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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PM이 웬 웹툰?’이라고 생각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2015부터 약 3년 넘게 레진코믹스에서 <독일만화>라는 웹툰을 연재했다. 참고로 이 시기는 내가 독일에서 모바일 광고 서비스의 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언뜻 보면 웹툰과 모바일 광고 서비스 기획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웹툰도 결국 하나의 제품이라, 제작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PM의 업무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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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PM이 웹툰을 그리면서 배운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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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매니저
<출처: 작가>

 

제목을 보고 ‘PM이 웬 웹툰?’이라고 생각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2015부터 약 3년 넘게 레진코믹스에서 <독일만화>라는 웹툰을 연재했다. 참고로 이 시기는 내가 독일에서 모바일 광고 서비스의 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언뜻 보면 웹툰과 모바일 광고 서비스 기획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웹툰도 결국 하나의 제품이라, 제작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PM의 업무와 닮아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웹툰을 그리면서 배운 점을 토대로, PM이 제품을 만들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먹히는 가치 발견하기

프로덕트매니저
<출처: 작가>

 

먹히는 가치를 발견한다는 것은 IT 업계 언어로는 'PMF(Product-Market Fit)를 찾아야 한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제품이든 성공하려면 사용자들에게 먹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나는 독일에서 일하면서 독일 생활에 대한 만화를 그리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일상을 그리는 것만으로는 아쉬웠다. 직장인의 일상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엮어내기란 쉽지 않고, 그림으로 승부하기엔 그림 공부를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험 삼아 몇 편 그려봤지만 나 스스로도 너무 재미가 없어 중간에 그만두었다.

 

그러다가 떠올린 컨셉이 '데이터가 들어간 먼나라 이웃나라'였다. 어릴 때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의 시선으로 읽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독일 사람들은 OO를 좋아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어도 근거 데이터가 없으니, 만화의 재미와는 별개로 작가의 주관적인 느낌으로 밖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독일 무역흑자와 임금 인상'이라는 주제의 만화를 그리고, 표와 그래프를 삽입한 뒤 커뮤니티 만화 게시판에 올렸다. 일단 테스트였기 때문에 그림은 거의 낙서 수준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완전히 먹혔다'까지는 아니었지만, 조회수와 댓글 내용을 통해 '사람들이 관심이 있다'라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독일 사회나 경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반응의 증가폭이 정체되었다. 역시 일상의 사건들을 그려야 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좀 더 가벼운 주제를 다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의외로 독일 브랜드 Top 15'라는 주제로 만화를 그렸는데, 생각보다 크게 먹혔다. 댓글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사람들은 Fanta(환타)가 독일에서 탄생한 브랜드라는 사실을 재밌어했다. "OO도 독일 브랜드죠!"라며 추가 정보를 가져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독일의 경제, 사회, 일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데이터와 함께 풀어나가는 웹툰'이 내가 찾은 PMF였다. PMF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일단 이용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여러 번 테스트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번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정말 최소한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의 경우 만화를 낙서 퀄리티로 유지해 제작 시간을 줄였다. 그러니 완벽한 것보다 빠르게 굴리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해요!'라는 반응 1개보다, '그림 왜 저러냐'라는 반응 10개가 더 좋을 수도 있다.

 

 

2. 맞는 장소에 알리기

프로덕트매니저
<출처: 작가>

 

내가 <독일만화> 테스트 원고를 그리면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네이버 웹툰 베스트 도전'에 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5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웹툰'하면 무조건 네이버 웹툰이었다. 따라서 웹툰 작가 데뷔를 위해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 업로드하는 것은 당시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웹툰 작가 데뷔를 노렸다기보다는, 그저 커뮤니티에서 소소하게 흥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커뮤니티에 만화를 올렸다.

