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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은 운이 좋았다. 존경하는 리더에게서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십수년간 경험한 동료들 중 가장 성장이 빠른 사람이었다’라는 뿌듯한 평가였다. 정말 기분이 좋았지만, 동시에 올해도 작년과 같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 우려가 싹텄다. 작년 한 해에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면, 앞으로도 빠른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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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매일 성장시키는 셀프 피드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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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은 운이 좋았다. 존경하는 리더에게서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십수년간 경험한 동료들 중 가장 성장이 빠른 사람이었다’라는 뿌듯한 평가였다. 정말 기분이 좋았지만, 동시에 올해도 작년과 같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 우려가 싹텄다. 작년 한 해에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면, 앞으로도 빠른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Kerensa Pickett on Unsplash>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피드백하고자 했던 것이 지난 일 년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최대한 외부인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내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문제가 과연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해결책이 있을지 진단해보는 것이다. 이런 사고 실험이 충분하지 않다면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가 아니라 내 문제가 외부인의 시선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묻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려던 노력과 타인의 조언을 통해 해결책을 스스로에게 제안해볼 수 있었다. 그것을 그다음날 바로 실천해보고, 개선이 잘 안 되면 다음날 다시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피드백하는 ‘셀프 피드백’이 성장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글에서는 나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던 셀프 피드백을 정리해보자 한다. 더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실천 과정에서 피해야 할 태도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타인의 피드백을 대하는 태도, 타인에게 피드백을 잘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매일매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셀프 피드백이야 말로, 강력하고 빠른 성장의 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피드백이 한정된 상황, 타인의 피드백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거나 스스로 매일 잘 회고하고 성장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나의 방법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셀프 피드백은 무엇인가?

셀프 피드백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주는 피드백이다. 시간과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할 때 즉시 피드백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문제가 일어난 당일 저녁이나 다음날 실시할 수 있다. 다른 모든 피드백과 마찬가지로 자기 객관화에 능숙한 사람일수록 여기에서 얻은 깨달음을 우리 삶에 빠르게 반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출처: Shiro hatori on Unsplash>

 

장점: 빠르게 회고할 수 있다

셀프 피드백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외부에서 받는 피드백과 다르게, 셀프 피드백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형식을 고려할 필요도 없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사고 실험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피드백을 위한 1on1을 가지려면 절차가 많다. 말을 걸고, 회의실을 등록하고, 커피를 마실지 마시지 않을지, 어떻게 말을 꺼낼지, 혹은 해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반면 셀프 피드백은 그냥 가만히 앉아 머리를 굴리기만 하면 된다. 메타인지를 통해 객관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셀프 피드백은 "누군가"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피드백을 빨리 받는 것은 왜 중요할까? 강아지가 방바닥에 실례를 했을 때,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혼내면 잘 훈련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강아지의 시점에서 실례를 한 사실과 혼내는 시점이 동떨어져 인과관계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문제 상황이 지난 후에 피드백을 받게 되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긴급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관심 자체도 떨어진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빠른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단점: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셀프 피드백에는 단점도 있다. 메타인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더 나쁜 경우, 자기 합리화나 자기 비하에 빠지기 쉽다. 셀프 피드백은 A팀과 B팀이 축구 경기를 하는데, 심판이 A팀 감독인 상황과 비슷하다. 감독이 공정하게 심판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어느 팀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경기 중에 일어난 일에만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A팀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부족한데도,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경기를 이겨야겠다는 탐욕스러운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감독은 객관성을 잃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심판에 적합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자존감이 낮고 위축된 사람일수록 피드백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 쉽다. 이런 사람은 셀프 피드백에 맞지 않다. 자기 객관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무리해서 셀프 피드백을 하기보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쉬운 외부 피드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성장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셀프 피드백의 반대격인 외부 피드백은 동료나 리더 등 내가 아닌 외부인에게 받는 피드백이다. 보통 1on1이나 팀 회고 등을 통해 접하게 되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피드백이라고 했을 때 쉽게 떠올리는 그것이다. 외부 피드백의 가장 강력한 점은 셀프 피드백에 비해 쉽게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셀프 피드백과 외부 피드백이 함께 작동할 때 개인은 객관성과 속도를 확보할 수 있고,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성장할 수 있다.

 

 

셀프 피드백 왜 해야 할까?

