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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좋은 기회를 얻어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작하는 팀의 웹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IT 업계 미래를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이는 단어들인 만큼 한 발이라도 빠르게 미래 세계의 맛이나 보자는 마음에 겁 없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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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디자이너, 암호화폐 세계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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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좋은 기회를 얻어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작하는 팀의 웹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IT 업계 미래를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이는 단어들인 만큼 한 발이라도 빠르게 미래 세계의 맛이나 보자는 마음에 겁 없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셈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아직 크립토커런시(암호화폐) 업계의 레퍼런스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업계 상황이었습니다. 업계의 디자인 트렌드나 원칙이 있을 법도 한데, 인터넷엔 관련 이야기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국내 환경에 맞게 정리된 것은 도저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결국 수많은 국내외의 레퍼런스를 직접 찾아가며 연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은 암호화폐 세계를 처음 맞이할 디자이너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크립토 나라에 어서 오세요”

알파카 파이낸스
크립토 세계의 첫인상을 선사한 ‘알파카 파이낸스’. <출처: 알파카 파이낸스>

 

처음 해외의 암호화폐 업계의 레퍼런스를 펼쳐 놓고 보니, 완전 별세계에 온 것 같았습니다. 보통 업계마다 서비스 디자인부터 지향하는 가치, 비전, 미션 등이 정리되어 있기 마련인데, 암호화폐는 이러한 서비스 브랜딩 작업이 없어 보였습니다.

 

참고를 위해 접속한 사이트에 메인 화면에 뜬 알파카를 보면서 ‘대체 이 암호화폐 서비스에 알파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지’라는 생각만 들었으니까요. 디자이너로서 작업 기획을 시작해야 하는데, 의뢰받은 서비스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브랜딩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해외의 각종 암호화폐 서비스의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 ‘암호화폐의 역사’를 직접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Weird Crypto’와 ‘크립토스러움’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됐고, 앞서 의미를 몰랐던 알파카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일단 눈에 띄고 보자, Weird Crypto

도지코인 시바견
Weird Crypto의 대명사인 도지코인 <출처: 도지코인>

 

암호화폐 세계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 도지코인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테슬라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의 트윗에 여러 번 오르내리면서 수많은 투자자를 웃고, 울렸던 만큼 그 인지도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높습니다. 디자이너라면 단순히 웃는 시바견의 얼굴을 가져다 쓴 브랜드 디자인에 많은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을 겁니다.

 

이번에 프로젝트 디자인을 하면서 이전에는 웃기기만 했던 도지코인 로고의 디자인 정보가 궁금해졌습니다. 왜 갑자기 뜬금없이 암호화폐의 세계에 시바견이 등장했던 걸까요? 재미있게도, 그 배경과 관련된 거대한 흐름이 있습니다. 바로 ‘Weird Crypto’라는 트렌드입니다.

 

웹3.0 디자인
<출처: Design principles for web3>

 

도지코인이 이런 장난스러운 브랜딩을 채택한 이유는 바로, 애초에 장난식으로 만들어진 화폐이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기술 중심의 시장에서 투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자 그것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암호화폐의 묻지마 투자를 풍자한 도지코인이 현재는 거래 순위 10위 안에 꼽히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합니다.

 

이렇게 도지코인이 쏘아 올린 장난스러운 공이 ‘Weird Crypto’라는 하나의 트렌드로 발전하게 됩니다. 유니콘, 초밥, 알파카, 무지개, 침팬지 등 음식, 동물, 색깔 등 기상천외한 소재들을 유니크한 방식으로 암호화폐 브랜드의 핵심 이미지로서 채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Weird crypto는 해외 암호화폐 시장의 생존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도지코인의 브랜딩 방법론이 한 번의 장난으로 묻히지 않고, 하나의 트렌드로 제시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한대의 경쟁자, 오프라인 승부처는 제로

암호화폐 개수 동향
2013년부터 2022년, 전 세계 암호화폐의 개수 동향 <출처: statista.com>

 

암호화폐 기반 서비스들마다 목적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분야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경쟁자 입장의 서비스입니다. 문제는 암호화폐를 만들기가 너무 쉬운 것입니다. 가령 비트코인의 개발 자료는 이미 온라인에 모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지식이 조금만 있어도 비트코인 A, B, C, D, a, b, c, d 등의 이름으로 무수히 많은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암호화폐는 홍보도 마케팅도 관심도 없기 때문에 조용히 사라질 뿐입니다.