 

연재가 결정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웹툰 PD들은 늘 여러 커뮤니티와 SNS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거기에서 재미있거나 가능성이 보이는 만화가 있으면 작가에게 연재를 제안한다. <독일만화>도 마찬가지였다. 작품이 커뮤니티에서 소소하게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고 나에게 연락을 준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약 <독일만화>를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 올렸다면 수백 개의 다른 작품들 속에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처럼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는 재미를 평가받기 전에 일단 눈에 띄어야 한다. 그리고 베스트 도전에 올렸다면 프로 지망생들과 퀄리티 승부를 했겠지만, 커뮤니티에서는 퀄리티가 낮아도 재밌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제품을 만들 때도 무조건 사람이 많은 곳에 홍보하기보다, 규모가 작더라도 핏이 잘 맞는 커뮤니티에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둘 다 해도 되지만 돈과 시간이 한정적일 수도 있다. 잘 만든 결과물이 단순히 눈에 띄지 않았다는 이유로 묻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반드시 1등 무대에서 승부를 볼 필요는 없다.

 

 

3.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프로덕트매니저
<출처: 작가>

 

나는 그림을 그리는 전문가가 아니고, 직장도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했다. '만화를 그린다'라고 이야기하면 보통 밤늦게까지 그린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내 경우엔 그래서는 안 됐다. 회사에서도 최상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만의  5가지 룰을 세웠다.

 

1. 그림체는 깔끔하고 간단하게 그린다. <독일만화>의 재미는 그림의 멋짐과 관계 없음.
2. 회사 출장이나 교육 등의 이슈가 있을 수 있으니, 세이브 원고는 반드시 3개 이상으로 유지할 것.
3. 원고 제출 시 마감일을 절대 넘기지 않을 것.
4. 기상/수면 시간을 바꾸지 않을 것.
5. 반드시 쉬는 시간을 만들 것.

 

룰을 세웠지만 막상 그림을 그리다 보니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정식 연재에 맞춰 그림체를 업그레이드시켰지만 '더 화려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다른 웹툰과 비교했을 때 그림이 엉성해 보였고, 데이터를 더 풍부하게 넣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하지만 룰을 정하니 '룰을 깨지 않는 선에서'라는 조건이 붙게 되어, 과한 욕심을 억제할 수 있었다. 내가 전설의 웹툰 작가가 아닌 이상, 독자들도 '희대의 명작'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룰이 있으면 기준이 생기고, 그에 맞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제품을 만들다 보면 버튼 색깔도 바꾸고 싶고, 문서 내용도 더 완벽하게 정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 그게 정말 중요한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품은 무한히 개선할 수 있지만 그걸 다 해내려다가는 진이 빠지게 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서 계속 손을 대다 보면 결국 밤을 새우게 되고, 체력을 소진해 일하기가 싫어진다. PM으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OO를 하자'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무엇을 하지 않을지 명확히 정해놓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선택지가 무한하게 커지므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무엇을 하지 않을지부터 생각해 보자.

 

 

4. 도구에 의존하지 않기

프로덕트매니저
<출처: 작가>

 

<독일만화>는 갤럭시 노트(10.1인치)와 MS 파워포인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웹툰 작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문 태블릿은 너무 비싸고 거대했으며, 포토샵은 당시 내 맥북에어에서 돌리기에는 무거웠다. 하지만 이런 제약사항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회사원이었기 때문에, 작품을 최소한의 시간으로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웹툰 작업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그림이다. 그러니 전문 태블릿을 쓴다는 것은 그림에 더 신경을 쓴다는 뜻으로, 내가 정한 핵심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된다. 전문 태블릿이 제공하는 기능은 대부분 <독일만화>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있으면 쓰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 방해만 됐을 것이다.

 

파워포인트도 마찬가지다. 포토샵이 있었으면 여러 레이어를 이어 붙이는 식으로 화려한 연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파워포인트는 정해진 사이즈의 슬라이드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아 단순하다. 돌이켜보면 그 단순함이 정보 전달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독일만화>는 스토리 웹툰이 아니어서 화려한 연출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흥미로운 주제와 구성 방식이 핵심이며, 웹툰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보조 역할을 했다.

