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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컬리의 적자논란에 대해 "지금도 개발자를 덜 뽑으면 언제든지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 흑자는 능력의 문제가 아닌, 언제 할지 결정의 문제"라며 '컬리의 적자는 개발자를 많이 뽑아서 생기는 문제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발언은 업계에 큰 파장을 낳았고, 논란이 커지자 중앙일보는 인터뷰 내용을 변경하며 진화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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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컬리의 흑자는 과연 결정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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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컬리의 적자논란에 대해 "지금도 개발자를 덜 뽑으면 언제든지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 흑자는 능력의 문제가 아닌, 언제 할지 결정의 문제"라며 '컬리의 적자는 개발자를 많이 뽑아서 생기는 문제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발언은 업계에 큰 파장을 낳았고, 논란이 커지자 중앙일보는 인터뷰 내용을 변경하며 진화에 나섭니다.

 

업계 관계자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김슬아 대표의 인터뷰에 분노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쿠팡의 길을 걷고 있는 컬리

해외파 출신의 젊은 창업가

업계의 상식을 파괴하는 혁신적인 배송서비스

높은 성장률과 계획된 적자

 

어느 기업의 얘기일까요?

 

쿠팡이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을 때만 해도 컬리는 쿠팡의 성공방정식을 충실하게 이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한국의 오카도, 한국 국민의 1/5이 컬리에 가입되어 있다’ 같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실적을 들이밀면서요.

 

그런데 쿠팡의 실적과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하자 컬리는 쿠팡과 적극적으로 선을 그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쿠팡과 도매급으로 묶여버리는 순간 컬리는 새벽배송을 처음 시작한 시장의 선구자가 아니라 지금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으며, 적자가 점점 늘어가는 미래가 불투명한 이커머스 기업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컬리의 바람과 달리 컬리는 ‘제2의 쿠팡’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충실히 쿠팡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최근 실적 추이만 봐도 그렇죠.

 

컬리 실적 추이
쿠팡 실적 추이
매년 매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적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실적 추이.

 

컬리는 쿠팡과 다르게 흑자전환의 반전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요? 쿠팡과 비슷한 길을 가게 될까요?

 

 

공헌이익의 함정

고질적인 적자와 투자금으로 연명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적자는 인프라투자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공헌이익은 이미 흑자이기 때문에 인프라 투자를 중단하고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있으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파토리죠.

 

몇몇 적자 이커머스 기업이 공헌이익 흑자라는 주장을 하는데요. 그럼 공헌이익이란 과연 뭘까요?

 

공헌이익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한 유튜브가 하나 있어 링크를 달아보겠습니다.

<출처: 티타임즈TV>

 

공헌이익 영업레버리지
<출처: 티타임즈TV>

 

기업 손익분기점
<출처: 티타임즈TV>

 

위 그림으로 예를 들면 고정비는 동일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매출이 2가 늘어날 때 변동비가 1만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공헌이익이 고정비보다 많아지는 순간 흑자전환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다들 매출 성장에 목을 매는 것이죠.

 

그런데 이 계획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매출이 늘어나도 고정비는 늘지 않아야 한다. 고정비는 유지한 상태에서 매출이 늘어야 흑자전환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면 고정비에는 어떤 항목이 있는지 볼까요?

 

● 고정비 = 건물 임대료, 인건비, 광고비, 기타고정비

 

오우 지저스 맙소사! 오늘도 등장했습니다. 기업가의 영원한 적 인건비가 고정비 항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전 쿠팡 글에서 잠깐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쿠팡과 컬리 같이 자체 배송 인프라를 가진 커머스 업체들은 주문이 늘어난 만큼 인건비도 늘어나는 특성을 보입니다. 사람이 물리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개수의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니까요. 늘어난 주문량을 커버하기 위해서 그만큼의 배송담당직원이 필요하죠. 그래서 회계장부상으로 인건비는 고정비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로 컬리의 인건비는 고정비보다 변동비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컬리 매출액 대비 고정비

