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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뱅크샐러드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2017년 앱을 출시한 이후 자산관리, 가계부 앱으로서 꾸준히 인지도를 올려온 앱입니다. 초기에는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차츰 영역을 넓혀왔고, 마이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데이터 관리 앱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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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뱅크샐러드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2017년 앱을 출시한 이후 자산관리, 가계부 앱으로서 꾸준히 인지도를 올려온 앱입니다. 초기에는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차츰 영역을 넓혀왔고, 마이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데이터 관리 앱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통신사, 카드사에서 17년간 근무하며 현재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저로서는 핀테크 앱을 늘 뜯어봐야 하는데요. 뱅크샐러드는 참 흥미로운 앱입니다. PFM(Personal Finance Management, 개인자산관리) 분야를 개척했지만 성장이 빠르진 않은 것으로 보이고, ‘데이터 회사’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어떤 것을 실행하려 하는지 궁금해서입니다.
오늘은 현시점의 뱅크샐러드의 서비스를 리뷰해 보고,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많이 알려진 앱이니 기본적인 화면구성이나 메뉴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한 번씩 써 보길 권합니다.
뱅크샐러드가 초기에 유저들에게 이름을 알렸던 건 강력한 가계부 기능 덕분이었습니다. 여러 금융 사이트의 로그인 정보를 주면 스크래핑 방식으로 정보를 긁어와서 보여주었는데요. 스크래핑 방식이란, 뱅크샐러드 서버가 각 금융기관의 웹사이트 화면에 접속해, 거기서 볼 수 있는 계좌 정보를 뱅크샐러드로 읽어와서 보여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뱅크샐러드가 이 기능을 도입하고 강화하던 무렵에는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 드물었습니다. 스크래핑 방식은 도입하고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서비스가 아니었거든요. 은행이나 카드사가 홈페이지의 레이아웃을 바꾸기만 해도, 스크래핑으로 정보를 가져가는 입장에서는 모두 새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국내 은행과 카드사, 각종 기관들이 수백 여개인데 이 모두를 스크래핑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오류도 많아 고객의 불편도 컸습니다.
스크래핑으로 정보를 주게 되는 사업자(은행, 카드사 등)도 유쾌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 웹사이트에 접속해줘야 의미 있는 MAU를 확보하는 것인데, 로봇이 와서 필요한 정보만 쏙 빼어가면 회선비와 서버비만 아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현업에서는 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스크래핑 방식은 마이데이터가 2022년 1월부터 시작되면서, 불법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스크래핑으로 여러 금융사이트의 정보를 수합했던 사업자들은 이제 무조건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를 받아서 정해진 API 규격에 맞춰 데이터를 주고받아야만 합니다. 이 말은, 토스건 뱅크샐러드건 KB스타뱅킹이건 모두 동일한 정보를 가져와서 보여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너무나도 많은 사업자들이 PFM 서비스로 뛰어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자주 사용하시는 은행, 증권, 카드 앱 등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홍보하는 것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가입하고 나면 다들 개인 자산 현황을 보여줍니다.
이는 뱅크샐러드에겐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음식점이 잘 되기 위해선 입지도 중요하고 홍보도 잘 되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어야 할 겁니다. 이를 위해선 신선한 식재료와 주방장의 음식 솜씨가 중요하겠죠.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뱅크샐러드 식당과 유사한 ‘개인자산관리’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이 마구 생겼습니다. 여기에 식재료는 모든 식당에 동일하게 제공됩니다. 재료의 차별화는 어렵습니다. 주방장이 혼자 솜씨를 부려보려 하지만, 금융 관련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쓰고 계시는 다양한 마이데이터 앱들이 아직까지 천편일률적으로 개인 자산 현황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주방장 입장에선 무엇은 해도 되고, 무엇은 하면 안 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거든요.
초기에 개인자산관리 기능을 제공하면서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던 뱅크샐러드 입장에서는 이러한 환경 변화가 썩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만 봐서는(참고), 뱅크샐러드가 엄청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는 대중들의 성향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에서 개인자산관리는 어디까지 얼마나 상세하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어느 정도까지 돼야 더 많은 매스(Mass, 대중)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저는 대중의 성향을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 자산관리를 안 하는 부류입니다. 통장도 1~2개이고 카드도 1~2장 씁니다. 보험, 저축 등 금융상품도 많지 않습니다. 애초에 관리할 것이 별로 없어 니즈도 적은 부류입니다. 두 번째는 많은 금융거래를 하기에 자산 관리 니즈는 있지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은 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부류입니다. 누가 적당히 정리해주면 볼 용의는 있지만 딱 거기까지인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산 관리를 칼같이 하는 사람들입니다. 금융회사에 다니다 보니 저뿐 아니라 제 주변도 그런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사람들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이용하면서, 엑셀로 꼼꼼히 관리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더라도 정확한 데이터를 보겠다는 사람들입니다.
