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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평판? 자금? 훌륭한 개발팀?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 제일은 '제품이 해결하는 고객의 문제가 얼마나 크고 많은가', 즉 제품의 시장 적합성, ‘Product/Market Fit’입니다. Product/Market Fit을 제대로 검증한 제품은 기반이 탄탄합니다. 고객 유치, 제품 확장, 수익화까지 전부 순조롭습니다. 그러므로 초기 제품 검증에 Product/Market Fit가 그토록 중요한 개념으로 꼽히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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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평판? 자금? 훌륭한 개발팀?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 제일은 '제품이 해결하는 고객의 문제가 얼마나 크고 많은가', 즉 제품의 시장 적합성, ‘Product/Market Fit’입니다. Product/Market Fit을 제대로 검증한 제품은 기반이 탄탄합니다. 고객 유치, 제품 확장, 수익화까지 전부 순조롭습니다. 그러므로 초기 제품 검증에 Product/Market Fit가 그토록 중요한 개념으로 꼽히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Product/Market Fit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Language/Market Fit’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반짝이는 아이템을 갖고 계시나요? 고객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팀을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고, 투자자와 상사의 박수를 받는, 굉장한 생각 말입니다. 머릿속에만 있는 아이디어는 이런 성공을 거두지 못합니다. 아이디어를 가설로 만들고, 검증으로 현실화해야 합니다. 검증에 실패하면? 다음 아이템을 시도합니다. 아이디어 빌딩-측정-러닝. 사이클을 반복하는 동안 솔루션은 점점 날카로워집니다. 토스, 슬랙(Slack), 쇼피파이(Shopify)… 모두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성공할 아이디어를 가려낼 수 있을까요? 많은 독자가 Product/Market Fit을 떠올릴 것입니다. 고객의 니즈로 형성된 시장이 가장 중요하고, 시장에 적합한 아이디어만이 살아남습니다. 팀(제품 개발 조직), 비즈니스, 심지어 제품 자체도 시장에 비해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용어를 처음 제안한 앤디 라클레프(Andy Rachleff)는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달성된 Product/Market Fit이 마케팅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제품을 만든다”며 환상적인 미래를 설파했습니다.
Product/Market Fit은 성장이라는 기적을 불러오는 복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투자금이 넘쳤던 양적완화 시대가 지나 1번의 검증 시도가 아까운 상황인데, CAC(신규 고객 획득 비용)를 위시한 성장 비용과 이에 따른 검증 시도 비용은 늘었습니다.
메타가 바뀌었습니다. 성장의 의미는 ‘단기적 시장 확보’에서 ‘장기 생존’으로 변했습니다. 이제는 시장이 전부가 아닙니다. 고객 문제의 원인 분석, 마케팅 채널, 비즈니스 모델 사이의 적합성까지 신경써야합니다. a16z의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Product/Market Fit만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선언으로부터 15년이 지났고, 아이디어 검증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문제를 정리합시다.
① 성공하는 솔루션은 반복적인 아이디어 검증을 통해 발견됩니다.
② 따라서 퀄리티 있는 아이템을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 많이 검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③ Product/Market Fit은 집중적으로 검증할 영역을 특정해 한정된 리소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쓰도록 합니다.
④ 하지만 디지털 프로덕트 생태계가 복잡해지면서 고려할 분야가 늘었고, 이전 같은 효율로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없게 됐습니다.
2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 모든 요인을 검토·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수십 장 분량 계획서와 함께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Product 없이 Product/Market Fit을 찾는 겁니다.
모든 가설 검증은 변수 통제가 중요합니다. 복수의 요인이 간섭하는 환경에서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아이디어 검증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 유입 전략, 바이럴, 수익 모델…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신뢰도 있게 증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패 원인이 시장 부적합인지, 부적절한 요금제 구성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살아남는 제품에 그토록 많은 조건이 필요하더라도 이를 제한해야 정확한 검증이 가능합니다. Product/Market Fit 달성을 위해 Product의 형식을 버려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몇몇 독자는 MVP(최소 기능 제품)에서 MVT(최소 기능 검증)으로의 전환을 설명한 이전 아티클을 떠올릴 겁니다. MVP를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프로세스로 활용하는 대신 특정 비전을 담은 하나의 제품으로 취급하면, 제품 핵심 가치에 대한 고객의 수용 가능성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필요한 작업을 하게 됩니다. 제품이 Product/Market Fit에 맞지 않다는 걸 눈치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 뒤입니다. 아이디어 검증에서의 성급한 제품화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오늘날 아이디어 검증에 요구되는 검토 항목은 배로 늘었습니다. 검증 비용은 커지고 정확도는 줄어듭니다. 이 과정을 분산한다면 어떨까요? 비교적 검증 비용이 낮으면서(따라서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영역에서 시작해, 차츰 복잡하고 디테일한 분야로 파고드는 식으로 검증 과정을 길게 늘이는 것입니다. 앞선 단계의 검증에서 방향성과 인사이트를 얻기 때문에, 후반부의 어려운 과제도 빠르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연쇄 검증 방식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쇄 검증의 첫 타자로, 이후 진행될 전 검증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개별 검증 요소는 어떤 게 좋을까요? 여기서 Language/Market Fit이 등장합니다.
