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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AI가 전면 도입될 것이란 발표가 있었다. 이제 AI가 이메일을 대신 써주고, 미팅 내용을 알아서 정리해 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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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AI가 전면 도입될 것이란 발표가 있었다. 이제 AI가 이메일을 대신 써주고, 미팅 내용을 알아서 정리해 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발표는 생각보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같은 주에 새로운 AI 서비스가 그야말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GPT-4와 미드저니 v5가 공개됐고,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오피스 제품들에 코파일럿이 들어간다는 발표가 있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이 엑셀 데이터를 분석해 주고, PPT를 자동 생성해 주는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로 인해 구글 발표가 과하게 묻힌 느낌이지만 AI의 성능은 둘째 치더라도, 전 세계 절반이 구글 인프라를 기반으로 일하고 있는 만큼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은 구글 AI가 워크스페이스에 어떻게 적용될지, 그로 인한 영향력은 어떨지에 대해 예측해 보고자 한다.
발표된 내용은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각 서비스에 AI가 추가될 예정'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서비스 이름 | 주요 기능 | 곧 추가될 AI의 역할 |
---|---|---|
지메일 | 이메일 | 메일을 자동으로 작성하고 요약해 줌 |
문서 | 문서 작성 | 글을 자동으로 작성하거나 고쳐 써주고, 틀린 부분을 찾아내 줌 |
슬라이드 | PPT 작성 | 맥락에 맞춰 PPT를 만들어주고, 삽입할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를 생성해 줌 |
스프레드시트 | 표 작성 | 데이터 자동 완성, 함수 생성, 맥락에 맞는 분류 및 인사이트를 제공해 줌 |
미트 | 화상 미팅 | 새로운 배경을 생성할 수 있고 미팅 내용을 요약해 줌 |
챗 | 텍스트 채팅 | 메시지 대신 작성해 줌 |
사실 우리는 문장 자동 완성이나 스팸 메일 차단 등 이미 구글의 AI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생성형 AI'라는 더 센 녀석의 도움을 받을 차례가 된 것이다. 누군가가 'AI가 인턴을 대체한다'라는 말을 했는데, 알맞은 비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AI의 작업물이 완벽하진 않다. 내용이 틀릴 때도 있고, 사용하는 표현이 기계적이어서 고쳐야 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람 인턴도 실수를 하고 부족할 때가 많다. 따라서 AI가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그 어떤 인간보다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용할 것이다.
그렇기에 얼마나 정확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유능한 인턴이라면 'PPT 깔끔하게 만들어 줘' 같은 요청도 찰떡같이 알아듣겠지만, AI에게는 너무 모호한 명령이다. '슬라이드 당 텍스트가 3줄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색깔은 흰 바탕, 이미지는 미니멀한 2D 스타일, 텍스트는 진지한 톤이 느껴지는 스타일의 검은색 폰트로' 같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까다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정확히 해낼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불과 몇 초 안에 끝내는 괴물이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AI 업데이트는 3월부터 적용한다고 했으나, 아직 크게 바뀐 점을 찾지 못했다. 일단은 미국 지역 한정, 영어 한정으로 진행되며, 차츰 더 많은 지역과 언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다려봐야겠다. 혹시 사용해 본 분이 있다면 댓글로 소감을 남겨주셔도 좋을 것 같다.
사실 구글의 발표가 놀랍지 않았던 이유는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AI가 도입되는 것은 거의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주에 발표된 GPT-4가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상반된다.
하지만 구글 업데이트가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생성형 AI들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실제로 그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물론 ChatGPT를 써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이리저리 테스트해 보는 사람의 비율은 (적어도 현시점에서)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IT 업계가 아닌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면, 생성형 AI가 자신과는 관련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ChatGPT 쓰려면 뭐 가입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조금 허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 업무 환경에 보이기 시작하면 달라질 것이다. 지금도 화상 미팅 내용을 (GPT 모델을 사용해) 요약해 주는 앱들이 있다. 계정을 만들고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러 서비스를 찾아 설치하고 사용하는 것이 귀찮은 일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매일 쓰는 앱 안에 '자동으로 요약하기' 버튼이 있으면? 자연스레 눌러보게 될 거고, 나도 모르는 사이 AI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현재 구글 워크스페이스는 디지털 업무 인프라 그 자체다. 생성형 AI가 그 인프라 속 기능으로 정착하게 되면, 사람들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메일 스레드가 길어질수록 내용이 산으로 갈 때가 많은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AI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요점을 요약해 주고 핵심 디테일을 잡아 줄 것이다. 이러면 오해가 줄어들어 정확성이 올라가고, 전체 그림과 방향성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생성형 AI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레드가 너무 길어서 히스토리 파악이 힘드네요'라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GPT와 구글 AI 모델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난지는 모르겠다(분위기상 GPT가 승자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뛰어난지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마치 구글 크롬 브라우저보다 강력한 브라우저가 많지만, 대부분 구글 크롬에 정착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들은 이미 구글 워크스페이스 환경에 익숙하고, 구글 AI가 (GPT보다는 못해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면 굳이 다른 업무 시스템으로 바꿀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물론 결과물의 차이가 크다면 차츰 옮겨갈 것이고, 대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한다면 기존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새로운 AI 서비스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딩 비서 역할의 코파일럿 X와 협업 툴 루프(Loop)를, OpenAI는 ChatGPT용 플러그인을 공개했다. 만약 구글이 이에 대항할 만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말 대세가 바뀔지도 모른다.