뱅크샐러드는 태생부터 데이터와 자산관리에 특화된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세 번째 부류에 알맞은, 꽤 상세한 메뉴를 제공합니다. 아예 메인 메뉴에 ‘가계부’를 두고, 예산을 설정하고 고정비를 관리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대신 이 모든 기능을 사용하려면 보통 손이 가는 게 아닙니다. 예산 설정 메뉴만 해도 식비, 온라인쇼핑 등 카테고리별 설정까지 가능하게 해 두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뱅크샐러드 유저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여기까지 들어와서 상세한 설정을 마치고 쓰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 궁금합니다. 마치 수많은 스위치가 있는 우주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설정해서 쓸 수 있는 자유는 정말 좋지만,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저처럼 ‘관리’에 대한 니즈가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기능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이라면 안 쓰게 될 기능도 많죠.
하지만 첫 번째, 두 번째 부류와 같이 자신의 노력 투입 없이 적당히 한눈에 보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이른바 ‘매스 고객’입니다. 다른 핀테크/빅테크 앱이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자산 관리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죠. 토스나 네이버페이 등에서 제공하는 개인자산관리 서비스 정도로 만족하면 굳이 뱅크샐러드까지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데요. 이는 원앱(One App)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공하는 기능이 많은 앱에서 오래 머물게 되는 거죠. 우리는 이미 지난 수십 년간, 포털이 다른 사이트들의 기능을 흡수하며 비대해져 가는 것을 본 바 있습니다. 동일한 현상이 핀테크 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뱅크샐러드처럼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하이엔드 가계부 앱으로 포지셔닝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다만 사용자를 더 늘리기 위해서는, 단순함으로 만족하는 매스 고객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연구가 필요합니다.
21년 10월부터 뱅크샐러드는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매일 선착순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선착순 700명에게 유전자 분석 키트를 보내주고, 이를 제휴된 연구소를 통해 받은 분석 결과를 앱에서 보여줍니다. 탈모, 비만 등 63가지 검사를 한 번에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유전자 검사는 가격이 얼마나 할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10~15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단순 계산하면 뱅크샐러드는 매일 7천만 원가량을 쓰고 있는 건데요. 이는 금융 데이터뿐 아니라 건강 데이터까지 확보하여 향후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건강 관리, 보험 설계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뱅크샐러드는 핵심 기능 중 하나로 건강 탭을 두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건강검진 자료를 연동해 볼 수 있고, 뱅크샐러드는 이를 기반으로 각종 질병 발병율을 보여줍니다. 금융정보를 다루는 앱에서 건강 데이터를 볼 수 있다니 재미있는 시도입니다. 아무래도 앱의 정중앙에 메뉴로 있다 보니 저도 더 자주 들어가서 보게 되더군요.
뱅크샐러드 측에서는 이를 향후 의료 마이데이터 시대를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금융 마이데이터가 부각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마이데이터를 금융 분야의 변화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행정/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이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리 미래를 준비한다는 뱅크샐러드의 설명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다만, 의료 마이데이터가 제도권에서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현재 헬스마이웨이(Health Myway)라는 이름으로 2023년 7월부터 의료 마이데이터를 상용화할 예정인데, 여기에서 민간기업의 참여는 제외되었습니다. 의료법 21조 2항에 따라 민간기업에는 개인진료기록을 전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통과를 목표로 의료법 개정을 추진중이니 뱅크샐러드 역시 본격적인 의료 데이터를 이용한 사업은 그 이후가 될 전망입니다.
작년말 언론 인터뷰에서 뱅크샐러드는 ‘금융 건강 분야에서 중립적으로 초개인화 서비스를 하는 유일한 데이터회사’를 목표로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매스 고객을 더 유입시킬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금융/의료 모두 관(官)의 의사결정에 따라 크게 방향이 바뀌는 영역이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수집되는 데이터가 모두 민감 데이터이니, 이를 활용해서 수익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고민입니다. 이대로는 다소 마니악(maniac)한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뱅크샐러드가 다른 사업자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 기대감이 듭니다. 스스로 뱅크샐러드를 잘 쓰고 있는 유저로서, 그들이 말하는 ‘데이터 전문 기업’의 모습이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촘촘한 규제를 뚫고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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