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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였던, 샌프란시스코 소재 B2B 스타트업에서 첫 인사평가를 받던 1년차 때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Individual Contributor, 이하 IC)’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매니저는 지난 1년 동안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로서 임무를 잘 수행했다며 칭찬하고, 내년에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자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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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구글 시니어 개발자가 성장을 위해 선택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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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였던, 샌프란시스코 소재 B2B 스타트업에서 첫 인사평가를 받던 1년차 때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Individual Contributor, 이하 IC)’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매니저는 지난 1년 동안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로서 임무를 잘 수행했다며 칭찬하고, 내년에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자고 조언했다.

 

나는 개발자인데,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는 무슨 소리지? 칭찬의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아 그냥 넘어갔고, 미팅이 끝난 후 구글에 그 단어를 검색했다. 그때, 해외에서 많이 쓰이는 듀얼 커리어 래더(Dual Career Ladder)*라는 제도를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중 경력 제도’라고도 불린다.

 

시니어 개발자 그다음은?

우리는 보통 개발자 커리어를 일렬로 나열하곤 한다.

<출처: 작가>

 

회사나 분야에 따라 시니어 개발자라는 직급을 받는 시점은 다르겠지만, 내 경험상 대략 8-10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시니어 개발자는 개발자 커리어의 종점은 아니다. 꾸준히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개발 업무를 이어가며 실력을 더 쌓는 이들도 있고, 더 높은 직위와 연봉을 위해 관리자 역할을 맡아 개발 조직을 이끄는 이들도 있다. CTO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멋진 모습도 간혹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8년 차 개발자가 된 나로서, 시니어 개발자라는 칭호가 조금 불친절하다고 느껴지는 때도 있다. 학생 시절, 매년 새로운 학년으로 승급하면서 항상 새로운 표지석이 주어졌던 것과 달리, 시니어 이후의 커리어는 길고 거대하고 막연하게 느껴진다.

 

 

듀얼 커리어 래더(Dual Career Ladder)

듀얼 커리어 래더는 시니어 개발자의 이후 커리어 방향성에 대한 고민에 좋은 대답을 제공한다. 비교적 자유로운 시니어 이후의 커리어에 명확한 직급과 직무를 제시하여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관리직(Manager)과 기술적 전문직(Individual Contributor)의 커리어를 나누는 것이다.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기술적 직무를 졸업하고 관리 직무를 배정받는 시스템과 달리, 이 제도에서는 관리직과 기술 전문가의 길을 나눠 경력을 관리하고 개발하는 제도다.

 

<출처: 작가>

 

달리 말해, 관리자 역할이 아닌 기술자로서도 더 큰 책임을 지고 영향력을 늘려갈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

 

나는 미국에서 개발자로 생활하는 동안 대부분을 이 듀얼 커리어 래더 시스템을 채택한 조직에서 지냈는데, 이 시스템에서 경력을 쌓는 동안, 또 다른 개발자들의 경력을 관찰하며 이 제도에 여러 장점이 있다고 느꼈다.

 

 

매니징하는 매니저

10년 동안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며 기술적 경험을 쌓아온 시니어 개발자가 10명의 팀을 이끌 매니저로 승진했다고 상상해보자. 그렇다면 이 개발자가 뛰어난 매니저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 기준에서 좋은 매니저는 팀원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그들을 설득하며, 영감을 주고, 필요한 경우 공정하게 평가하여 팀원의 성장과 팀 전체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10년간 기술적 업무를 훌륭히 수행해내 시니어가 된 개발자가 딱히 잘할 업무들은 아닌 것 같다. 잘하면 그게 특이한 케이스일 거다.

 

듀얼 커리어 래더 시스템에서는 매니저로의 직무는 개인의 선택이며, 직무 "전환"을 의미한다. 즉, "위로"가 아니라 "옆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매니저로서의 업무는 코딩, 설계, 서비스 운영과 같은 기술적 업무의 연장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업무의 시작이다. 관리직으로 이동한 시니어 개발자는 이제 매니저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게 되며, 기술자가 아닌 매니저로서의 기준으로 평가받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성장한 매니저들의 관리를 받아보니, 나는 이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 내가 만난 많은 매니저들은 자신의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성심껏 수행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관리" 활동(개별 면담, 팀 미팅, OKR 미팅, 개개인의 성과 평가 등에 사용한다.