 

컬리의 5년 치 고정비를 비교해보면 임차료나 광고선전비 등 다른 고정비 항목은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비율이 줄어들지만, 인건비는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동일하게 증가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컬리가 말하는 대로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매출액 대비 고정비 비율이 점점 낮아져야 하는데 인건비는 오히려 더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매출이 아무리 늘어난들 고질적인 적자 구조는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컬리의 고민도 사실 쿠팡과 비슷하죠.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물류비와 인건비 비중을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인가?

 

 

컬리식 장점과 비즈니스 모델과의 괴리

직매입 비즈니스와 규모의 경제로 흑자를 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이미 많은 사람이 눈치챘습니다. 그걸 대표적으로 증명한 것이 쿠팡이었고요.

 

우리 다시 이커머스와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본으로 돌아가 봅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공간 장사입니다.

 

사람들이 몰려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그 공간을 대여해주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 이커머스의 플랫폼 비즈니스도 사실 백화점의 비즈니스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지와 공간을 소비하고 판매하는 것.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공간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동일하죠.

 

컬리의 문제점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옥션이나 무신사처럼 사람들을 모은 후 공간만 빌려주고 매출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백화점식 땅장사가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인데, 컬리는 다른 플랫폼 비즈니스와 다르게 직접 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물건을 소싱하고 직접 매입하고 배송도 하죠. 백화점으로 치면 브랜드에 매장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게 아니라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장사를 하는 격입니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직접 하는 일이 너무 많으니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도 증가하게 되는 거죠.

 

컬리의 가장 큰 장점이자 타 이커머스와 차별점은 큐레이션 능력입니다. 컬리가 처음 오픈했던 2015년이 기억나는데 그땐 시중에서 보기 힘든, 가격은 비싸지만 믿을만한 품질을 가진 좋은 농산물 (예를 들면 국산 통참깨로 직접 짠 한 병에 3만 원짜리 참기름이라던가...)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식료품몰이었죠.

 

컬리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데요.

 

오픈마켓으로 전환해 취급 품목을 늘려도 믿을만한 프리미엄 식료품샵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컬리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오픈마켓 스타일의 플랫폼 비즈니스와 적합하지 않습니다. 컬리의 기존 이미지가 백화점 식품관이라고 한다면 오픈마켓은 재래시장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더 빠를까요? 컬리가 쌓아왔던 프리미엄 이미지와 컬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자꾸 엇박자가 나는 거고요.

 

컬리 공산품
과연 컬리에서 안마의자를 사고 싶은가?

 

많은 이커머스 기업이 오픈마켓을 꿈꿉니다. 쿠팡이 그랬고 SSG와 컬리도 오픈마켓에 진출했죠. 직배송 비즈니스로는 답이 안 나오니 수익성 확보를 위해 오픈마켓을 하겠다는 건데요. 그런데 오픈마켓 전환 시에는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컬리에서 파는 신선식품은 SSG나 쿠팡보다 품질이나 신선도가 믿을만해서 모든 신선식품을 컬리에서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이게 프리미엄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의 힘이죠.

 

그런데 옥션과 지마켓에서 파는 갤럭시 S22와 컬리에서 파는 갤럭시 S22가 어떤 부분이 다를까요? 컬리에서 파는 갤럭시 S22는 더 신선할까요? 컬리는 무조건 제조일자 한 달 이내 상품을 취급하나요?

 

공산품이나 가전제품은 신선식품처럼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컬리의 품질과 신뢰도를 믿고 무지성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던 고객이라도 갤럭시 S22 앞에서는 멈칫할 수밖에 없죠. ‘같은 가격이라도 네이버에서 사면 포인트를 많이 줘’, ‘꼭 내일 써야하는 급한 물건이라면 로켓배송으로 사야지’ 같이 다른 몰들은 가격과 별개로 각자 차별화된 장점이나 이유가 존재하는데 공산품 영역에서 컬리는 차별화된 장점이 없습니다.

