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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은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디시인사이드의 글로벌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주제별로 수많은 서브레딧(=갤러리)이 있고, 사용자들은 그 안에서 주제에 맞는 글, 사진, 동영상을 올리며 좋아요나 댓글을 달고, 그렇게 커뮤니티가 성장해 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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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커뮤니티가 레딧 CEO와 맞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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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커뮤니티
<출처: 작가>

 

레딧은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디시인사이드의 글로벌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주제별로 수많은 서브레딧(=갤러리)이 있고, 사용자들은 그 안에서 주제에 맞는 글, 사진, 동영상을 올리며 좋아요나 댓글을 달고, 그렇게 커뮤니티가 성장해 가는 구조다.

 

그런데 지난 6월 12일부터 수많은 서브레딧들이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레딧이 비공개 처리한 것이 아니라, 각 서브레딧의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설정을 비공개로 바꾼 것이다. 일명 ‘레딧 블랙아웃(Reddit blackout)’이라 불리는 이 비공개 운동은 무려 7,000개 이상의 서브레딧들이 참여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서브레딧은 일부 사용자 외에는 접근이 막혀있어 커뮤니티 글을 열람할 수 없다.

 

블랙아웃에 참여한 서브레딧 중에는 r/music이나 r/gaming 같이 구독자가 3,000만 명 이상인 초대형 커뮤니티들도 있었다. 현재 글을 쓰는 시점(6월 18일)에서 일부 서브레딧은 다시 공개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비공개로 남은 곳들도 많다.

 

그렇다면 레딧 블랙아웃 운동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글에서 그 이유와 레딧 사용자들이 CEO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레딧 커뮤니티
블랙아웃 당시 r/music <출처: 레딧 r/music, 작가 캡처>

 

1. 범인은 ChatGPT?

지난해 공개된 Chat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의 존재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의 힘은 인터넷에 널려있는 정보를 긁어와 학습하는 데서 나온다.

 

문제는 생성형 AI의 답변이 지나치게 그럴싸해지면서, 굳이 검색하고 커뮤니티를 방문해 탐색하는 행위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냥 ChatGPT한테 물어보면 (그것이 맞든 틀리든) 답변을 해주니 말이다.

 

이에 레딧은 플랫폼에 있는 데이터를 AI 회사들이 마음대로 긁어가는 상황이 불편했고, 새롭게 API 요금제를 발표했다. 데이터를 긁어가는 것은 허용하되 돈을 내라는 것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어쨌든 수익을 내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으니 나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레딧 CEO 스티브 허프먼이 밝힌 API 가격은 다음과 같다.

 

  • API 요청 1,000건마다 0.24달러(한화 약 300원)

솔직히 이것이 비싼지 저렴한지에 대한 감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은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 직감할 수 있었다.

 

또한 레딧은 공식 모바일 앱 말고도 Apollo for Reddit(AppStore)과 같이 개인 개발자들이 만든 서드파티 앱이 여럿 있는데, 레딧의 API 요금 정책이 이러한 개인 개발 앱에도 적용되면서 커뮤니티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Apollo for Reddit 개발자는 자신이 앱을 운영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월 요금이 거의 200만 달러(약 25억 원)에 다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개발자가 감당하기엔 불가능한 금액이다.

 

만약 레딧이 새 요금 정책을 굽히지 않는다면, Apollo for Reddit 같은 개인 개발 앱은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 이를 부당하다고 여긴 레딧 유저들이 힘을 합쳐 블랙아웃 운동을 전개했고, 현재의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2. 정말로 부당한가?

그렇다면 레딧은 정말 부당한 일을 한 걸까? 사실 이론적으로 부당한 점은 없어 보인다. 커뮤니티 플랫폼이 레딧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운영하든 (요금을 부과하는 것도) 레딧 마음이다.

 

그러나 문제는 레딧이 이렇게 대형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것이 회사만의 노력이라고 보긴 힘들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플랫폼인 만큼,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올린 수만 개의 포스팅과 이를 관리하는 서브레딧 운영진들의 헌신을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레딧을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준 서드파티 앱 개발자들도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API 요금제는 요금제 자체가 부당하기보다는, 회사가 커뮤니티 생태계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행보에 화가 난 것이다. 기업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커뮤니티 역사를 파괴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엄밀히 따져보면 레딧 사용자 입장에서 API 요금제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다. 서드파티 앱들이 종료된다고 해도 그냥 레딧 공식 앱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이익과 불이익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이 더 많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레딧 CEO가 내부 직원들에게 "(블랙아웃으로 인한) 매출 영향은 크지 않으며,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한 사실이 유출되면서 사용자들이 더 분노한 상황이다.

 

 

3. 수익은 레딧만의 것이어야 하는가?