 

만약 경력이 있는 PM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할 때, 과거의 경험을 살려 처음부터 단단하게 무장한 채로 제품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비싼 소프트웨어, 리서치 툴, 최고급 장비를 갖추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비용 문제도 있겠지만, '모든 것을 사용해야 한다'라는 압박이 되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소한의 자원만으로도 충분하다면 그 편이 더 단순하고 빠른 방법이다.

 

 

5. 반드시 실행하기

프로덕트매니저
<출처: 작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룰과 프로세스를 정립해 놓아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A) 80점짜리 상품을 만들지만 납기일이 들쭉날쭉하는 사람
(B) 100점짜리 상품을 만들지만 납기일이 들쭉날쭉하는 사람
(C) 80점짜리 상품을 만들고 납기일이 정확한 사람

 

당신이라면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 일단 A는 절대 아닐 것이다. B도 수요는 있겠지만 C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B와 C는 소비층이 다른 성격의 상품일 수도 있다.

 

만약 내가 <드래곤볼>처럼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만화를 그릴 수 있다면 예외다. 납기일이 들쭉날쭉해도 된다. 어차피 잘 팔릴 테니까.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납기일이라도 정확히 지켜야 한다. PD 입장에서 A 같은 작가는 신뢰할 수 없으며, B에 비해 대체하기도 쉽다.

 

내가 독일 이야기를 하는 만화로 나름의 PMF를 찾기는 했지만, 해외 생활을 보여주는 만화는 많다. 그리고 그런 만화들과 비교했을 때 <독일만화>는 그림체적으로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작품에 장점을 하나라도 더 붙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감일을 반드시 지키는 것으로 정했다. 나는 이것이 꽤 효과적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PD 입장에서도 일하기 수월했을 것이고, 독자들 입장에서도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죄송합니다' 같은 공지사항을 보지 않아도 됐으니 말이다. '정해진 시간에 올라온다' 이 단순함은 소비하는 입장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음식점 오픈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가기 싫어지는 것과 같다.

 

그리고 반드시 실행하는 것은 프로덕트 사용자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팀 측면에서도 무척 중요하다. 하기로 해놓고 하지 않는 것은 프로세스의 어딘가가 부실해졌다는 뜻이다. 게다가 '계속 만들어간다'라는 의지도 잃게 된다. 하기로 했으면 실제로 실행해야 자신감이 붙는다. PM은 내부에서 '우린 지금 뭐 하고 있지?' 같은 의문이 생기지 않도록 부지런히 확인하고 고쳐야 한다.

 

 

결론: 핵심 외에는 어차피 다 못 챙긴다!

프로덕트매니저
<출처: 레진코믹스, 작가 캡처>

 

내가 웹툰을 그리면서 확실히 배운 것은, 어차피 다 못 챙긴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MVP(최소 기능 제품) 같은 용어가 생겼겠지만, 제품을 만들다 보면 모든 것이 중요해 보이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나 또한 PM 업무를 하면서 자주 그랬다.

 

1. 먹히는 가치 발견하기
2. 맞는 장소에 알리기
3.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4. 도구에 의존하지 않기
5. 반드시 실행하기

 

이 5가지는 결국 핵심 가치에 올인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엉성해 보여도 사람들은 이용한다. 내 웹툰도 언뜻 보기에는 제대로 된 만화처럼 보이지 않지만, 다른 웹툰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소소하게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한 중간에 그림체나 이야기 방식을 갈아엎기 힘든 웹툰과는 달리, 제품은 말 그대로 무한히 발전시킬 수 있다. 언제든지 피벗할 수 있고 리브랜딩 해도 된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정말로 쓸모가 있다면, 그리고 눈에 띈다면 사람들은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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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추구에만 매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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