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을 하면 원하는 문장을
저장할 수 있어요!
다음
AWS 서버 비용 절감을 고민 중이신가요?
얼마 전 제 눈을 번쩍 뜨게 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가 손을 잡는다는 소식이었죠. 최근 3년간 본 모든 금융, 핀테크 관련 기사 중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치 독수리와 사자가 손을 잡는 느낌이랄까요? 각자 자기 동네를 꽉 잡고 있던 사업자들이 반대편 영역으로 크로스하겠다는 것입니다.
회원가입을 하면 원하는 문장을
저장할 수 있어요!
다음
회원가입을 하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스크랩할 수 있어요!
확인
얼마 전 제 눈을 번쩍 뜨게 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가 손을 잡는다는 소식이었죠. 최근 3년간 본 모든 금융, 핀테크 관련 기사 중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치 독수리와 사자가 손을 잡는 느낌이랄까요? 각자 자기 동네를 꽉 잡고 있던 사업자들이 반대편 영역으로 크로스하겠다는 것입니다.
굳이 손잡을 이유가 없는데 대체 왜? 무엇을 주고받기 위해? 같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우선 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기사를 봤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MST 결제란?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는 삼성페이 결제방식으로, 삼성전자가 2015년 3월에 공개한 세계 최초로 MST와 NFC를 동시에 지원하는 온/오프라인 핀테크 결제 플랫폼입니다. 기존 결제 단말기를 그대로 쓸 수 있어 국내에서 100% 호환성을 자랑하며, 삼성이 특허를 가지고 있어 삼성 휴대폰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이러한 소식에 국내 언론들은 특유의 자극적인 제목 붙이기에 나섭니다. 곧 국내에 출시되는 애플페이 때문에 이런다는 해석이었죠.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사실 확실하게 보려면 UX가 어떻게 변하는지가 관건이지만, 제 견해를 바탕으로 이번 제휴의 의미와 양사의 속셈을 따져보고자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기사 내용을 좀 더 명확히 해석하면 이렇게 될 것입니다.
1) 오프라인 매장에서 네이버페이 앱을 켬
2) 카드 선택, MST 결제(삼성페이식 결제)
3) 아마도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
지금도 삼성페이의 MST 결제는 삼성페이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페이코, KB Pay, 신한 플레이, 하나카드 앱에서 지금도 삼성페이 방식의 결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페이코는 자사 앱을 켜고 삼성페이 방식으로 하는 모든 결제에 대해 결제액의 1%를 추가로 얹어주기까지 했습니다. 과도한 비용 때문에 최근에는 랜덤 포인트 지급으로 바뀌었지만, 삼성 휴대폰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페이코로 결제하는 것이 이득이었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용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잘 몰랐거든요.
그러나 네이버페이가 한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겁니다. 22년 6월 말 기준 네이버페이는 월 사용액이 4조 원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용자 수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절대다수의 네이버 사용자가 네이버페이도 사용하는 것을 볼 때, 페이코나 KB카드, 신한카드 사용자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에게 삼성페이 기반의 결제를 열어주고 포인트까지 얹어준다면, 사실 안 쓸 이유가 없습니다. 보통 삼성페이 결제는 '앱을 별도로 켜야 하는 것' 이 가장 큰 허들인데요. 네이버페이 가입자가 많은 점, 그리고 포인트를 줄 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허들도 잘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 삼성페이 결제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계획은 저도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잘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때 가장 큰 장점은 별도 가맹점에서 회원가입,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ID로 SSO(Single Sign On, 간편 로그인)가 되기 때문에, 고객은 그냥 결제하면 됩니다.
그런데 보도자료 내용처럼 협업하는 상황을 상상해 볼까요? 삼성페이 고객이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 들어왔습니다. 이 고객은 네이버 ID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 결제를 받아준다는 것은 일단 이러한 특이상황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물론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열심히 추가 개발해서, 삼성페이 고객은 네이버 SSO처럼 구현해 줄 수도 있지만, 개발사항도 많아지고 각 가맹점과 PG 계약서도 수정해야 할 겁니다.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 아마 못할 거라 봅니다.
즉, '네이버페이가 가능한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엄청난 파급력까진 없다는 말입니다.
마침 발표 시점이 이런 말이 나오기 좋은 때라, 이런 추측도 나온 것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협업은 애플페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대항마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는 자기 갈 길 가고, 애플은 애플 갈 길 간다는 말이죠.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애플의 아이폰에서 삼성페이 MST 결제는 원래 안되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그럼에도 의미가 있으려면 대전제가 필요합니다. ‘삼성페이에서 네이버페이를 쓰고 싶어서 아이폰 사용자들이 단체로 이탈하여 갤럭시를 산다’면 대항마가 됩니다. 그런데 그럴 고객이라면 이미 갤럭시로 넘어왔겠죠.
네이버페이는 아이폰에서도 됩니다. 온라인 결제는 아무 차이가 없고 QR 기반으로 오프라인 결제도 됩니다. 다만 그렇게 많이 이루어지진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네이버페이는 애플페이에게 '아이폰에서의 오프라인 결제'만 넘겨주는 상황입니다. 아이폰에서의 온라인 결제도 애플이 위협적이지 않냐고요? 국내 온라인 가맹점 점유율과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통한 Lock-in 효과를 생각하면 큰 위협이 안됩니다.
삼성전자는 애플페이 견제 효과를 바랄 수 있겠지만, 위의 대전제가 선행되지 않는 한 견제는 안될 겁니다. 다시 말해 애플페이 견제 효과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마케팅비를 활활 불태운다면 일시적으로는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넘어오는 사람도 생기겠죠. 이런 예외 상황은 빼고 현재 기준으로 생각해 본 것입니다.
