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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디자인 콜로키움 2022가 열렸습니다. 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은 네이버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과정과 성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인데요. 특히 2022년 디자인 콜로키움에서는 ‘증강된 삶(augmented life)’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기술과 실생활을 융합시켜 한 단계 더 진보된 삶을 그려 나가는 네이버 디자이너들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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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디자인 콜로키움 2022가 열렸습니다. 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은 네이버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과정과 성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인데요. 특히 2022년 디자인 콜로키움에서는 ‘증강된 삶(augmented life)’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기술과 실생활을 융합시켜 한 단계 더 진보된 삶을 그려 나가는 네이버 디자이너들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이번 콜로키움에서는 세부적인 서비스들의 솔루션을 도출하는 영역도 눈에 띄었지만, 특히 첫 번째 세션에서 소개된 네이버의 신사옥, ‘1784’가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1784’라는 이름은 네이버의 지번 주소이자, 최초의 산업혁명이 시작된 해를 의미하는데요. 하나의 건축물을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한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로봇과 인간이 함께하는 일터, 미래 지향적인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네이버의 ‘1784’ 속 공간, 제품, 서비스 등 6가지 영역에서 디자이너들의 활약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네이버 콜로키움 2022의 첫 번째 세션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일터’의 내용을 요약 및 재구성했으며, 실제 콜로키움의 구성, 순서 및 분류를 일부 편집했습니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인 1784에서 ‘로봇’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1784는 건축물의 설계 과정에서부터 로봇의 존재를 세심하게 고려하고, 사람과 더욱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1부에서는 로봇의 형태는 물론 로봇이 움직이는 공간, 움직임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정보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 사옥의 트레이드마크인 귀여운 인상의 로봇 ‘루키’는 네이버 사옥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물건을 이동시켜주는 ‘배달 로봇’입니다.
루키는 배달 로봇으로써 물건의 위치를 이동시킨다는 기능적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물론, 사옥을 이루는 하나의 구성원으로 사회적이고 감성적인 니즈까지 채워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인간 친화적 로봇 루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외형, 행동, 인터랙션, 그리고 이동 방식 등 루키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① 인체 공학적인 구조 설계:먼저 루키는 안정적으로 주행하면서도,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적절한 크기로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중심부에 있는 적재함의 위치 또한 사람이 과도하게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높이로 설정했습니다.
② 살아있는 로봇을 만드는 전면 디스플레이: 로봇의 얼굴이 되는 전면 디스플레이는 눈을 깜빡이거나, 이동할 곳으로 시선이 먼저 향하는 등 루키를 살아있는 로봇으로 인지시키도록 했습니다. 이외에도 좁은 통로에서는 우측통행을 하면서, 사람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하지 않도록 학습시키는 등 사람들과 문화적으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③ 목소리를 대신하는 피드백 인터랙션: 루키는 보이스 인터랙션이 없는 로봇입니다. 조용한 오피스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목적을 달성한 뒤에도 부가적인 대화가 지속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대신 감성적 만족도를 유지하기 위한 요소로 적절한 효과음이나 라이트 피드백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환경을 고려하여 일정 부분 기능을 덜어내고, 대신 발생하는 단점을 커버하는 적절한 솔루션을 적용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보통 로봇과 함께하는 삶이라고 하면 인간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로봇은 인간을 돕는 것에 집중하여 설계되기 마련인데요. 1784는 ‘로봇의 자유로운 이동’을 사용자 편의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공간 디자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했습니다.
① 자유로운 수평 이동을 위한 설계: 우선 바퀴 달린 로봇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모든 단차를 없앴습니다. 그다음 클라우드 인프라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건물 내 모든 종류의 문을 로봇이 직접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해결했습니다.
