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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정책에 따라 엄청나게 변화하는 산업입니다. 어제까지 잘 되던 BM이 정책변화로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멀쩡히 잘 받던 수수료가 관의 지시로 1/10이 되기도 합니다. 금융업과 핀테크, 빅테크 업계에서 정부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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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발표로 달라지는 ‘2022 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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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정책에 따라 엄청나게 변화하는 산업입니다. 어제까지 잘 되던 BM이 정책변화로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멀쩡히 잘 받던 수수료가 관의 지시로 1/10이 되기도 합니다. 금융업과 핀테크, 빅테크 업계에서 정부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8월 23일,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과제를 논의하고 발표하는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열렸습니다. 언론에 내용이 일부 소개가 되었지만, 업계에 있는 분이 아니라면 내용이 조금 어려웠을 텐데요. 자세히 보면 핀테크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이중 고객입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거나 업계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내용을 선별해 상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1.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구축 지원

한때 KB금융그룹의 앱 현황이 인터넷 밈으로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앱스토어 등에서 KB로 검색했을 때 무수히 나오는 앱들을 비꼰(?) 말입니다. 토스처럼 온라인 금융 기업이 원 앱, 슈퍼 앱 전략으로 성장할 때 KB금융그룹은 앱 파편화의 대명사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KB 관련 앱
<구글 플레이(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검색한 KB 관련앱. 출처: 지디넷>

 

사실 KB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습니다. KB라고 원 앱, 슈퍼 앱을 안 하고 싶었던 게 아니거든요. 가령, KB그룹의 맏형인 KB국민은행 앱을 중심으로 다른 계열사의 기능을 다 모으면 원 앱이 되었을 텐데 정작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통합 앱에 법적 불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통합 앱 운영이 은행 업무로서 은행법상 허용된 것 안에 들어가는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중개에 해당하게 되는지 등이 불명확했습니다. KB뿐만 아니라 이른바 4대 금융지주인 신한, 하나,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죠.

 

반면 토스는 모체인 토스가 ‘전자금융업’이고, 토스뱅크나 토스증권, 토스보험 등이 모두 자회사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토스 앱 내에 다들 있는데도 법적인 모호함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죠. 사실 고객 입장에서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잘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다만 결과만 보면 토스가 하나의 앱에서 은행과 증권 업무를 모두 볼 수 있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권에서는 ‘핀테크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항상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로 앞으로는 은행이 통합 앱을 구축해 계열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은행에 적용되던 엄격한 부수업무 규제를 완화하여 플랫폼으로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그동안 핀테크는 고객 동의만 받으면 자유롭게 계열사 간 정보 활용이 가능했는데, 은행은 고객 동의를 받아도 계열사에 정보 제공이 어려웠는데요. 부수업무 규제가 완화되면서 은행 역시 별도 절차 없이 전자문서 중계 업무나 본인확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으로 발표가 되어서 어떤 내용인지 저는 궁금했는데요. 업계 종사자인 입장에서는 실제로 거창한 이름을 쓸 만한 큰 변화가 있는 발표 내용이었습니다.

 

 

2. 헬스케어 플랫폼 내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추진

보험사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많이 출시하고 있습니다만, 계좌조회나 이체 등 금융서비스가 탑재되고 있진 않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생활 속 One App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 기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오픈뱅킹 참여를 허용하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시 보험사에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까지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3. 카드사의 생활밀착 금융플랫폼 구축 지원

지급결제 인프라와 데이터 경쟁력을 가진 ‘여신전문사(카드사, 캐피털사 등)’가 결제, 금융상품 추천, 자금관리 등이 가능한 생활밀착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카드사도 현재는 부수업무에 대한 규제가 있어 다양한 기능을 앱에서 지원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여신전문사가 신고없이 진행할 수 있는 부수업무 항목에 ‘생활밀착형 금융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업무’가 최대한 포함됩니다. 즉, 통신판매업으로만 한정된 부수업무가 통신판매중개업을 비롯한 다른 업무가 추가되는 겁니다.

 

또한 대다수의 카드사가 라이센스를 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상의 규제도 개선합니다. 현재 카드사는 타 카드사의 제휴모집인이 될 수 없어서 A 카드사가 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는 고객에게 더 유리한 B 카드사의 카드를 추천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핀테크는 여러 카드사와 제휴모집 계약해 많은 상품 추천이 가능해서 역차별로 비판받기도 했고요. 이번 발표로 이런 규제가 개선되어서 마이데이터 사업자라면 타 카드사 상품 추천도 허용될 예정입니다.

