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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요즘 히트상품 하면 어떤 제품이 떠오르시나요? 예전엔 연말에 10대 히트 상품 같은 것을 발표하기도 했고, 대부분 같은 브랜드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히트 상품이 좀 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히트 상품은 곧 히트 광고와 동일한 의미를 가진 때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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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요즘 히트상품 하면 어떤 제품이 떠오르시나요? 예전엔 연말에 10대 히트 상품 같은 것을 발표하기도 했고, 대부분 같은 브랜드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히트 상품이 좀 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히트 상품은 곧 히트 광고와 동일한 의미를 가진 때도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특정 세대, 특정 취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만 소소하게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아서, 전 세대에 걸친 올해의 히트 상품을 꼽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트 상품으로 불리는 제품이라면 곰표 맥주나 포켓몬빵, 원소주 등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올해는 농심 먹태깡이나 GS25의 점보도시락, 아사히 슈퍼드라이 맥주 등이 있습니다. (전 아직 먹태깡은 구경도 못 해봤지만요.)
그런데 이러한 히트 상품에는 나름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SNS에서 크게 이슈가 되고 품절 대란이 일어나죠. 그다음 언론의 분석 기사나 유튜버, 인플루언서의 리뷰가 따라붙습니다. 과거의 히트 상품은 히트 광고와 거의 동일한 의미라고 했는데, 이제 미디어의 중심이 바뀌면서 히트 상품의 조건 역시 달라진 셈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우리 제품이 오픈런의 대상이길 바랄 텐데요. 이번 글에선 요즘 히트 상품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법칙과 그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된 제품은 역시 농심의 먹태깡이 아닐까 싶습니다. 먹태깡은 지난 6월 28일에 출시됐는데요. 4일 만에 67만 봉, 그리고 일주일 만에 100만 봉이 팔렸습니다. 출시 후 두 달 정도 지난 8월 말에는 4백만 봉을 돌파했죠. 제과 업계에서는 히트 상품의 기준을 월 100만 봉으로 잡는다고 하는데, 먹태깡은 출시하자마자 바로 히트상품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사실 제과 업계는 새로운 히트 상품이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각자 좋아하는 과자나 라면을 떠올려 보세요. 아마도 어릴 적부터 먹던 제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과자는 새우깡, 홈런볼, 포카칩 등이 있고, 라면에서도 신라면, 안성탕면, 진라면 등 적어도 몇십 년 된 제품들이 여전히 매출 상위권에 있죠. 과자의 경우 매출 Top 20중에 2000년 이후 출시된 제품이라곤 ‘허니버터칩’과 ‘꼬북칩’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보수적인 소비 습관을 뚫고 먹태깡이 히트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희소성’을 꼽습니다. 출시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웬만한 편의점이나 마트에선 여전히 먹태깡을 구경하기조차 어렵죠. 중고 거래 마켓 당근에서는 1봉에 3천 원 정도에 거래되더군요, 농심 자사몰에서의 가격(1650원)을 기준으로 보면 2배 정도의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있는 셈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농심이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마치 한정판처럼 일부러 생산물량을 늘리지 않는 건가 하는 거죠.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시키는 마케팅 기법
이러한 현상은 다른 히트 상품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는데요. GS리테일의 PB 상품인 ‘점보도시락’이 있는 편의점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동네GS’의 앱 다운로드까지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농심몰을 검색하면 ‘신제품도 빠르게! 농심 자사몰'이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이쯤 되면 일부러 물량을 조절하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재밌는 점은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우리동네GS’ 앱을 다운로드해 봤는데요. 인기 검색어 1~4위가 먹태깡, 노가리칩, 아사히생맥주, 점보도시락이더군요. (참고로 5위는 우유)
이렇듯 요즘 히트 상품은 너무 흔해서는 안 됩니다. 전략적으로 ‘득템’의 재미를 주어야 하죠. 도넛 붐을 일으켰던 노티드의 경우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합니다. 그리고 매장 수를 적절히 조정하죠. 항상 매장 앞에서 줄을 설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경영 방침입니다. 언제든 구할 수 있는 것이 되면 욕망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희소성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그냥 물량이 적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게 아니죠. 희소성의 법칙(Law of Scarcity)은 욕망의 크기에 비해 충족시켜 줄 수단이 적을 때 성립됩니다. 즉, 품절 대란의 선행 조건은 욕망(Desire)입니다.