 

그러면 남는 건? 최저가 경쟁밖에 없죠.

 

애초에 컬리의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덴티티가 오픈마켓과 적합하지 않은데 무리하게 취급상품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오픈마켓으로 전환해버리니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괴리가 발생하는 겁니다. 상장을 위해 “진격 앞으로!”를 외치며 무리수를 남발하다 보니 기껏 키워놓은 프리미엄 이미지마저 훼손되는 거고요.

 

 

새벽의 저주, 규모의 손해

지난 4월 15일 BGF 리테일은 자회사인 헬로네이쳐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롯데온도 4월 18일부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죠.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9조 원이라는데 전통의 유통 강자 롯데가 사업을 철수한다? 혹시 새벽배송 비즈니스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현재 새벽배송 서비스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아시스마켓

마켓컬리

SSG

쿠팡

 

4개 업체의 물류센터를 비교해보면 물류의 차별성, 성장성과 확장성, 그리고 업체별로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씩 비교해볼까요?

 

아래 표는 로리브리지 주관 - SCM FAIR 2021 이커머스 전략 컨퍼런스 한국유통연수원 마종수 교수님 발표자료 중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한 자료입니다.

 

새벽배송 물류 운영방식
새벽배송 물류센터

 

오아시스마켓

  • 설비 투자비: ★☆☆☆☆ (초저렴)
  • 물류효율: ★★★★★ (극상)
  • 취급품목: ★☆☆☆☆ (적음)
  • 자동화율: ★☆☆☆☆ (하하)

 

오아시스마켓 물류센터
<출처: 머니투데이>

 

오아시스마켓의 포장 방식은 굉장히 원시적입니다. 사람이 대형 카트를 끌고 다니며 물건을 찾아 포장하는 방식인데요. 굉장히 무식하고 원시적인 방식이지만 의외로 효율이 엄청 좋습니다. 가장 적은 설비투자비용, 가장 작은 물류센터, 가장 적은 인원으로 가장 좋은 포장 효율을 보여주는 게 오아시스마켓 물류센터의 특징입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현재 구조로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취급 품목이 늘어나면 물류창고 규모도 커져야 하고, 그럼 작업자의 동선이 길어지게 됩니다. 취급 품목이 늘어나면 작업효율이 떨어지는 구조죠. 컴팩트한 규모로 극도의 효율을 추구했기 때문에 높은 작업 효율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규모가 커져도 현재 효율을 유지할 수 있냐?’라는 질문에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켓컬리

  • 설비 투자비: ★★☆☆☆ (저렴)
  • 물류효율: ★★★★☆ (상)
  • 취급품목: ★★★★★ (많음 / 새벽배송기준)
  • 자동화율: ★★☆☆☆ (하)

 

마켓컬리 DAS
마켓컬리의 DAS 시스템 <출처: 중앙일보 유튜브>

 

마켓컬리 QPS
마켓컬리의 QPS 시스템 <출처: 지디넷>

 

마켓컬리의 장지 물류센터는 DAS, 김포 물류센터는 QPS 시스템을 이용해 포장업무를 하는데요. DAS는 물건을 들고 다니면서 주문박스에 물건을 넣는 방식이고, QPS는 레일로 내가 포장해야 할 물건이 오면 그 물건을 포장 박스에 담는 방식입니다. 사람을 갈아 넣어서 포장하는 점에서 쿠팡과 유사하죠. 시스템 자체는 원시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새벽배송에 최적화된 시스템이긴 합니다.

