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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기반 SNS 앱 ‘본디(Bondee)’는 2023년 1월 17일 출시 이후, 10~2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가상 공간을 꾸미고 아바타를 만들어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데, 앱을 공개한 지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SNS 플랫폼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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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기반 SNS 앱 ‘본디(Bondee)’는 2023년 1월 17일 출시 이후, 10~2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가상 공간을 꾸미고 아바타를 만들어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데, 앱을 공개한 지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SNS 플랫폼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불거진 개인정보 수집 논란으로 사용자들이 빠르게 이탈했고, 짧은 시간 안에 큰 관심을 받은 만큼 인기도 거품처럼 사그라들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본디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패 원인을 다루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지금 주목해야 할 점은 본디의 생존 전략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메타버스 SNS 플랫폼을 표방하는 본디가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분석해 보려고 한다. 본디는 어떻게 SNS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존 전략을 분석하기 전, 먼저 본디가 어떤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는지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본디는 10~20대 사용자들 중심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빠르게 높였다. 그 비결은 더하기가 아닌 빼기에 있다.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가 고민하던 2가지를 본디는 과감하게 포기했는데, 이 덕분에 오히려 주목받을 수 있었다. 본디가 포기한 점 2가지는 바로 ‘사실적인 아바타’와 ‘멀티플레이’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와 ‘이프랜드’의 아바타는 다양한 체형과 다양한 이목구비를 제공한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웹툰에 나오는 유명 캐릭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처럼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반면 본디의 아바타는 사실적인 표현을 과감히 포기했다. 마치 옛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기 전인 1980~1990년대, 기술적인 한계 상황에서 캐릭터의 움직이는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사용되던 기법이다. 찰흙이나 지점토를 이용한 클레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월리스와 그로밋’, ‘패트와 매트’, ‘핑구’ 등은 오래도록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본디 역시 사실적인 표현을 과감하게 버리고 친근한 클레이 캐릭터를 앞세워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을 선택했고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기존의 메타버스 아바타의 이목구비와 비율이 조금이라도 어색한 경우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데, 본디의 아바타는 그런 위험 부담이 없다. 본디의 캐릭터는 단순하면서도 다양하고 개성이 넘쳐, 사용자의 개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메타버스 SNS에서는 보통 사용자끼리 이동하거나 함께 게임을 하는 등 일종의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 따라서 사용자들에게 어떤 멀티플레이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메타버스 플랫폼들의 영원한 숙제였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이프렌드 역시 아바타끼리 특정 공간에 모여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멀티플레이를 유도한다. 한 공간에 다수의 유저들 몰아넣어 두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 없기에,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본디는 아바타로 어떤 멀티플레이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다. 친구의 아바타와 직접 소통할 수 없고 이동도 제한적이다. 옛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싸이월드’처럼 친구의 공간에 방문해 방명록을 남기는 등 정도의 다소 폐쇄적인 소통만 가능하다.
여기에는 소통에 집중하게 하는 본디의 전략이 숨어 있다. 본디 아바타는 채팅의 재미를 더해주는 한 부분일 뿐, 그 이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초대할 수 있는 친구를 딱 50명으로 정해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광고와 인플루언서가 넘치는 플랫폼에서 벗어나 친구와 편하고 재미있게 채팅을 주고받는 메신저로 자리 잡고자 한 것이다. 사용자들은 텍스트와 이미지가 넘나드는 채팅 공간에서 아바타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내 공간(마이 룸)에서도 자신의 아바타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아바타들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덕분에 사용자는 자신의 아바타와 공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만약 다수의 아바타가 내 공간에 들어온다면 자기만의 공간인 마이 룸 자체의 매력도도 떨어졌을 것이다.
특정 공간에 사용자들이 모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작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눈에 방 구조가 들어와 쉽게 가구를 배치할 수 있고 누구나 꾸미는 것에 대한 부담 없이 클릭 몇 번만으로 쉽게 나만의 방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SNS 상에서 빠른 확산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본디는 귀여운 아바타와 복잡한 기능을 덜어낸 가상공간 구조 덕분에 오히려 빠르게 SNS에서 확산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본디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2월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이슈로 큰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본디는 정말 개인정보를 유출했을까? 논란이 된 본디 개인정보 약관을 살펴보면 다소 공격적인 어투와 책임감이 없어 보이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귀하가 본 서비스에서 공유하는 정보와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복사, 전재, 임으로 수정되거나 불법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완전히 인지하고 있고 이에 동의합니다" |
"귀하는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귀하가 이러한 위험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고, Bondee는 이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음을 확인합니다" |
"어떠한 정신적 권리도 주장하지 않으며, 귀하가 소유할 수 있는 정신적 권리 또는 그러한 정신적 권리와 관련된 어떠한 조치도 지지, 유지 또는 허가하지 않을 것임에 동의합니다" |
위 이용약관 때문에 한동안 SNS에서는 ‘본디 탈퇴’ 인증이 계속되기도 했다. 사실 본디는 SNS 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서비스는 아니다. 본디 운영사인 ‘메타드림’은 본디를 출시하기 전에 ‘트루리’를 인수했는데, 트루리는 2022년 1월 중국에서 ‘젤리’라는 이름의 SNS 서비스를 출시한 적 있다. 당시 젤리는 앱 마켓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개인정보 이슈로 중국 SNS 시장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자, 본디 사용자 수는 날이 갈수록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사용자 기준 무려 95%에 가까운 사용자가 이탈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분노해야 하는 대상은 사실 본디뿐만은 아니다. 우리가 매일 같이 쓰고 있는 구글이나 메타의 경우를 살펴보자.