그렇다면 요즘 소비자들이 먹태깡, 점보도시락을 원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글을 시작하며 언급했던 대로 최근 히트한 상품들은 대체로 SNS에 자주 등장합니다. 각자 어렵게 득템한 제품(일종의 트로피)을 자랑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공유 자체가 목적인 경우도 있죠.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먹태깡’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2.6만 개고, ‘#점보도시락' 1.2만 개입니다.
‘점보도시락’의 경우 기존 스테디셀러인 ‘팔도 도시락'에서 크기만 키운 제품으로, 내용물만 보면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양이 부족했던 거라면 도시락 라면을 여러 개 먹으면 될 일이죠.
‘넷플릭스 팝콘’은 어떤가요? 설마 팝콘에 넷플릭스라는 브랜드가 붙었다고 해서 더 달콤한 맛이 상상된다거나, 캐러멜 향이 내 취향일 것 같다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넷플릭스 팝콘을 선택할까요?
포켓몬 빵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제품의 엄청난 성공이 빵 자체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브랜드의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이런 제품들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흔히 *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표현을 씁니다. SNS에 공유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제품의 본질보다 이러한 공유 가치가 더 중요해진 데에는 제품의 질이 평준화된 영향이 큽니다. ‘프로세스 마케팅’이라는 책에서는 이를 식당에 비유해서 설명합니다.
*'인스타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
요즘은 웬만해선 맛없는 식당을 찾기 어렵습니다. 조금만 검색해 봐도 쉽게 레시피를 찾을 수 있는 터라, 얼추 사람들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요소들이 더 중요해졌는데요. 제품의 차별성이 줄어드니 컨셉은 더 중요해졌고, 그 컨셉에서 가장 잘 먹히고 있는 것이 바로 ‘재미’입니다.
재미가 중요해진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람들은 뭔가 재밌는 것(또는 놀라운 것)을 공유하기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소비자들 역시 SNS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공급자입니다. 내 인스타 친구나 구독자가 더 좋아할 만한 아이템에 끌리는 것이죠. 물론 이 또한 재미만 갖췄다고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이마트의 ‘삐에로쑈핑’을 들 수 있는데요. 일본 여행을 간다면 한 번쯤 방문하게 되는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매장입니다. 삐에로쑈핑은 대놓고 ‘Fun&Carazy’를 표방했는데, 야심찬 포부와 달리 론칭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습니다.
삐에로쑈핑을 만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모두가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은 재미와 즐거움으로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앞서 이야기했던 트렌드로 봤을 땐 맞는 방향인 것 같은데, 삐에로쑈핑은 왜 실패했을까요?
그 이유는 재미라는 요소가 단독으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광고계에는 전설처럼 전해 오는 실패 사례가 있습니다. 히트 광고가 히트 상품을 만든다는 원칙을 무너뜨린 사건인데, 혹시 ‘따봉’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따봉은 델몬트 주스의 광고에 등장하며 한때 유행한 말인데, 광고 자체는 크게 성공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따봉이라는 말만 기억했습니다. 제품이 뭐였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했죠. 왜 델몬트 주스인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한 겁니다. 재미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죠.
