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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가 피그마를 200억 달러(한화 약 28조 원)에 인수하기로 한 거래가 연일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피그마의 가파른 성장세나 피그마의 특징 및 장점에 대해 다룬 글은 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글에서는 어도비가 피그마를 견제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그럼에도 왜 어도비는 피그마를 인수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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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가 피그마를 200억 달러(한화 약 28조 원)에 인수하기로 한 거래가 연일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피그마의 가파른 성장세나 피그마의 특징 및 장점에 대해 다룬 글은 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글에서는 어도비가 피그마를 견제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그럼에도 왜 어도비는 피그마를 인수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불과 5년 전을 생각해 보면 디자이너라면 기본적으로 어도비 툴을 모두 사용할 줄 알아야 했습니다. 어도비는 굉장히 다양한 툴을 보유하고 있고,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 프리미어, 에프터 이펙트, 라이트룸, 인디자인 등 다양한 그래픽 및 영상 편집 및 제작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저도 어도비의 다양한 툴을 배우기 위해 독학하거나 학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포토샵의 첫 번째 버전이었던 포토샵 1.0은 무려 1990년에 매킨토시 전용으로 발표되었고, 대부분의 디자인 파일은 어도비 프로그램의 확장자를 표준으로 따르고 있으니 어도비가 얼마나 오래된 기업인지 체감해 볼 수 있습니다. 어도비는 당시 인쇄업의 노하우를 살려 고가의 장비 대신 PC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업할 수 있게 하여 출판업, 인쇄업을 빠르게 장악했고, CS4, CS5를 비롯해 CC2020을 출시하며 매년 꾸준히 업데이트 해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UX/UI 디자인 전용 툴이 없을 때는 많은 디자이너가 UX/UI 디자인 작업을 하기 위해서 똑같이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차차 다양한 모바일 기기, 태블릿이 등장하면서 똑같은 화면이더라도 다양한 해상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어도비의 프로그램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포토샵의 경우 벡터 파일이 아니라 비트맵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해상도 별 대응이 불가능했고, 어도비 프로그램이 너무나도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보니 대지(아트보드)를 여러 개 만들기 시작하면 프로그램이 무거워서 갑자기 멈추거나 버벅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어도비 프로그램으로 작업하던 당시에는 정말 1분에 한 번씩 ctrl+S를 눌렀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UX/UI 디자인을 위한 전용 툴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단연 인지도가 높은 것은 ‘스케치(Sketch)’인데요. 네덜란드의 ‘보헤미안 코딩(Bohemian Coding)’ 사에서 모바일 앱과 웹의 UX/UI 설계 전용으로 2010년 출시했습니다. 스케치는 2010년 출시 이후 UXUI 디자인 분야의 시장 점유율을 서서히 높여갔고, 어도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새로운 도구 개발을 발표했고 2016년 XD의 첫 퍼블릭 베타를 출시했습니다. 스케치는 1년에 99달러를 내고 구독해야 하는 구독 모델이었던 반면 XD는 대기업 어도비에서 새롭게 출시한 툴답게 무료 전략을 사용하면서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UXTools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7~2019년까지만 해도 스케치가 UI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XD, 피그마가 비등비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많은 디자이너가 툴 사용에 있어 굉장히 혼란스러웠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UX/UI 디자인을 위한 하나의 표준 프로그램이 존재한 것이 아니라 많은 툴이 혼재했기에 사람마다 기업마다 다른 툴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학생이었던 저 또한 스케치와 XD 사용법을 모두 익히기 위해 노력했었고, 툴을 쉽게 바꾸기 어려운 대기업을 제외한 많은 중소규모 기업에서 더 빠르고 나은 디자인 프로세스를 위해 새로운 툴 도입을 시험하기도 했습니다.
피그마의 인지도가 서서히 높아질 즈음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피그마를 디자인 툴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회사 입사 전까지만 해도 피그마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고, 단순히 피그마가 스케치나 XD 같은 툴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용하면서 피그마의 뛰어난 장점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피그마의 가장 큰 장점은 웹 기반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로그램 다운로드 없이도 웹 브라우저에서 사용 가능하며 별도의 파일 저장 및 버전 관리가 필요 없습니다. 웹 버전이기 때문에 팀원들과 바로 실시간 협업하며 소통할 수 있고, 동시간 작업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느려지거나 큰 에러 없이 꾸준히 높은 퍼포먼스로 동작하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도비 시스템에 아주 익숙한 디자이너들은 ‘웹’ 기반, ‘클라우드’기반의 디자인 작업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프로그램을 열어 개인 작업을 하고, 컴퓨터에 로컬 파일 형태로 저장해 원본 파일 혹은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확장자로 변환해서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당연한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피그마는 UX/UI 디자인 및 협업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피그마는 모든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고 ‘디자인’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고, 동료 디자이너, 심지어는 다른 직군의 팀원들과 함께 디자인 전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디자이너 및 팀원들은 피그마를 직접 사용하면서 프로세스의 변화를 체감했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느낀 많은 기업과 디자이너가 피그마로 넘어오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UXTools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피그마가 UI 디자인 툴 영역 점유율이 굉장히 압도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년 만에 매출 및 사용자 규모에서 엄청난 성장을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그마가 이렇게나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급속도로 성장하는 동안 어도비는 지켜보기만 했을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어도비도 나름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웹 버전을 출시하거나 공동 협업 기능을 고도화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UX/UI 디자인 툴로 출시했던 XD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했습니다. 클라우드 이용 시 작업 중 자동 저장 기능이나 공동 편집 기능을 개발해 다른 사용자를 초대해서 실시간으로 편집하고 작업할 수 있는 기능 등 실시간 협업 및 웹 버전 공유 모드 등의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1GB가 넘는 전용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실행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 프로그램의 웹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또한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구독하지 않는 사람도 브라우저를 열어 바로 검토하고 주석을 작성할 수 있게 했습니다.
