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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던 컬리는 결국 상장 계획을 연기했습니다. 그동안 기업 공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IPO를 연기한 일차적인 이유는 투자 시장의 축소로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기업가치 7조 원까지 평가받던 컬리가 지금은 1조 원 상당으로 떨어졌습니다. 상장을 통과하려면 컬리는 앞으로 최대 4조 원이 넘는 평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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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던 컬리는 결국 상장 계획을 연기했습니다. 그동안 기업 공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IPO를 연기한 일차적인 이유는 투자 시장의 축소로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기업가치 7조 원까지 평가받던 컬리가 지금은 1조 원 상당으로 떨어졌습니다. 상장을 통과하려면 컬리는 앞으로 최대 4조 원이 넘는 평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가라앉은 투자 시장 분위기는 줄지은 IPO 실패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먼저 기업가치 1조 원을 넘어서 유니콘으로 평가받은 쏘카도 가치를 낮추면서까지 IPO를 추진했고, 이후에도 시장 수요예측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왓챠와 케이뱅크 등 유망주로 평가받던 기업들도 IPO를 철회하거나 연기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결정된 컬리의 IPO 무기한 연기는 컬리가 앞으로도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준 셈입니다. 빠른 시일 내 IPO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상장 예비 심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컬리는 앞으로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2015년, 초창기의 컬리는 새벽 배송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컬리는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양질의 수요를 낼 수 있는 강남, 서초, 마포와 과천 일부 지역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식재료에 관심이 많고 맘카페를 통해 적극적으로 후기를 공유하는 3040 주부들을 공략했습니다. 맞벌이 주부로서 장 보는 것이 힘들었던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재발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라는 인구 구조적 변화가 맞물립니다. 2018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2000년 이후 일반 가구보다 5배 빨리 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1인 가구가 간단히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 간편식(HMR) 시장이 2013년부터 5년간 연평균 17% 성장세를 보이며 성장했습니다. 비혼 2030이 1인 가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식재료 새벽 배송은 이들의 니즈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죠.
그 결과 ‘프리미엄 식재료 새벽 배송’은 타깃 고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컬리의 매출은 2017년 530억 원에서 1년 뒤인 2018년 1,600억 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컬리의 성공으로 이커머스에는 새벽 배송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습니다. 이 시장에 기존의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참여하며 시장 규모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컬리의 새벽 배송은 ‘무조건적인 빠른 배송’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간에 맞춰 배송’ 한다는, 배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맞춤 배송을 위해 도입한 컬리만의 물류 시스템은 이후 컬리가 내재하게 될 고질적인 영업 적자의 원인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컬리는 직매입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다른 오픈마켓과는 다르게 상품 검수와 유통에 직접 관여하는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식품은 신선함 유지를 위해 아이스 백과 같은 포장 그리고 섬세한 폐기율 관리가 필요해 이윤이 낮은 대표적인 상품 카테고리입니다. 게다가 새벽 배송은 일반 배송보다 한정된 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해야 하므로 그만큼 재고 관리와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컬리의 물류 시스템은 상품을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 더 많이 팔수록 비용도 함께 상승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출혈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물류뿐만 아니라 마케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컬리는 현재 공헌 이익은 흑자이므로 곧 손익분기점을 달성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영업 이익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컬리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뷰티, 가전과 같은 비식품군 카테고리를 확대합니다. 기존의 충성 고객들을 새로운 제품 판매의 접점으로 활용하고자 한 것입니다.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오픈마켓에 진출하고, 식품군에 적용했던 검수 방식을 비식품군에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PB 상품도 확장했는데요. 대표적인 비식품 브랜드인 KF365은 컬리의 PB 상품으로, 가성비 높은 양질의 생활용품들을 판매함으로써 일정 부분 수익성 개선의 효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뷰티컬리라는 새 브랜드를 출시하고, ‘컬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핵심 품목으로 상품 보관이 비교적 쉽고 이윤이 높은 뷰티 제품을 내세워 수익 개선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컬리가 뷰티 사업을 강화한 것은 뷰티 카테고리가 기존의 식품 사업과 안정적으로 시너지를 낼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의 내용으로 봤을 때 컬리는 식품보다 마진이 높은 비식품군을 키워 주문 건당 수익을 개선하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에는 의문이 듭니다. 수익성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컬리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공헌이익에 관한 컬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질적인 성장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외형을 키우는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가 인식하는 컬리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었다는 점도 위험 요인입니다. 특히 뷰티 컬리 론칭은 ‘프리미엄 식재료 새벽 배송’이라는 서비스의 핵심과 상당히 동떨어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의 지분 감소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운 상태일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앞으로도 컬리가 추구해 온 브랜드의 본질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컬리의 프리미엄 식재료가 뜨거운 반응을 얻었지만, 이제 컬리의 상품은 대부분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파는 제품들입니다. 컬리의 강점이었던 새벽 배송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습니다. 컬리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쿠팡과 같은 오픈마켓 스타일의 비즈니스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컬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컬리는 어떻게 서비스의 본질을 지키며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을까요?
