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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메타 경험 기반으로 글로벌 ‘원앱’ 출시 꾀하는 ‘그립’ 이강원 CTO인터뷰
 “고 투 퍼슨(Go to person)인 게 있다면, 잘하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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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정답 없는 일, 내가 ‘잘하고 있나’ 확신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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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메타 경험 기반으로 글로벌 ‘원앱’ 출시 꾀하는 ‘그립’ 이강원 CTO인터뷰
 “고 투 퍼슨(Go to person)인 게 있다면, 잘하고 있는 거예요”

 

세상에는 정답 없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개인은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키는 과정에 정답이 없고, 기업은 비즈니스와 프로덕트를 성공시키는 과정에 정답이 없습니다. 특히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어떤 길을 향해 달려가야 할까요? 그 프로덕트는 무엇을 성공으로 정의해야 할까요? 또 그 미지의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있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구글은 세상에 없던 프로덕트를 만드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오랜 시간 일하며, 역시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2023년 1월부터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에 합류한 이강원 CTO도 그중 한 명입니다.

 

게임 개발자로 일을 시작한 그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NHN(구 NHN)에서 게임 퍼블리싱 플랫폼의 기술PM으로 약 5년 일한 뒤, 실리콘밸리 게임 퍼블리싱 스타트업 아웃스파크(Outspark)에서 1년 일했습니다. 이후에는 더 큰 인더스트리를 경험하고자 게임 산업을 벗어나 구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구글 코리아에서 3년 동안 구글 플레이북, 구글 나우(구글 어시스턴트의 전신)를, 구글 본사에서는 6년 동안 구글 스마트워치 프로젝트를 리드했습니다. 이후 메타에서도 1년간 스마트 워치 프로젝트를 리드했죠. 이번엔 그립으로 자리를 옮겨 CTO직을 수행하며 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합니다.

 

그의 커리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새롭게 생겨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처해 프로덕트와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을 넘나들며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온 그는, 어떻게 이 처음 하는 정답 없는 일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을까요? 스스로가 잘하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요즘IT가 지난 6월 1일 목요일 판교 알파돔에 위치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 사무실에서 이 CTO를 만났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애플II를 첫 컴퓨터로, GW-BASIC으로 프로그래밍에 입문한 때부터 그립 CTO가 되기까지, 그의 커리어 전반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글로 편집해 정리했습니다. 그 대화 안에서 정답 없는 일을 꾸준히 즐겁게 해온 마인드셋, 글로벌 빅테크에서 깨닫게 된 것들, 앞으로 그립에서 꾸려갈 비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립에 관심이 있거나 글로벌 커리어, 개발뿐 아니라 TPM(Technical Program Manager)으로서의 커리어에 관심 있는 분들, 나아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성장을 꿈꾸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강원 그립 CTO

  • 학력: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1998-2006)
  • MBTI: INTP
  • 첫 언어: GW-BASIC
  • 첫 컴퓨터: Apple II
  • 취미: 게임
  • 주요 활동 이력
    NHN(구 NHN) 공채 입사 - NHN USA - 아웃스파크Outspark - 구글 - 메타 - 그립

 

서울대 재학 당시 ‘사내스포츠’라는 스포츠게임 개발사에서 게임 개발, 퍼블리싱 등을 담당하고 졸업 후 NHN 공채로 입사, NHN USA에서 약 5년간 한국 게임 플랫폼을 미국에 런칭하는 일을 한 뒤 NHN USA에서의 인연으로 아시안 게임 퍼블리싱 회사 ‘아웃스파크’에서 1년간 일했다. 이후 구글 코리아에서 3년간 플레이북, 나우를, 구글 본사에서 6년간 스마트워치를 리드하는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했다. 2023년 1월 그립에 CTO로 합류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Q. 커리어 초반에는 게임 시장에 계셨네요.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네, 중고등학생 시절에 게임을 하려고 프로그래밍을 했어요. 돈은 없고 게임은 잘하고 싶어서, 게임 캐릭터의 스펙을 높일 수 있게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한다든지, 락을 풀려고 노력한다든지 하면서 시스템을 원리를 배웠죠(웃음). 게임하다가 학원에 안 가서 혼나기도 하고요. 아주 어린 시절에도 아버지께서 쓰려고 사오신 컴퓨터에서 형이랑 게임하는 게 낙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게임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네요.

