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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의 선택을 받아 데카콘으로 거듭난 기업
플랫폼을 넘어 빅테크로 변신을 준비하는 기업
야놀자를 소개할 때 등장하는 다양한 수식어들입니다.
최근 야놀자는 대대적인 테크놀로지 캠페인을 벌이며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는데요.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야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야놀자는 정말 테크 기업일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언론에서 흔히 빅테크 기업, OOO 테크 기업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누구도 명확하게 테크 기업이 뭔지, 어디까지가 테크 기업이고 어디까지가 아닌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테크 기업에 대해 알려면 먼저 정의부터 알아야겠죠.
언론에서는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거대 IT 회사를 일컬어 흔히들 빅테크 기업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그리고 한국에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가 빅테크 범주에 속하는 기업들이죠. 빅테크라 불리는 기업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큰 영향력이나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강력한 플랫폼 파워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가 그렇습니다.
빅테크는 나름 정의와 특징이 명확한데 테크 기업은 범주가 조금 애매합니다. 자기가 하는 사업에 테크를 붙여서 테크 기업이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부동산 기반 기업들은 너나없이 자사를 프롭테크 기업이라 부르고, 이커머스 기업은 다들 리테일 테크 기업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밖에도 ‘리빙테크’, ‘커리어테크’, ‘푸드테크’ 같이 테크만 붙이면 뭔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근본 없는 테크 기업이 마구 양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전통적인 의미의 테크 기업은 ‘기술을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를 의미했습니다. 뭔가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해서 그렇지 사실 솔루션 회사가 전통적인 의미의 테크 기업에 가깝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에 IT 기술을 조금 접목한다고 해서 리테일 테크 기업이 되진 않습니다. 요즘 IT 안 쓰는 업종이 어딨나요. 그건 그냥 유통기업이죠.
독자적인 기술력 또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을 매출의 절반 이상을 기술이나 솔루션을 팔아 돈을 버는 회사. 대표적으로 오라클이나 SAP, 세일즈 포스 같은 기업을 우리는 테크 기업이라 부릅니다.
자 이 기준으로 다시 정의해볼까요?
쿠팡 = 커머스 기업 컬리 = 커머스 기업 오늘의집 = 플랫폼 기업 배민 = 플랫폼 기업 한샘 = 가구 제조사 |
3년 전 실리콘밸리에 테크 기업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위워크는 투자 설명서에 ‘Technology’라는 단어를 무려 100번이나 언급하면서 위워크는 부동산 리스기업이 아니라 테크 기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위워크는 매출의 두 배 가까운 적자를 내는 만성 적자기업이었죠.
테크 기업 타령은 플랫폼 기업이나 유통, 제조기업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붙이는 그럴듯한 수식어일뿐입니다. 만년 적자기업에 테크를 붙이면 지금까지의 적자는 데이터 수집과 이용자 경험을 위한 계획된 적자가 되고, 뻥튀기된 기업가치 역시 수긍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해봐야 본질은 속일 수 없습니다.
자 이야기의 본 주제로 돌아와서,
그래서 야놀자는 과연 테크 기업인가, 아닌가?
전통적인 테크 기업 분류에 따르면 테크 기업이라 불리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또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매출의 상당수, 아무리 관대하게 봐줘도 최소 30% 이상은 기술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자 그렇다면 2019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지난 3년 동안 야놀자의 매출을 한번 살펴볼까요?
지난 3년간 데이터만 보면 클라우드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22년 들어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해 매출 비중만 보면 이제 어엿한 클라우드 기업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조금만 더 클라우드 매출비중을 올리면 테크 기업이라고 불려도 아쉽지 않을 성적표죠.
하지만 이 매출비중에는 함정이 존재합니다.
야놀자의 클라우드 매출이 어떤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자세히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 중 가장 큰 비중(7.98%)을 차지하는 4번의 네이티브 광고 수익은 22년부터 야놀자 클라우드의 자회사로 편입된 데이블의 매출로 추정됩니다. 6번 항목의 F&B솔루션 매출은 야놀자 클라우드의 자회사인 야놀자F&B솔루션(구 나우웨이팅)을 통해 거둔 매출이죠.