작년 12월, 컬리는 연말 한정판인 ‘베네핏 패키지’를 판매했습니다. 3개월간 매달 3,000원의 금액을 내면 월별 2만 원 상당의 쿠폰을, 뷰티컬리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5000원의 쿠폰을 받을 수 있는 패키지입니다. 다만 무작위로 발송한 광고 메시지를 받은 사람만 구매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시도를 올 상반기 유료 멤버십 도입을 위한 사전 테스트로 보고 있습니다. 컬리는 IPO를 무기한 연기하며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는데, 유료 멤버십은 이를 목표로 한 충성 고객 확보의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수익성 개선은 현재 시점에서 이커머스 업계 전체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쿠팡, 네이버, SSG닷컴과 같은 이커머스 대표주자들은 작년부터 유료 멤버십을 확대해 고객 수를 늘리고 충성 고객의 락인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은 지난 10월 유료 멤버십을 도입한 뒤 두 달 동안 매출이 4.2% 증가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에 유료 멤버십 자체만으로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져 차별화를 위해 고유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업체도 늘었습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이름을 ‘로켓와우’에서 ‘와우 멤버십’으로 바꾸고 회원에게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혜택을 제공하는 등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또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늘려가는 중입니다.
컬리는 이미 회원 등급제와 무제한 무료 배송권 컬리 패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멤버십은 충성 고객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컬리의 ‘베네핏 패키지’도 이런 맥락에서 출시되었을 것입니다. 상반기에 출시될 유료 멤버십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해야 충성 고객과 신규 고객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컬리의 가장 큰 경쟁력인 큐레이션을 멤버십 혜택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어, 컬리는 성수동에 큐레이션 역량을 극대화한 오프라인 공간 오프컬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멤버십을 통해 고객의 오프라인 접점을 만드는 동시에 컬리만의 경험도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컬리는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최근 새벽 배송 주요 지역인 수도권 물류 역량 강화를 위해 경기도 김포시 소재 물류센터를 확보한 것이 있습니다. 컬리는 앞으로도 전국 각지에 새벽 배송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평택과 창원에도 물류센터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물류센터로 물류에 투자한 고정비를 상쇄할 수 있는 수익을 낼 방법은 없을까요?
컬리는 물류센터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채택한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째, 제3자 물류 산업에 진출해 물류센터 가동률 자체를 높이는 것입니다. 컬리는 2022년 컬리 넥스트마일을 통해 3PL 사업에 진출하였습니다. 컬리의 풀콜드체인 물류 시스템을 활용하면, 식료품뿐만 아니라 냉장 화장품, 건기식 등 신선도가 필요한 제품을 신선하고 빠르게 배송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장점을 활용해 고객사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둘째, IT기업의 특성을 살려 기술에 역량을 투자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입니다. 자체 개발한 데이터 수집, 분석 시스템인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데멍이)’를 통해 고객 주문을 정교하게 예측합니다. 컬리는 이 수요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식품 폐기율을 1%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장 단계를 일정 부분 자동화한 QPS(Quick Picking System)를 김포 센터에 도입해 같은 주문량을 처리할 때 자사 다른 물류센터 대비 인력의 20%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뷰티컬리는 명품 뷰티 제품을 대거 입점시켜 오픈 한 달 만에 매출 3배라는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뷰티컬리에서 판매량이 높은 제품들은 대부분 고객에게 익숙하고 많이 사용해 왔던 브랜드 제품이거나, 저렴해서 실패 부담이 적은 제품들입니다.
사실 버티컬 커머스로서 마니아를 사로잡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시나리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비스 확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했던 당근마켓과 배달의민족도 네이버나 쿠팡 같은 이커머스 대기업들에 대응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슈퍼 앱 전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컬리는 뷰티컬리 론칭까지의 행보가 IPO와 겹치기 때문에 ‘IPO 때문에 초심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프리미엄의 범위가 비단 국내 신선식품 시장 안에서만 적용되어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습니다. 일례로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뷰티 역직구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여러 콘텐츠가 K-컬처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현재, 단어가 꼭 국내에 한정되리라는 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뷰티 제품을 통해 고객 연령층도 확대하고 나아가 해외 고객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것이죠.
기존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식재료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새로운 컬리는 어쩌면 프리미엄의 범위 자체를 3040 여성의 라이프스타일로 한 차원 끌어올리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최근 앱 안에서 ‘컬리로그’라는 일상 소통 공간을 새로 만든 것도 이 부분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일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지금까지 컬리의 행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 본 가설에 가깝습니다. 흑자 전환에 집중하기보다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컬리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해가 되고요. 하지만 이번 글을 통해 IPO를 위한 단순한 몸집 불리기처럼 보인 컬리의 행보가 새벽 배송 시장의 선두를 잃지 않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불안한 정세에 흔들리고 있지만, 컬리의 성장을 지켜본 한 고객으로서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참고자료>
1. 노컷뉴스, 1인 가구, 2000년 이후 일반 가구보다 5배 빨리 늘어
2. 물류신문, 마켓컬리, 자체브랜드 비식품판매 200만개 돌파
3. 더스쿠프, [SCOOP의 눈] IPO 앞 험로 … 마켓컬리 딜레마
4. 동아일보, 컬리-무신사-SSG… ‘뷰티’로 달려가는 이커머스 업체들
5. 비즈니스워치, "컬리도 변했다"…상장 행보에 등 돌린 충성고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