 

Q. NHN 이후 해외에서 10년 정도 일하셨는데, 해외 커리어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히 그런 계기가 있지는 않아요. 다만 NHN USA에서 배운 것들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유저는 원래 다양한데, 해외 유저는 규모도 크고 더욱 다양하죠. 한국은 타임존이 하나지만 미국은 본토에만 4개가 있어요. 그때 타임존 정보가 없으면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부딪혀가면서 알았어요. 또 우리는 인종이나 언어가 하나지만, 글로벌 유저는 인종도 언어도 다른 수요자예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또 다양한 지역을 상대하려면 업무 프로세스도 잘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것들을 해볼 수 있는 더 큰 규모의 인더스트리를 가보고 싶었어요.

 

Q. 게임 회사에서 구글로 가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네, 저는 처음에는 나는 안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NHN USA에서 일할 때 오렌지 카운티에 살고 있었는데, 거기 구글 건물이 있어요. 매일 지나다니면서 호기심은 가는데 저기는 천재들만 가는 곳이니까 안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웃스파크에서 나와 마침 일을 쉬고 있다가 한번 지원이나 해보자 싶어 한국과 미국 포지션에 넣었는데, 한국에서 먼저 연락이 왔죠.

 

Q. 구글 코리아에서 플레이북과 나우를 담당하셨다고요. 무슨 일을 하셨나요? 

플레이북에서 한 건 구글의 전자책 플랫폼을 각 지역마다 런칭하는 일이었어요.‘디지털 콘텐츠 리드’라는 포지션이 됐고, 구글 코리아에서 보낸 3년 중 2년은 아시아퍼시픽 지역 리드로 일했어요.

 

나머지 1년은 구글 ‘나우’라는 프로덕트를 담당했어요. 구글을 실행하면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정보가 뜨잖아요. 내가 있는 지역의 날씨나, 만약에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면 비행기 출발 시각을 보여주죠. 그런 걸 보여주려면, 예를 들어 항공사에서 보내주는 예매 정보가 담긴 이메일의 정보를 구조화하고 파싱해서 잘 꺼낼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외부 업체나 개발자들과 함께 일해야 했죠.

 

2018년 Google I/O에서 스마트워치 기능을 설명하는 모습. <출처: 이강원>

 

Q. 재밌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일이나 배운 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재미있는 일이 많았지만, 하나만 꼽자면 ‘구글 나우’의 KPI를 정의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어떤 때 각 팀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하는 일을 주도했던 거예요. 회사 안에서 그 일의 규모와 참여하는 팀, 제품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신기하고 인상 깊었어요. 기존에 없던 프로덕트라서 더 인상 깊었죠.

 

Q. 기존에 없던 프로덕트는 무엇을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해야 할까요? 

당시 저희는 이것이 ‘런칭’한 상태인지 아닌지를 두고도 논쟁이 있었어요. 사용자 규모가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였죠. 그때 유저에게 노출된 빈도를 중심으로 측정하기로 했어요. 그걸 시간별로 쌓으면서 그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을 ‘런칭’한 시점으로 보기로 했죠. 그다음에 측정하는 포인트를 더 늘려가면서 확장해갔어요. 측정할 수 있는 한 부분에 집중해 성공시키고, 그걸 확장해나가고, 더 많은 팀이 프로덕트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과정을 경험했어요.

 

Q. 이후 본사에서 스마트워치를 맡게 되셨어요. 또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가셨네요. 스마트워치는 왜 하게 되신 거예요? 

저는 컴퓨터가 언젠가는 사람 몸속에 들어갈 거라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웨어러블 컴퓨팅의 잠재력에 주목했고 그쪽으로 옮기게 됐어요. 당시 스마트워치가 막 나오던 때였고 ‘넥스트 빅 씽’으로 주목받고 있었죠. 2013년에 한국 안드로이드 팀에서 엘지, 삼성 스마트워치를 받아봤는데 신기하고 재밌더군요.