1)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자존감이 충분해야 하고, 자기비판적이며, 뛰어난 자기 객관화 능력도 필요하고,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쉽게 받을 위험이 있는 이런 실천하기 까다로운 셀프 피드백을 대체 왜 해야 할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내 경험을 사례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의 경우, 정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성 분석을 통해 기존보다는 조금 다른 비교적 신선한 시각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흐름을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으면, 듣는 이의 입장에서 논리에 엄청난 비약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나는 열심히 연구해 좋은 인사이트를 뽑아냈어도, ‘듣는 이가 납득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좋은 인사이트를 뽑아내기 위해 깊은 리서치를 하는데, 막상 발표를 할 때는 시시콜콜한 설명으로 상대방을 괜히 지루하게 만들까봐 자꾸 짧게 설명하기 때문이었다. 중간 설명은 뎅강 잘라먹고 서론과 결론만 이야기하니, 듣는 이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듣는 사람들 표정이 좋지가 않아지는 걸 보니 나는 나대로 무대공포증도 생겼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속한 작은 팀 안에서 주에 한두 번씩 발표할 거리를 만들었다. 발표가 잦은 만큼 문제도 많이 마주칠 수 있었다. 그럴수록, 밤에 셀프 피드백할 내용도 늘어났다. 내가 중간 설명을 얼마나 어떻게 빼먹었고 그것이 청중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혹은 내가 넣었어야 하는 설명은 무엇인지 되짚었다. 발표 상황에서 겪은 문제를 정리하고 개선할 점을 메모하며 셀프피드백을 했다. 그렇게 노력한 지 일 년이 조금 못 되어, 발표에 꽤 익숙해졌다. 듣는 이의 표정이 편안해졌고, 좋은 질문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출처: İbrahim Özdemir on Unsplash>

 

만약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 피드백에만 의존했다면 극복에 훨씬 오래 걸렸을 일이다. 오로지 외부 피드백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부 피드백을 활용한다고 해도, 이를 가지고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철저한 셀프 피드백이 동반되지 않으면 외부 피드백만 가지고는 성장할 수 없다. 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남의 노력에 기대는 꼴이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렇듯, 셀프 피드백은 효율이 좋다. 외부 피드백에 비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인지가 뛰어나고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능숙하다면 셀프 피드백은 성장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어떤 형태의 피드백이든 우리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겠지만, 이것이 셀프 피드백만의 특별한 장점이다. 이를 연역적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셀프 피드백의 특징

피드백을 받으면, 나는 성장한다.(전제 1)

피드백을 자주 받을수록,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전제 2)

셀프 피드백으로 피드백을 자주 받을 수 있다.(전제 3)

∴ 셀프 피드백으로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결론)

 

2) 문제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피드백이 다르다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 예전에 있었던 일, 다른 하나는 2)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다. 이 두 상황에서 셀프 피드백과 외부 피드백이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외부 피드백도 좋지만 셀프 피드백을 꼭 병행해야 한다.

 

<출처: fotografu on Unsplash>

 

예전에 있었던 일을 회고하는 경우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린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새로운 환경의 사회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데 서툴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학생 시절과 다르게 작동하는 인간관계로 심한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다. 오랫동안 그 사건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았고, 맡은 업무를 잘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무기력한 감정이 올라왔다. 

 

하지만 반복적인 셀프 피드백과 주변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오히려 그 당시 내가 했던 선택이나 행동을 돌아보며 나에게 있었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개선하게 되었다. 

 

어떤 문제들은 이렇게 한두 해, 심지어 몇 년이 지나서야 핵심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문제가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바로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특히 그렇게 된다. 이에 대해 장기간 반복적으로 회고가 이어지면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제의 핵심을 발견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이것이 시간을 들여 오랜 시간 동안 곱씹을 때 발휘될 수 있는 셀프 피드백의 장점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처하는 경우

문제가 현재형으로 지금 일어나고 있을 때,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피드백을 구하기도 한다. 사무실에서는 동료나 선배에게, 밖에서는 친구에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외부 피드백의 경우, 문제 상황이 일어나는 즉시 피드백을 받기가 쉽지 않다.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부 피드백은 상대방과 내가 시간을 내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절차가 필요할 뿐 아니라, 피드백을 구하거나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용기도 허들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피드백을 받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예전에 1on1미팅에서 했던 대화가 기억난다. 

 

나: “A님은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B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앞으로는 이런 부분이 개선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A님: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적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일단은 제가 기존에 하던 대로 하고, 나중에 피드백 받으면 그 때 고치면 되죠, 뭐.”

