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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시장의 양극화, 혹시 들어보셨나요? 2000년대 이후 패션 시장은 고가의 명품과 저가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양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전성기 유니클로는 무려 1조 원을 훌쩍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고, 자라, H&M 같은 해외 브랜드와 스파오, 탑텐 같은 국내 브랜드들까지 패스트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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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BM 톺아보기: ③패스트패션의 히어로와 빌런 사이, 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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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시장의 양극화, 혹시 들어보셨나요? 2000년대 이후 패션 시장은 고가의 명품과 저가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양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전성기 유니클로는 무려 1조 원을 훌쩍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고, 자라, H&M 같은 해외 브랜드와 스파오, 탑텐 같은 국내 브랜드들까지 패스트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말 그대로 폭풍 성장하며, 이러한 패스트패션 시장을 제패한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에서 탄생한 ‘쉬인’입니다. 쉬인은 2018년만 해도 매출이 자라, 유니클로, H&M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는데, 무려 3년 만에 해외 탑 브랜드와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섭니다. 더 무서운 건 기업가치인데요. 이러한 높은 성장성을 기반으로 올해 3월 무려 1,000억 달러(한화 약 143조 6,4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경쟁사인 자라와 H&M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였습니다. 이처럼 급성장한 쉬인의 성공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요?

 

패스트패션 쉬인
<출처: Shein>
 

리얼타임 패션, 패스트패션의 끝판왕이 되다

쉬인이 이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장 패스트패션의 본질을 잘 구현한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내에선 패스트패션이라는 단어보다 SPA(Specialty stores/retailers of Private-label Apparel)란 용어를 더 많이 쓰곤 합니다. 이 용어는 패션 상품의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하나의 회사가 모두 수행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뜻하는데요. 이를 서구권에서 패스트패션이라고 부르는 건 사업 방식이 상당히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라와 H&M은 빠른 트렌드 반영한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합니다. 인기를 얻은 스타일을 빠르게 가져와 생산하고, 이를 짧은 주기에 교체하며 효율을 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패스트패션이란 이름이 붙은 거고요. 반면 동양권에서는 소품종 대량 생산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로 유니클로가 있으며, 패션성이 두드러진 상품보다 베이직한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입니다.

 

쉬인 역시, 굳이 분류하자면 자라와 H&M과 유사한 지향점을 가진 패스트패션 브랜드입니다. 다만 경쟁자들보다 훨씬 빠르고 다양한데, 가격은 오히려 저렴한 것이 달랐습니다. 해외 비즈니스 분석 사이트 ‘Not Boring’에 따르면, 패스트패션은 크게 3단계를 거쳐 진화했는데요. 가장 첫 단계는 90년대에 등장하여 시장의 토대를 마련한 자라와 H&M이 해당합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울트라 패스트패션이라 불리는 아소스, 부후가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진화형이 바로 리얼타임 패션, 쉬인이라는 거죠.

 

패스트패션 3단계 진화
가장 패스트패션다운 모습으로 성공한 쉬인 <출처: Not Boring>

 

패스트패션의 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바로 속도입니다. 1세대 패스트패션은 보통 상품 하나를 생산하는데 4주를 기본으로 잡습니다. 기존 패션 브랜드가 기획과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수개월을 잡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혁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소스와 같은 2세대는 이를 무려 2주로 줄였습니다. 생산 속도를 거의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던 건 2세대가 1세대와 달리 온라인을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상품을 매장으로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물류 창고로만 보냈으면 되었으니까요. 기존 패스트패션에 D2C(Direct to Consumer)를 가미한 것인데요. 여기에 3세대라고 자처하는 쉬인은 생산 공장과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C2M(Customer to Manufacturer) 개념을 더하면서 1주일이라는 극한의 리드타임(생산 시작부터 끝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실시간 패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진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경쟁사들도 생산 공장을 가까이하는 시도를 했었습니다. 가령 자라는 스페인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쉬인의 배후지, 중국 광저우 의류 도매 시장을 이길 순 없었습니다. 우선 중국의 의류 생산 인프라 자체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잘 갖춰져 있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국을 이길 순 없었습니다. 덕분에 쉬인은 가격과 속도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을 수 있었습니다. 쉬인은 본사에서 차로 5시간 이내 거리의 공장들만 계약을 맺으며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했고, 철저한 공급망 관리를 통해 매일 새로 등록되는 상품이 무려 1만 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90일 후 재고로 남는 비율은 6%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매장은 없앴지만, 고객 경험은 강렬하게

여기에 쉬인은 2세대 회사들처럼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성공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리드타임 혁신은 물론, 매장 운영을 줄여 추가적인 가격 경쟁력마저 갖출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매장을 없애는 것이 항상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나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간다는 관점에서, 매장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고객 접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쉬인이 선택한 건 소셜 미디어였습니다. 사실 온라인 기반의 아소스, 부후 등의 전략도 이와 유사했는지만, 쉬인이 이들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틱톡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탄 점입니다. 특히 온라인 채널 중에서도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는 낮은 CAC(Customer Acquisition Cost, 고객획득비용)로 많은 D2C 브랜드들의 성장을 도와주었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점차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후발주자였던 쉬인 역시 기존 기업에 비해 불리한 지점에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핀터레스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활용하면서, 이러한 차이를 상당히, 그리고 빠르게 줄여 나갔습니다. 그리고 2020년 떠오르는 플랫폼, 틱톡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쉬인하울(SheinHaul)’이라 불리는 콘텐츠를 발굴해내면서, 경쟁사들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신규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쉬인 연예인 마케팅
쉬인은 여러 행사로 고객들과 관계를 맺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출처: Shein>