 

 

계속 성장하는 법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계속 물어보는 게 있다면, 그 분야는 잘하고 있는 거예요”

 

Q. 계속 새로운 도전들을 해오셨어요. 전에 없던 프로덕트들을 맡으셨고요. 그말인 즉 정답이 없는 환경에서 비교 기준 없이 일해오신 것 같은데, 그럴 때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으셨나요? 

먼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도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도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피드백에 관해서는 영어에 ‘고 투 퍼슨(go to person)’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이건 저 사람한테 가’와 같은 의미인데,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 어떤 사람한테 계속 물어보게 되는 게 있잖아요. 내가 어떤 것에 대해 ‘고 투 퍼슨’인 게 있다면 잘하고 있는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만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고, 타인보다 모르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죠.

 

또 회사에서의 전략과 맞물리는지를 주도면밀하게 보는 것도 필요해요. 회사가 지향하는 것,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프로덕트에 관심을 갖고 거기에 내가 만들어왔거나 만들려는 것이 어떻게 관련될지 생각해보는 거죠. 관련이 있고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면 관련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요. 그렇게 서로 기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늘려나갔어요.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그립은 어느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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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발도 하셨지만 NHN에서 주로 기술PM으로 활동하셨고 구글에서도 테크니컬 프로그램 매니저로 활동하셨어요. 개발자보다 더 매력을 느끼신 건가요?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계속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걸 추구했던 것 같아요. 병역 특례로 게임 개발할 때부터 유저를 굉장히 많이 대했고, 계속 사람들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어요. 유저나 고객사의 피드백도, 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배경을 더 알고 싶었고 알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때도 저는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성공적인 프로덕트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일하면서 깨닫고 있었어요. 나중에 NHN에서 일하면서도 어느 정도 프로덕트를 만들고 규모가 조금이라도 커지만 반드시 나랑 다른 사람, 다른 회사와 일을 잘 해야만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요. 그런데 거기에도 과학적, 공학적 사고방식을 적용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반반씩, 개발도 하고 사람과도 많이 얘기하는 식으로 일하게 되었죠.

 

Q. 요즘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 개발자가 되는 게 대부분인 것 같은데, 테크니컬 프로그램 매니저이라는 커리어도 많이들 선택하나요? 

개발자보다는 적긴 하죠. 일단은 전공을 잘 익히고 나서 다른 일도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컴공 전공자들도 직업을 선택할 때 좀더 넓게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스무살 때는 경험의 한계 때문에 중고등학교 지나면서 배운 지식이 영원할 거라는 생각을 갖기 쉬워요. 그런데 대학 전공도 영원히 있을 것 같아도 없어지잖아요. 지나보니 현재라는 건 오래 지속되지 않더라고요.

 

Q. 맞아요. 많은 게 변하고 있어요. 개발자도 그럴 것 같아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커리어를 선택할 때도 컴공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미래는 말랑말랑하더라고요. 양자 컴퓨팅이 대중화되면 전자 컴퓨팅이 쓸모 없어질 수도 있는 거고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죠. 다른 분야 정보도 많이 얻고, 그중에서도 변하지 않는 부분에도 관심을 많이 두어야 해요. 제 생각에는 사람은 DNA로 코딩된 포유동물이란 건 아직 변하지 않는 사실이에요. 지금 있는 직업은 나중에 없어질 수도 있으니 여러 가지에 관심 갖고 넓게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는 영원하지 않고, 미래는 말랑말랑해요”

 

구글 재직 당시 사내 테크니컬 프로그램 매니저 서밋에서 발표하는 모습. <출처: 이강원>

 

Q. 해외에서 일하시면서 영어는 어렵지 않았나요? 어떻게 학습하셨나요?

마인드셋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문화적인 것은 계속 배워나가야 하고요. 쓰다 보면 계속 늘고요. 다른 사람이 하는 좋은 표현을 기억하고 다음에 써보는 걸 반복해야 하죠. 한국어를 쓰더라도 출신 지역에 따라서도 마인드셋이 다를 거예요. 실수를 했다면 사과하고 앞으로 가면 돼요.