 

공교롭게도 나에게는 그가 생각한 “나중에”가 바로 지금이었다. 내 의견이 피드백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걸까? 반대로 비슷한 피드백을 이미 많이 받았기에, 더 듣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뭐가 되었건, 이 이상으로 내가 A님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한 번 더 이야기하면 오히려 반감이 생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내가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렀을 수도 있고, 다른 여러 요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외부 피드백은 이렇게 주기도, 받기도 어렵다. A님은 그날의 피드백 이후 아주 오랫동안 문제 행동을 반복했지만, 다행히 결국에는 극복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가 많은 좌절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피드백의 내용을 곱씹고 받아들이는 시간도 또 하나의 커다란 비용인데, 이러한 절차를 모두 거치게 되면 처음의 문제 상황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외부 피드백과 더불어, 문제 상황에 즉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신의 셀프 피드백 역량을 가능한 키워놓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좋은 셀프 피드백을 위한 3가지 원칙

<출처: Shumilov Ludmila on Unsplash>

 

돌이켜 생각해보면, 좋은 셀프 피드백은 빈도, 감정, 진실이라는 세 가지 속성을 고려할 때 원활하게 일어났다. 나도 셀프 피드백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잘해냈던 것은 아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때마다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패했던 경험을 돌아보면, 이 세 가지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셀프 피드백을 실천하려는 이들이 나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이 세 가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빈도: 자주 할수록 좋다

스타트업은 한 해의 대부분의 기간에 여유로울 틈이 없다. 이틀 연속으로 휴가를 쓴다면, 복귀 후에 밀린 슬랙과 업무 진도를 확인하는 데 반나절을 소비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빠르고 유동적인 조직에서 월간, 연말 회고에서 전달받는 피드백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피드백은 받는 즉시 적용해 실천할 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일이 있은 즉시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한 달 전, 1년 전 회고를 듣고 "아, 예전에 그랬었지.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야겠다!" 하고 끝내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셀프 피드백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상시적으로, 일이 발생했을 때 즉시, 여러 번에 걸쳐 할 수 있다. 침대에 누워 “이불킥”해본 경험이 있다면, 사실 알게 모르게 셀프 피드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반성하고 창피함을 느낄 때 이불을 발로 차지 않던가. 이 창피함을 스스로 이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상상하고 되짚어 개선해나갈 때 이것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셀프 피드백이 된다. 

 

감정: 사람이 아닌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해외 출장에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업무적으로 외국인과 단 둘이 대화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미국 사람의 ‘스몰톡(small talk) 문화’를 알지 못했다. 그로 인해 일어난 어떤 상황 때문에 컨퍼런스에서 제품에 대해 원활하게 설명하지 못했고, 부족한 영어 실력을 자책하며 자신감을 잃고 한동안 주눅들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책을 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고, 그 기간에 다른 활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그저 해외 경험이 없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었던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이렇게 문제를 진단하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변명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따져보면, 나의 책임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울한 감정 때문에 스스로를 탓하고 자기 비하를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면, 상황을 개선시키고 성장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명료하게 보일 것이다.

 

진실: 자신에게 솔직하게 한다

사람들이 피드백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피드백이라는 행위가 종종 자존심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하거나 굳이 필요하지 않은 피드백을 듣게 되면 오히려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외부 피드백이 그러한데, 그것이 외부 피드백 시 적절한 절차와 형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반면 셀프 피드백의 경우에는 이러한 절차가 필요없을뿐더러,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인만큼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지도 않는다. 즉 외부 피드백에 비해 부작용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은 셀프 피드백에서조차 스스로를 속이게 될 때가 있다. 나 역시 복잡한 사고 과정을 잘 설명하지 않는 발표 태도를 오랫동안 고치지 않았다. 게으름 탓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런 발표 태도 안에는 ‘이 내용을 내가 아주 잘 알고, 상대방도 마땅히 이를 알고 있었어야 한다’라는 인지 편향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무뚝뚝하고 고압적인 태도가 문제를 더 심화시켰다. 때문에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반감을 가지거나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나를 문제 해결에서 더 멀어지게 했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 실제로 불이익이 나에게 벌어지고 나서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결국 성장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출처: Anthony Adu on Unsplash>

 

어린 시절 촬영했던 비디오를 다시 돌려보면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분명 나인데도 "쟤는 대체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나를 영상으로 남겨뒀다가 10년 후에 다시 재생해서 본다면 마찬가지로 꽤나 우스울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성숙해졌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나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10년의 시간을 기다리는 대신 나의 단점을 지금 당장 객관적으로 캐치할 수 있다면, 성숙해지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활용한다면, 성장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결국에는 성장하는 사람, 그 성장으로부터 좋은 과실을 얻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경험을 많이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장까지 미룬다면 그것은 내 손해다. 나를 갈고 닦아 성장시켜 삶에서 좋은 결실을 얻고자 한다면, 셀프 피드백은 가볍고 빠르고 즉각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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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shceric
            좋은 말씀 읽고 갑니다 :)
          
2023.02.13. 오전 02:10
작가
30
명 알림 받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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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명 알림 받는 중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과 인지과학을 이야기합니다.
UX 리서처와 기획자로 일했고, 지금은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lc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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