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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된 지도 반년이 흘렀습니다. 슬슬 여기저기서 애플페이 성공이냐 실패냐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개개인이 어떻게 쓰고 있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입니다. 여러분은 애플페이 도입 전후로 본인의 결제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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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된 지도 반년이 흘렀습니다. 슬슬 여기저기서 애플페이 성공이냐 실패냐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개개인이 어떻게 쓰고 있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입니다. 여러분은 애플페이 도입 전후로 본인의 결제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작년 이맘때 요즘IT에 쓴 글 [애플페이 도입 전후에 대한 전망]에서 애플페이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1) 국내 아이폰 사용자 비중이 너무 적다
2) 애플페이는 결제의 수단이지 돈을 더 쓰게 하는 것은 아니다
3) 가맹점주가 먼저 나서서 인프라를 설치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애플페이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애플페이 확산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습니다. 결제는 상당히 보수적인 산업입니다. 아마 독자분들은 ‘보수적’이란 말을 별로 안 좋아하실 수도 있지만, 금융에서 보수적이라는 말은 그만큼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도 가끔 장애가 생겼을 때 법적 책임을 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금융은 작은 사고에도 규제기관이 법으로 책임을 묻죠.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결제 방식이 자리를 잡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NFC USIM 기반의 스마트폰 결제, QR, 바코드 결제, 지정맥 결제 등 여러 신결제 방식들이 있었지만 모두 이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애플페이의 국내 성적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6개월이 흐른 지금 현대카드 성적표는 제 예상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현대카드 내부에선 수시로 데이터를 보고 있겠지만, 일반인이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자료는 여신금융협회에서 매월 공시하는 실적자료뿐입니다. 신규회원 수, 카드 사용액들이 개략적으로 공유되고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현대카드 실적을 추출해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래프의 숫자는 해당월에 순수하게 증가한 신용/체크 고객 수를 의미합니다. 2023년 3월 애플페이를 출시하자, 3월 순증 회원 수는 신용, 체크 모두 타사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애플페이의 영향력이 가장 강했을 출시 3개월(3~5월)을 비교해 보면, 본인 명의 신용카드 신규 가입자 수는 3월 19.5만 명, 4월 15.9만 명, 5월엔 13.9만 명이 늘었는데, 이는 전 업계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같은 기간 현대카드 체크 회원 증가율은 25.5%로 신용카드 회원 증가율 1.4%에 대비해 더 높다는 점입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72.1% 증가로 카드사 평균 69.7% 대비 큰 차이가 없었지만, 체크카드 사용액은 110.9% 증가로 카드사 평균 69.4% 대비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애플페이에 호기심을 가진 젊은 고객들이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많이 사용해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체크카드는 발급은 쉽지만 신용카드 대비 가맹점수수료가 낮아, 카드사에는 수익성이 좋지 않습니다. 애플페이로 인해 애플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점(0.15%로 업계에서는 전망)을 고려할 때 현대카드는 화제성을 얻었지만,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위 그래프 기울기에서 알 수 있듯 애플페이 도입 효과는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NFC 결제망 보급도 가속이 붙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 또한 일장춘몽이 되고 있습니다. 신규 결제 수단을 350만 개의 가맹점에 모두 정착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NFC 결제를 위해서는 기존의 결제기를 교체하거나, NFC 동글(결제기)을 장착해야 하는데 모두 비용이 수반됩니다. 이렇게 되려면 아래와 같은 변화가 있어야 하죠.
1) 가게에 와서 왜 NFC 결제(애플페이)가 안 되냐는 고객 항의와 불매운동이 만연해, 가맹점주들이 카드사와 밴사에 빨리 설치해 달라고 호소하는 상황
2) 애플페이 사용자가 너무 많아져 가맹점주 입장에서 이들을 놓치면 큰 매출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
3) IC 결제 도입 때와 같이 법/제도적으로 NFC를 밀어주는 상황
현재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맹점주가 크게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지금 애플페이가 도입된 가맹점 대부분이 카페, 편의점인 이유가 있습니다. 애플페이를 사용할 법한 젊은 층이 자주 찾는 가맹점이라는 것, 그리고 이들 프랜차이즈는 본사의 POS 업데이트로 일괄적으로 애플페이 적용이 쉽다는 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도 키오스크와 계산대에서 결제가 상이하게 이루어지는 등 아직 이슈가 있습니다.
애플페이가 약 9년 만에 국내에 도입되다 보니, 별별 이슈들이 다 있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미 보셨을 텐데 다시 정리해 봤습니다.
그동안 삼성페이는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일종의 스마트폰 기능 서비스로 운영해 왔습니다. 삼성페이나 애플페이 모두 본질은 카드 결제를 해 주는 겁니다. 다만 포크로 먹느냐(플라스틱 카드), 젓가락으로 먹느냐(모바일)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애플페이는 출시할 때부터 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수수료를 받아왔습니다. 현재 현대카드와 애플페이의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결제액의 0.15%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1%대 수수료를 가맹점에서 받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큰 지출입니다.
이걸 보는 삼성은 아마 화가 났을 겁니다. ‘그동안 우리한테는 돈을 안 내고 애플에게 준다고?’라는 생각도 들 법하죠. 그래서 지난 여름까지 삼성페이도 애플페이처럼 수수료를 신설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이 대승적으로 수수료를 계속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죠.
2023년 10월 11일,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 마크 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애플페이 수수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비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거래액의 0.15%인데 반해 중국은 한국의 5분의 1인 0.03%라고 합니다. 여러 국회의원이 높은 수수료로 인한 국부 유출, 카드 혜택 감소 위험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카드 대표나 애플코리아 대표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이어갔습니다. ‘현대카드 애플페이 수수료는 특별히 높지 않다고 본다. 협상 시 최선을 다했고 타국의 수수료는 알 수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현대카드는 애초 1년 독점조건으로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으로 이를 포기하면서 출시했는데요. 의외로 이후에도 추가 카드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계약 진행 현황을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높은 수수료가 발목을 잡지 않았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자신문에 따르면, 애플이 직접 신한, KB국민, 비씨카드와 협상에 나선다고 합니다. 기준점을 만들어 협의에 나선다는데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집니다. 예전과 달리 현대카드도 초기 바람몰이 이후 잠잠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이제는 카드사들이 어느 정도 협상력을 가지고 임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애플페이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또 하나의 기능이 바로 교통카드입니다. 이 또한 사업자 간 이슈로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워낙 사용량이 많고 한번 정하면 바꾸기도 어려운 것이 교통카드이다 보니,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애플페이 사용자는 여전히 주력 플라스틱 카드(후불교통 포함)를 들고 다녀야 합니다. 애플페이를 쓰려고 프랜차이즈만 다닐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현재는 편의점에서 가볍게 쓰는 정도로 사용하는 분들이 대다수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참여하는 카드사가 늘더라도 고객이 완전히 지갑을 두고 다니는 상황이 오지 않는 한, 애플페이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긴 어렵습니다. 결국 관건은 NFC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이 얼마나 빨리 확대되는지입니다. 카드 가맹점은 개폐업이 잦아 정확히 추정은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350만 개 정도로 봅니다. 이중 약 10만 개 정도가 NFC 결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우리나라에 모바일카드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발목을 잡았던 이슈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애플페이가 등장했을 때 인프라 확대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길 기대했지만, 아직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아마도 기관에서 나서지 않는 한 빠르게 해결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큰 불편함이 없다는 점이, 바로 국내 결제 시스템이 가진 딜레마입니다. 이 딜레마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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