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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 시장의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까? 2부

 

스테이블코인
<출처: freepik>

 

2014년 암호화폐 시장에 혜성처럼 처음 등장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이름만 보면 안정적인 가격이 유지되는 암호화폐인 것처럼 보입니다. 달러나 금 같은 안전 자산과도 연동되어 있고요. 하지만 여기서 염두에 둘 것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스테이블’은 ‘픽스드’(Fixed)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구조상 여타 암호화폐보다 안정적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이라도 설계 결함이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할 수 있습니다. 이름과 달리 ‘언스테이블’한 부분이 있는 것이죠.

 

2022년 들어 암호화폐 시장이 온갖 악재로 인해 폭락한 가운데서도, 다양한 스테이블코인들이 속속 출시됐습니다. 가령 USDT 발행사 테더사나 USDC 발행사 서클은 지난해 6월에 각각 영국 파운드와 유로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테라-루나 사태 발생 직후의 출시 소식이어서일까요? 마치 스테이블코인이 끄떡없음을 보여주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두고 안정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불안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발행사들이야 마케팅을 위해서라도 자사의 스테이블코인이 준비금에 의해 100% 뒷받침되어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안정성이 납득 가능한 방식에 의해 오랜 기간 검증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도 많습니다. 지난 1편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숨겨진 위험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위기 요인은 무엇일까? 

스테이블코인의 가치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들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출처: freepik>

 

1) 준비금보다 많은 발행

첫 번째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보유한 준비금보다 더 많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1편에서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발행사들이 법정화폐나 금 같은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관해두고, 이를 바탕으로 코인을 발행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발행사는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코인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미화 1만 달러를 담보로 보유 중인 상태에서 2만 개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도 있는 것이죠.

 

스테이블코인을 이렇게 임의로 발행해도 되냐고요? 현재로선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딱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한하는 규제도 없고, 발행이 기술적으로 어렵지도 않습니다. 또한 발행사 입장에서는 임의로 발행할 이유도 충분합니다. 상당한 화폐주조차익(Seigniorage)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발행사는 사실상 0원으로 스테이블코인 1개를 발행한 뒤, 이를 1달러에 팔 수 있습니다. 즉, 1달러의 순수익이 생기는 셈입니다.

 

발행사는 이러한 화폐주조차익을 최대한 얻기 위해서라도 자사의 스테이블코인이 준비금에 의해 100% 뒷받침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을 반납하면 언제든 1달러를 상환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안심하게 합니다. USDT를 발행하는 테더사도, USDC를 발행하는 써클도 모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발행사들이 준비금 자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유통 중인 모든 스테이블코인을 100% 뒷받침할 만한 준비금이 충분한지에 대해 제대로 알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발행사들은 준비금을 낱낱이 공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뢰할 만한 전문 회계감사 법인에게 준비금 감사를 맡기지도 않습니다. 물론 주요 회계법인들이 감사를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한낱 데이터 조각에 불과한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테더 총 발행량 변화 추이
테더 총 발행량 변화 추이 <출처: The Block>

 

실제로 USDT 발행사인 테더사는 2016~2019년 사이에 발행한 스테이블코인만큼 준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은 점이 발각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4,100만 달러(약 485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또한 2019년 1월 시총이 20억 달러에 불과했던 USDT는 4년 뒤인 2022년 1월에 800억 달러로 치솟았습니다. 테더사가 과연 충분한 준비금을 바탕으로 USDT를 발행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2) 낮은 환금성

두 번째로 이러한 맥락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환금성이 낮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컨대 개당 미화 1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만약 발행사가 판매한 스테이블코인은 1,000개인데, 가지고 있는 준비금은 500달러밖에 안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스테이블코인 구매자들이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당장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스테이블코인을 반납하고 예치금을 환금 받으려고 할 겁니다. 소위 말하는 ‘코인런’이 발생하며, 이 경우 누군가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3) 투매 위험

세 번째로 담보 가치 하락 우려에 따른 투매 위험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보통 미국 달러, 유로화, 금처럼 가격 변동성이 비교적 적은 담보 자산에 의해 보장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담보의 가치가 불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사 이래 인류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또한 시세가 위아래로 출렁거리죠. 따라서 금의 시세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라면, 금 가격이 하락하며 코인 가격도 하락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테더사가 발행한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XAUT도 그렇습니다. 2022년 12월 기준 XAUT 1개는 약 1,800달러 수준입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7월만 하더라도 약 2,000달러에 달했습니다. 만약 그때 XAUT를 구매한 사람들이라면 속절없이 떨어지는 금값에 불안감을 느끼고 매도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매도세를 본 다른 사람들이 덩달아 매도에 동참하면서 이른바 투매가 발생하게 됩니다.

 

4) 가치 폭락

넷째, 스마트 계약의 결함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폭락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계약이란 블록체인 위에서 미리 설정된 조건에 따라 자동 수행되는 계약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암호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스마트 계약에 암호화폐를 예치하여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마트 계약의 결함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이 무한대로 발행되거나, 결함을 노린 해커의 공격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소위 ‘디페깅’(Depegging)이 발생하는 것이죠. 예컨대, 2022년 3월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캐시오 달러(Cashio Dollar)는 해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코인이 무한 발행되면서 1달러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폭락해버렸습니다.