② 층간 수직 이동을 지원하는 로보포트: 위와 같은 노력이 수평 이동을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로보포트라고 불리는 세계 최초의 수직 로봇 반송장치는 로봇의 ‘층간 수직이동’을 해결하는 솔루션입니다. 로보포트는 건물 중심부에 배치해 층을 이동하더라도 모든 곳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이중유리로 둘러싸 소음은 차단하면서도 로봇의 모습은 보이도록 디자인하여 사람과 로봇이 조금 더 가까이 생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로봇이 우측통행을 기준으로 사람과의 충돌을 방지해 자유롭게 이동하지만, 루키의 업무가 많거나 동선이 복잡한 공간에서는 로봇 전용 동선을 따로 지정하여 공간에 따라 이동 방식을 달리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로봇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을 ‘로봇이 인식할 수 있는 정보’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했는데요. 1784는 로봇의 오차 없는 움직임을 돕는 공간 좌표 디자인을 설계하고 사용합니다.
보통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 건물 기둥 곳곳에 번호를 각인하는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기존 사옥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인 공간 기둥 번호로는 늘어난 6,000개의 좌석, 200개의 회의실을 모두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배달 서비스 로봇인 루키가 반복되는 비슷한 공간에서 정확한 위치를 인식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층별 좌석이나 공간에 통일성 있는 위치 좌표를 지정하고, 사이니지로 부착해 로봇의 인식률을 다양하게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물리적으로 현재 위치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회의실 시스템, 스마트 제어에도 활용되는 로봇-사람 간의 범용적인 공간 좌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① 엘리베이터 큐브 LED: 엘리베이터 정보 표현에도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로봇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탑승할 수 있는 만큼, 기존 엘리베이터와 달리 ‘로봇이 내릴 예정입니다’와 같이 더 많은 정보가 표현되어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큐브형의 LED를 설치했습니다.
② 색상을 통한 로봇과 사람의 정보 구분: 많아진 정보량을 커버할 수 있도록 형태를 단순화했습니다. 대신 로봇과 사람의 탑승/하차 표현은 색상을 다르게 활용하여,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처럼 1784는 단순한 사옥이 아닌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써 설계되었던 만큼, 모든 분야에서 로봇의 존재를 세심하게 고려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784는 로봇이 인간을 위한 부속품이 아닌 사옥의 구성원으로서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계자는 끊임없이 로봇이 편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로봇 친화적’인 공간에서 로봇은 사람이 편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이로써 ‘사람 친화적’인 공간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로봇이 편해야 사람이 편하다.’라는 다소 생소한 명제를 재밌게 풀어냈는데요. 앞으로는 공간을 설계할 때, 로봇을 부속이 아닌 사용자로서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으로 인간을 위한 디자인입니다. 1784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업무 공간으로써 어떠한 기술 기반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1784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사원들이 드나드는 입/출구인 워크 스루를 볼 수 있습니다. 1784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별도의 사원증이 없이, 단순히 지나가기만 해도 빠르게 입장할 수 있는데요. 바로 워크 스루에 비치된 얼굴인식 시스템 때문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1784에서는 네이버가 직접 설계한 ‘클로바 페이스 사인’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얼굴인식 디바이스는 기존 시장에도 제품이 많이 나와있는 만큼, 기성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1784의 디자이너들도 처음 워크 스루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기성 제품을 검토했으나, 기성 디바이스가 이미 각 기업의 컨셉을 담고 있어 1784의 새로운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신규 사옥에서 처음 만나는 오브젝트라는 점에서 기성 제품을 사용하기보다, 1784의 첫인상을 대표하는 오리지널 디바이스를 만들기로 결정하여, 하드웨어 개발을 포함한 프로젝트로 재출발했습니다.
신사옥 공간과의 조화, 군더더기 없는 인터페이스를 고려했고, 건물과 어울리는 금속 재질의 바디와 전면 글라스만 노출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설계했습니다. 특히 항상 가동되어 있어야 하는 제품 특성상 발열이 있기 때문에 이를 식힐 수 있는 여유 공간이 필요했고, 디바이스가 자연스럽게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는데 거치대를 통해 이러한 단점을 해결했습니다.