 

다만 업계 종사자로서 카드사 간 경쟁이 정말 치열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구현될지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규제가 풀려도 어떻게든 자사 카드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타 카드사의 상품을 추천하는 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카드사 마이데이터 사업자
삼성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는 모두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등록한 상태다. <출처: 스토어 검색>

 

이밖에 현재 신용카드를 신청하면 같이 배송되는 약관, 상품 안내장 등을 이메일이나 카드사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4.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중개업 시범운영

과거 카카오페이는 보험 비교 및 추천서비스를 시작했다가 당국의 경고로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2021년 9월의 일인데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관련 인가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후에도 온라인 플랫폼은 금융상품 중개 및 판매와 관련하여 고민이 많았는데요. 앞으로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여 예금, 보험, P2P 상품에 대해 온라인 판매중개업을 시범 운영할 계획입니다.

 

파급력이 큰 내용이기 때문에 이후 발표하게 될 규제도 많은 관심이 갑니다. 금융상품은 이런저런 것들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정량화된 ‘숫자’거든요. ‘광고모델이 내가 좋아하는 누구더라’, ‘이 은행은 지점이 많아서 좋더라’, ‘매년 달력을 주니 좋더라’ 등 이런 정성적인 내용을 빼면 금융상품은 결국 숫자입니다. 그래서 매우 명확한 비교가 가능합니다.

 

핀다 대출 실적
대출비교 서비스로 유명한 핀다의 실적. <출처: 핀다 홈페이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입니다. 금융권 공동으로 대출비교 서비스를 추진했지만, 대형은행들의 참여 저조로 난항인 것과 유사한 건데요. 단순비교가 되면 될수록 결국 금리, 수수료 경쟁으로 될 수 있거든요. 금융사로서는 ‘체리피커(혜택은 최대한으로 이용하면서 상품 사용의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양산하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새로운 장이 열리다 보니 관련 규제안도 나왔습니다. 중개 시 금융회사별로 전년도 모집액의 일정 한도 내에서 플랫폼 판매를 허용하는 규제가 생깁니다. 전년도에 신규로 100억 원의 펀드를 팔았으면 올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는 100억의 5%까지만 판매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비교 및 추천을 위해 알고리즘의 공정성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검증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또 금융사별 모집실적과 수수료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보험상품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막고자 일반적인 거래조건보다 불리한 거래조건 요구를 금지하고, 특정 회사 상품이나 특정 플랫폼에 편중된 비교 추천을 방지할 계획입니다.

 

 

반복되는 ‘플랫폼’이 의미하는 것

이번 금융위원회의 발표가 중요한 이유는 새 정부의 핀테크, 금융관련한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각 금융사와 핀테크 내부에서도 심도깊은 분석 중일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데 노력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수년간 핀테크는 고객 채널을 급속도로 잠식하며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반면 금융사들은 다양한 규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시작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발표 내용 전체에 가장 자주 보이는 단어가 바로 ‘플랫폼’인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문서 전체에서 무려 111번 언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안건 제목도 ‘소비자의 편리한 금융생활을 위한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입니다.

 

금융에서 플랫폼이 되기 위해 모두가 무한 경쟁 중입니다.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빅테크는 이미 높은 MAU(월 순수 이용자 수)와 회원 수를 자랑합니다. 앱에서 계속 고객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며, 금융포털의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금융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달 앱을 붙이기도 하고, 국민비서 서비스를 하거나 알뜰폰을 도입하기도 하면서 치열하게 경쟁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에서 각 업권별 플랫폼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기조를 발표한 상황입니다.

 

금융에서 플랫폼 경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1개의 플랫폼에서 금융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손쉬운 상품비교가 가능해지니 고객에게 분명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쏠림 현상’입니다. 모든 금융사와 핀테크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과연 지금 시작하는 플랫폼 경쟁이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난 몇 년간 대중들의 인식 속에 금융 플랫폼은 이미 안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핀테크의 발전과 함께 금융이 플랫폼으로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만, 현재 굳어진 쏠림이 해소될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발표는 큰 방향성이라고 하겠고, 올해 10월 이후 세부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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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카드사 핀테크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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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와 카드사에서 19년째 핀테크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카드사에서 금융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토스카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계구축, 정부재난지원금의 PO을 했습니다. 브런치(https://brunch.co.kr/@jinsekil)에 핀테크와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씁니다. '넥스트 커머스', '핀테크 트렌드 2024' '왜 지금 핀테크인가', '더이상무리하지않겠습니다'라는 책과 몇 편의 핀테크 논문을 냈습니다. fintech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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