네이버에게는 압도적으로 좋은 제휴이고, 삼성전자는 실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먼저 삼성은 아마 내부에서 삼성페이 사업의 수익성이나 전략에 대한 챌린지가 꾸준히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내 다른 페이들에 비해, 삼성페이는 결제가 많이 일어나지만 그다음 BM이 동작하지 않았거든요.
사용자들은 대부분 여러 개의 페이를 쓰고 있습니다. 네이버나 토스는 결제 외에도 꾸준히 쓸 서비스를 키워나가고 있지만, 삼성페이는 결제하고 끝입니다. 굳이 관련 메뉴를 눌러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대신 삼성은 페이코, KB Pay 등에 오프라인 결제 솔루션을 공급하는 B2B 모델로 돈을 벌었습니다. 금액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관련 기사를 보면 연단위 계약을 맺고 솔루션을 납품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러다가 네이버페이와도 이런 제휴를 하게 된 것인데요. 국내 최대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에게 솔루션 납품을 한다는 말은 "삼성페이는 간편결제에 기반한 종합금융 플랫폼으로의 확장은 안 하겠다는 선언"처럼 보입니다. (물론 네이버페이가 엄청난 금액을 지불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으니…)
사실 삼성페이도 잘 키운다면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다른 앱들은 초기 다운로드 시키는 것부터 엄청난 과제인데, 삼성페이는 시작부터 금수저입니다. 거기에 매일 결제할 때마다 앱이 활성화됩니다. 출혈 마케팅 끈질기게 하고, 각종 BM들을 잘 붙이면서 온라인 가맹점을 늘려갔다면 충분히 해볼 만했을 겁니다. 무엇보다 아빠가 삼성전자라 금수저를 넘어 비브라늄 수저인데 긴 호흡으로 싸운다면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MST 결제 기능은 삼성페이 앱에서만 된다’라는 전제입니다. 다른 앱에서 MST 결제가 되면 될수록 삼성페이 앱의 희소가치는 사라집니다. 삼성전자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 네이버페이에게 MST를 열어준다? 이건 그냥 ‘솔루션 제공자로 남겠다. 난 링에 올라가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호랑이에 제트엔진을 달면 호랑이가 숨을 못 쉴 것 같긴 합니다만, 아무튼 네이버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오랜 숙원을 풀면서 그야말로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열렸습니다.
MST를 빌려 가서 붙인 사업자가 네이버가 처음도 아닌데 이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제트엔진이라면 이미 하고 있는 페이코나 KB Pay 등은 뭐냐고 하실 수도 있죠. 그런데 네이버는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O2O(Online to Offline)와 마이데이터를 같이 하고 있는 사업자라는 점입니다.
네이버는 이미 네이버 앱, 네이버페이, 네이버 지도 등에서 유기적으로 O2O BM을 돌리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예약, 주문 배달 등은 이미 매끄럽습니다. 이건 다 온라인 결제입니다. 여기에 고객이 돌아다니면서 돈을 쓸 때마다 네이버 앱을 켜고 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A국밥 네이버 삼성페이 결제(MST) 확인 ▶ 실시간으로 그 옆 카페 쿠폰 발송(네이버 앱 Push) ▶ 온라인 주문 버튼 노출 (네이버 앱 Push) ▶ 고객은 식사 후 바로 이동하여 커피를 마심
삼성동 하이마트 120만 원 MST 결제 확인 ▶ 압구정 스튜디오 50만 원 MST 결제 확인 ▶ 결혼을 준비 중인 고객으로 간주 ▶ 네이버검색 결과에 관련 광고 노출도 증대
네이버페이 마이데이터 정보 업데이트 ▶ 월간 오프라인 결제 내역과 대조 ▶ PFM(개인 자산관리) 정교화 ▶ 대출/보험 등 필요한 금융상품 판매
잠깐만 생각해도 이런 아이디어들이 쏟아집니다. 다른 사업자들은 이거 못하냐고요? 하고 싶겠지만 포털도 없고, 지도도 없고, 예약 Biz도 안 하는데,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중요한 점 하나 더, 네이버 3대장의 푸시 사용률입니다. 네이버 앱은 QR 체크인, 네이버 사설 인증 때문에 푸시 개방률이 상당합니다. 다른 사업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강점입니다. 이런저런 BM들을 늘 생각만 하고 못했는데, 네이버는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벌려놓은 판이 있기에 아주 매끄럽게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까지 제 상상 속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당사자 간 상세 계약 내용을 모릅니다. 그러니 알려진 것만 가지고 추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건 실제 제품이 나와봐야 알겠죠.
네이버가 페이사업을 본격적으로 한다고 할 때부터 저는 무서웠습니다. 검색을 잡은 자가 뉴스 시장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봤으니까요. 검색을 잡고 있으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쉽게 잡을 수 있고, 이어서 온라인 결제까지 잡기 쉬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페이는 시장 진입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뾰족한 수가 없었죠. 네이버든 카카오든 누구든 오프라인 결제는 난공불락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매우 기형적이고 특이한 상황이라, 스타트업 강의에서 늘 말하는 해자(Moat)가 수십 개가 파여 있다고 보면 됩니다. 신규 결제수단이 쉽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삼성페이는 이를 기술 특허로 해결했습니다. (WMC라는 별도 특허로) LG페이도 똑같이 했지만 폰 점유율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기에, 삼성은 곧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죠. 해자를 건널 수 있는 거대한 널판자를 혼자 만들어냈던 건데요. 이제 이 널판자 위로 네이버페이가 뛰어다닐 판입니다. 네이버의 오프라인 점령도 어쩌면 시간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결제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두근두근합니다. 달콤한 네이버포인트 뒤에 올 독점 시장을 살짝 걱정하며 글을 마칩니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