팀원들이 팀 내의 파일을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스페이스와 작업 현황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작업 공간 개념의 캔버스를 출시했습니다. 다른 앱에서 작업한 작업물을 링크 형태로 배치해두어 원본을 다시 열어 편집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위와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어도비는 지난 2022년 9월 15일, 200억 달러(한화 약 28조 7,420억 원)에 피그마를 인수했습니다. 200억 달러면 약 28조 원으로, 소프트웨어 업계 인수에서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왜 어도비는 피그마를 인수했을까요? 많은 인수 분석 기사에 볼 수 있듯이 많은 전문가는 어도비가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UX/UI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가진 피그마와 계속해서 경쟁하기보다는 빠르게 피그마를 인수해서 미래의 강력한 예비 경쟁자를 아예 어도비의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죠. 왜 그랬을까요?
피그마는 애초부터 ‘협업’을 전제로 툴을 개발해왔습니다. 웹 브라우저 기반으로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협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크고 작은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피그마를 최근 2년 동안 써오면서 피그마의 빠른 개발 및 출시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와이어 프레임 및 브레인스토밍에 최적화된 ‘피그잼(Figjam)’부터 오디오 협업 기능을 출시했고, 코멘트 기능을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도비 툴은 ‘실시간 협업’을 전제로 하지 않았기에 피그마의 큰 특징인 ‘웹 기반’, ‘실시간 협업’의 개발을 단기간 내 따라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 편집을 하는 멀티 플레이어 기능은 개발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합니다. 실제로 스케치와 XD에서도 공동 편집 기능을 출시했지만 크고 작은 에러가 자주 발생했다고 합니다.
피그마는 ‘디자이너만’ 타깃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프로덕트 메이커 전체가 타깃이었습니다. 실제로 피그마의 유저 베이스를 살펴보면 디자이너보다 디자이너가 아닌 직군이 더 많다고 합니다. 협업 기능에 최적화되어있기 때문에 파일 접근 링크만 있다면 프론트엔드 개발자, PM, 기획자 모두가 프로그램 없이도 파일을 확인하고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기존에 여러 채널, 여러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졌던 팀원들 간의 협업을 ‘피그마’ 하나로 통합한 것입니다.
반면 어도비 툴의 사용자는 ‘특정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로 제한됩니다. 좁은 전문가 시장을 타깃으로 하며, 그래픽 디자인 전문가, 영상 편집 전문가, 편집 디자인 전문가가 그 대상이죠.
그렇지만 많은 산업군에서 O2O(Offline to Online)로 변화가 일어났고, 온라인 프로덕트 자체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프로덕트 설계의 중요성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최근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보다 더 많은 수의 UX/UI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프로덕트 제작에 기여하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을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많습니다. 어도비는 이미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포함해 넓은 유저풀을 확보한 피그마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는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 소식을 전해 들은 디자이너들은 피그마 기능인 사용에 제약에 생길까 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SaaS 툴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서 SaaS 툴이 기존 기업에 200억 달러 규모로 인수되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고무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도비와 피그마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 일부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힙니다.
피그마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딜런 필드(Dylan Fields)는 ‘인수 이후에도 피그마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만, 협업 워크플로우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도비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인디자인(출판 편집 툴)과 같은 여러 명의 협업이 필요한 프로그램의 경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피그마의 웹 브라우저 기반 개발 기술을 어도비의 프로그램에 적용해 더 많은 어도비 툴의 웹 버전이 생겨나거나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XD는 피그마와 같은 UXUI 디자인 전용 툴이므로 몇 년 안에 XD 업데이트 및 지원 종료할 것으로 예상되며 어도비 프로그램과 피그마간의 파일 전환 기능이나 파일 삽입 기능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참조: Adobe Outlines Figma Feature Ideas, Commits to Keeping Free Tier)
현재 어도비는 월별 구독 모델과 연간 구독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월 62,000원에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내의 모든 프로그램은 이용하거나 개별 프로그램을 월 23,000원 대의 가격에 구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데스크톱 전용, 모바일 및 태블릿 전용, 웹 전용 앱들을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피그마 역시 현재 월 $15(한화 약 2만 원)의 월 구독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웹 버전 전용 플랜을 출시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제 경우에는 학생 때까지는 어도비 학생 플랜을 유지했지만 점점 어도비 프로그램 사용 빈도수가 줄고 월 구독 가격이 부담돼서 한동안 어도비 구독을 해지했습니다. 고정 지출이 부담되어 아예 이탈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가끔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포토샵 전용 확장자를 가진 파일을 열어 편집할 일이 생길 때만 어도비를 딱 한 달 정도 구독하거나, 조금 불편하더라도 온라인에서 무료로 이용 가능한 어도비의 대체 프로그램을 찾아 쓰고는 했습니다. 기본적인 기능만 필요한데도 비싼 월 구독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쓸 때마다 용량이 큰 프로그램들을 일일이 다운로드해야 하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태블릿 디바이스 등을 통해서 다양한 그래픽 및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프로그램 다운로드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태블릿 전용 프로그램을 또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플랜보다 저렴한 가격에 피그마를 포함한 웹 버전 전용 플랜을 출시한다면 웹에서 구동하는 기본적인 기능만 더 가볍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고, 여러 디바이스에서도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구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까지 어도비가 피그마를 인수하기 전까지 해왔던 노력과 그럼에도 인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앞으로 생겨날 변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인수가 완전히 마무리되고 피그마가 어도비에 통합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피그마와 어도비가 모두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고, 피그마를 매일 같이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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