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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며 마주하는 ‘브랜딩(Branding)’은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브랜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브랜딩의 범주가 다른 것이다. 어떤 사람은 ‘로고 제작을 브랜딩’이라 칭하고, 또 어떤 사람은 ‘브랜드 홍보 일을 브랜딩’이라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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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며 마주하는 ‘브랜딩(Branding)’은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브랜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브랜딩의 범주가 다른 것이다. 어떤 사람은 ‘로고 제작을 브랜딩’이라 칭하고, 또 어떤 사람은 ‘브랜드 홍보 일을 브랜딩’이라 말하기도 한다.
대중들에게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마케팅 관점의 브랜딩도, 브랜드 시각솔루션을 개발하는 디자인 관점에서의 브랜딩도, 브랜드의 철학을 정의하는 기업 경영 관점의 브랜딩도 모두 브랜딩이기에 이해당사자에 따라 브랜딩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학문적으로도 많은 연구를 통해 정의된 개념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정의한 브랜딩과 지금 현시점의 브랜딩이 같은 브랜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2000년에 시장에 통용되던 브랜딩과 2010년의 브랜딩은 다르다. 또한 2010년의 브랜딩과 2020년의 브랜딩은 다르다. 브랜딩은 시간이 흐르며 시장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브랜딩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시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선봉에는 몇몇 기업들이 존재했다.
첫 번째로, 2000년대 중반 현대카드가 한국 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브랜딩을 전개하며 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카드는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각인시키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떠한 파급력을 갖는지를 보여줬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대카드의 브랜딩은 많은 기업과 디자이너들에게 레퍼런스가 되어주고 있다.
두 번째로, 2016년 읽었던 책 중 ‘배민다움’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책이었다. 배달의민족은 2022년에도 여전히 독창적인 브랜딩으로 시장에 파급력을 주고 있지만, 6년 전 배민이 시장에 던져준 브랜딩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브랜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또한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인지하는 브랜딩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제 다음 세대의 브랜딩을 제시할 기업은 어디일까? 눈에 띄는 브랜딩을 통해 사용자들과 맞닿아 있는 한국 IT 스타트업의 2가지 서비스를 브랜드 디자이너의 눈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토스(Toss)는 2015년 출시 후 현재까지 매달 1,300만여 명의 이용자가 이용하고 있으며, 회원 수는 2,200만 명에 달한다. 금융업을 혁신하겠다는 당찬 비전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토스의 브랜딩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토스의 브랜딩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불편함을 제거하여 가장 편리한 경험을 제공한다.”가 될 수 있다. 이는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관점의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토스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토스가 제작하고 있는 콘텐츠와 메시지들을 보면 ‘경험’과 ‘혁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 중심의 서비스 설계(UX Design)는 이제 IT기업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토스의 UX가 유독 인상적인 이유는 브랜딩 메시지의 중심에 ‘UX’를 놓고,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브랜딩의 본질을 UX에 두고 ‘BX(Brand Exprience)’를 설계하고 있다.
그렇다면 토스는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시각 솔루션으로 풀어냈을까? 3년 전 토스 브랜딩 팀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하기 위해 던진 질문들을 살펴보자.
토스는 위와 같은 질문으로 내부 인터뷰를 진행했고, 몇 번의 피드백을 거쳐 3가지 유형의 이미지 방향성을 후보로 뽑았다.
결과적으로는 2번의 ‘Cool & Dope’와 3번의 ‘Good’이 팽팽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토스는 보편적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두 가지 이미지를 모두 차용하기로 결정한다.
이와 함께 토스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하여 ‘하지 말아야 할 것’도 확실히 정의했다.
토스에 ‘명랑한 성격의 암살자 레옹'이나 ‘아기자기한 취미를 가진 배트맨'과 같은 캐릭터가 존재하면 (오히려 일부 마니아들이 생길 수도 있지만) 많은 팬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브랜드에 몰입하게 되는 과정은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일관된 톤엔 매너를 유지한 시각 정보는 브랜드의 성격을 만들어주고 장기적으로 그 성격에 매력을 느낀 사용자들은 브랜드의 팬이 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토스의 브랜드는 정의되었고, 현재의 토스는 브랜딩의 힘을 강화하는데 많은 힘을 쓰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이를 두고 ‘데뷔 7년 차 토스의 팬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토스가 지향하는 사용자를 중심에 둔 브랜딩의 힘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앞으로 쭉 두고 보도록 하자.
2015년 출시한 동네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은 불과 몇 년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되었다. 현재는 거대 유통 대기업들을 훌쩍 뛰어넘는 3조 원의 기업가치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당근마켓의 브랜딩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당근마켓의 브랜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친근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당근마켓의 슬로건인 ‘당신 근처의 당근마켓’이라는 문구는 당근마켓이라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동네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서비스의 중심에 ‘사용자(=당신)를 두고 곁에 밀접하게 존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의도는 당근마켓이 사용하고 있는 ‘카피라이팅(Copywriting)’과 ‘UX 라이팅(UX writing)’을 살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최근 많은 서비스가 유저 리텐션을 증가하기 위하여 구어체의 친근한 카피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당근마켓은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으로 카피를 사용하고 있다.
서비스 내부 알림부터, 마케팅까지 당근마켓에서 사용하고 있는 카피 문구는 친근한 어조를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친근한 어조는 사용자가 서비스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갖게 만든다. 스마트폰에 울리는 단순한 서비스 알림은 사용자들에게 귀찮은 강요일 수 있겠지만, 친근한 어조를 바탕으로 한 당근마켓의 알림 문구에는 마치 친구에게 메시지가 온 것처럼 좀 더 많은 사용자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물론 친근한 어조로 말한다고 모든 메시지가 사용자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근마켓의 카피라이팅은 동네, 연결, 동질감 등 서비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결합하여 서비스 내, 외부적으로 일관되게 사용되었기에 큰 힘을 발휘하는 브랜딩이 된 것이다.
당근마켓을 사용해 본 사용자라면 초록색 머리에 흰색 귀를 가진 ‘당근이'라는 캐릭터가 익숙할 것이다. 당근마켓은 마스코트 캐릭터 ‘당근’을 서비스의 대표 페르소나로 사용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친근함이라는 브랜딩의 키워드와 잘 맞아떨어진 솔루션으로 캐릭터를 서비스의 전면에 내세운 것인데, 당근마켓의 SNS 채널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글동글한 얼굴과 2등신의 몸을 갖는 당근이 캐릭터는 SNS 채널 전면에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말하는 화자(Speaker)가 된다. 그리고 메시지의 어조, 캐릭터의 매력이 적합하게 맞아떨어짐으로써 사용자로부터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당근마켓은 ‘친근함’을 중심으로 브랜딩을 전개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당근마켓이 브랜딩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성장해갈 수 있을지 쭉 지켜봐야 할 일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브랜딩은 캐릭터를 구상하는 일과 비슷하다.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존재가 아님에도 사람들이 캐릭터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 대상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들은 시나리오 작법서와 같은 방법으로 그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브랜딩’이라는 과정을 거쳐 회사만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탄탄한 내공이 쌓이면서 철학과 이념을 갖고, 자신만의 브랜딩을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개성과 관점을 갖고 브랜딩을 구축해가는 기업,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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