벽에 내장되어 있는 콘센트처럼 1/4는 노출하고, 3/4는 거치대에 내장할 수 있도록 디바이스와 거치대를 통합적으로 설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벽 내부의 습기, 발열, 수리를 위한 분리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했으며, 45mm의 디바이스를 11mm로 보이게 하는 디자인 솔루션을 도출해냈다고 합니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얼굴 인식 디바이스의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다양한 실험과 피드백을 통해 개선 과정을 겪었습니다. 가장 먼저 설치환경을 고려하여 다양한 색상과의 대비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실내외 조도 차이에서 정보를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블랙 컬러로 기본 배경을 지정했습니다.
클로바 페이스 사인 디바이스의 기본 화면은 자연스럽지만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기기 위해, 움직임이 포함된 페이스 심볼로 친근감을 주었습니다. 또한 얼굴 인식 인터랙션을 개인 포커싱이 아닌, 화면을 스캔하는 듯한 형상으로 구현하여 얼굴 인식이 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 머무르는 느낌을 최소화했으며, 결과 화면은 배경과 명도대비를 극대화하여 아이콘과 텍스트만으로 전달했습니다.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특히 게이트나 물리적인 기기와 연결되는 과정을 세심하게 테스트한 뒤, 피드백을 수집하여 기획/개발/디자인 영역을 가리지 않고 각 이슈를 해결했습니다. 재시도를 유도하는 화면을 금지, 실패가 아닌 다시 시도해달라는 새로고침 아이콘으로 변경하며 조금 더 친절한 UI를 구성하거나, 시각 보정을 진행하는 등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마지막 소개드릴 디자인은 서비스 디자인입니다. 앞서 선보인 수많은 기술과 로봇, 그리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네이버 웍스의 ‘웍스 비서’가 소개되었습니다.
네이버 웍스는 B2B 서비스로 네이버는 물론 다양한 기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1784 사옥에서는 배달, 주차, 식사 등 직원들을 위한 편의 서비스를 안내해주거나, 회의실 예약 등 업무에 필요한 사항을 네이버 웍스 비서를 통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웍스 비서는 채팅 형태로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웍스 비서가 채팅을 채택한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서비스와 정보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배송, 주문 등의 다채로운 서비스들이 법인별로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서비스를 통합하는 동일한 사용성을 제공하기 어려웠고, 이를 통합하기 위한 새로운 단일 채널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1784가 계속 발전하는 사옥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하는 삶을 그려 나가는 테스트 베드로써 1784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데, 이는 언제든지 새로운 기능이 생겨나고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서비스 변경을 매번 애플리케이션에서 반영하는 것이 어렵고, 사용자 또한 새로운 서비스를 학습해야 했습니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능이 나오더라도 언제든지 해당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고, 사용자 또한 필요한 기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팅 형태의 웍스가 탄생했습니다.
과거에 건물을 짓는다면 어떤 디자이너가 필요했을까요? 건축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이 주된 분야였을 것이고, 나아가 해당 건물에서 사용되는 편집물이나 사이니지를 포함한 시각 디자인이 부가적인 영역으로 더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제 건물의 역할이 변화했습니다. 일례로 IOT 기반으로 실내 환경을 조절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있는 건물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좋은 건물을 만들기 위해 건축 디자이너는 앱 디자인을, 앱 디자이너는 건축 디자인을 상호적으로 고려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디자인 분야 간의 경계는 흐려지고, 영역 간의 융합과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1784는 이러한 경향성의 끝을 보여줍니다. ‘사람’과 ‘공간’, 그리고 ‘로봇’까지 고려한 1784는 이 글에서는 소개되지 않은 수많은 분야의 디자이너들의 협업이 필요했습니다. 기존 건축 문법에서는 비중이 적었던 디지털 분야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했고요. 이렇게 생소한 영역의 디자이너들이 하나로 묶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문제에 집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발표 내내 1784의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분야와 상관없이 ‘문제’를 먼저 말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방식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설계자라는 이름으로 문제를 찾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은 분야에 상관없이 디자이너의 근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네이버 1784 프로젝트는 큰 규모도 놀랍지만, 단순히 ‘거대하기만 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디자이너의 역할은 규모나 분야에 상관없이 변함없다는 디자인의 본질을 잘 보여줬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본질을 잊지 않고 나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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