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을 하면 원하는 문장을
저장할 수 있어요!
다음
AWS 서버 비용 절감을 고민 중이신가요?
얼마 전 아이폰15가 공개되면서 '드디어 아이폰도 USB-C를 달았다!'는 이야기로 들썩였다. 안드로이드 유저 입장에서는 좀 어이가 없었지만, 고집쟁이 애플이 유럽의 법에 꺾이는 모습이 나름 유쾌하긴 했다. 참고로 아이폰15가 USB-C를 채용하는 데 영향을 준 법은 유럽 의회의 무선기기 지침(Radio Equipment Directive: common charger for electronic devices)이다.
회원가입을 하면 원하는 문장을
저장할 수 있어요!
다음
회원가입을 하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스크랩할 수 있어요!
확인
얼마 전 아이폰15가 공개되면서 '드디어 아이폰도 USB-C를 달았다!'는 이야기로 들썩였다. 안드로이드 유저 입장에서는 좀 어이가 없었지만, 고집쟁이 애플이 유럽의 법에 꺾이는 모습이 나름 유쾌하긴 했다. 참고로 아이폰15가 USB-C를 채용하는 데 영향을 준 법은 유럽 의회의 무선기기 지침(Radio Equipment Directive: common charger for electronic devices)이다.
유럽의 영향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작년에 통과된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은 빅테크 기업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반독점법이다. 무선기기 지침이 전 세계인들의 아이폰 경험에 영향을 주었듯이, 디지털 시장법은 전 세계인들의 플랫폼 경험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시장법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기업들이 영향을 받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디지털 시장법은 더 공정하고 경쟁이 활발한 디지털 시장을 만들기 위해 등장한 반독점법이다. 구글 검색, 유튜브, 페이스북 메신저 등은 이제 단순한 디지털 서비스가 아니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인프라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각자의 이익만을 고려할 경우 디지털 산업 자체가 망가질 우려가 있다. 지금처럼 생태계가 꽉 짜여있는 2020년 대의 상황에서, 각 플랫폼이 자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더 폐쇄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라 보면 된다.
즉, 이들을 견제하지 않으면 제2의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이 나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디지털 시장법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 줄로는 "플랫폼은 입맛대로 운영하되, 완전한 공정성을 갖춰야 하며 강요하면 안 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법의 영향을 받는 것은 '문지기(Gatekeeper)'로 6개 기업으로,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이름들이다. 디지털 시장법의 영향을 받는 것은 문지기들이 운영하는 대표 플랫폼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모든 서비스가 영향을 받지는 않고, '카테고리 내에서 존재감이 크다'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기업 | 서비스 |
알파벳 (구글) | 매개체(Intermediation)
비디오 공유(Video Sharing)
검색(Search)
광고(Ads)
브라우저(Browser)
운영 체제(Operating System)
|
아마존 | 매개체
광고
|
애플 | 매개체
브라우저
운영 체제
|
바이트댄스 | SNS(Social Network)
|
메타 (페이스북) | 매개체
SNS
메신저(N-IICS)
광고
|
마이크로소프트 | SNS
운영 체제
|
그래서 이들은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할까? 알기 쉬운 예시가 하나 있다. 페이스북이 소유한 왓츠앱(WhatsApp) 메신저는 '서드파티 채팅'이라는 페이지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름 그대로 왓츠앱 외 다른 메시지 앱의 사용자와 채팅할 수 있는 페이지다. 같은 페이스북이 소유한 페이스북 메신저와의 상호 운용성뿐만 아니라, 텔레그램, 시그널(Signal), 스냅챗과도 소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파일을 보내는 등 일부 기능이 제한될 수는 있다.
결국 어느 메신저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경계가 많이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자가 쓰는 메신저는 취향껏 선택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같은 앱을 써야 하는 시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직은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만 규제 대상이며 애플의 iMessage 등은 (사용자 기준을 넘지 않아)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이메일 서비스를 써도 주소만 있으면 서로 소통하는 게 가능하듯이, 메신저 생태계도 규모에 상관없이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을 표준으로 채택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개방성이 메신저뿐만 아니라 디지털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단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가장 크게 체감될 변화는 아마도 '아이폰에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설치할 수 있게 될 것'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애플은 지금까지 'iOS의 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 ONLY'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통제하여 단순하면서도 질 높은 유저 경험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리 불공정한 부분도 애플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로도 이어졌다.
이러한 경직성을 해소하는 것이 디지털 시장법의 취지이다. 물론 서드파티 앱스토어가 등장하더라도 핵심은 여전히 애플의 앱스토어일 것이다. 빅테크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스토어의 안정성과 간편함을 넘어서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생긴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모든 여지가 막혀있는 것과 궁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아무리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힘들다고 한들) 차이가 크다.