A/B 테스트하다 보면 카피 한 줄, 메시지 전달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고객이 행동을 바꾸는지 놀랄 때가 있습니다. (Booking.com의 가치 전달 중심 카피 실험) 이러한 언어 교정을 특정 지표를 개선하는 최적화 작업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의 시장 적합성을 확인하는 데 쓴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Language/Market Fit입니다.
MVP나 마케팅 지면 등에 소개된 제품의 개념·가치가 잠재 고객의 강한 제품 채택 의지를 불러올 때, Language/Market Fit가 달성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타 아이디어 검증 방법처럼 Language/Market Fit도 반복 시도를 통해 성취됩니다.
Language/Market Fit용 MVP는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구성을 지닙니다.
폼으로 들어온 잠재 고객의 규모는 Language/Market Fit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잠재 고객이 실제 제품을 얼마만큼 열정적으로 원하는지, 카피에서 드러난 제품 가치와 잠재 고객의 니즈가 얼마나 합치하는지(인터뷰 등을 통해 파악)도 달성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단순화하면, Language/Market Fit를 찾는 일은 원하는 반응이 관측될 때까지 가상의 제품을 구상하고 이를 소개하는 카피를 써서 보여주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Language/Market Fit는 마케팅의 카피 라이팅이나 제품 내 UX 라이팅(UX Writing) 같은 최적화 작업과는 출발점도, 역할도 다릅니다. 카피 라이팅과 UX 라이팅은 존재하는 제품·기능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Language/Market Fit의 목표는 잠재 고객의 니즈를 가장 정확히 묘사하는 언어를 찾는 것입니다.
Language/Market Fit을 찾는 일에는 아이템이 제품의 형태를 갖추는데 필요한 온갖 요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Language/Market Fit는 분명 빠른 길입니다. 그런데 몇 줄의 카피가 고객의 맘에 들었다고 아이디어가 검증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모든 아이디어 검증에 앞서 수행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Language/Market Fit이 아이디어 검증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 까닭은 고객의 탐색 활동 과정 중 단계를 전환하는 결정적인 부분에서 Language/Market Fit이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탐색 활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고객은 제품 채택을 위해 니즈 기반으로 탐색합니다.
② 탐색 시 고객은 주어진 지면을 스캔하며 해당 목표에 부합하는 정보를 찾습니다(수평적 조사).
③ 해당하는 정보를 찾은 후, 가격 등 더 자세한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합니다(수직적 조사).
수평적 조사 상태의 고객은 Language/Market Fit에 맞는 정보를 발견하면 한 제품을 골라 깊이 파고드는, 수직적 조사를 시작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갖가지 아이디어 검증에 앞서 Language/Market Fit을 먼저 성취해야 하는 건 이런 고객의 행동 특성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몇몇 심리학 이론은 인간의 탐색 활동을 정보 보유 상태를 맞추려는 심리 활동으로 해석합니다. ‘각성 잠재력(Arousal Potential)’, ‘환경 자극(Environmental Stimulation)’, ‘부조화 예상치(General Incongruity Adaptation Level; GIAL)’ 등 용어는 다르나, 핵심은 같습니다. 사람은 정보가 많아 대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정보가 없어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도 원치 않습니다. 두 경우 모두 탐색 활동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를 해소하려고 합니다.
전자의 상황에서는 대상의 몰랐던 일면을 조사하는 ‘다양성 추구 탐색’을 벌입니다. 웹서핑이나 SNS 활동을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후자의 경우 원하는 방향의 정보가 정해져 있는 ‘목표 지향 탐색’을 시도합니다. 니즈 충족을 위해 제품을 찾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Nielsen Norman Group의 아이 트래킹 연구에서 볼 수 있듯, 목표 지향 탐색하는 고객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제목 등 정보가 집중된 요소를 선별적으로 확인합니다. 이 요소를 매개로 더 깊은 조사가 시작됩니다. Language/Market Fit은 이런 요소를 찾는 과정입니다. Language/Market Fit으로 고객이 찾는 제품,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이제 실제 사례를 통해 Language/Market Fit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날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객이 사용하는 금융 플랫폼 토스. 그 시작은 간편 송금 서비스였습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런 앱을 만들겠다고 하는 1장의 랜딩 페이지였습니다.