과거 브랜드들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했습니다. 브랜드가 TV, 신문, 잡지 등 미디어를 통해 멋진 제품 이미지를 보여주면, 소비자는 그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선망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된다고 믿었죠. 브랜드가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던 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현재 미디어는 소비자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채널은 너무나도 많죠. 이제 TV 광고가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각종 채널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브랜드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기 어려워졌죠. 어떤 라이프 스타일로 어떻게 파고들 것이냐가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예시를 들어 볼게요. 혹시 ‘팬암’이라는 브랜드를 아시나요? 팬암은 한때 항공사의 상징이었던 브랜드입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영화에서 사기꾼인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용한 가짜 신분이 바로 항공사 팬암의 기장이었죠.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한때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팬암이 최근 패션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제 팬암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항공사가 아닌 패션 브랜드로 연결됩니다. 아마 비슷한 사례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코닥이나 디스커버리, 내셔널 지오그래픽, CNN 등도 이미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그렇다면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브랜드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올드한 브랜드 혹은 이미 한물간 브랜드에서 기대한 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라이프 스타일 연상 효과 때문입니다. 이 브랜드들은 어떠한 라이프 스타일을 상징하는 트리거가 됩니다. 대체로 일상을 벗어나 여행하거나, 모험을 상징하는 브랜드들이 선택받았죠. 만약 새롭게 론칭하는 브랜드가 이런 자산을 직접 구축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을 겁니다. 이미 구축한 이미지가 있는 브랜드의 자산을 빌려오는 것이 훨씬 나았던 거죠.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 팝콘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왜 팝콘에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넷플릭스가 이미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됐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팝콘은 집에서 OTT를 볼 때 함께 하는 소품이 되는 것이죠.
먹태깡은 어떨까요? 이 경우 ‘먹태’가 트리거가 되어,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태를 먹던 경험을 소환합니다. 전주의 가맥집일 수도 있고, 을지로의 노상 호프일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맥주 한잔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먹태깡은 내가 먹었던 먹태와 비슷한지 그 맛이 궁금했을 겁니다. (실제 맥주와 먹기 위해 사는지는 크게 상관없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LG전자의 ‘룸앤TV’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히트 상품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나름 마니아 층이 있는 제품인데요. 이 제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거실이 아닌 방에서 쓸 수 있는 퍼스널 TV를 목표로 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제품이 출시된 후, 이 TV를 캠핑용으로 쓰는 사람들의 후기가 계속 올라왔죠.
덕분에 룸앤TV는 명확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캠핑 중 TV를 시청하는 이미지를 노출하고, 캠핑용 거치대 등을 함께 판매하는 등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캠핑용으로 이 TV를 구매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급 캠핑 장비를 사는 사람들이 모두 히말라야에 가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것과 같죠.
이처럼 명확한 라이프 스타일은 구매 동기가 됩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소비자가 그려낼 수 있는 이미지(제품이 상징하는 라이프 스타일)가 겹치면 시너지가 되죠. 실제 소비자들이 사는 건 그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앞서 삐에로쑈핑은 왜 실패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이유가 ‘재미와 즐거움’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했고요. 하지만 진짜 재미와 즐거움은 매장보다는 제품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제품을 구매한 나는 어떤 사람, 즉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인가를 증명하는 상징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희소성, 재미, 라이프 스타일까지 세 가지 법칙을 살펴봤습니다. 계속 다음 법칙과 엮여서 살펴본 이유는 어떤 상품이 왜 히트했는지는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요소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알아두어야 할 키워드는 바로 ‘챌린지’입니다. 희소성, 재미, 라이프 스타일 등의 성공 기준이 챌린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습니다. 나도 한번 먹어 볼까? 나도 사볼까? 등의 열망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죠. 최근 히트 상품들이 주로 F&B 분야에서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맛이라 부담 없이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이렇듯 미디어의 중심이 변하면서 마케팅과 브랜딩의 개념도 함께 바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제품 기획자 혹은 마케터라면 결국 미디어의 주체는 소비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왜 저 제품을 구매할까? 왜 저 제품을 공유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오픈런을 부르는 히트 상품을 만들 그날을 위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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