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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가 주목하는 행동주의 펀드와 테크기업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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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이 행동주의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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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가 주목하는 행동주의 펀드와 테크기업의 만남

 

올해 초, 월가의 쟁쟁한 행동주의 펀드들이 세일즈포스에 집결했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주가가 반토막이 나고, 8,000명에 가까운 인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어수선한 과정에서 공동 CEO를 맡아왔던 브렛 테일러의 사임으로 지배구조에 공백이 생기자 작년 하반기부터 지분을 매집해 온 펀드들이 일제히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당시 공동대응을 선언한 곳으로는 삼성과 현대차에 대한 공격으로 유명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 월가에서 가장 활발한 행동주의 펀드 중 한 곳인 스타보트 밸류, 그리고 유명 매니저 댄 롭이 이끄는 써드포인트 등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쟁쟁한 펀드들이 즐비하였습니다. 시총이 200조 원에 달하던 세일즈포스도 긴장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죠.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폴 싱어(왼쪽) 와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출처: Axios>

 

결과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세일즈포스는 기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200억 달러(한화 약 26조 6,800억 원) 규모로 늘리고, 인수합병위원회를 해체하여 앞으로는 성장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경영 개선 방침을 발표, 엘리엇을 포함한 헤지펀드 컨소시엄이 이사회 참여를 위한 주총 대결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헤지펀드들의 경영 개선 요구가 통한 덕분인지 세일즈포스의 주가는 연초 이후 59% 이상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한 모습입니다. 덕분에 당시 캠페인에 참여했던 펀드들은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며 수익 실현에 나섰습니다.

 

세일즈포스에 대한 헤지펀드의 경영 참여 시도는 지금까지 행동주의와 큰 접점이 없었던 미국의 상장 테크 기업들이 더 이상 이들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보통 내년 주총을 위해 여름부터 회사 선정 및 지분 매집에 나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가가 저평가되었고 지배구조가 부실한 테크 기업을 찾기 위해 지금도 분주하다는 소식입니다.

 

 

행동주의의 대명사, 스타보드 밸류

월가의 유명 행동주의 투자자 제프 스미스가 이끄는 스타보드 밸류(Starboard Value)는 테크 기업 대상 행동주의 캠페인에 가장 적극적인 운용사 중 한 곳입니다. 2016년 야후에 대한 이사진 전원 교체에서부터 2019년 이베이, 2021년 박스(Box)에 대한 경영 참여 시도 등 성장이 정체되고 방향성을 잃은 테크 기업의 지분을 매집해 자산 매각과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1) 이베이 자산 매각 주도

2019년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함께 이베이 경영 참여에 성공한 스타보드는 곧바로 비핵심자산인 미국의 티켓 구매 사이트 스텁허브(StubHub)와 유럽의 지역 온라인 광고 서비스 클래시파이드(Classified) 매각을 압박합니다. 한 때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며 전세계 다양한 자산을 보유했던 이베이였기에 해당 자산들을 매각해 이를 주주들에게 환원하여도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이베이의 비핵심자산 매각을 주도한 스타보드 밸류

 

일련의 사업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한국의 지마켓까지 매각 대상에 포함시키며 구조조정과 현금 확보에 올인한 이베이는 팬데믹을 전후해 스텁허브, 지마켓, 클래시파이드 모두를 매각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압박을 받은 CEO와 CFO는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되었으며, 결국 새로운 CEO인 제이미 라논이 선임되면서 스타보드의 이베이 경영 참여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2) 박스(Box) 경영 참여 시도

2021년 상장사 박스(Box)에 대한 경영 참여 시도는 테크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접근법을 잘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한때 드롭박스(DropBox)의 경쟁사로 자리매김했던 박스(Box)는 여타 상장을 늦추던 유니콘 기업들과는 다르게 2015년 빠르게 상장에 성공, 엔터프라이즈 분야에 강점을 가진 데이터 공유 기업으로 성장한 곳입니다.

 

스타보드 밸류의 박스 경영참여 캠페인 - "회사는 실적 목표를 달성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2019년부터 박스의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한 스타보드는 2021년 7.5%의 지분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박스에 대한 경영 참여를 시도합니다. 지난 2년 간 박스의 경영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물밑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회사의 주가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습니다. 물론 투자 성과가 저조했던 스타보드에게도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스타보드 밸류의 박스 경영참여 캠페인 - "상장 이후 주주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보드의 박스 경영 참여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박스 측에서 KKR을 백기사로 끌어들이며 선제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사회 참여 및 CEO 교체에 실패한 스타보드는 장내에서 지분을 매각하며 박스 투자 건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테크기업인가?

