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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일, 미국 축구계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의 최상위 프로 축구 리그, 메이저 리그 사커(MLS)의 만년 꼴찌팀 인터 마이애미 CF가 리그스 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창단 이후 첫 우승을 달성한 겁니다. 그리고 이런 마법과 같은 일을 일궈낸 주인공은 바로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라 불리는 사나이, 리오넬 메시였습니다.
2023년 파리 생제르맹 FC를 떠난 메시는 MLS 이적이라는 깜짝 놀랄만한 선택을 감행했는데요. 메시의 영입 이후 만년 꼴찌, 인터 마이애미는 무패 행진을 달리는 무서운 팀으로 탈바꿈합니다. 리그스 컵 우승에 이어, 9월 27일에 열리는 US 오픈컵 결승전에 오른 상황이고요.
사실 메시를 비롯해 여러 빅네임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한 인터 마이애미였기에, 어느 정도의 성적 상승은 다들 예상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거짓말처럼 바로 우승까지 해낸 건 의외였지만요. 그래서 사실 성적보다 더 놀라웠던 건, 메시 영입 이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팀에 쏟아진 전 세계의 관심이었습니다. 일례로 지난 리그스 컵 결승전의 객석은 일찌감치 매진되었는데요.
가장 저렴한 입장권 값이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가장 싼 표보다 무려 6배가량이나 비쌌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MLS 시즌 패스 보유자가 2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메시 이적 이전까지는 100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 엄청난 성장 속도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축구 실력만큼이나 대단한 메시의 비즈니스 파급 효과에 다시금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메시를 영입한 MLS의 행보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런데 명성에 어울리는 성과를 보이는 메시에 비해 뭔가 안쓰러워진 선수도 있습니다. 바로 메시와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인데요. 둘은 비슷한 시기 유럽 빅리그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단지 차이점은 메시가 미국으로 향했다면, 호날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택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럽에 있을 때만 해도 아주 큰 차이는 없었던 둘의 화제성은 이후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는 메시와 호날두가 선수 생활 말년에 보인 처신의 차이도 일부 있었지만요. 결정적으로 둘의 희비를 가른 것은 MLS와 사우디의 최상위 축구 리그인 프로페셔널리그가 만들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도였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공격적으로 스타 축구 선수들을 영입하며, 축구 저변을 확대하고 리그를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건 놀랍게도 사우디 리그였습니다. 호날두뿐 아니라 2022년 발롱도르 수상자, 즉 작년 유럽 최고의 선수였던 카림 벤제마도 품었고요. 이 둘 외에도 흔히 빅리그라 칭하는 유럽의 상위 축구리그의 주전급 선수들 상당수가 사우디 아리비아행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선수 생활 말년이 아니라,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선수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브라질의 에이스 네이마르 주니오르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막상 유럽 축구 리그 관계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러한 행보에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과거에도 공격적인 스타 영입으로 리그 자체를 띄우려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해전에 중국 슈퍼리그가 비슷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새드 엔딩으로 끝나고 말았는데요. 과도한 지출을 했지만 리그 자체가 이에 맞춰 발전하지 못하면서, 많은 구단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해체되기까지 했죠.
이처럼 리그의 체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무리한 투자는 독이 되어 돌아오게 됩니다. 유명 선수들이 갑자기 모여든다고, 팬도 따라올 거라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팬이 모일 토양이 있어야 하며, 활발한 중계를 통해 이러한 것이 확산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경기장 같은 인프라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사우디 리그는 확실히 준비가 덜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사우디 왕가에서 상명하달 식으로 프로젝트를 이끌다 보니, 막상 대중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저조합니다. 인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평균 관중 수 역시 1만 명 내외에 불과하다고 하고요.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 밖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아직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보는 접근성이 유럽 리그는 물론, MLS 대비해서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워낙 투입된 자금이 막대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장기 프로젝트로 접근하고 있다곤 하지만요. 이러한 문제들을 단기간 내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외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중국 슈퍼리그의 전철을 밟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메시와 MLS가 더 빠른 성과를 거두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타깃 고객 정의와 이에 맞춘 움직임이 너무나 기민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미국이 축구의 불모지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에는 누구보다 축구를 뜨겁게 사랑하는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마이애미는 대표적인 히스패닉 도시 중 하나이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이들은 MLS에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면 남미 리그 등을 챙겨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건데요. 메시의 등장은 이러한 잠재적인 열성 축구 팬들의 시선을 다시 MLS로 되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히스패닉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서의 메시라는 브랜드를 너무나도 적절히 활용한 셈입니다.