 

심지어 암호화폐는 철저하게 온라인에 갇혀 있는 상품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있으면 사람들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침투할 수 있겠지만, 암호화폐는 애석하게도 매장도, 유형의 상품도 없죠. 그래서 모든 암호화폐는 수많은 암호화폐 서비스가 모인 온라인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그렇지만 사용자들의 눈에는 오직 수익성을 나타내는 숫자와 그래프, 그리고 내가 가진 토큰 숫자만이 보일 뿐입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암호화폐 제작자들은 괴상한 컨셉=Weird crypto로 승부를 띄운 것이었습니다.

 

마미손 뮤비
‘기믹’, 상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특이한 전략, 또는 그 전략에 이용되는 독특한 특징 <출처: 마미손 유튜브>

 

 

우리는 좀 달라, ‘크립토’스러움

크립토 디자인
<출처: 본인>

 

처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디자인 설계 과정에서 ‘크립토스러움’이나 ‘Web 2.0같지 않게’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 느낌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꼬박 일주일이 넘게 들었지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 서비스들은 암호화폐 티가 납니다. 그 특유의 느낌을 ‘크립토스럽다’라고 표현하는 것인데, 제가 느낀 바를 토대로 세 가지 느낌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크립토스럽게 = 어둡게?

다크모드 페이지
<출처: 본인>

 

크립토스러움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다크모드입니다. 이렇게 많은 다크모드 랜딩페이지를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IT 서비스의 랜딩페이지는 대부분 화이트모드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처음 암호화폐 서비스 홈페이지에 입장했을 때 보이는 검고 어두운 첫 화면은 마치 미지의 공간을 대면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은은한 푸른빛이 도는 어두운 배경과 하얀색 고딕 폰트가 첫 번째 크립토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크립토스럽게 = 빛나게?

그라데이션 블러
<출처: 본인>

 

어쩌면 다크모드에 당연하게 따라붙는 키워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크모드의 장점을 백분 살리기 위해서, 암호화폐 홈페이지에서는 그라데이션이나 블러, 그림자 효과를 통한 입체적인 광원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덕분에 라이트모드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깊은 깊이감이 느껴집니다. 3D 이미지가 곁들여지면 신비한 분위기가 흐르고, 은은하게 배치된 오묘한 색상의 그라데이션과 스톡 이미지, 화려하고 속도감있는 비디오들이 미래 SF 느낌을 내기도 합니다.

 

3) 크립토스럽게 = 특이하게?

서비스 세부 ui
<출처: 본인>

 

Weird cryto의 영향이 토큰의 이미지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나아가 서비스의 세부 UI까지도 특이한 마케팅에 참여하는데요. Ape, Shiba Inu처럼 인터페이스 자체가 토큰 형태에 과몰입하는 경우도 있고, Curve와 Arweave같이 자칫 오류가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생소한 인터페이스를 채택하는 암호화폐 서비스도 있습니다. 과연 기존 홈페이지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처음 이 웹 페이지를 마주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암호화폐의 세 가지 키워드

어둡고, 빛나고, 특이한 등 이 세 가지 키워드 중심의 디자인은 암호화폐 업계이기 때문에 더욱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마치 “우리는 기존 IT 서비스와 달라!”라고 계속 외치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암호화폐 서비스의 랜딩페이지는 마이너하고, 비밀스럽고, 신비롭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신규 사용자에게 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암호화폐 세계에 푹 빠진 사용자에게는 하나의 정체성이자 합의된 문화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탑티어에 도전장을 내미는 마이너 전략

암호화폐 세계를 많이 돌아다녀 본 분이 계신다면, 위 키워드들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당연하게도 위와 같은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경우 또한 굉장히 많기 때문이죠.

 

예시로 보여드린 사이트들은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극단적으로 눈에 띄는 것들을 선별해온 것입니다. 실제 Top 100의 서비스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약 30%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는 마이너한 트렌드 정도입니다. 순위 상위에 위치한 탑티어 서비스일수록 안정적인 브랜딩과 서비스 UI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마치 기존 IT 서비스처럼요.