 

컬리의 문제점은 쿠팡이 가진 문제점과 동일합니다. 물류가 늘어나면 사람을 더 많이 써야 하고 (물류센터와 배송인원) 코로나 특수로 물동량이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물류 구조가 과연 흑자 전환이 가능한 구조인지,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 물류비가 줄어들어 흑자전환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쿠팡

  • 설비 투자비: ★★★☆☆ (중간)
  • 물류효율: Non
  • 취급품목: ★☆☆☆☆ (하 / 새벽배송기준)
  • 자동화율: ★★☆☆☆ (하)

 

쿠팡 랜덤쇼
쿠팡의 Random Stow 방식 <출처: 쿠팡 뉴스룸>

 

랜덤스토어 방식은 마켓컬리의 DAS와 완전 반대 방식입니다. 사람이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진열대에 있는 상품을 찾아 포장하는 방식이죠. 이전 쿠팡 글에서 한번 설명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랜덤스토어 방식은 인력을 극도로 갈아 넣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랜덤스토어 방식은 장점도 존재합니다. 취급 품목의 수가 많아져도 대응이 가능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효율적인 동선으로 재고를 배치할 수 있다면) 주문이 늘어나면 인력을 더 투입하고 주문이 줄어들면 인력규모를 축소하는 형태로 주문량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합니다. 사실상 설비투자라는 고정비를 인건비라는 변동비로 전환한 형태죠.

 

SSG

  • 설비 투자비: ★★★★★ (극상)
  • 물류효율: ★★★☆☆ (중)
  • 취급품목: ★★★★★ (많음)
  • 자동화율: ★★★★★ (극상)

 

SSG GTP
SSG의 GTP 방식 <출처: eo 유튜브>

 

SSG DPS
SSG의 Dynamic DPS 방식 <출처: eo 유튜브>

 

네오센터를 보면 대기업의 위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류에 관한 한 가장 첨단기술로 중무장되어 있는데요. ‘유통 대기업이 돈을 작정하고 때려 박으면 어떻게 되는구나’를 보고 싶다면 네오센터를 보면 됩니다.

 

네오센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고비용 중효율입니다. 설비투자를 위해 돈을 때려박아야 하는데 돈을 때려 박은 만큼 물류효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게 문제죠. “뭔소리야 자동화 설비를 때려 박았는데 물류효율이 좋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새벽배송에 한해서는 자동화 비율이 높아진다고 적은 인원으로 많은 물건을 포장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컬리와 비교해보면 컬리는 1,000명이 하루 10~12만 건의 새벽배송 물류를 소화하는데 SSG는 200~300명으로 하루 2만 건의 새벽배송 물류를 커버합니다. 단순계산으로 비율만 보면 한사람이 소화하는 물류량은 자동화 비율이 높건 낮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물류센터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인력 때려 박기가 효율이 더 좋을수도 있죠.

 

그리고 SSG식 자동화 시스템의 결정적인 단점이 두 가지 있는데 배송 케파의 유동적인 조절이 어렵고 자동화 설비 속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일 물동량의 한계치가 존재합니다. 물류를 사람 머릿수에 의존하면 사람을 많이 뽑아서 투입하거나 적게 뽑는 형태로 배송 케파를 조절할 수도 있고 일일 물동량 한계치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화 설비가 깔려버리면 설비가 돌아가는 속도의 한계치가 있으니 아무리 많이 사람을 투입해도 일일 물동량의 한계치를 늘릴 수 없습니다. 24시간 설비가 돌아가는 속도가 곧 물류센터 물동량의 한계치가 되는 거죠.

 

김포 네오센터의 일 배송건수가 10만 건 정도 되는데요. 지금 케파가 90% 이상 찼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SSG는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물류효율에 있어서 꼭 자동화가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잠깐 새벽배송에서 GG치고 나온 롯데의 물류센터를 한번 볼까요?

