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PO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우대’

각종 채용공고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인데요. 커뮤니케이션은 업종과 직무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필요한 역량입니다. 특히 IT 업계의 경우 기획, 디자인, 개발 단계에서 서로 소통할 일이 많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저 역시 지난 몇 년간 개발자와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을 맡으며 다양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경험해 보았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직무와 직책에 따라 세부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은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가는 기획자 및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의 소통이 중요할 것이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디자이너 및 백엔드 개발자와의 소통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CPO*는 누구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까요? 저는 현재 영업 지원 및 계약관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래티스 주식회사를 공동창업하여 CPO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의 제 경험을 토대로 CPO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CPO는 ‘최고 제품책임자(Chief Product Officer)’의 약자로 조직 내 제품/서비스를 총괄하여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제품 관련 활동을 담당하는 임원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제품 전략을 비즈니스 전략과 일치시키고 이를 조직 전체에 배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경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

CPO의 다양한 소통 대상 중 하나는 바로 CEO를 포함한 경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경영진 회의에서는 큰 단위의 의사결정이 많이 이루어지는데요. 기업의 상태와 전략에 따라 프로덕트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에 CPO와 경영진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 유치를 앞두고 경영진 회의에서 매출 증대를 회사의 목표로 설정했다면, CPO는 매출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덕트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혹은 경영 전략에 따라 외부와 협업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했다면, 이에 따라 프로덕트 마일스톤도 변경이 필요합니다.

경영진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고 설정한 방향대로 프로덕트가 발전한다면 좋겠지만, 항상 이상적인 방식대로 진행되진 않습니다. 주변의 스타트업을 보면 경영진끼리 의견이 충돌하거나 전략과 프로덕트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CPO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한데요. CPO는 제품 현황과 팀의 동기부여 등에 대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경영진과 공유해야 합니다. 즉 프로덕트, 프로덕트를 만드는 팀, 그리고 경영진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도록 CPO가 직접 소통할 수 있어야 하죠.

실제로 저는 대표님과 매주 정기적으로 회사의 방향성과 마일스톤을 점검하는 전략회의를 진행합니다. 작은 스타트업인 만큼 매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지만, 눈앞에 닥친 업무만 처리하다 보면 회사와 제품의 방향성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어, 따로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프로덕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

제품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제품을 만드는 팀원들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CPO가 아무리 프로덕트의 미래를 잘 설계하더라도 팀원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계획이 원활하게 실행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품을 운영하다 보면 팀원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경우, 먼 미래를 위한 작업보다는 마케팅을 줄이거나 결제를 유도하는 등 당장의 수익을 위한 작업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CPO는 프로덕트 팀의 리더인 동시에 회사의 경영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몇몇 CPO는 팀원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회사의 입장을 밀어붙이곤 합니다. 그러나 CPO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팀원들의 도움 없이는 원하는 프로덕트를 만들 수 없고,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한 명 한 명의 몰입이 더욱 중요합니다. 즉, CPO는 팀원의 입장을 고려하며 회사의 방향성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CPO는 회사와 프로덕트 팀 사이 중재자의 역할 외에 프로덕트 팀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여느 리더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인재가 함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1대 1 미팅을 통해 팀원과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협업이 잦은 IT 기업의 CPO라면 기획, 디자인, 개발, 마케팅 등 팀 내부에서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직무에 대한 이해와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갖추어야 합니다.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

모든 프로덕트는 유저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CPO는 경영진, 팀원들과 소통하는 것 못지않게 유저와의 소통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가 진정으로 원하는 점을 찾아내는 것이 곧 프로덕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저와의 소통’이란, 단순히 고객과의 인터뷰나 피드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저의 의견은 데이터를 통해서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CPO는 사용자의 피드백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유저의 근본적인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 역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유저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우선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주기적으로 고객 인터뷰 및 피드백을 요청하고 있으며, 서비스 사용 과정에서 편하게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서비스 내 채팅 솔루션을 도입했습니다. 이외에도 고객사와 슬랙 커넥트 및 카카오톡 채팅방을 개설하고,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여러 창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유저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제 경험을 토대로 CPO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면 CPO는 주로 경영진, 프로덕트 팀, 그리고 고객과 소통하게 되며, 모든 주체의 방향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경영진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제품과 프로덕트 팀의 현황을 자주 공유하고 회사와 방향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프로덕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에는 팀원의 입장을 이해하는 중재자의 역할과 리더로서의 역할이 모두 필요합니다. 더불어 고객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프로덕트의 방향성에 대해 계속 고민합니다.

다만 같은 CPO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업종과 규모에 따라 그 역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초기 기업이라면 CPO가 실무에 대한 작업을 많이 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인재를 채용하거나 중간관리자를 육성하는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회사에 CTO가 있다면 제품 개선을 위한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제품의 전략적 접근 및 비전에 보다 집중할 수 있고요.

저는 현재 스타트업의 CPO로 실무에 대한 비중이 더 큰 편인데요. 앞으로 프로덕트가 성장함에 따라 또 어떤 새로운 경험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지 더욱 기대됩니다. CPO의 역할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께 제 사례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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