원래 레딧은 광고로 수익을 내고 있다. 레딧은 플랫폼을 제공할 뿐, 그 안의 콘텐츠는 모두 유저들이 만들고 있고 레딧은 그 옆에 광고를 붙여 돈을 번다. 물론 콘텐츠라고 해도 ‘소비하는 콘텐츠’라기보다는 서로 소통하기 위한 콘텐츠라, 사용자들도 자신이 올리는 글이 수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API 요금제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을 긁어가는 대가로 레딧이 돈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럼 그 내용을 올린 사람에게도 수익이 돌아가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커뮤니티 글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돈을 받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레딧은 그야말로 전 세계인들의 지식 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전문적인 비즈니스 이야기, 과학에 대한 설명 등 담긴 이야기들이 각양각색으로 가득하다. 프로그래밍 코드 예시나 설명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사람들이 이런 양질의 정보를 올릴 때 돈을 바라고 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레딧이 이 정보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되면 마냥 납득하기는 힘들 수 있다. 아예 긁어가는 것을 막는다면 모를까, 추가 수익원이 되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예시로 트위터도 몇 달 전 API 요금제를 새로 발표했다. 요금제를 발표함과 동시에 서드파티 앱들을 정책 위반이라며 금지하기도 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식 앱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또한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에게 멘션으로 욕을 날릴지언정) 개인 프로필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집단으로 반발하긴 어려운 구조기도 했다.

 

그 후 트위터는 파워유저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는데, 특정 프로필을 유료로 팔로우할 수 있는 기능을 내놓으면서 유료 팔로워에게만 보이는 트윗을 날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불어 트위터의 독특한 실시간성을 아직 대체할 만한 서비스가 마땅치 않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레딧도 그렇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4. API 요금제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

이번 레딧의 블랙아웃 여파는 작지 않다. 레딧 트래픽에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구글 검색 결과에도 영향을 끼쳤다. 비공개 상태인 커뮤니티 글은 구글 검색에도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로 노출되는 정보의 양 자체도 줄었다고 한다.

 

나는 이번 블랙아웃 사건을 보면서, 영화 내용을 요약해 주는 유튜브 채널들이 생각났다. 영화를 직접 보지 않아도, 요약 영상을 보면 대충 어떤 내용인지 줄거리와 결말까지 알 수 있다. 영화가 주는 감동과 짜릿함은 경험하지 못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고 있다. 레딧의 경우도 포스팅을 직접 읽는 게 가장 와닿겠지만, 챗봇이 요약해 주는 것을 (그 내용이 맞든 틀리든) 만족하고 넘어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에 각 플랫폼들은 기존보다 폐쇄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 예상한다. 데이터를 가져가게 놔두면 사용자 방문이 줄어버리니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개발자 API 요금제를 도입하거나 아예 긁어가는 것을 막는 곳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개발한 작은 사이트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놀랍게도 ChatGPT에서 제공하는 공식 문서가 있다. 이 문서의 내용을 적용하면 웹사이트 전체를 못 긁어가게 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못 긁어가게 할 것인지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를 취해놓지 않으면 일단 다 긁어갈 수 있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이번 레딧 블랙아웃 사건을 다시 정리해 보자.

 

  • 레딧이 새로운 API 요금제를 발표했다. (가격: API 요청 1,000 건마다 0.24 달러)
  • 이는 OpenAI의 ChatGPT 같은 챗봇들이 무료로 데이터를 긁어가지 못하기 위해 도입한 요금제다.
  • 하지만 API 요금제는 OpenAI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레딧용 서드파티 앱을 서비스하는 개인 개발자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계속 서비스를 하려면 개인들이 매달 수억 원의 요금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 레딧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서브레딧(=갤러리)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식으로 API 요금제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참여한 서브레딧 수는 무려 7,000개가 넘는다.
  • 비공개로 된 서브레딧은 열람이 안 되므로, 레딧 트래픽과 광고 수익에 타격을 준다. 구글 검색 결과에도 나타나지 않으므로 그 타격은 구글에게까지 뻗친다.
  • 레딧 CEO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고, 이에 원래 48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던 블랙아웃은 무기한으로 진행되고 있다.
  • 일부 서브레딧은 다시 공개 처리되었지만, r/DIY과 같이 초대형 서브레딧이면서 계속 비공개 상태인 곳도 많다.
  • 즉,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태다.

 

이번 레딧 블랙아웃을 보며 ‘상생’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왠지 지루하게 느껴지는 단어지만, IT 플랫폼이 사회 인프라로 작용하는 시대에서 상생은 정말 중요하다. 2021년에 있었던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수수료 전쟁도 그랬고(결국 애플이 승소하긴 했지만), 플랫폼과 크리에이터가 각자의 이익을 두고 늘 줄다리기를 하는 유튜브나 트위치에서도 결국 상생이 중요한 키워드다.

 

레딧 CEO가 왜 현재의 요금제 정책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지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서드파티 개발자들에게는 (지금까지 레딧의 성장에 큰 기여한 것도 있으니) 예외를 적용해 주어도 되지 않았을까? 수익에 있어서도 치명적인 손해는 아닐 것이다. CEO가 밝힌 대로 서드파티 앱을 사용하는 유저는 전체의 3%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은 레딧의 뜻에 달려 있겠지만, 현재 2023년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좋은 실적을 보여주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레딧은 특히 커뮤니티 플랫폼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커뮤니티의 성장이 곧 레딧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현재 모습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연 레딧이 사용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게 될지, 아니면 상생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레딧 CEO는 레딧에서 spez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가 API 요금제 관련해서 올린 공지사항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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