토스는 앞선 8개의 제품이 실패한 직후, 3달간 서울 곳곳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한 끝에 탄생한 솔루션입니다. 부족한 자금, 정부의 규제, 대기업의 진출 리스크.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아이디어를 검증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팀은 앱을 만드는 대신 서비스를 소개하는 랜딩 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랜딩 페이지는 소개 문구와 30초짜리 데모 비디오, 잠재 고객의 휴대폰 번호를 받는 입력 폼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랜딩 페이지는 사나흘 간 수만의 트래픽을 모았습니다. 팀은 확신을 얻었습니다. 토스는 2달간의 열풍 뒤 금융 당국의 규제로 1년 동안 사실상 휴업했지만,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지금의 위치에 다다랐습니다.
토스 아이디어 검증의 핵심은 데모 비디오입니다. ‘간편하고 안전한 계좌이체 서비스’라는 헤드카피는 추상적이고 비직관적입니다. 당시 뱅킹 앱의 고객은 송금 시 복잡한 인증 절차와 어려운 조작 경험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고객이 가진 멘탈 모델은 제품 가치 전달에 허들이 되었습니다. 토스는 새로운 송금 방식이 가져다줄 이익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토스를 쓰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 간접 체험하도록 시각적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토스의 데모 비디오는 몇십 줄의 카피보다 큰 임팩트를 줬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드롭박스(Dropbox)도 생소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데모 비디오로 설명한, 성공적인 MVP를 운영했습니다.
토스의 사례는 Language/Market Fit 증명에 반드시 텍스트를 쓸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텍스트는 언어를 표현하는 한 방식일 뿐입니다. Language/Market Fit의 핵심은 잠재 고객이 전달받은 아이디어와 자신의 니즈 사이에서 얼마만큼의 유사성을 발견하는가, 입니다. 여기서 전달 형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많은 경우 비교적 생산 비용이 낮은 텍스트가 여러 차례의 시도가 요구되는 Language/Market Fit에 적합한 것뿐입니다.
Buffer는 트위터(Twitter) 콘텐츠 예약 게시 서비스로 시작해 댓글 관리와 데이터 분석 등 종합 소셜 미디어 관리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Buffer 역시 Language/Market Fit을 달성하기 위해 MVP를 활용했습니다. Buffer MVP는 간단한 제품 사용 방식을 설명하는 1페이지와 거기서 흥미를 느낀 잠재 고객이 가격 정보를 얻으려 버튼을 누르면 도달하는 2페이지로 구성됐습니다. 2페이지에서는 출시 소식 전달을 위한 이메일 주소를 받았습니다. MVP는 창업자의 개인 SNS에 게시됐습니다. 충분한 반응이 들어왔습니다.
MVP를 조금 수정했습니다. 두 페이지 사이에 요금제 정보를 보여주고 어떤 플랜을 선택하는지 행동을 추적했습니다. 유료 플랜을 선택하는 고객이 나타났습니다. 아이디어는 검증됐습니다.
Buffer는 가상의 제품 사용법을 보여줘 아이템을 검증했습니다. 이는 제품의 형태와 가치를 상상하는데 몇 마디 설명 카피보다 좋은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Buffer는 우선 첫 MVP로 고객 니즈를 검증한 후, 페이지 하나를 추가한 두 번째 버전으로 기초적인 수익성을 검증하며 전략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만약 첫 번째 버전에서 Language/Market Fit 증명에 실패했다면, 두 번째 버전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Language/Market Fit은 비용 효율적으로 아이디어 검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상의 설명으로부터 Language/Market Fit 검증의 장점을 종합할 수 있습니다.
① 개념 및 가치 검증에 집중하기에, 비용이 낮습니다.
② 고객이 제품을 탐색할 때 보여주는 실제 행동 양상에 기반하기에, 정확성이 높습니다.
③ 잠재 고객 창출에 용이합니다. 이렇게 모인 잠재 고객은 리서치 풀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팀과 투자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합니다.
④ 무엇을 만들어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 명료한 언어를 검증 받았기 때문에 팀의 작업 방향성이 확실해지고 동기가 생깁니다.
전 페이팔(PayPal) 멤버이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Startup Core Strengths의 창업자 매트 러너(Matt Lerner)는 Language/Market Fit을 찾기 위한 4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합니다.
