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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이른바 4대 금융 지주가 있습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인데요. 거대한 금융사 연합체를 거느리고 있는 금융계의 대기업 집단입니다. 흔히 금융업이나 통신업을 ‘walled garden’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벽으로 보호받는 정원인데요. 사실 국가의 라이선스가 없이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니 이렇게 불립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금융업은 비교적 안락하게 자체적으로 경쟁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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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의 앱 전략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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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이른바 4대 금융 지주가 있습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인데요. 거대한 금융사 연합체를 거느리고 있는 금융계의 대기업 집단입니다. 흔히 금융업이나 통신업을 ‘walled garden’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벽으로 보호받는 정원인데요. 사실 국가의 라이선스가 없이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니 이렇게 불립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금융업은 비교적 안락하게 자체적으로 경쟁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다들 아시는 것처럼 10여 년 전부터 핀테크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합니다. 해외에서는 페이팔,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승전보가 연이어 들려왔고, 국내에서도 카카오페이, 토스 등 지금은 기라성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1금융권에서는 적극적인 협조도 적극적인 방해도 없었습니다. 반면 정부의 기조는 해외에 발맞추어 우리도 유니콘 스타트업이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였기에, 정책적으로는 스타트업에 여러모로 친화적이었습니다. 이후는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핀테크와 빅테크는 기존 금융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1금융권의 반격은 화두였습니다. 핀테크와 빅테크의 강점은 기술력에 있으며, 앱과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채널을 집중 공략해 왔습니다. 핀테크 앱들의 완성도는 금융권 앱과 비교하면 매우 높습니다. 앱이 가볍고 반응속도 역시 빠릅니다. UI, UX도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차이가 났습니다.

 

그러나 1금융권에서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경력직 모바일 전문가를 계속 채용하고, 내부 조직 전반을 개선해 나감으로써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 하나인 KB금융그룹의 앱 전략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KB 앱
구글에서 KB 앱으로 검색했을 때의 화면. 한때 KB 앱의 개수는 화제였습니다. <출처: 구글>

 

과거 고객에게 안 좋은 쪽으로 많이 회자된 곳이 KB입니다. 금융앱 파편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기 때문입니다. KB로 검색했을 때 서비스별로, 사업 부서별로 무분별하게 만든 앱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었죠.

 

그런 KB가 변하고 있습니다. 보다 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한 가지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KB국민카드의 변화

KB는 여러 금융그룹사를 가지고 있지만 B2C 관점에서 돋보이는 변화는 KB국민카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KB국민카드는 2022년 1분기 기준으로 신한카드의 20.2%에 이어 17.2%로 개인회원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KB국민카드를 사용하고 있기에 KB국민카드 관련 앱도 널리 설치되어 있습니다. 현재 KB국민카드는 KB국민카드 앱과 KB페이 앱, 두 가지 앱을 운용 중입니다. KB국민카드 앱은 KB페이로 통합 예정이며, 지원하고 있는 기능도 KB페이 앱이 훨씬 많으니 오늘은 KB페이 앱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예전부터 KB국민카드의 앱 카드를 사용해 왔는데 우선 빨라진 속도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과거 토스나 뱅크샐러드보다 한참 느린 구동 속도를 자랑했던 앱이지만 이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속도는 기기 성능, 네트워크 상태, 메모리 점유상태 등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앱을 자주 켜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MAU(Monthly Active User)와 DAU(Daily Active User)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죠.

 

MAU, DAU 확대를 위해 KB페이는 적극적으로 투자 중입니다. 먼저 삼성페이가 되는 갤럭시 시리즈를 쓰고 있는 분이라면 KB페이앱은 앱 내에서 삼성페이 실행이 가능합니다. 삼성페이는 휴대폰 뒷면에 MST(Magnetic Secure Transmmison) 모듈을 넣어, 휴대폰이 플라스틱 카드의 자기장을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삼성폰의 기능입니다. 삼성전자가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사 앱에서 삼성페이 기능을 빌려와 쓰려면 삼성전자와 별도의 계약을 해야 합니다. 즉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KB페이도 참여했고, 신한카드의 신한PLAY, 페이코 등에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페이 기능을 추가했다고 해서 고객이 꼭 KB페이에서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KB페이앱의 속도가 빨라졌어도 휴대폰 기본 화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의 앱 구동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KB페이는 한 가지 더 승부수를 던집니다. 바로 KB페이 전용 상품인 ‘KB국민 톡톡 마이포인트 카드’를 출시한 것입니다.