 

저는 실수를 정말 많이 했어요. 중2때 부모님 따라서 미국에서 1년 반 정도 생활한 경험도 있고, 병특 시절에 영국쪽과 일하면서도 영어를 쓰긴 했죠. NHN USA나 아웃스파크에서도 일하면서 영어를 계속 사용했어요. 물론 처음엔 텔레폰 컨퍼런스 미팅을 하면 잘 못 알아들었어요.

 

구글에서도 예를 들면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디서 ‘get high’라는 표현을 들어두고 나서, 제가 컨디션이 안 좋아 약 먹고 ‘약발’좀 받아 돌아오겠다는 표현을 하려고 썼거든요. ‘Get high’한 상태로 일을 하러 갈 것이라고 이메일을 썼는데, 그 표현은 알고 보니 마약에 취한다는 뜻이더라고요. 사무실에 갔을 때 동료들의 눈길이 기억나요. 그밖에도 ‘disappoint’나 ‘disconnected’ 같은 말을 피드백에서 썼다가 너무 심한 말, 강한 말을 썼다고 이슈가 되기도 했죠.

 

Q. 실수가 두렵진 않았나요?

두려움은 당연히 있죠. 그런데 경험의 폭을 넓혀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인생 콘텐츠’ 한번 다 겪어보자’는 생각이 있었죠. 과학자 중에 벌레한테 물리는 게 얼마나 아픈지를 측정하기 위해 자기 몸을 제물로 바쳐서 직접 물려본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 것처럼 이 경험은 나한테 어떨까, 하면서 그 상황으로 저를 밀어넣어 뭔가를 했어요. 그러다 실수를 하기도 하고 마음이 힘든 순간도 있었죠. 이불킥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번에 힘들 때도 주말 한번 지나고, 신선한 공기 한번 마시고 나니 괜찮아졌다는 것, 그걸 떠올리면서 살았어요.

 

“인생 콘텐츠’ 한번 다 겪어보자’는 생각이 있었죠.”

 

 

그립에서 그리는 개발 조직 

 

Q. 그립은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2021년 오랜만에 귀국해 지인들을 만나면서 우리나라 스타트업 씬에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엔지니어들의 기술적 수준이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좋아졌다고 느꼈고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죠. 그 뒤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그립 김한나 대표를 소개받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러 가지로 마음이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세상에 어떤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인지에 관심이 많은데, 대표님과 그런 고민, 미션이 제가 지향하는 것과 잘 맞는 것 같았어요.

 

 

Q. 올해 그립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인지도를 만드는 것이에요. 구체적으로는 미국을 첫 번째 타깃으로,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그립 앱과 백엔드를 갖고 다국어, 다지역 서비스를 하는 것이죠. 현재는 별도의 서비스로 런칭되어 있는데, 올해 안에 하나의 서비스로 만들 생각이에요.

 

그러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데, 우선 기술적으로 더 쉽고 빠르게 확장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속도감 있으면서도 예측은 가능한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유저에 대해 더 궁금해하고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한국과 미국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게 보이기 시작할 테고 그 문제를 풀면 이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도 따라올 거예요.

 

사무실 벽면에 붙은 그립 핵심 가치 

 

 

‘품질 VS 일정’ 그립은 어느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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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앱을 실현하는 데는 어떤 게 어렵나요?

쉬운 예를 들자면, 회원가입할 때나 물건 살 때 이름이나 주소가 필요하잖아요. 사람들은 누구나 이름이 있고, 주소도 있지만 그게 나라마다 달라요. 이름만 봐도 어떤 나라는 성과 명을 따로 쓰고, 미들네임을 따로 쓰는 곳도 있죠. 미스터나 미시즈 같은 설루테이션(salutation)을 쓰는 곳도 있고요. 우리나라는 가입할 때 성명을 붙여서 하나의 텍스트 박스에 넣잖아요. DB도 그렇게 구성됐겠죠. 하지만 글로벌 원앱이라면 달라지죠. 텍스트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곳도 있지만 반대로 쓰는 곳도 있을 테고요.