① 잠재 고객 인터뷰
② 초안 작성
③ 정성적 검증
④ 정량적 실험
기존 고객, 경쟁사 고객, 그리고 문제가 있으며 솔루션을 찾고 있는 사람을 찾아 인터뷰합니다. 조사해야 할 대표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인터뷰 대상자로부터 최대한 구체적인 표현을 끌어내는 일입니다. 해당 해결책을 선택한 이유, 각 단계의 행동에서 고객이 느꼈던 주관적 감정도 수집합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듯 깊이 있고 명확한 인사이트를 목표로 조사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초안을 씁니다. 위에서 봤듯 데모 비디오 등 여러 시각 언어를 활용할 수 있지만, 들이는 리소스(제작에 필요한 수고, 차지하는 지면의 면적) 대비 의미를 제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텍스트이기 때문에 여기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모호한 용어(‘빠른’, ‘쉬운’, ‘간편한’…)를 피하고 구체적인 실효성을 느낄 수 있는 초안을 써야 합니다. 목표한 고객 세그먼트에서 통용되는 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포토북 제작 신청 서비스 팝사(Popsa)의 사례는 추상적인 언어가 불러올 손실을 보여줍니다. 팝사는 재방문율이 높은 소수의 고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높은 CAC와 낮은 전환율로 성장은 요원했습니다. 팝사는 인터뷰로 잠재 고객이 ‘빠르고’, ‘쉬운’ 포토북 제작 신청 경험을 원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제품에서 고객은 그런 애매한 말에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유사한 제품이 여럿 있었고, 개중에는 실망스러운 제품도 있었습니다. 이런 배경 경험이 팝사의 카피를 공허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팝사는 앱 스토어의 등록 정보 제목을 ‘Photobooks in 5 minutes.’로 바꾸며 제품 가치를 구체화했습니다. 설치 전환율은 4배로 늘었습니다.
본격적 정량 분석에 앞서 작성한 초안을 정성적으로 검증합니다. 정량적 검증에서의 A/B 테스트에서는 결과는 알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왜 나왔는지는가설이 뾰족하지 않다면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정성 분석을 선행해 예상되는 반응과 그 원인을 미리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러너는 정성적 검증 방식으로 ‘페이퍼 테스팅(Paper Testing)’을 소개합니다.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종이에 초안을 쓰고 5초 간 동료에게 보여준 다음, 경고 없이 가립니다.
② 초안을 기억하는지 물어봅니다.
③ 초안의 의미를 설명시켜봅니다.
④ 수집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초안을 수정, 다시 테스트합니다.
20만 개 이상의 웹사이트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고객은 10~20초의 탐색 후 웹사이트의 가치를 판단하고 이탈 여부를 결정합니다. 고객의 시간은 유한하고, 선택지는 넘쳐납니다. 따라서 Language/Market Fit의 언어는 한정된 시간 내 의미 전달이 가능하도록 주목도가 높아야 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페이퍼 테스팅은 이런 조건의 언어를 찾아내는 아주 쉬운 방법입니다.
정성적 검증을 마친 결과물을 많은 잠재 고객에게 노출해 정량적 분석이 가능한 규모의 데이터를 도출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제품 사례처럼 MVP를 만들어도 되고, SNS 광고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실험 결과를 판단할 지표와 수치만 확실히 정해놓고, 제품과 시장에 맞춰 Language/Market Fit을 가장 잘 검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합니다.
잠재 고객이 자신의 머릿속을 읽힌 듯해서 놀랄 정도의 언어가 나올 때까지, 위 프로세스를 반복합니다.
Product/Market Fit은 오랫동안 제품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유일한 기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장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단기적인 확장보다 장기적인 생존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면서, 적절한 고객 유입 채널의 확보와 수익성 등 아이디어 검증에 요구되는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아이디어 검증은 무겁고 복잡해졌지만, 근본적인 작동 방식은 바뀌지 않아 여전히 정답에 근접하기 위한 반복 시도가 중요합니다. 검증을 시도하는 비용을 낮추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비대한 검증 분야를 길게 펼쳐, 앞선 검증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뒤따르는 검증 작업의 성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고안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잠재 고객 니즈에 가장 적합한 제품 개념·가치를 설명하는 언어를 찾는 Language/Market Fit이 주목받게 됐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기능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데 집중하는 마케팅 카피 라이팅, 제품 내 UX 라이팅과는 달리, Language/Market Fit는 잠재 고객 니즈에서 출발해 이를 가장 정확히 묘사할 언어를 찾습니다.
Language/Market Fit은 아이디어가 제품 형태를 갖추는데 필요한 온갖 요소를 배제하고 고객이 제품을 찾는 실제 탐색 활동에만 집중합니다. 여기서 4가지 장점이 생깁니다.
① 낮은 검증 비용
② 높은 정확성
③ 잠재 고객 창출 용이
④ 명료한 목표, 팀 동기 부여
Language/Market Fit은 잠재 고객 인터뷰를 통한 문제 및 용어 발굴에서 정성·정량적 검증을 거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해 달성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시기가 되었다고 해도 해야 하는 일은 별반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꿋꿋하게 정석을 밟을 수 있는가, 그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에 집중하는 Language/Market Fit은, 다시 한번 도전하려는 사람에게 마음을 다잡을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