생성형 AI 관련해 크게 공감한 농담이 하나 있다.
"이메일은 적당한 예의와 형식을 요구한다. 따라서 나는 공유할 정보가 단편적임에도 불구하고 ChatGPT를 사용해 내용을 부풀린다. 그런데 정작 메일을 받는 사람은 예의와 형식보다는 핵심 정보에 관심이 있다. 그 사람은 ChatGPT에게 핵심 정보만 정리해 달라고 한다."
지금은 생성형 AI를 쓰는 것이 익숙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위와 같이 바보스러운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이메일을 AI로 작성하는 것이 당연해진다면? 형식을 갖추는 문화가 조금은 바뀌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는 온/오프라인의 비즈니스 매너와 형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업무 문서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는 사람이 직접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능적 역할은 없어도 왠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인간적인 문장이 많이 포함된다. 하지만 정작 읽는 사람은 필요한 정보만 골라보기를 원하며, AI는 이를 요약해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문서 작성 시 인간적인 문장이 과연 필요한지, 아닌지부터 따져보는 경우가 늘어나지 않을까?
(예시)
REST API를 사용한 카카오 로그인은 PC 및 모바일 웹에서 카카오 로그인 구현 시 적합한 방식입니다. 다음은 REST API를 사용한 카카오 로그인 과정을 나타낸 시퀀스 다이어그램(Sequence diagram)입니다. 단계별 안내를 함께 참고합니다. | <카카오 로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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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드시트도 비슷하게 바뀌어갈 것이라 예상한다. 지금은 데이터를 정확히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표를 보기 좋게 포장하는 데에도 만만치 않은 시간을 할애한다. 셀마다 색깔을 지정하고, 정렬하고, 표 두께를 일관되게 그리는 등 잡일이 많다. 하지만 AI가 데이터에 대한 인사이트와 분석을 대신해 주는 것이 보편화된다면? 근거 데이터는 날 것 그대로 던져놓고 분석과 인사이트 부분만 정리하면 될 것이다.
자동화 숙련도에 따른 격차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능성의 천장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물리적, 시간적 제약 때문에라도 개인 간의 능력차가 그렇게까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유튜브, 클라우드 서비스, API 등 수많은 인프라의 발전으로 개인 간의 편차가 심해졌다. AI는 그 격차를 한 단계 더 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생성형 AI의 장점은 상상한 것을 만들어준다는 것인데 바로 이것이 문제다. 이론적으로 한계가 없다고 볼 수 있어,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결과물은 확연히 차이가 날 것이다.
예를 들어, AI를 잘 쓰는 사람은 AI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릴 줄 알고 상황에 따라 어느 AI를 쓰는 게 적절한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AI의 부정확함도 잘 찾아낼 것이며, 기계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적당히 다듬어내는 능력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AI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지시는 모호할 것이며, 진입장벽이 낮은 AI를 활용하는 것에 그칠 것이다. AI의 부정확함을 잡아내는데 노력을 들이지 않아 실수를 할 것이며, 만들어낸 결과물이 다른 이들의 AI 생성물과 비슷해 지루할 것이다.
문제는 현재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이러면 배우기도 전에 압도당하고 지치기 쉽다. 또한 많은 발전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어권에서 이루어져, 영어가 익숙지 않은 사용자들은 진입 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AI로 인해 영어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고 있는데, "최근 가장 핫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The hottest new programming language is English)"라는 말에 무척 공감했다. 이처럼 단순히 AI 활용법을 배운다는 접근으로 생각하기에는 AI가 너무 강력하고 압도적이다. 현재로서는 '호기심을 갖고, 일단 뭐든지 써보자' 정도로 밖에 정리하지 못할 것 같다.
구글이 발표한 것이 하나 더 있다. PaLM(Pathways Language Model API)이라는 언어 모델의 API다. OpenAI가 GPT 언어 모델을 API로 제공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개발자들은 테크 공룡들이 제공하는 언어 모델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API로 끌어오면 되는 상황이다. 마음에 드는 슈퍼 뇌를 돈주고 빌려와, 나에게 딱맞는 미니 슈퍼 뇌를 개발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AI가 글과 데이터를 나 대신 생성하고, 요약하고, 분류하는 기능이 대부분의 서비스에 기본으로 탑재되고, 그보다 더 세밀한 작업은 확장 프로그램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될 것 같다. 이미 많은 확장 프로그램이 나와있다. 예를 들어 구글 워크스페이스에는 'GPT for Sheets™ and Docs'라는 확장 프로그램이 있다. 이걸 설치하면 표 안에 있는 데이터를 알아서 처리해 주는 GPT 함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식의 확장 프로그램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셰익스피어 풍으로 OTT 드라마 각본 초안을 작성해 주는 봇’ 같이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특정 사용자에게는 유용한 앱들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구글의 PaLM 모델로 만든 앱이 마이크로소프트 365에서 구동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GPT 모델 기반의 앱이 구글 워크스페이스에서 구동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많을 것 같긴 하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의 말처럼,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미래(The New Future of Work)'가 성큼 다가왔다. 앞으로는 생각하고 토론하고 행동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될 것 같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받아 적고 정리하고, 공유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이 기회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이 실제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인지, 단순히 정보를 가공하고 옮기고 있을 뿐인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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