 

특히, 좋은 매니저는 나의 커리어 코치가 되어주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나의 만족감과 성과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매니저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코칭을 우선순위에 두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구글에서 시니어 개발자 승급을 앞둔 시절 함께했던 매니저와의 일화이다.

 

몇 년간 다음 진급에 가까워지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때, 매니저에게 커리어 상담을 요청했다. 앞으로 1-2년 동안 내가 원하는 성장과 그에 따른 진급에 대한 고민을 매니저에게 전하자, 그는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이야. 지금 이 팀에서 네가 더 성장할 만한 프로젝트가 없다고 보여. 같이 다른 기회를 찾아보자."라며, 좋은 프로젝트가 있는 다른 팀으로의 이동을 도와주었다. 그는 팀원 한 명을 잃는 것보다 내 커리어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주었다.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Individual Contributor)

반면, 기술 전문가(Individual Contributor)의 길은 시니어 개발자에게 조금 더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내 생각엔 좋은 시니어 개발자가 반드시 좋은 관리자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우수한 선수가 반드시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래서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 트랙은 시니어 개발자가 반드시 매니저로 직무를 전환하지 않아도 조직 내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를 제시해준다.

 

<출처: 작가>

 

높은 레벨의 기술 전문가는 어떤 일을 할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현재 일하고 있는 구글의 Go 언어팀에 소속된 러스 콕스(Russ Cox)이다. 러스는 언어 디자인부터 런타임 성능, 의존성 관리 등 Go 언어의 핵심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개발자다. IC의 최고 레벨인 디스팅귀시드 개발자 타이틀을 가진 러스는 높은 위치에 있지만 관리자가 아니다. 다른 개발자에게 본보기가 되고 조직 내 좋은 개발 문화를 만들어가는 책임은 있지만, 그가 직원을 직접 관리하거나 연말마다 평가를 내리는 책임은 없다. 그건 관리자의 일이지,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의 일은 아니다.

 

나는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 트랙의 존재 자체를 좋아한다. 어려운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기술자의 능력과 회사의 기여를 인정받을 수 있으며, 그 경력 체제는 하나의 기술자로서 꾸준히 성장하고 싶은 내 갈증을 해소해 준다.

 

 

시니어 개발자는 어떻게 성장하나요

시니어 개발자로 활동하는 시기는,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해보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낄까? 내 단점은 무엇일까? 찬찬히 살펴보고 그다음을 선택해야 할 때다.

 

특히 듀얼커리어 래더에서 제시하는 두 가지 갈림길은 좋은 기준점이 된다. 그 두 가지 길 중에 내가 원하는 성장은 어느 길에서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더 또렷이 다음 길이 보일 거라 생각한다. 듀얼 커리어 래더를 적용하지 않는 회사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적어도 내가 원하는 성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는 좋은 기준점이 된다.

 

구글에서 시니어 개발자로 진급한 지 얼마 안 돼 매니저에게 이후 성장에 대해 질문했던 적이 있다.

 

"진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금 부끄럽지만, 다음 진급은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는 과정인지 알고 싶어."

 

"음, 이제부터는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 트랙에 머무를 것인지, 매니저 트랙으로 전환할 것인지, 그리고 네가 어떤 성장을 원하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거야. 하지만 알아두었으면 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시니어 개발자는 진급을 하지 않아. 여기부터 진급은 선택이야."

 

경력이 쌓이면서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진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작은 세상에서, "진급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자면, 나는 시니어 개발자로서의 첫걸음은 조금 천천히 내딛기로 했다. 매니저라는 새로운 트랙에 대해 흥미가 생기기는 했지만, 나는 작은 아이들의 초보 아빠라는 삶의 새로운 책임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무로 전환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느꼈다.

 

새로운 가족을 환영하면서 동시에 무너진 나의 삶에서 새로운 밸런스를 찾는 일이 충분히 어렵게 느껴져, 올해 목표는 "지금까지 해온 던 것을 꾸준히 잘하도록" 하는 것 정도로 지금의 매니저와 합의를 보았다. 앞서 말했듯, 다음 진급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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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개발 문화, 웹, 백엔드, 프론트엔드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에서 개발자로 일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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