실리 측면에서는 '공정성'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샌가 아마존 같은 커머스 플랫폼들은 PB상품(자체 개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은근슬쩍 일반 상품보다 더 많이 노출되도록 특혜를 주고 있다.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깊은 의심을 받고 있다. 이래서는 작은 브랜드들이 먹고살 길이 줄어들기 때문에, 플랫폼이 공정한 원칙을 기반으로 운영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2021년, 프랑스는 구글에 2억 2천만 유로(약 314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구글의 광고 제품인 Google Ad Manager는 구글과 서드파티의 광고 시스템을 관리하는 플랫폼인데, 이 플랫폼이 단가나 타게팅 정보로 공정하게 관리하는 대신 구글 시스템을 우선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구글 입장에서야 당연히 자사 시스템을 우선시하고 싶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구글 마음이지만,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
먼저 구글은 공식 블로그에 "유럽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포스팅을 올렸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구글의 경우 타 문지기들보다는 개방성이 높은 편이라 비교적 이슈가 덜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규제에 해당되는 서비스가 가장 많은 회사라, 공정성 및 데이터 접근성 측면에서 여러 논의가 이루어질 듯하다.
아마존은 "유럽 의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만큼 준비는 철저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는 위에서도 언급한 왓츠앱의 '서드파티 채팅'을 개발하는 것으로 보아, 디지털 시장법에 대한 준비를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내가 유럽에 살았을 때 페이스북은 월셋집 찾기, 중고 거래 등 생활 인프라로써 빼놓을 수 없는 포지션의 플랫폼이었다. 디지털 시장법에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애플은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측면에서 디지털 시장법이 유럽의 애플 유저들에게 끼칠 리스크에 대해 걱정됩니다.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제공함에 있어 이런 리스크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에 집중할 것입니다"라며 지극히 애플다운 코멘트를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운영체제와 링크드인이 규제를 준수하도록 유럽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자사의 서비스인 빙(Bing), 엣지 브라우저, 광고 서비스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환영했다.
마지막으로 바이트댄스는 "시장의 경쟁성을 살린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결정에는 반대한다. 제대로 된 시장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라고 밝혔다. 규제 대상 문지기로 지정된 유일한 미국 외 기업(중국)으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참고로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나 구글의 지메일도 규제 대상으로 언급되긴 했으나, 기업과 유럽 의회 간의 논의 끝에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들은 대체로 디지털 시장법을 따르겠다는 분위기다. 법을 따르지 않으면 글로벌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야 하고, 그게 싫으면 거대한 유럽 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디지털 시장법은 각 플랫폼의 근간을 건드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iOS에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허용한 적이 없었다. 자잘한 변화라면 모를까, 이런 대원칙을 엎어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 버전을 따로 운영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수년 전에 등장한 유럽의 GDPR(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이 전 세계 아이폰 유저들에게 '앱에 추적 금지 요청/허용' 선택권을 주었듯이, 디지털 시장법도 전 세계 유저들의 디지털 생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플랫폼들의 폐쇄성이 약화되는 이러한 물결은 카카오나 네이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플랫폼 간의 상호 운용성이 자리 잡으면서 유저들의 행동에 변화가 생길 것이고, 그 변화에 맞추지 않으면 결국 사용성은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개인 정보나 플랫폼 관련 법안이 계속해서 나오는 만큼, 대한민국판 디지털 시장법이 새롭게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카톡에서, 라인 메시지를 왓츠앱에서, 인스타그램 DM을 텔레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은 '빅테크 기업들의 서비스는 우리 사회의 인프라로 자리 잡았습니다'라는 공식 선언이 아닐까 싶다. 이렇다 할만한 글로벌 플랫폼이 없는 유럽이 빅테크 기업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EU AI Act: first regulat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를 최초로 내놓은 것도 유럽이다.
<본문 요약>
- 디지털 시장법은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하는 반독점법이다. 이를 어길 시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 문지기(Gatekeeper)로 지정된 총 6개 기업(구글,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이 규제를 받는다.
- 핵심 키워드는 '자유와 공정성'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강요하는 것과 경쟁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가 집중적으로 규제된다.
- 기업들은 대체로 규제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나, 어떤 식으로 변화시킬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크게 보면 플랫폼들의 폐쇄성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 각 플랫폼의 근간을 건드리는 규제라 많은 변화와 혼란이 예상되며, 이러한 '생태계 룰의 변화'는 빅테크 외의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번 글을 쓰면서 GDPR 법의 악몽이 떠올랐다. 법에 맞춰 데이터 처리 방식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GDPR 법의 적용 범위가 워낙 넓은 동시에 모순되는 점도 많아 혼란스러웠다. 이번 디지털 시장법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조항이 많을 것이며, 동시에 플랫폼들도 이리저리 꼼수를 부릴 것으로 예상한다. (예: iOS에서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허용한 환경에서, 앱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을 때 '서드파티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경우 보안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우는 것은 공정성을 해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문지기들이 내년 3월까지 규제에 맞춘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이 유럽 의회와 어떤 식으로 타협해 나갈지, 어떤 식의 꼼수가 등장할지 여러 각도에서 관찰해 봐도 재밌을 것이다.
<참고 자료>
EU confirms six (mostly US) tech giants are subject to Digital Markets Act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