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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하나로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단지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브랜드의 정신이나 성격처럼 비감각적인 요소들까지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눈에 보이는 감각적 요소와 그 아래 깔린 비감각적인 요소들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느낌이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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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하나로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단지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브랜드의 정신이나 성격처럼 비감각적인 요소들까지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눈에 보이는 감각적 요소와 그 아래 깔린 비감각적인 요소들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느낌이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예외는 항상 존재합니다. 브랜드의 다른 요소 다 빼고, 상징 로고 하나만으로도 브랜드의 모든 걸 말해주는 듯한 강력한 카리스마의 브랜드도 있죠. 애플사의 사과 마크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죠. 그 이유가 과연 로고 자체의 시각적 우수성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로고의 형태를 보고 촉발된 애플 경험에 대한 인지 작용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로고 자체의 이미지만 보는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브랜드의 경험, 가치, 메시지 등의 이미지까지 한꺼번에 느끼고 봅니다. 따로 분리해서 볼 수는 없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애플의 사과 모양 상징물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과라는 소재로 만든 상징이 이것만 있을까요? 모르긴 해도 찾아보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사과 상징마크들만 모아도 사과 농장 하나를 세울만큼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사의 사과마크만이 이렇게 유명해지고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너무나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로고의 시각적 조형미와 매력도 때문만은 아니란 건 확실해 보입니다. 애플 마크의 형태가 그저 온전한 모양이 아니라 한입 깨문 모양의 사과라서 눈에 잘 띄긴 하지만, 그게 조형적으로도 굉장히 우수하고 심미적으로도 뛰어난지는 디자인 전공자인 제가 봐도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찾아보니 사과를 소재로 한 상징들은 예상했던 대로 매우 많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과일이자 누구나 좋아하는 사과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사람들이 그냥 내버려 둘 리 없습니다. 몇 년 전에는 사과 모양의 뉴욕시 환경 캠페인 로고가 애플 마크와 유사하다고 소송까지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뉴욕시의 승소로 끝났고, 뉴요커들은 하나도 비슷하지 않은 로고로 시비를 건 애플사에 냉소를 보냈다고 하죠. 모양이 비슷한 것도 아니고 사과라는 소재 자체를 자신들만 쓰는 상징으로 만들려는 욕심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하는 애플사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이렇게까지 안 해도 고객들은 애플의 사과와 그냥 사과는 전혀 다르게 느낄 텐데 말이죠. 설령 로고 형태를 거의 비슷하게 따라 하더라도 애플이 가진 전반적인 분위기와 이미지까지는 따라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독보적인 상품과 서비스 경험까지 복제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세상에는 기업의 수만큼 많은 브랜드가 있고 그 숫자만큼의 상징물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표현 대상이 겹치는 경우도 많겠죠. 때론 표현 방식마저 비슷해 유사성의 시비를 겪는 브랜드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렇게 로고의 표현 대상이나 표현법마저 비슷하더라도 우리는 전혀 그 둘을 헷갈리지 않고 전혀 다른 브랜드라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 예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하이네켄과 삿포로입니다. 별이라는 표현 대상이 같고, 별을 표현하는 방식마저 거의 유사합니다. 심지어 맥주라는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브랜드죠. 다르다면 색깔과 브랜드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둘의 브랜드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이 브랜드를 접해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각자의 다른 영상들이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 하이네켄은 맥주바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흥겹게 즐기는 분위기가 떠오릅니다. 빨간 별처럼 뭔가 열정 넘치는 브랜드로 느껴집니다. 반면 삿포로는 겨울철 눈으로 유명한 삿포로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눈처럼 부드럽고 흰 거품과 함께 겨울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같은 소재의 상징을 사용했다고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는 건 아니라는 게 이 둘의 브랜드를 보면서 처음 느꼈습니다. 그렇게 보면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는 단순히 별이라는 상징 마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브랜드의 국적과 산지, 맥주의 맛, 광고에서 느껴지는 메시지 등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MW의 MINI와 현대 제네시스를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날개라는 소재를 활용해 엠블럼을 만들었습니다. 모양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리 머릿속에서 이 둘 브랜드의 감성은 완전히 다르죠. 그런 인식을 통해 본 미니의 날개 엠블럼은 자유로움과 위트가, 제네시스 날개 엠블럼은 프리미엄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엠블럼이라는 상징은 자동차라는 상품에 부착되는 것이고 이는 엠블럼 따로 차 따로 보이지는 게 아니라 동시에 우리 눈에 노출됩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의 느낌으로 인식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엠블럼만 단독으로 봐도 차체의 디자인과 광고에서 봤던 스토리까지도 함께 연상됩니다.
