 마케팅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성장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40의 법칙은 이러한 성장률과 수익률 간의 상충되는 관계를 함께 고려해, 하나의 숫자로 SaaS 기업의 전체적인 매력도를 평가하는 ‘매직 넘버’로 통한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SaaS 기업이라면 적어도 ARR 성장률과 잉여현금흐름 마진율의 합이 40%는 넘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벤치마크 수치이기도 하다.
초기 기업이라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자를 내더라도 공격적으로 고객 확보를 하며 성장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고객을 확보한 단계의 SaaS 기업이라면 공격적인 신규 고객 확보보다는 넷달러리텐션과 고객 이탈을 관리하며, 보다 효율적인 운영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SaaS 기업의 경우, 초기 단계부터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를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지표들이 성장 및 운영의 결과를 나타내는 수치였다면, 순 매직넘버는 SaaS 기업의 마케팅 투입 대비 성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효율성 지표 중 하나이다. 영업 및 마케팅 투자가 어떻게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지를 나타내는 순 매직넘버는 SaaS 기업의 운영에서, 모든 영업 및 마케팅 투자는 곧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기본 철학을 반영하기도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경험칙상 고객이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소프트웨어라면 순 매직넘버가 1이 넘어야 한다는 기대치가 존재한다. 이는 서비스를 무료로 배포해 우선 사용자를 모은 후, 유료 플랜을 통해 수익화에 나서는 일반적인 소셜 플랫폼이나 마켓플레이스 기업의 제이커브 형 성장 곡선이 SaaS 기업에서는 딱히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AI나 피그마처럼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든다면 제품 출시 이전 몇 년간 수익 없이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일단 제품이 출시되었다면 그 직후부터는 투입 대비 성과를 면밀히 측정해야 하는 섹터가 바로 SaaS다.
마지막 지표는 인당 생산성을 나타내는 인당 ARR 지표이다. SaaS 기업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동일한 제품을 추가 고정비 투입을 최소화하며, 여러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소프트웨어만의 확장성이다. 고객 및 서비스의 규모에 따라 추가 인력 투입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성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와는 업의 본질이 다른 것이다.
SaaS 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인당 ARR 지표가 높아지는 경향이 강하다. 바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고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세일즈 조직이 커져야 하는 제품이라면, 절대 좋은 SaaS 기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잘 만든 소프트웨어라면 아웃바운드 영업을 넘어 입소문, 네트워크 효과, 자연 성장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객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만약 개발 및 영업 인력의 증가 속도가 매출 증가 속도보다 빠른 SaaS 기업이라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SaaS 기업을 평가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다섯 가지 주요 지표에 대해 알아보았다. 물론 이는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여러 지표 중 가장 대표적인 수치를 간추린 것이다.
이외에도 로고 리텐션, 고객 생애 가치, 페이백 기간, 단위 수익성, 총매직넘버, 생산성 멀티플 등 다양한 지표가 SaaS 기업 투자 시 고려된다. 해외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 조달을 고려하는 SaaS 스타트업이라면, 적어도 시리즈A 단계부터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SaaS 지표를 준비한 후 펀드레이징에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의 SaaS 트렌드는 단순히 성장성, 수익성, 그리고 효율성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도 함께 고려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시드 및 시리즈 A 단계의 SaaS 스타트업이라면, 제품 출시 이후 몇 개월 안에 백만 달러($1 million) ARR을 달성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SaaS 벤치마크 애널래틱스를 제공하는 ChartMogul에 따르면, 성장성이 상위 10%에 속하는 SaaS 스타트업은 서비스 출시 후 9개월 이내에 $1 million ARR을, 2년 9개월 이내에는 $10 million ARR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SaaS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제는 속도 경쟁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SaaS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라면 버티컬별, 단계별, 어플리케이션별로 비교 그룹의 지표를 자체적으로 보유하여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결과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SaaS 스타트업의 경우 지표가 매력적이라면 국경과 관계없이 투자 유치가 수월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제품 우수성, 창업자의 비전, 시장의 규모, 팀의 구성 등 비계량적인 요소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결국 해외 펀드레이징을 준비 중인 SaaS 기업이라면 ‘모든 것을 계량화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탄탄한 지표를 준비할 때 자금 조달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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