 

 

1달러에서 먼지로, 스테이블코인 디페깅 주요 사례는?

법정화폐나 스테이블코인은 종종 다른 자산과 연동을 통해 가치를 유지하곤 하는데요. 이를 페깅이라고 합니다. 미국 달러도 1970년대 이전까지는 금과 일정한 비율로 페깅됨으로써 가치를 보장받았습니다. (현재는 페깅 없이 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페깅이 끊어지는 사례는 금융 업계에서 흔합니다. 이를 디페깅이라고 하는데요. 스테이블코인도 종종 디페깅을 겪곤 합니다.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고 폭락해 그야말로 먼지가 되는 것입니다.

 

테더 가격 변동 차트
테더 가격 변동 차트. 왼쪽은 역대 가격 변동, 오른쪽은 2022년 가격 변동 추이 <출처: Coinmarketcap>

 

유명한 디페깅 사례로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테더(USDT) 디페깅 사태인데요. 미국 1달러와의 1:1 연동을 통해 가치를 유지한다고 주장하는 테더도 그간 수차례 디페깅을 겪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디페깅은 2022년 5월에 발생했습니다. 테라-루나 사태의 영향을 받아 테더가 0.99달러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5월 디페깅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지만, 2017년에 개당 0.91달러로 하락한 사건은 꽤 주목할 만한 디페깅이었습니다. 당시 테더사는 대만 소재 은행 2곳에 법인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은행들이 테더 계좌로 입금되는 해외 송금액을 차단했습니다. 테더의 수입원과 USDT 공급량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긴 것이죠. 이 여파 때문인지 매도세가 몰리면서 USDT의 가격이 0.91달러로 하락했습니다.

 

테라 가격 차트
테라 가격 차트 <출처: Coinmarketcap>

 

또 다른 사례로는 2022년 5월에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입니다. 1편에서 설명했듯이 테라와 루나는 알고리즘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테라의 가격 등락에 따라 차익 거래자들이 적절히 테라나 루나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테라의 가격이 1달러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발생했던 당시에는 테라를 매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폭락을 거듭했습니다. 그 와중에 루나도 무제한으로 발행되면서 가치가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두 코인 모두 디페깅으로 인해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스테이블코인
<출처: freepik>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투자자의 피해를 초래할 위험도 함께 품고 있습니다. 특히 테라-루나 사태, 테더의 준비금 부실 같은 문제가 부각되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각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미국과 유럽에서 이뤄지는 규제 논의 중 주목할 만한 견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미국 대통령 직속 기구인 대통령직속워킹그룹(PWG)은 지난 2021년 11월에 스테이블코인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사용자의 자금을 준비금으로 보관 중인 만큼 예금기관 수준의 감독을 시행하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또한 사용자 보호를 위해 예금자보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미국 주 정부 차원의 규제는 보다 구체적입니다. 

 

예컨대 테라-루나 사태 직후인 2022년 6월 뉴욕 주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지침’(Guidance on the Issuance of U.S. Dollar-Backed Stablecoins)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침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영업을 하려면 특수 목적 신탁회사로 허가를 받아야 하며, 스테이블코인 보유 고객이 달러 상환을 요구할 경우 2영업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특히 발행사로 하여금 준비금을 예금자보험이 적용되는 금융 기관에 예치하거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보관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관한 유럽연합(EU)의 입장은 2022년 6월에 발표한 가상 자산 규제(MiCA) 법안에 나와있습니다. 이 법안은 100% 안전자산에 의해 뒷받침되는 암호 자산만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은 기본적으로 은행 같은 신용기관이 발행할 수 있으며, 고객의 상황을 요구하면 발행사는 2영업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의무화했습니다. 특히 발행사가 준비금을 투자할 때는 리스크가 매우 낮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스테이블코인은 분명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안전자산과의 연동을 통해 일정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전 세계로 쉽게 유통될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스테이블코인은 차세대 ‘화폐’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을 꽃피우기 위해 건강한 규제를 만들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글로벌 사업체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지 일부 개발자들의 장난감으로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입니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은 가능성만큼이나 리스크도 품고 있습니다. 국경의 제한 없는 자유로운 송금이 기존의 금융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부실 운영이나 코인의 자체적인 결함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2022년 5월에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가 그 방증이고요. 그런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놀라운 발명품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폭락과 파산이 일상화된 암호화폐 시장 속에서 신뢰를 얻고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따라서 암호화폐 투자자를 위한 교육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능성만큼이나 리스크도 크다는 점을 정확히 알림으로써, 혹시 모를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이를 위해 초기부터 업계에서 활동 중인 분들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더욱 쉽고 정확한 교육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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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신

2016년에 블록체인을 처음 접했고 이후 국내외 IT/금융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블록체인 콘텐츠 및 PR 에이전시 펍콘(pubcon)을 운영하고 있으며
LG CNS 등 다수 기업에 콘텐츠를 납품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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