 

재밌는 것은 필터를 바꿔 신규 순으로 정렬한다면, TOP 100위 안의 50%가 넘는 비율의 암호화폐 서비스가 마이너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볼 때 ‘Weird Crypto’와 ‘크립토스러움’은 후발 주자들의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보입니다.

 

 

춘추전국시대인 한국형 암호화폐 서비스

국가별 암호화폐 사용자 통계
국가별 암호화폐 사용자 통계 <출처: Triple A>

 

2022년 암호화폐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Triple A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1개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인구 비율은 베트남이 20%로 가장 높습니다. 미국은 13.74%이며, 암호화폐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인 한국은 3.88%입니다. 암호화폐의 소유자 수로 따지면 미국은 4,000만 명, 일본은 280만 명이며, 한국은 그보다 조금 덜한 200만 명에 정도입니다. 대중적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숫자입니다.

 

해외 사례에서 이야기한 암호화폐 디자인 트렌드가 '메이저'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규 서비스들 투쟁의 결과물이었다면, 한국 시장은 아직 '메이저'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마이너한 디자인 감성이 많지 않습니다. 마이너는 메이저를 교묘하게 비틀었을 때야말로 빛을 발하니까요.

 

국내 암호화폐 서비스 페이지
해외 암호화폐 랜딩페이지와 전혀 다른 국내 암호화폐 서비스 페이지 <출처: 본인>

 

그래서 그런지 한국 암호화폐 메인 시장의 모습은 매우 익숙합니다. 화이트 모드가 기본인 것은 물론, 푸른색과 검은색이 많이 보입니다. 이는 대표적인 ‘신뢰’ 형성을 위한 색상 채용입니다. 누구나 호감을 가질 수 있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색상으로, 암호화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대기업 중심으로 굵직한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는 만큼, 서비스가 국내 메이저의 자리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디자인입니다.

 

한국형 암호화폐 서비스
한국형 암호화폐 서비스 디자인은 아직 순수(?)하다 <출처: 본인>

 

국내 이용자의 풀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해외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매력이나 이벤트, 편의 기능들도 잔뜩 들어있습니다. 개념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노션 페이지는 물론,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아주 깔끔하게 대중들에게 접근하는 노력이 눈에 보입니다.

 

크립토스러움 무드보드
‘크립토스러움’이라는 트렌드에만 꽂혀 있던 상태의 혼란스러운 무드보드 <출처: 본인>

 

리서치를 진행하기 전까지 한국에서도 수많은 암호화폐 서비스가 등장한 만큼 해외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와 암호화폐 시장의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국내외 서비스의 상황이 많이 다른 걸 알게 됐습니다. 만약 강렬한 크립토 트렌드에 사로잡혀 비슷한 해외 사례만 흡수하고, 그대로 서비스를 브랜딩하고 기획했으면 국내 암호화폐 서비스의 중요한 것을 놓쳤을 것입니다.

 

 

아직 교과서가 없는 국내 암호화폐 디자인

국내 암호화폐 디자인
<출처: unsplash>

 

지난 몇 년간 암호화폐라는 화두가 IT 업계를 뜨겁게 달궜지만, 아직 제대로 된 첫걸음을 떼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 누구도 한국 암호화폐 생태계나 그 디자인 원칙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암호화폐 세계가 디자이너의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앱/앱 서비스들은 굵직한 스탠더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크기의 버튼에, 적절한 보이스, 적절한 색상,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 서비스들이 이미 교과서적으로 생산되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편의성이라는 이름 아래 대중들과 합의된 인터페이스를 계속해서 재현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 암호화폐 세계에는 교과서가 없습니다. 규칙도 레퍼런스도 없습니다. 국내 디자인 스탠더드가 부족한 만큼, 지금 탄생을 준비하고 있는 암호화폐 서비스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디자이너 역시 암호화폐의 디자인 원칙을 한 줄씩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어떤 규칙들이 또 생겨날지, 어떤 서비스나 디자이너가 암호화폐 세계의 새로운 디자인 스탠더드를 완성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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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부터 시작해 스타트업 창업까지, 맨땅에 헤딩해 본 경험을 통해 '팀'의 중요성에 눈을 뜬 디자이너. 디자인과 조직 이론, 경영 전략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며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바꿔나가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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