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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UX 라이팅이 디지털 프로덕트를 다루는 ‘인터페이스’에 쓰이는 글이었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CX 라이팅은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채널 전반에서 쓰이는 글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UX 라이팅이 마이크로 영역을 다룬다면, CX 라이팅은 매크로 영역을 다루는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CX 라이팅’(Customer Experience Writing, 이하 CX 라이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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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UX 라이팅이 디지털 프로덕트를 다루는 ‘인터페이스’에 쓰이는 글이었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CX 라이팅은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채널 전반에서 쓰이는 글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UX 라이팅이 마이크로 영역을 다룬다면, CX 라이팅은 매크로 영역을 다루는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CX 라이팅’(Customer Experience Writing, 이하 CX 라이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인터페이스 내에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습니다. 여기서 목적이란 반드시 구매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반면 CX 라이팅의 최종 목적은 구매입니다. 구매란 고객의 최종 선택을 의미하죠. 고객은 하나의 브랜드를 인지하고 구매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고객 여정이라 불리는 과정입니다.
CX 라이팅은 그 과정에서 고객의 경험을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매개입니다. 일관된 목소리로 고객과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구축해나갑니다.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그 이상의 ‘팬(Fan)’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볼까요? 최근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 유저가 된 제 경험을 CX 관점에서 다시 바라봤습니다. 익숙한 안드로이드에서 낯선 iOS로의 이전은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을 구매하기까지 거친 모든 여정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갖고 싶은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이폰의 디자인과 호환성도 한몫했지만, 기존 애플 고객에 ‘의한’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소구 방식(톤 앤 매너 등), 매장에서의 직원 응대 등이 좋은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혁신을 추구했던 스티브 잡스의 스피릿이 전이(?) 되는 것 같았죠. 아이폰은 그냥 휴대전화가 아니라 하나의 창작 도구로 제 마음속에 포지셔닝 되었습니다. 아이폰을 사기로 한 저의 결심과 최종 선택(=구매) 사이에서 만난 수많은 CX 라이팅은 단순히 가이드 이상으로, 총체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CX 라이팅을 눈여겨보게 된 건 개인적인 업무 경험도 한몫했는데요. 회사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UX 라이팅 범주라고 생각했던 것 이상의 글을 써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내가 이걸 왜 하지?’라고 생각했지만, 문득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자 다른 관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알다시피 UX 라이팅과 CX 라이팅은 디지털 프로덕트를 공통으로 다룹니다. 인터페이스에서 가이드 역할에 충실한 UX 라이터는 해당 프로덕트에 관해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글이란 결국 이해를 바탕으로 쓰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CX 라이팅으로의 비전을 그려보게 됐습니다. UX 라이터로서의 미래를 생각할 때, CX 라이팅처럼 고객과 더 넓은 접점에 닿아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FEEDBACk.io에서 조사한 <2022 CX Trend Report>에 따르면, 사용자 여정에서 사용자가 느끼는 크고 작은 불편함이 기업 이미지 손실과 구입 포기로 이어져 장단기 손실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언제, 어떤 상황을 불편한 경험으로 기억할까요? 사용자가 불편을 느낀 대부분의 이유는 탐색과정에서의 정보 부족이나 불충분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디지털 서비스에는 사용자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사용자 스스로 탐색하고 이용해야 하죠. 그런데 정보가 불충분하다면 어떨까요? 채널별로 서로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요? 서비스에서 언제, 어디서든 일관된 방식으로 최신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할 때, 고객 경험을 불만족에서 만족으로 돌아서게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 여정에서의 맥락을 파악하고, 잠재된 고객의 니즈도 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죠. 그래서 고객을 모으고 유지하는 전략은 바로 고객 경험의 이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는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CX 라이팅 전략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CS가 고객 응대 중심의 A/S 서비스라면, CX는 고객 여정에서 여러 모습으로 인터랙션하는 모든 경험을 의미합니다. 프로덕트의 일관된 콘셉트는 유지하면서 다채널에서 고객과의 유대를 쌓는 과정이죠. 