구글의 경우 가입 시 타사 행태정보 수집·이용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설정화면을 가려둔 채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소유한 메타의 경우 계정 생성 시 이용자가 알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데이터 정책을 써 두었다. 나아가 법정 고지사항을 구체적으로 알리지도, 사용자들에게 동의를 받지도 않았다.
인스타그램의 경우에는 2022년 7월부터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하지 않으면 아예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지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아래와 같은 개인 정보들이 유출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이유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구글에 692억 원, 메타에 3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본디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다른 대형 SNS 플랫폼이 일반적으로 수집하는 내용에 그치는 것이다. 오히려 본디는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구글, 메타에 비해 수집하는 개인정보가 적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타 SNS보다 본디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도는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의 사용자가 이탈했기 때문에 이미지 개선을 통해 사용자들을 다시 유입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본디 앱에서는 가상통화나 블록체인, NFT 기능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공식 정책에 따르면 B-beans(본디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통화) 등 관련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던 내용이 이용약관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본디는 트위터를 통해 사용자 혼란을 막기 위해 NFT와 B-beans 관련한 이용약관을 모두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삭제하기 전 이용약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NFT 관련 내용은 아래와 같다.
B-beans는 본디 앱 내에서 아바타에 착용시킬 수 있는 의상과 내 공간에 배치할 물건들을 구입할 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B-beans는 토큰일 가능성도 있다. 대다수의 NFT 구매는 토큰이나 코인을 이용해 구매되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토큰 생태계 이코노미, 토큰과 코인의 차이)
하지만 개인정보 수집 관련 이슈가 터지며 사용자들이 본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자, 본디는 NFT 활용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렇지 않다. 본디에게 NFT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본디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기업이라는 점으로도 NFT 사업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대한 규제가 관대하기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싱가포르 법인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관련 자회사인 ‘크러스트’ 역시 싱가포르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디는 공간과 아바타를 꾸미는 것에 큰 재미 요소가 있는데, 여기서 NFT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다. NFT를 활용한 특별한 의류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소품의 소유권을 식별하고 그 가치를 사용자에게 보증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아바타와 공간을 특별하게 꾸미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NFT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면, 소수의 사용자만이 특정한 아이템과 소품을 이용할 수 있다. NFT를 구매한 사용자와 그렇지 않은 사용자 사이에 생기는 차별점으로 앱 내 캐릭터와 공간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더욱 과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액자와 같은 소품 등을 활용해서 자신의 아바타와 공간을 특별하게 하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NFT를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본디는 사용자에게 1x1 비율의 좁은 공간만을 제공하는데, 이는 NFT라는 큰 그림을 위한 의도적인 전략일 수 있다. 공간에 여러 소품을 배치하다 보면 어느새 공간이 다소 좁다고 느낄 수 있다.
이때 특정 NFT 소품을 구매하는 경우 나의 공간을 확장해 주는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자신이 보유한 NFT 작품을 더 넓은 공간에서 보관하거나 전시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개인의 경험과 스타일을 과시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고, 본디 플랫폼 안에서도 이러한 디지털 과시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만이 구매할 수 있는 의상과 소품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참여와 과시를 이끌어 낸다면 인스타그램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본디는 메타버스 플랫폼이기 이전에 SNS 플랫폼이다. 일반적인 SNS 플랫폼이 사진이나 글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라면, 본디는 거기에 가상공간과 아바타라는 요소를 더했다. NFT의 잠재력까지 가져간다면, 본디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최근 기존 SNS 플랫폼에서 느끼는 사용자들의 피로감이 본디에게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본디는 직접 친구의 가상공간에 방문해야 친구가 꾸민 방과 쪽지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친구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느낌이 강하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친구와 소통할 수 있으니, 기존 SNS 플랫폼에서 낯선 이의 게시물이나 원치 않는 광고를 봐야 하는 등의 불필요한 피로도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채팅이나 소셜 기능만으로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험난한 길이다. 때문에 본디는 인스타그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점들을 공략해 본디만의 차별 포인트를 가져가야 한다. 그 점이 바로 가상공간이다. 앞서 언급한 NFT의 가능성도 가상공간에서 더욱 날개를 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 현실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본디는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본디라는 가상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기능들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메타버스가 아닌 SNS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으며, 동시에 메타버스로서의 강점을 가져가는 것. 이것이 앞으로 본디의 생존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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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소연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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