그리고 메시를 영입한 시점과 방식 또한 절묘했습니다. 2022년 MLS는 드디어 애플과 전 세계의 10년간 중계권을 가지고 25억 달러라는 엄청난 대형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는데요. 이를 통해 MLS는 엄청난 실탄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를 가지고 가장 먼저 의욕적으로 진행한 것이 메시 영입이었습니다. 이미 투자 유치 이전부터 무려 4년 간이나 MLS와 애플, 아디다스 등이 한데 모여, 메시 영입을 준비해왔다고 하니 망설일 것이 없었을 겁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메시에게 한 오퍼 내용입니다. MLS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제안한 천문학적인 연봉(약 5,700억 원)과 경쟁하기 위해, 메시에게 중계 수익을 공유해 주는 건 물론, 추후 구단주가 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해 주었다고 하는데요. 애플 역시 고위직이 직접 관여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이를 지원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단순히 막대한 연봉 기반의 노후 보장이 아니라, 빅테크 기업과 함께 장기적인 파트너 자리를 제안했으니, 메시에게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더욱이 MLS 입장에서도 메시는 은퇴 이후에도 축구계의 영원한 셀럽으로 남을 거고, 그를 구단주로 만든다면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큽니다. 그렇기에 현재 마이애미의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이 그랬듯이, 메시 역시 MLS와 오래 함께하면 같이 커가도록 자연스레 유도한 이번 영입은 MLS 역사상 최고의 딜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처럼 이미 거둔 성과가 막대해 보이지만, 사실 MLS가 애플, 아디다스 등 파트너들과 함께 그리고 있는 그림은 더욱 거대합니다. 일단 축구 경기는 물론, 메시를 가지고 여러 콘텐츠를 생산하며 더욱 파급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일단 애플은 메시 4부작 다큐 시리즈를 제작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조던을 다룬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가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 증대를 이끈 건 물론, NBA에 대한 관심도를 높인 것처럼 이러한 것들을 통해 MLS와 애플TV는 함께 성장해 나갈 겁니다. 당연히 아디다스 상품 판매량은 동시에 올라갈 거고요.
그리고 이러한 이들의 원대한 목표의 1차 종착점은 2026 북중미 월드컵입니다. 이렇게 쌓아 올린 인기를 월드컵이라는 이벤트를 계기로 폭발시켜, MLS를 미국 내 다른 프로리그 못지않은 커다란 산업으로 일궈내겠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MLS가 근시일 내에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리그 중 4위인 NHL(내셔널 하키 리그)을 추격 가능하다고 평가할 정도인데요. 오래 기간 쌓아온 인프라와 코어 팬들에 메시라는 슈퍼스타를 더해 이를 폭발시켰고, 여기에 월드컵이라는 이벤트까지 더해진다면 MLS의 꿈은 정말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반해 국내 프로 스포츠는 늘 위기입니다. 자생력이 없이 대기업에 기댄 빈약한 체질, 제한된 수익화 방식, 해외 리그 대비 부족한 자본 등 약점은 많은데, 뭔가 뾰족한 강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MLS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거대한 미국 시장을 배후로 둔 덕분에 기본적인 자본력이 작진 않았지만, 앞서 있는 4대 리그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였죠. 앞서 언급한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건 MLS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자본의 규모가 아니라, 꾸준히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콘텐츠로 만들어 계속 이를 키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인정받으면, 메시와 같은 슈퍼스타도 데려와서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너무 커 보이긴 하지만, MLS는 국내 기준으로 잘 쳐봐야 5위의 프로 스포츠고, 유럽이나 남미의 프로 축구 리그 대비해서도 분명 후발주자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유망한 리그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이렇듯 철저한 전략 기반으로 차근차근 성장하는 MLS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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