해외에서는 CX 라이팅을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콘텐츠 마케팅’의 한 유형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기업이 CX 라이팅에 기대하는 바는 고객과의 일관된 관계 구축입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처음 인지한 시점부터 구매, 그리고 재구매 등 전 과정에서 ‘어떤’ 콘텐츠로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주요 미션이 됩니다. 한 해외 CX 라이터의 포트폴리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위 자료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Customer Experience Strategy & Writing로 일하고 있는 JENNIFER L. RAINES의 포트폴리오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그녀는 ATJ 브랜드를 담당하면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필요한 모든 실질적인 정보를 포함하는 문서 및 웹사이트 섹션을 CX 라이팅 했습니다. 여권, 비자, 보험, 약관 등의 모든 내용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기존 콘텐츠를 개정했습니다. 또한 링크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며 규정이 변경되면 새로운 내용을 도입하는 등 모든 콘텐츠를 고객이 명확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유지, 개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전에 편집물을 다루다 UX 라이터가 된 저의 경우에도, CX 라이터의 업무 범위와 교차하는 지점이 있어 반갑기도 했는데요. 웹사이트나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넘나들며, 전방위적(마케팅, 브랜딩, 심리학, 디자인, 글쓰기 등)으로 글을 쓰는 데 매력을 느낀다면 CX 라이터로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 회사 A는 반품 관련 고객 불만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A사의 CX 라이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품 정책을 다시 작성했습니다. 간결명료하게 정보를 논리적으로 재구성하고, 시각적 자료도 추가하여 글을 다 읽지 않아도 한눈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고객 불만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전반적인 고객 경험이 개선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SasS 회사 B의 CX 라이터는 자사의 기술을 고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인터페이스, 매뉴얼 및 마케팅 자료를 전면 수정했습니다. 기술의 특장점을 살리면서도 일반적인 어휘로 명확히 전달하여, 고객이 어려움 없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제품 출시 후, 고객은제품을 더욱 쉽게 탐색하고 사용할 수 있었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쏟아냈습니다. 덩달아 회사 매출도 증가했습니다.
유통사 C는 웹사이트와 모바일에서의 고객 경험을 개선하여 온라인 매출을 늘리고자 했습니다. 그 목적에 따라 CX 라이터는 제품 설명서, UI 및 기타 고객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시 작성했습니다. 특히 고객 친화적인 언어를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내비게이션을 재구성하고, 결제 과정을 단순화해서 제품 탐색에서 구매 완료까지 막힘없이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이후, 높은 사용성 평가와 함께 고객의 쇼핑 경험이 더 즐거워졌다는 피드백을 받게 되었습니다.
위 3가지 사례를 읽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UX와 CX가 상호적으로 작용하면, 보다 멋진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궁극적으로 UX, CX 전략의 핵심은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경험과 연결, 확장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서 라이팅 기술이 브랜드 전반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위 그림에서 Customer를 User로 바꾸면 UX 라이터와 CX 라이터의 경계와 합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어느 직군이 더 필요한지는 회사의 구체적인 목표와 필요에 따라 다를 테고요. 브랜드 전반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다중으로 두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려는 회사라면 CX 라이팅의 역할이 중요할 겁니다. 반면 특정 디지털 제품 안에서 명확하고 간결하며, 직관적인 언어체계를 개선하려는 회사라면 UX 라이팅이 필요하겠죠.
아직 국내에는 이렇다 할 CX 라이팅 관련 채용이 없습니다. 10여 년 전 UX가 한국에 정착하던 때에 UX 라이팅 관련 채용이 없던 것처럼요. 그렇지만 어디에서는 분명 ‘CX 라이터처럼’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PM이나 UX 디자이너, 마케터가 UX 라이팅을 하느라 종종걸음 한다거나, 인하우스 UX 라이터가 전방위적으로 잰걸음 하는 경우처럼 말이죠.
이때 중요한 것은 앞으로 CX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는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디지털 고객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들려면 강한 동기가 있어야 하고, 이 동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의미'가 중요하다.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고객의 참여 동기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고, 이는 기업이 설계하는 고객 경험의 경쟁력을 크게 좌우할 것이다.“라고요.
저는 이 문장에서 라이팅 기술의 역량과 가능성을 그려봤습니다. 고객에게 동기를 불어넣기 위한 ‘의미’란 결국 말(글)의 힘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UX 라이터로서 좀 더 욕심을 내서, CX의 관점으로 UX 라이팅을 한다면 더 폭넓은 시선에서 나만의 스킬셋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재 UX 라이터로 일하고 있거나, 앞으로 UX 라이터가 되고 싶은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 CX 라이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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