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앱이 국민비서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


국민비서를 알고 계시나요? 국민비서는 국민이 필요한 행정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로 21년 3월에 개시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백신 접종 안내로 널리 알려져, 이제는 많은 분들이 사용해봤을 것 같습니다.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국에서 추진 중인 국민비서는 ‘구삐’라는 마스코트도 있습니다.
국민비서는 초기에 국내 다운로드 수가 많은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 앱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올해 11월까지 페이코, 하나은행, 하나카드, KB국민카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신한카드, 우리은행, 우리카드가 합류했습니다. 특히 은행과 카드사의 진입이 눈에 띕니다. 이로써 국민비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은 총 12개가 되었습니다.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가입자 수도 1,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저도 이미 국민비서 서비스를 쓰고 있었지만, 금융회사가 도입을 시도한다고 하니 더 흥미로웠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참여하는 회사들이 동시에, 동일한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것입니다. 경쟁 관계에 있는 금융사들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대형 금융사들이 어떻게 국민비서를 구현했는지, 그리고 이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국민비서 서비스의 이모저모
국민비서 서비스는 현재 총 34가지의 알림 서비스와 23개 청의 챗봇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알림 서비스>
<현재 시행 중인 챗봇 상담 서비스>
그동안 몰랐던 내용인데 국민비서 서비스는 사용자가 신청 앱을 바꾸면, 기존에 사용하던 앱의 알림 신청은 해지되고 새 앱으로 변경됩니다. 저는 여러 금융 앱과 빅테크 앱의 푸시 알림을 모두 켜기 때문에,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알림이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금 납부 같은 중요한 건은 기한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국민비서의 서비스 신청 및 사용은 어떤 앱이든 거의 비슷합니다. 먼저 관련 메뉴에 들어가 본인인증 후,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면 어떤 알림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종류가 34가지나 되고, 어떤 알림이 필요하게 될지 모르니 결국 전체 선택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등록 후, 다음날부터 해당 앱의 푸시 알림으로 각종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해외 직구 통관물품 등에 대한 내용, 세금 고지서 등이 전달되니 잘 살펴봐야 합니다. 국민비서를 신청하고 나면, 푸시 메시지를 발송하도록 행정기관에서 전자적으로 명령한 시점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세금고지서의 경우, 연체 가산세가 있어 미리 고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종종 문제가 생기는데 이럴 때 주의하셔야 합니다.
금융 앱이 국민비서 서비스에 나서는 이유
국민비서 서비스는 초기에 빅테크(네이버, 카카오톡)와 핀테크(토스, 페이코) 앱을 통해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 앱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 앱들은 왜 국민비서 서비스에 뛰어드는 것일까요?
1) 트래픽 확보
첫 번째 이유는 트래픽입니다. 모든 모바일 앱 비즈니스는 트래픽 확보에서 시작합니다.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어느 곳이나 비슷합니다. 자사 앱에 여러 메뉴를 담는 것이죠. 다음이나 네이버가 PC 포털 시절 메일, 카페, 쇼핑, 뉴스 등을 자사 페이지 안에 모두 모아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앱의 목표는 앱 안에서 고객이 이탈하지 않는 것입니다. 금융 앱 또한 같은 목적으로 다양한 기능들을 붙이고 있습니다. 국민비서도 그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2) 서비스의 특수성
하지만 트래픽 확보로만 보기에는 좀 약합니다. 트래픽은 이벤트나 혜택을 강화하거나, 볼만한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비서를 선택한 것은 서비스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민비서는 개인에게 중요한 행정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고객이 푸시 알림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푸시 알림 허용은 요즘 금융 앱들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지표입니다. 안드로이드나 iOS 버전이 높아지면서 개별 앱의 푸시 메시지 허용에 대해 민감해졌고, 실제로 푸시 알림을 많이 켜 두면 배터리 소모가 커집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고요. 그래서 점점 푸시 알림을 허용하는 사용자들이 줄어들고 있어, 사업자 입장에선 마케팅 기회의 손실이 큽니다. 그래서 국민비서 같은 생활필수형 서비스를 탑재하면, 푸시 알림 허용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공공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

세 번째 이유는 장기적으로 공공 마이데이터를 위한 포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비서의 34개 알림 서비스 중 10개가 각종 고지 납부 등 금융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된 상품을 홍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금융과 밀접하게 관련된 공공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사전 대응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공공 마이데이터는 공공, 행정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개인 행정정보를 정보 주체인 국민이 본인 또는 본인이 지정한 제3자에게 전송 요구할 수 있는 데이터를 뜻합니다. 행정 서류가 오고 가는 절차를 줄여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기존 대비 보안이 강화되는 등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현재 정부24 앱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지만, 일부 금융기관에서도 행정정보(건강보험 내역확인, 거주정보 확인 등) 확인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고객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논의 중인 사안인데, 국민비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향후 공공 마이데이터 분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비서를 활용한 금융비서까지
이처럼 국민비서 서비스를 도입하면 위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많은 사업자들이 탐낼 법도 합니다. 하지만 참여 조건이 엄격합니다. 22년 1월부터 5월까지 이용량, 보안성, 기능성 등의 자격요건을 갖춘 민간 앱의 연계 신청을 받았는데, 금융 앱을 제외하고 수많은 앱이 이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용량 조건은 앱스토어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 이상이었습니다.
기존 금융 앱은 빅테크, 핀테크 앱에 비해 많이 뒤처졌다고 평가받지만, 현재 빠르게 추격하는 중입니다. 국민비서의 도입도 그 추격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주거래은행을 위주로 금융 생활을 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금융 앱이 금융비서로 진화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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