국민 톡톡 마이포인트 카드
이른바 혜자카드로 유명해진 톡톡 마이포인트 카드 <출처: KB국민카드 홈페이지>

 

카드사가 카드 상품을 출시한 게 뭐가 그리 대수냐 싶겠지만, 저는 KB의 톡톡 마이포인트 카드 출시를 보고 ‘작정하고 KB페이를 추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카드의 상품 구성 내용 때문입니다. 이 카드는 전월 실적을 보지 않고, 당월 실적을 봅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카드의 99%는 전월 실적을 보고, 이에 맞추어 서비스를 받는 카드일 것입니다. 전월 실적을 충족시키도록 하는 게 카드사 입장에서는 더 이익이 큽니다. 당월 실적은 카드를 쓰지 않다가 갑자기 사용해도 되지만, 전월 실적을 본다고 하면 다음 달을 위해 이번 달에 카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한 이 카드는 사용액의 0.5%를 한도 없이 적립해 줍니다. 그런데 KB페이를 통해 카드를 결제한다면 월 1만 원 한도로 5%를 추가 적립해 줍니다. 즉 월 20만 원까지 사용하면 5.5% 캐시백을 해 주는 카드입니다. 현시점에 발급 가능한 모든 카드 중 5.5% 적립률을 보이는 카드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만약 고객이 20만 원에 딱 맞춰 쓴다면 KB국민카드로서는 적자가 확정되는 상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카드가 나왔다는 건, 이 적자를 KB페이 활성화를 위한 투자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고객은 1만 원 캐시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KB페이를 계속 열게 되는데 이를 위한 투자인거죠.

 

KB페이는 이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순히 로그인만 해도 매일 1~100원 사이의 돈을 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출석 이벤트인데 다른 앱들도 많이 하는 프로모션입니다. 다만 KB페이는 지급률이 적지 않은 편입니다. 저는 평균적으로 매달 1500~2000원은 받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뭐가 큰 금액이냐고 생각하겠지만, KB국민카드의 지난해 말 가입자 수가 2,040만 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큰 금액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

 

KB페이 롱블랙
롱블랙은 시간이 지나면 기사를 읽을 수 없습니다. <출처: 롱블랙 홈페이지>

 

더불어 금융앱들은 MAU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가져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KB페이의 경우 롱블랙과 제휴하여 평일 하루에 한 가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롱블랙은 시간이 지나면 기사가 사라져서 읽을 수 없는 구독 서비스로 유명해졌으며,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월 4,900원의 유료 서비스인데 이를 KB 페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니 고객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혜택입니다. 이처럼 KB국민카드가 고객 혜택에 돈을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KB스타뱅킹 앱의 결제 지원

KB스타뱅킹 앱 결제 지원
KB스타뱅킹 앱에서 KB페이를 구동한 모습 <출처: KB스타뱅킹>

 

이렇게 KB페이가 선전하고 있는 와중에, KB스타뱅킹 앱도 KB페이를 측면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또한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로 KB금융그룹의 핵심 앱 간의 협업 사례인데요. 앱을 켜면 좌측 상단에 KB페이 버튼이 보이고, 이를 터치하면 바로 KB페이 결제가 가능합니다. 은행 앱을 켰는데 결제 기능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부자연스러운 고객 경험입니다. KB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별도의 리워드 프로모션을 하고 있습니다. KB페이를 스타뱅킹 앱에서 사용할 경우, 특정 가맹점 사용분에 대해 추가 포인트를 줍니다.

 

KB스타뱅킹 페이 리워드 프로모션
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리워드 프로모션 내용. 적립된 포인트는 현금 인출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KB페이로 결제 시 사용해야 한다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그만큼 MAU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출처: KB스타뱅킹>

 

KB스타뱅킹은 22년 7월 기준 1천만 MAU를 넘어서서 기존 은행권 최대 앱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까지 힘을 실어준다면 분명 카드 사용액도 많아질 겁니다. 다만 이런 서비스 연결은 꼼꼼히 살피고 진행해야 합니다. 무리해서 계열사 간, 서비스 간 연동을 추진하다가 더 안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비스 간의 전환 속도, 메뉴의 내비게이션 등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KB금융그룹의 원앱 전략

언론 보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22년 하반기부터 그룹 전체의 서비스를 한곳으로 모으는 슈퍼앱 전략을 실행한다고 합니다. 메인 플랫폼을 KB스타뱅킹 앱으로 하겠다는 건데요. 방금 설명한 KB페이와의 결합 외에도 스타뱅킹 앱의 관련 메뉴에서 증권, 손보, 카드, 생명 등 그룹의 여러 서비스들의 메뉴가 나타납니다.

 

KB금융그룹의 원앱 전략
KB스타뱅킹 앱 내 그룹사 서비스 메뉴 <출처: KB스타뱅킹>

 

금융권에서 오랜 시간 앱 전략의 변화를 지켜본 저는 슈퍼앱, 원앱 전략이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금융 계열사의 서비스를 합치다 보면 제대로 되지 않고, 앱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또한 한 명의 고객이 꼭 기업의 모든 서비스를 쓴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국민은행 계좌를 가진 고객이야 워낙 많으니 스타뱅킹 앱은 잘 되겠지만, 타사의 증권과 생명보험을 쓰는 고객이 마음을 돌려서 넘어오기는 쉽지 않죠. 물론 KB그룹에서는 이를 원하겠지만, 슈퍼앱을 시도하면서도 개별 앱을 강화하는 일종의 이원화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이후로 금융 앱 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핀테크 앱에 비해 금융권 앱은 속도, 사용성 면에서 많이 뒤처져 비교할 수 없었지만, 요즘은 그리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제는 서비스나 BM이 얼마나 더 혁신적이고 고객지향적인가에 따라 격차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KB그룹의 다양한 움직임은 주목해 볼 만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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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9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카드사에서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넥스트 커머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 '더이상무리하지않겠습니다'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fintech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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