 

롯데마트 자동화 설비
롯데슈퍼 의왕오토프레시 센터 <출처: 조선일보>

 

오카도 자동화 설비
오카도 물류센터 자동화 설비 <출처: 테크 인사이더>

 

위의 이미지가 2019년에 구축한 롯데슈퍼 의왕오토프레시 센터의 자동화 설비입니다. 아래가 영국 오카도 자동화 설비고요. ‘롯데는 무작정 구릴 것이다. 트렌드에 뒤처진다’라는 세간의 이미지와 다르게 롯데는 의외로 첨단 자동화 설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의 김포센터 역시 SSG의 네오센터에 준하는 훌륭한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죠 (그것도 무려 2016년에!!!) 롯데 역시 SSG에 못지않은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롯데는 새벽배송을 포기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새벽배송이 가진 특성이 자동화와 궁합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일반적인 이커머스와 새벽배송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림으로 비교해 볼까요?

 

새벽배송 출고 타임테이블

 

일반적인 이커머스 기업은 출근 시간인 9시에 맞춰 주문접수와 포장업무가 시작됩니다. 포장팀은 전날 출고 마감 시간(보통 오후 7시 전후)부터 접수된 주문 건에 대한 포장 작업을 진행합니다. 보통 오후 4시가 되면 당일 포장 출고 건에 대한 주문접수를 완료하고, (그래서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한 물건들은 다음날까지 배송완료가 가능) 택배수거차가 오는 오후 7시 전후까지 포장을 완료해 택배사로 인계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쇼핑몰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약 10시간 정도가 포장하는 시간이 됩니다. 주문이 몰리는 시즌에는 오후 7시 이후에도 다음날 나갈 택배를 미리 포장하는 형식으로 대응하면 이론상으로 24시간 내내 포장이 가능한 시스템이 됩니다. 단지 언제 물건이 나가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런데 새벽배송은 일반적인 물류기업과 물류 출고 타임테이블이 약간 다릅니다. 새벽배송도 일반적인 쇼핑몰처럼 낮에 주문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퇴근 시간 이후인 오후 7시부터 당일 배송 마감시간인 오후 11시까지 4시간 동안 전체 주문량의 절반 이상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퇴근 후 장을 볼 여유가 없는데 식재료가 필요한 고소득 맞벌이 직장인들이 새벽배송을 주로 이용하는 타깃층이기 때문이죠.

 

저녁 시간에 주문이 몰리면 포장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짧아집니다. 일반적인 쇼핑몰이 주문량을 처리하기 위해 하루에 10시간 정도를 포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새벽배송 업체들은 주문이 극도로 몰리는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포장시간을 쓸 수 없습니다.

 

즉 일반 쇼핑몰의 절반 시간으로 동일한 물량의 택배를 소화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주문이 극단적으로 몰릴 경우 일반 쇼핑몰은 '주문 폭주로 인해 배송이 하루 정도 밀릴 수 있습니다'라고 고객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지만 새벽배송은 이게 불가능합니다. 새벽배송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내일 아침에 물건이 도착한다 라는 것인데 배송이 하루라도 밀려버리면 새벽배송의 가장 큰 무기가 사라질 테니까요.

 

극도로 짧고 제한적인 포장 시간의 한계.

신선식품의 짧은 유통기한.

 

이 두 가지 문제 때문에 새벽배송은 자동화와 궁합이 좋지 않습니다.

 

새벽배송 자동화
<출처: 머니투데이>

 

쿠팡과 SSG의 물류센터로 차이를 비교해보면 쿠팡은 재고 입고 시 사람이 창고까지 물건을 옮겨야 하지만, SSG는 물건을 저장할 위치만 지정해주고 물건을 컨베이어 벨트에 태우면 자동화 시스템에 알아서 재고창고에 물건을 입고시켜줍니다. 여기에서 어떤 차이가 생기냐. 자동화 시스템은 물건을 창고까지 입고시키고 다시 창고에서 물건을 빼서 포장하는 이동시간과 동선이 사람을 활용하는 방식보다 훨씬 길어지게 됩니다. 그림으로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은 동선이 되는 거죠.