이 두 업체는 21년 클라우드 매출 비중에는 없던 사업영역으로 22년 상반기부터 야놀자 클라우드 부문에 추가된 항목들입니다. 이 두 사업영역의 매출 비중은 8.86%로 22년 상반기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매출 16.63%에서 8.83%를 빼면 7.8%로 21년 클라우드 서비스 8.55%보다 오히려 비중이 줄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22년 상반기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비중이 두 배 이상 폭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클라우드와 관계없는 인수한 자회사들의 실적을 편입시킨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매출도 한번 볼까요?
3번 IDS는 야놀자의 객실을 외부채널(인터파크, 위메프 등)을 통해 판매하고 얻은 수수료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클라우드와 전혀 관계없는 중계수수료에 가깝죠. 5번 브랜드호텔은 야놀자 계열 숙박체인(호텔 야자 등)에게 받는 브랜드 수수료입니다. 이쪽도 클라우드와 관계없는 항목이죠.
결국 야놀자 클라우드 부문 상세 매출 항목 중 실제 클라우드 서비스로 벌어들인 항목은 1번 숙박 하드웨어 (0.91%) 부문과 2번 숙박 소프트웨어 (3.53%) 2개뿐입니다. 나머지는 클라우드와 관계없는 광고수익, 중계수수료, 예약시스템 수수료, 브랜드 가맹비 항목입니다.
매출 분류 시 플랫폼 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 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같이 ‘부문’이라는 애매한 수식어로 표현하는 이유는 매출을 서비스 단위로 분류하지 않고 회사 단위로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야놀자와 자회사는 크게 3가지 갈래로 구분되는데요.
클라우드와 관계없는 사업도 대신해서 클라우드로 분류해 실제로 클라우드와 관계없는 매출도 클라우드 부문 매출로 집계됩니다.
군더더기 다 떼고 야놀자 전체 매출 중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의 4.44%, 금액으로는 112억 정도입니다. 글로벌 테크 기업이라고 주장하기엔 아직 여러모로 아쉬운 성적표인 셈입니다.
야놀자가 테크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정조준하고 있는 건 호텔 PMS 솔루션 시장입니다.
여기서 잠깐! 호텔 PMS 솔루션이란 뭘까요?
간단하게 호텔 PMS 솔루션의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PMS란 Property Managemant System의 약자로 호텔 자산관리 시스템입니다. 작게는 객실관리(입/퇴실), 온라인 예약관리부터 크게는 정산, 재고, 부대시설, 고객관리까지 호텔 운영에 관련된 종합 관리 솔루션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좀 빠를까요?
야놀자 발표에 따르면, 세계 1위 호텔 PMS는 오라클의 오페라(6.3%)이며 야놀자의 자회사인 이지 테크노시스(2.5%)가 오라클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몇몇 기사에서는 곧 오라클을 추월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죠. 과연 야놀자의 주장처럼 야놀자는 오라클을 제치고 세계 1위의 호텔 PMS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야놀자가 발표한 호텔 PMS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을 보면 한 가지 특이점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업체가 없으며, 상위 업체 점유율도 1~6%로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
사실 호텔 PMS 솔루션 시장에는 특성이 하나 있는데요. 지독하게 로컬 중심적이며 파편화된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 솔루션은 문제가 없으면 잘 바꾸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시스템 자체가 손에 익어 익숙한 것도 있고 데이터 이관 같은 문제도 있고 연계된 시스템도 많기 때문이죠.
한 가지 예를 들면 호텔 PMS가 객실 카드키와 연계되어 있으면 호텔 PMS를 바꾸기 위해 전 객실의 카드키 시스템을 통째로 교체해야 합니다. 호텔 PMS는 호텔의 종합 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PMS를 교체하려면 리노베이션 수준으로 호텔에 관련된 전반적인 설비를 모두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화재경보기까지!) 당신이 호텔관리자라면 PMS를 쉽게 교체할 수 있을까요?
또 한 가지. 호텔 솔루션은 로컬 특성을 많이 탑니다. 나라마다 독특한 숙박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한국의 대실, 중국의 주숙등기(외국인이 숙박 시 숙박정보를 공안에 신고하는 제도), 중동의 남녀 혼숙 금지 등 나라마다 존재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PMS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 PMS 시스템은 문화적 특수성에 대응할 수 있는 로컬 시스템이 선호됩니다. 그래서 호텔 PMS 솔루션은 다른 솔루션처럼 독과점이 어렵고 수백 개 업체들이 난립해 고만고만한 점유율로 경쟁하는 전형적인 니치 마켓과 같은 특성을 보입니다.