 

중국 브랜드라는 점도 전략적으로 감춰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품 모델로 다양한 인종의 모델을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아울러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여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쉬인걸스라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도 패션쇼와 함께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기획하며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쉬인은 앱이라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매장이 없는 단점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쉬인 앱의 다운로드 수입니다. 지난 2022년 2분기 기준, 쉬인 앱 다운로드 수가 아마존을 능가했습니다. 물론 이미 기존 사용자가 많은 아마존이기에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단일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쉬인의 이러한 성과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쉬인 앱
쉬인은 패션 브랜드답지 않게 앱을 매우 중요시한다. <출처: Not Boring>

 

데이터 적으로도 앱 이용률 비중 자체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처럼 압도적인 이용률을 활용해 앱에서 여러 이벤트나 콘텐츠를 통해 고객과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유통 비용을 줄여 추가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까지 얻었습니다.

 

 

단점까지 극대화했다고요?

이와 같은 빛나는 성공만큼이나 쉬인이 일으키는 잡음 또한 상당합니다. 더욱이 재미있는 점은 쉬인이 패스트패션의 장점을 누구보다 많이, 누구보다 잘살려 성공했듯이 패스트패션을 가진 악습까지도 압도적으로 답습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블룸버그는 쉬인을 ‘사악한 괴수(Behemoth)’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고요.

 

실제 쉬인이 일으키는 문제는 보통의 패스트패션이 가지던 문제와 유사하면서 강도는 더 센 상황입니다. 일단 옷을 쉽게 사고, 버리게 하는 점에서 환경적인 이슈를 낳고 있고요. 광저우의 열악한 노동 환경도 지적 받고 있습니다. 이런 데다가 창업자 크리스 쉬는 이름 말고는 제대로 알려진 점이 없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고요. 정말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를 안 좋은 방향으로 모두 건드리는 아주 놀라운 기업인 셈이죠.

 

열악한 노동 환경
사실 쉬인의 엄청난 속도와 저렴한 가격은 열악한 노동 환경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출처: Public Eye>

 

저작권 도용 이슈도 쉬인이 가진 또 다른 문제점입니다. 쉬인은 2019년 이후 ‘지식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소송을 50건 이상 받았습니다. 이는 H&M 대비 10배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물론 디자인 도용은 패스트패션 업계의 오랜 관행 아닌 관행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하이패션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을 빠르게 가져와 생산하는 게 이들의 무기였으니까요. 문제는 쉬인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점입니다. 심지어 타 유명 브랜드의 로고까지 그대로 가져다 붙이는 경우까지 있으니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약간 결이 다르지만, 중국 회사라는 점도 장기적인 불안 요소입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에 중국 기반의 브랜드라는 정체성이 해외 시장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가능성이 있고요. 사실 노동 이슈나 디자인 도용과 같은 이슈들도 중국이라서 더 문제가 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중국에서 탄생했기에 국한의 리얼타임 패션을 구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를 극복해야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친 겁니다.

 

 

쉬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처럼 쉬인은 전 방위적인 위험 요소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패스트패션 시장의 악당 취급을 받는 것 같기도 하고요. 특히 주로 비교되는 대상이 그 어디보다 ESG 관련 규제가 철저한 유럽 기업들이라는 점도 쉬인에게는 부담일 겁니다. 일례로 Exo-Stylist가 조사한 지속 가능성 관련 분석에서 자라와 H&M은 그나마 100점 만점에 30점 정도를 받았지만, 쉬인은 같은 조사에서 0점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경쟁자들에게 많이 뒤처져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약 300개 기업 중 0점을 받은 유일한 메이저 브랜드가 쉬인이라는 점은, 절대적인 수준에서도 쉬인이 극복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은 걸 말해줍니다.

 

쉬인은 이를 벗어나고,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9월에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5%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물론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100% 전환을 선언한 H&M 대비해선 낮은 수준의 목표이긴 하지만, 쉬인이 변화할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일단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쉬인은 그간 지적 받아온 노동 환경이나 디자인 표절 논란과 같은 노이즈들도 줄이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물론 일각에서는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진 않고는 결코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찾아올 거라는 점은 쉬인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국내에 주는 시사점은?

지금까지 자세히 알아본 쉬인의 성공 비결엔 사실 특별함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기보다는, 중국이라는 거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존의 혁신을 더욱 강화한 점이 잘 먹혔을 뿐인데요. 그간 중국의 서비스들이 글로벌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가 틱톡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는데, 쉬인은 또 다른 방식의 공략법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쉬인의 이런 방법은 국내 스타트업들도 충분히 활용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한국 시장은 분명 나름의 강점과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현재까지는, 글로벌에서 성공한 모델을 한국화하는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는데요. 반대로 글로벌 서비스의 허점을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활용하여 깨뜨리는 사례가 나온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시아에서 광저우처럼 기획과 생산 인프라가 갖춰진 몇 안 되는 곳이 바로 동대문입니다. 그래서 국내 기반의 패션 스타트업들도 쉬인의 성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보는데요, 물론 가격 측면에서는 광저우를 이기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최근 동대문은 K-컬쳐를 등에 업고, 오리지널리티를 가질 수 있는 부분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점에 많은 도메스틱 브랜드와 동대문이라는 생산 인프라가 결합한다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쉬인의 성공 비결이 마냥 먼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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