 

물류센터 자동화 비율

 

신선식품은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를 창고에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당일 입고, 당일 출고가 빈번한 신선식품 특성상 재고를 굳이 창고에 입고할 필요 없이 물품이 입고되는 순간 바로 포장 라인에 태우면 불필요한 이동 동선을 줄일 수 있죠. 물류센터를 사람 머릿수에 의존하면 자동화시스템보다 속도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정리하면 이런 겁니다. 자동화 방식으로는 새벽배송을 위한 속도를 맞출 수 없고 인력으로 물류센터를 돌리면 속도는 맞출 수 있지만 주문이 늘어날수록 인건비도 늘어나니 이익을 낼 수 없습니다.

 

한국유통연수원의 마종수 교수님은 제9회 유통혁신주간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마켓컬리 강성주 센터장은 대기업처럼 돈이 많지 않아 적은 비용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연구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 얘기 듣고 존경심이 들더라고요. 제가 대기업(롯데)에서 새벽배송을 연구하던 때였는데 제가 말이 안 된다고 했거든요. 운반비랑 포장비랑 다 따지니까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마종수 교수님은 컬리를 칭찬하기 위해 저 비유를 들었겠지만, 제가 느낀 바는 마종수 교수님과 정반대였습니다.

 

대기업이 계산 때려보니 도저히 수익이 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손해도 커지는 비즈니스모델

 

롯데가 새벽배송에서 철수한 이유와 일맥상통하죠. 한마디로 새벽의 저주, 규모의 손해입니다.

 

 

클라우드를 하시겠다고요?

2022년 4월 21일 중앙일보

[팩플] 컬리 대표 "언제든 흑자 가능..새벽배송 기술, 해외로"

김 대표는 “전 세계 오프라인 식료품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며 “수요예측, 물류센터의 적정 자동화, 변동성 큰 온라인 주문 대응 역량 등 컬리가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SaaS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온라인 신선식품 커머스인 오카도(OKADO)의 SaaS와 차별화에 대해선 “식품은 빠르기만 해선 안 되고 가장 좋은 품질로, 빠르게, 싸게 배송해야 한다”며 “내부 분석결과 컬리의 시스템이 훨씬 비용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컬리의 빅데이터 기반 물류 입출고 예측 시스템이 신선식품에 한해서는 국내 최고란 것은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물류 자동화나 배송 측면에서는 SSG가 훨씬 선진적으로 보입니다(오카도를 벤치마킹한 시스템이니). 결국 컬리가 타사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솔루션화 해서 판매 가능한 부분은 '빅데이터 기반 물류 입출고 예측 시스템' 정도밖에 없을 거라고 사료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컬리가 만든 빅데이터 기반 물류 입출고 예측 시스템이 필요한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소규모 마트는 그런 고도화된 솔루션이 필요 없을 것 같고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신선식품 자사몰을 가진 제조업이나 대형마트 혹은 경쟁사들인 SSG, 쿠팡 정도가 그 솔루션이 필요한 타깃이 될 것 같은데요. 동원몰은 새벽배송에서 철수한 지 오래되었고, CJ는 대한통운이라는 빵빵한 뒷배를 가지고 있으니 여기도 필요 없을 것 같고, 경쟁사인 SSG나 쿠팡은 자체 솔루션을 가지고 있으니 여기도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국내가 안 된다면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요? 해외에도 로컬 기반의 대형마트들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해외로 나가면 오카도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컬리의 솔루션이 오카도에 비해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여기서 잠깐 오카도 그룹이 어떤 회사이고 오카도의 솔루션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 오카도 그룹

  • 2000년 4월 설립
  • 2013년부터 온라인 종합 물류솔루션인 OSP 판매

 

■ Ocado Smart Platform (OSP)