이제 이 관점에서 야놀자의 M&A 현황을 살펴봅시다. 야놀자는 처음 가람정보시스템을 인수해 야놀자 객실관리시스템인 ‘Y-FLUX’를 만들었습니다. 그다음 세계 2위 PMS 솔루션 업체(라고 주장하는)인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했고, 2021년 1월에는 국내 1위 PMS 업체인 산하정보기술을 인수해서 몸집을 불렀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2년 5월에는 역시 PMS 업체인 인키 인포시스템을 인수했죠. 자 그렇다면 야놀자는 인수한 호텔 솔루션을 통합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다’ 입니다.
현재 야놀자에는
등 4개 호텔관리 솔루션이 각각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호텔 PMS 솔루션은 타 업체를 인수한다고 해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연계된 수많은 시스템과 호환성도 고려해야 하고 기존 고객들이 통합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작업도 필요하죠. 시스템을 통합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시스템 통합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솔루션을 통합하는 게 아니라 별도로 운영하는 겁니다. 옥션과 지마켓을 인수한 SSG가 서비스를 통합하지 않고 각각 별도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요.
호텔 PMS 솔루션은 타 업체가 선점한 시장을 빼앗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빼앗을 수 없다면?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으로 사버리면 되는 거죠.
야놀자PMS 솔루션 M&A 전략의 핵심은 결국 점유율 확보입니다.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해 세계 2위 PMS 업체가 되었고, 산하정보기술을 인수해 국내 PMS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세계 2위(이지)와 국내 1위(산하)업체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으면서 인키 인포시스템즈를 또 인수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장 점유율을 올릴 방법이 인수합병밖에 없으니까요.
이게 많은 대기업, 대형 솔루션 업체들이 호텔 PMS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오라클이라는 강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대기업이 하기에는 너무 작고 파편화된 니치 마켓입니다. 심지어 회사를 인수해서 몸집을 불려봐야 시스템을 통합할 수도, 업체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야놀자는 언론보도에서 항상 오라클을 강조합니다. ‘오라클을 이기고 세계 1위 PMS 기업으로 도약’, ‘클라우드 부문에서는 이미 오라클을 제치고 세계 1위 점유율 확보’ 같은 언론플레이로 말이죠. 오라클을 경쟁업체처럼 부각해야 테크 기업으로써 야놀자의 면모가 부각되니 오라클을 팔아 마치 야놀자가 오라클의 경쟁기업이자 글로벌 테크 기업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야놀자는 정말 오라클의 경쟁자이며 세계 2위의 PMS 업체일까요? 우선 야놀자가 주장하는 세계 2위 PMS 업체라는 말부터 살펴봅시다.
PMS 업체의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솔루션을 이용하는 호텔 수 또는 총객실수.
이지테크노시스를 호텔수 기준으로 하면 세계 2위 업체가 맞습니다. 하지만 객실수를 기준으로 하면 세계 7위 업체가 됩니다. 세계 7위와 세계 2위 중 더 높은 순위로 포장한 거죠. 이지테크노시스는 종합점수로 하면 5위 정도의 업체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저 저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자료 끌고 와서 사기 치고 있네!”라고 하시는 분이 계실까 봐 미리 말씀드리면 이 자료는 야놀자가 세계 2위 호텔 PMS 업체라고 주장하는데 근거자료인 야놀자 사업보고서에서 인용한 것과 동일한 자료입니다.
자, 이제 세계 2위 PMS라는 주장이 거짓말로 밝혀졌으니 매출도 한번 살펴볼까요?
2021년 기준으로 국내 1위 산하정보기술의 지난해 매출은 110억 원, 영업이익은 36억 원입니다. 매출 규모는 작지만 국내 1위 업체답게 건실한 매출과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세계 2위 이지테크노시스의 매출을...
응? 뭔가 이상합니다. “서점직원이 오타낸 거 아냐? 에이, 뭔가 잘못 안 거겠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 매출자료는 야놀자 사업보고서에 기록된 야놀자 공식 2021년 매출입니다. 인도 언론을 크로스 체크해봐도 연간 약 400만 달러(한화 약 57억 1,280억 원)로 추정 매출은 비슷합니다.