과거 테크기업들과 행동주의 펀드들 사이에 접점이 없었던 이유로는 1) 저평가를 논하기 어려운 기업가치 2) 행동주의 펀드의 주 무기인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비용 절감 등에 우호적이지 않은 주주와 이사회 3) 차등의결권 및 창업자 CEO의 절대적 영향력에 따라 이사회 진입 및 CEO 교체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지배 구조 등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10년 간 이어져 온 기술주 강세장이 끝나며 이제는 판이 바뀌었다는 평가입니다. 

 

1) 기술주 저평가의 시대

과거 연간 30% 이상의 고성장률을 기록하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팬데믹 이전에도 매출의 20 - 30배 수준에서 시가총액이 형성되곤 하였습니다. 어떤 지표와 비교하더라도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테크 기업의 특성상 '기업 가치가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되었다'라는 행동주의 펀드 개입의 대전제가 성립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고성장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프리미엄이 사라진 시장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술주 조정의 영향으로 고성장 테크 기업의 마켓 프리미엄은 사라졌고 월가의 우등생으로 평가받던 SaaS 기업들 또한 매출의 5배 내외인 비교적(?) 합리적인 기업가치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과거 대비 저평가' 또는 '비교 기업 대비 저평가'를 근거로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가 폭락으로 상심한 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며 이사회 진입에 성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2) 주목받는 기업가치 상승 잠재력

성장을 위해 모든 자원을 재투자하던 테크 기업들이 수익성과 사업 건전성으로 눈을 돌리자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빅테크 기업들이 설립 이후 처음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며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자 시장의 반응 또한 호의적인 모습입니다.

 

알티미터캐피탈이 2022년 10월 메타에 보낸 공개 서한 일부

 

2022년 10월 24일, 테크 전문 크로스오버 펀드를 표방하는 알티미터(Altimeter) 캐피탈은 메타(Meta)에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이제는 미래산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제한하고 다이어트에 나설 때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메타는 2022년 11월 곧바로 창립 이래 최초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며 주주들의 제안에 적극 호응하였습니다. 시장으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한 메타는 2023년 주가 반등에 성공, 올해만 2배 이상 주가가 상승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3) 사라지는 차등의결권이라는 방패

테크기업 창업자들의 의결권을 지켜주는 차등의결권은 이사회 진입과 CEO 교체를 통해 경영 참여를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주 폭락 이후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테크 기업의 주주들은 더 이상 창업자 CEO의 자리보전에만 활용되는 차등의결권의 존재에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입니다.

 

2023년 6월 클래스B 주식의 차등의결권이 사라진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 기업 트윌로

 

클라우드 및 API 기반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트윌로는 2016년 상장 당시 7년으로 설정된 창업자 차등의결권의 만료 기간이 도래하자 이사회 교체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최근 지분을 매집한 행동주의 펀드 레지온 파트너스(Legion Partners)는 트윌로의 플랫폼 사업 분사를 포함한 다양한 구조조정 실행을 요구하고 나서며 내년 주총을 염두에 둔 캠페인을 전개하고 나선 모습입니다. 그 결과 올해 5월 47달러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최근 60달러 수준을 회복하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성장을 위해 제로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테크 전문 헤지펀드인 코투(Coatue) 매니지먼트가 주목한 대로 2023년은 '효율성의 시대'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시장의 관심은 '성장 지상주의'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2023년을 'Year of Efficiency'라고 명명한 코투(Coatue) 매니지먼트

 

스타보드와 엘리엇을 필두로 한 행동주의 펀드들은 성장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수익성과 건전성을 중시하기 시작한 테크 기업에서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여전히 상당한 성장 잠재력과 수익성 개선 가능성에 저평가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구미에 맞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보드 밸류가 제시하는 '테크 기업이 매력적인 행동주의 투자 대상인 이유'

 

행동주의 펀드가 전개하는 주가 부양 중심의 투자 전략에 대해 비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방만하게 경영되며 주주 가치 향상에 인색했던 테크 기업들의 행태에 실망한 주주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기술주 분야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스타보드 밸류는 현재도 윅스(Wix), 스플렁크(Splunk) 등 다양한 기술 기업에 대한 경영 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과연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행동주의와 테크기업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원문>

테크기업이 행동주의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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