 

Q. 구글, 메타의 경험 중에서 그립에 적용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으신가요?

제가 구글에 9년 있으면서 엔지니어가 프로덕트를 주도하는 데 익숙해 있었는데 그게 한국의 주류 문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PRD(Product Requirement Document) 양식을 만들고, 엔지니어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거리 낌없이 제안해달라고 했어요. 글로벌 서비스 통합 전략도 서버 개발자 주도로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개발자가 자기 펑션에 갇혀서 일하기보다 연차나 맡은 바에 관계없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또 구글에 있는 ‘피어보너스(peer bonus, 동료 보너스)’도 작게 도입했어요. 구글에서는 동료가 자기 맡은 일 이상으로 무언가를 해줬을 때 칭찬하면 급여명세서에 150불이 포함되어 나와요. 그립에서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소액의 기프트카드를 줄 수 있도록 했어요.

 

또 구글이나 메타에서는 개발자들이 생산적으로 보내는 시간을 최대화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엔지니어링 프로덕티비티’ 팀도 있어요. 개발자가 출근해서 하루 종일 코딩을 할 것 같지만 사실 빌드 기다리고, 테스트 결과 기다리고, 버그가 어느 빌드에서 난 건지 찾아보고, 뭐가 더 급한지 알려면 회의도 들어가야 하고 해서 코딩에 집중하기 어렵잖아요. 그걸 해소할 솔루션을 만드는 팀이에요. 그런 활동이 개발자의 생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Q. 후배 개발자나 기술PM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우선은 ‘왜’에 관해 호기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에게 주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회사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에 대해서요. 특히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이 연습이 더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앱 개발자인데 어느 날 회사에서 파이어스토어(Firestore)를 쓰라고 했다고 합시다. 1차적으로는 “왜 앱 안에 저장하지 않지?” 하고 자문해볼 수 있겠죠. 이 정도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서너 번 더 물어보는 게 좋아요. “그럼 서버나 DB를 구축할 수도 있을 텐데 안 그러는 이유는?”, “왜 그게 어렵고 비용이 드는 일일까?”, “그럼 서버리스가 나아보이는데 서버 개발자는 왜 채용 중이지?”

이렇게 묻다 보면 서버 개발자의 일도 조금 알 수 있고, 서버리스가 생겨난 비즈니스 맥락까지도 파악할 수 있겠죠. 회사에 내가 기여하는 부분도 알 수 있고, 좀 더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 비즈니스 맥락에 맞는, 지속해서 유지보수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찾아 제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왜"를 늘 생각하고 정리해가며 개발하면 좋겠습니다.

 

Q. 경험이 조금 쌓인 분들은 어떤 부분을 좀 더 생각해봐야 할까요?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난 후에는, 사람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기서 ‘사람들’은 동료일 수도 있고 고객사일 수도 있고 사용자들일 수도 있습니다. ‘피드백’은 능동적으로 그 사람이 말해주는 것뿐 아니라, 로그 등으로 자동 수집되는 것도 포함하고요.

 

예를 들어 고객사로부터 받은 버그 내용이 능동적 피드백이라면, 주로 버그를 신고한 시간대도 분석해볼 만한 피드백입니다. 만약 주로 아침에 들어온다면 “아, 아침에 주로 사용하는구나” 하고 내 일정도 조정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때에 맞춰 버그를 빠르게 수정할 수 있겠죠. 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학습한 것들을 일하는 프로세스에 녹여넣고 자동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문제가 해결되도록 만들어가다 보면, 팀이나 회사 전체의 아웃풋을 높여주는 엔지니어, 즉 ‘포스 멀티플라이어(force multiplier)’가 될 수 있습니다.

 

*포스 멀티플라이어: 전투력을 증가시키고 부대의 임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역량을 의미하는 군사 용어이며 주로 ‘전력 승수’로 번역된다. 군사 용어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되는데, 여기서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성과를 향상시키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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