야놀자가 자랑하는 오라클의 대항마이자 선봉장, 클라우드 부문에서는 이미 오라클을 넘었다고 주장하는 세계 2위, 클라우드 부문 세계 1위 호텔 PMS 업체의 매출이 한국 1위 업체의 절반도 안 되는 현실.
이게 야놀자가 자랑하는 테크놀로지, 세계 2위 PMS 회사의 본질입니다.
연 매출 40억 원의 세계 2위 PMS 회사, 클라우드 매출 200억 원따리로 연 매출 50조 원의 글로벌 대기업과 대적하겠다는 그 기상은 참으로 높이 사는 바입니다. 그렇지만 죄송하게도 야놀자는 오라클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오라클과 타깃 시장이 다르기 때문이죠.
자, 다시 앞의 호텔 순위 자료를 다시 자세히 살펴봅시다.
호텔수와 총객실수를 비교해보면 솔루션의 타깃층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작은 호텔에서 주로 사용하는 솔루션이면 호텔 하나당 평균 객실수가 적고 반대로 대형 호텔 체인에서 많이 사용하는 솔루션이면 호텔 하나당 평균 객실수가 많습니다.
호텔수/객실수를 하면 이 솔루션이 대형 호텔 타깃인지 소형 숙박업소 타깃인지 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한번 계산해볼까요?
이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오라클(Oracle)과 Protel은 객실수가 평균 100개가 넘는 대형 호텔 체인에서 사용하는 솔루션이고, 이지(eZee)는 주로 객실이 20~30개 정도 되는 소규모 숙박업소에서 사용하는 솔루션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즉, 야놀자 eZee(중소형)와 오라클 OPERA(대형)는 타깃 자체가 전혀 다른 솔루션입니다.
간단하게 세계 2위 이지테크노시스와 세계 1위 오라클 오페라의 PMS 기능을 비교해보겠습니다.
eZee Absolute
Oracle OPERA
한눈에 봐도 지원하는 기능에 많은 차이가 납니다. 이지 PMS와 오라클 오페라가 어떻게 다른지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호텔에서 조식을 제공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조식은 투숙객이 이용할 수도 있지만 외부 별도 판매도 가능하고 조식을 먹지 않는 손님도 있습니다. (이건 석식도 마찬가지) 그래서 OTA에 조식 포함 상품을 판매할 때는 조식 재고 관리가 정확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eZee에서는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eZee를 사용하는 호텔은 조식을 운영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이거나 투숙객들에게만 간단한 조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조식 재고 관리 기능이 필요 없기 때문이죠. 수영장이나 사우나 같은 부대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규모 업장은 이런 부대시설도 거의 없을뿐더러 있어도 투숙객만 이용 가능한 형태이지 부대시설 이용권만 따로 판매하지 않습니다.
대형호텔의 경우 호텔 PMS가 급여관리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형호텔에는 계산서에 팁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PMS 시스템에서 직원의 기본급과와 누적팁을 계산하여 급여를 지불하기 위해 급여관리와 정산 기능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이 역시 대형호텔을 타깃으로 하는 오라클 오페라에는 있지만, 이지 PMS에는 없는 기능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라클 오페라의 가장 핵심 기능 중 하나인 고객관리 기능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 체인이 있는 글로벌 호텔 체인 같은 경우 특정 고객의 취향을 PMS 시스템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가령 ‘서점직원은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서비스로 주문한다’라는 정보를 고객카드에 기록해 놓으면 서점직원이 뉴욕에 있는 호텔에 가던, 런던에 있는 호텔에 가던 아침이 되면 호텔 PMS 시스템에 ‘서점직원은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라는 정보가 팝업으로 뜹니다. 서버들이 입력한 고객의 취향이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쌓이면 이 데이터는 고객의 편안함과 충성도를 높여주는 장치가 됩니다.
이게 야놀자 PMS와 오라클 PMS의 차이이고 야놀자가 오라클을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오라클을 한번 쓴 고객은 오라클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형 글로벌 호텔에 특화된 시스템, 수십 년간 사용해온 시스템 숙련도와 예약 데이터, 고객 데이터가 오라클 PMS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그걸 버리고 다른 PMS를 쓸 수 있을까요? 당신이 담당자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지금 당장 잡코리아에서 호텔리어라고 검색해서 채용공고란에 우대사항을 한번 볼까요? 산하 윙스, 오페라 경험자 우대라는 항목은 있지만, 이지 앱솔루트 경험자 우대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대형 글로벌 호텔 체인에서 사용하는 충성도 높은 오페라와 소규모 업장이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사용하는 저가형 솔루션 이지 앱솔루트.