식품 브랜드에서도 상징물의 표현 대상이 겹치는 일은 더 흔한 듯합니다. 음식과 거기에 관련된 영역이 확실하기 때문이겠죠. 버거킹과 쉐이크쉑은 버거 전문점입니다. '버거'라는 소재를 상징화하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입니다. 직관적이고 쉽게 다가가고 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상품의 속성이 그래도 반영됐습니다.
파리바게뜨의 모회사인 SPC그룹과 풀무원도 '그릇'이라는 표현 대상이 겹칩니다. 문자가 그릇의 형태를 지지하고 있는 디자인 형식도 일치합니다. 다만 SPC의 그릇이 웃음 가득한 친근한 느낌의 그릇이라면, 풀무원의 그릇은 자연의 정갈함과 깨끗함을 담은 그릇으로 다르게 느껴집니다.
버거킹과 쉐이크쉑, SPC와 풀무원은 이렇게 같은 소재의 대상을 주제로 브랜드 상징물을 만들었지만 우리 인식 속에서는 전혀 비슷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분명 형태적인 유사성이 강력한데도 어떤 유사성의 시비도 비슷하다는 얘기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표현 대상이나 형태가 같은 건 아니지만, 다색이라는 컬러코드 사용의 공통점이 있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색 표현은 넓은 스펙트럼의 아이디어와 능력,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가진 플랫폼을 얘기하기에 좋은 소재입니다. 또한 원색의 생동감 있는 색감은 개방적이고 창의성 넘치는 IT브랜드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색상코드가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는 있지만, 아마도 쿠팡이 구글을 따라 했다는 인식을 가진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머릿속에 쌓여 있는 구글과 쿠팡의 스토리가 각기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중학교 때 같은 반에 쌍둥이 형제가 있었습니다. 전교에서 유명한 말썽꾸러기들이었죠. 생김새의 차이는 얼굴에 자그마한 점을 빼고는 정말 완벽하게 닮은 꼴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한두 달이 지나자 저를 포함한 반 친구들 모두가 형제를 구분할 수 있는 감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얼굴 생김새보다는 각각의 친구들이 지닌 성격적 특징이나 정서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명은 굉장히 상남자 스타일의 무뚝뚝한 반면 다른 한 명은 무척 사교적이고 상냥한 친구로 기억합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같은 소재로 표현된 상징물들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제가 같은 반 중학교 쌍둥이 친구를 구분했던 인지 방식과 같지 않았을까요? 쌍둥이 중 무척 개구졌던 동생과 저는 한번 치고박고 싸운 기억이 납니다. 쌍둥이 둘 다 같은 얼굴이었지만, 유독 그 친구를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건 그런 강력한 경험입니다. 그때 그날 친구의 모습뿐만 아니라 성격과 말투와 특유의 분위기까지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람의 이미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브랜드 이미지의 완성 또한 완벽한 형태의 상징물을 만들어내는 일 보다는 오히려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와 성격을 좀 더욱 세세하게 규정해가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그 많은 별 모양의 심벌 중에서도 저는 스타벅스의 별이 가장 크고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사이렌이라는 여신의 머리 그 작은 별이 그 어떤 별보다 더 의미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모양 자체가 예쁘기보다는 별과 함께 사이렌이라는 상징물이 가진 스토리, 커피의 맛, 매장의 분위기 때문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쌍둥이 친구 중 한 명을 아직도 헷갈리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