이게 오페라와 이지 앱솔루트의 격차이자 현실이고, 야놀자가 (현재로는) 절대 오라클을 이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2021년 8월 1일 전자신문 정재훈 야놀자 클라우드 CTO “세계 여가솔루션 시장서 오라클 넘어서겠다”
“세계 여가솔루션 시장에서 온프레미스(구축형) 방식은 오라클이 선두이지만 클라우드(구독형) 방식은 야놀자 클라우드가 1위입니다. 중소형 부티크부터 대형 프리미엄 호텔까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앞세워 세계 무대에서 오라클을 넘어보겠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야놀자 클라우드가 1위인지, 호텔수인지 객실수인지 점유율인지, 단일 회사 기준인지 야놀자 클라우드 자회사의 모든 점유율을 합친 건지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밝혀주면 좋겠습니다. 언론보도를 다 찾아봤는데 1위라는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더라고요. |
2020년 9월 24일 이데일리 호텔관리솔루션 글로벌 1위 노리는 야놀자..오라클 게 섰거라
하지만 15년 이상 PMS 시장을 선도해 온 오라클이 클라우드PMS 시장도 빠르게 선점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글로벌 여행 전문 매체스키프트(Skift)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오라클의 PMS 고객사 중 클라우드기반의 서비스로 전환한 비율은 3%도 채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오라클이 오랜 시간 공들여 온 하드웨어와 라이선스 판매 사업의 수익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다소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오라클이 기존 사업의 수익성 때문에 클라우드 전환이 늦었다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진짜 문제는 돈 때문입니다. 설치형 오라클 PMS를 도입하면 솔루션 비용에 서버도입비용, 연간 유지보수비용까지 해서 최소 1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비싼 돈 들여 구입해 열심히 쓰고 있는데 클라우드가 나왔다고 해서 시스템을 교체하진 않죠. 아파트 인테리어랑 비슷한 겁니다.
큰돈 들여서 아파트 인테리어를 새로 했는데 새로운 스타일이 유행이라고 2년 만에 또 인테리어를 새로 할 수 있나요? 최소한 낡거나 질릴 때까지 살고 인테리어를 바꿉니다. 솔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에 도입한 설치형 솔루션이 노후화되어 교체가 필요할 때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고려하는 겁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환이 더딘 건 오라클 클라우드를 이용할만한 대형 호텔들은 이미 설치형 오라클 PMS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설치한 고객들의 교체 시점이 다가오면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클라우드로 전환이 이뤄질 겁니다. 적어도 설치형 오라클 PMS를 이용하던 고객은 오라클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고객 예약정보나 CRM 정보를 설치형에서 클라우드로 이관해올 수 있는 건 오라클밖에 없거든요. |
야놀자는 비전펀드의 투자를 유치해 10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장외시장 거래가를 기준으로 야놀자의 시총은 약 4조 7,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됩니다. 반토막난 기업가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상당합니다. 호텔신라의 2조 9,400억 원, 이마트의 2조 4,700억 원 정도는 가볍게 이긴 수준이니까요.
과연 이 기업가치가 합당한 걸까요? 전통적인 기업가치 측정 방식으로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추정해 보겠습니다.
야놀자의 주요 경쟁사인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 여행사) 서비스 4총사와 야놀자가 경쟁사라고 주장하는 오라클의 재무제표를 준비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업 매출이 폭망해 다들 재무제표가 엉망입니다. 다행히 딱 중간값인 부킹홀딩스가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으니 부킹홀딩스와 오라클의 기업가치를 대입해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추정해봅시다.
PER = 당기순이익 / 시가총액 PSR = 매출 / 시가총액 |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현재 야놀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1조 원가량을 더하면 대충 2조 6,000억 원~3조 5,000억 원 정도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할인을 감안하면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3조 억 원 안팎이지 않을까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3조 원이라고 해도 부킹홀딩스와 오라클보다 PER이나 PSR이 높습니다. 사실 이마저도 합당한 기업가치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80~90년대 생들에게 야놀자는 모텔의 대명사 같은 존재였습니다. 2018년 연예인을 앞세워 놀이 앱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을 때만 해도 야놀자의 변신은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야놀자는 모텔을 넘어서 펜션과 액티비티까지 아우를 수 있는 종합여행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야놀자를 여가 플랫폼이 아니라 모텔 대실 플랫폼으로 인식합니다.
2021년 6월 8일 / 한국일보 [스타트업] 3″Q 야놀자는 초특가도 아니고 모텔 대실 이미지밖에 없더라 “야놀자는 모텔 대실 플랫폼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는다”(74.5%)가 대다수의 답변이었습니다. (중략)
브랜드와 회사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야놀자의 위상은 낮았습니다. 미국 에어비앤비가 압도적인 선호 대상(86.2%)이었고, 야놀자는 거의 누구도 ‘내 여친(또는 남친)’이 다니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
오랫동안 야놀자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모텔 대실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까입니다. 모델 이미지 때문에 서비스 확장성에 제한이 생기니까요.
사실 십 년 넘게 쌓아온 이미지를 고작 일이년만에 바꾸는 게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아마존도 지금은 종합 쇼핑몰이지만, 아직도 종이책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아마존이니까요. 야놀자에 씌워진 지긋지긋한 굴레, 모텔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택한 방법이 바로 테크놀로지였던 겁니다.
그런데 야놀자 테크놀로지라는 캠페인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잘 와닿지 않습니다.
야놀자가 말하고 싶었던 건 "우린 이제 더 이상 모텔 앱이 아니에요, 테크놀로지 기업이라고요!"였겠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야놀자 테크놀로지가 뭐 어쨌다는 건데", "그래서 뭐가 좋은 건데"라는 의문만 듭니다. 차라리 "오늘 밤 혼자 어때, 둘이 어때, 셋이 어때"가 캠페인 측면에서는 더 와닿습니다.
기업 이미지 측면 이외에도 테크 기업이어야만 했던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야놀자는 투자 유치 당시 경쟁사로 에어비앤비가 아닌 오라클을 지목했습니다. 기업 가치 측면에서 보자면 OTA 서비스를 경쟁사로 지목하는 것이 몸값을 더 올려 받을 수 있는데 PER이나 PSR 측면에서 더 낮은 오라클을 콕 집어서 경쟁사로 지목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래야 더 있어 보이거든요.
OTA는 이미 글로벌 상위 4개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독점(97%)하고 있으며 향후 성장성도 한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70% 점유율로 국내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야놀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때 야놀자를 한국의 에어비앤비나 아고다로 소개하면 성장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레알 테크 기업인 오라클을 대입하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오라클은 매출만 해도 에어비앤비의 7배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OTA들에 비해 매년 10% 이상 안정적인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OTA 4개 업체들의 시가총액을 모조리 합쳐도 오라클 하나가 더 큽니다. 오라클은 매출, 영업이익, 시가총액 종합적인 측면에서 여타 OTA와는 급이 다른 회사입니다.
야놀자가 오라클의 경쟁기업이자 테크 기업이라는 포지셔닝에 성공하면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성장성에 제약이 있는 OTA 기업에서 B2B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핫한 클라우드 기업이 됩니다. 기업가치 비교대상군도 에어비앤비가 아니라 오라클이 되겠죠. 그러면 기업가치 3조 원이 아니라 30조 원으로 부풀려진다고 해도 오라클의 경쟁기업이라는 타이틀로 합리화할 수 있습니다.
이게 야놀자가 테크 기업이 되고 싶었던 이유이고, 테크 기업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1조 원을 투자한 손정의 회장에게 10배, 30배 뻥튀기된 기업가치를 안겨줘야 하니까요. 게임회사였던 크래프톤이 디즈니, 마블 같은 콘텐츠 제작사가 우리의 경쟁사라고 주장하면서 공모가를 부풀렸던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저는 야놀자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업계 1위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인지도, 많은 유니콘이 적자와 투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잘 벌고 있으며 모텔에서 여가로 사업을 확장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여행과 관련해서 수직계열화에도 성공했죠. 이제 야놀자를 빼놓고 여행을 얘기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놀자의 행보가 우려되는 건 건실하고 잘 나가던 스타트업 중 손정의 회장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무너지는 회사를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는다는 건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동시에 시장에 높은 기업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압박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탄 야놀자.
야놀자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또 한 번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야놀자의 테크놀로지를 응원합니다. 단 오라클의 경쟁사라는 거짓말은 이제 그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