  • 주문부터 배송까지 이어지는 모든 HW, SW 제공
  •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
  • 빅데이터 기반 주문 예측 및 재고관리 서비스
  • 배달경로 최적화, 차량추적 시스템 및 솔루션 제공
  • 온라인 판매를 위한 Web, APP 사이트 구축
  • 전 세계 11개 회사가 OSP를 도입하여 사용 중

 

오카도 파트너사
Ocado Smart Platform(OSP)를 도입한 파트너사 목록 <출처: 오카도 홈페이지>

 

오카도 솔루션은 단순히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자동화된 물류센터부터 빅데이터 기반 수요예측 및 재고관리, 배송최적화 경로, 온라인 판매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전환에 필요한 A부터 Z까지 모든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제공합니다. 20년이 넘는 업력에 많은 유통기업이 오카도의 솔루션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는 훌륭한 레퍼런스도 가지고 있죠.

 

전 세계 유수의 유통기업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필요한 모든 것을 커스터마이징해 패키지로 제공하고 훌륭한 레퍼런스까지 가지고 있는 글로벌 솔루션과 컬리가 만든 솔루션. 자동화 솔루션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어떤 회사의 솔루션을 구매하고 싶을까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여러분께 꼭 보여드리고 싶은 자료가 하나 있는데요.

 

오카도 실적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한때 아마존의 대항마로 평가받았던 리테일 테크의 선두 주자, 오카도도 5년째 적자라는 사실!

 

2022년 4월 21일 중앙일보

[팩플] 컬리 김슬아의 이기는 게임, 리테일 테크 | 풀버전

Q 소프트웨어는 새벽배송 시스템을 서비스로 파는 SaaS(Software as a Service)인가?

A “그런 셈이다.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이제 태동기다. 많은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에서 식료품 잘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움을 굉장히 많이 겪고 있다. 컬리가 데이터로 주문 수요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나 물류센터에 적정한 자동화 수준을 설계하는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효율적이다. 컬리가 온라인 식료품 커머스의 글로벌 표준이 되고, 세계적으로 통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

 

제가 이 인터뷰 내용에서 주목한 부분은 바로 물류센터에 적정한 자동화 수준을 설계하는 역량이라는 문구였습니다. 모든 업체가 수십, 수백억 원 들여 자동화 설비를 구축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벽의 저주 파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물동량이나 취급 품목에 따라 인력비율이 높은 수동방식이 더 효율이 좋을 때도 있으니까요. 대형 유통업체라면 오카도의 솔루션이 좋을 수 있으나 소규모 업체들에게는 과유불급일 수 있습니다.

 

소규모 유통업체를 타깃팅한 것이라면 컬리의 솔루션이 시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컬리의 솔루션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한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컬리의 흑자”

 

기술과 노하우가 아무리 좋다 한들 그걸 사용하는 모회사가 적자로 연명하는 기업이라면 고객 입장에서 솔루션을 이용한 수익 창출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컬리가 흑자를 내야 컬리 솔루션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입증받을 수 있는 겁니다. 이건 단순히 솔루션을 파는 게 아니라 설비와 솔루션을 함께 파는 패키지 사업이니까요.

 

오카도도 지금은 적자기업이지만 솔루션 사업에 진출하기 이전인 2012년만 해도 흑자기업이었습니다. 컬리가 지금 해야 할 건 사업확장이 아니라 흑자전환입니다.

 

 

아마존 메타의 종말

과거의 스타트업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창업해 돈을 벌고 서서히 규모를 키우면서 성장했다면 최근 스타트업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 혹은 플랫폼 독점으로 흑자를 이룩하는 소위 말하는 아마존 메타를 시도합니다.

 

성공하면 제2의 아마존이 되는 거고, 실패하면 머지포인트가 되는 거죠. 아마존 메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요.

 

첫 번째. 근본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두 번째. 장기간 적자에도 믿고 투자해줄 쩐주가 있거나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자금조달이 쉽거나

 

사람들은 아마존이라는 하나의 성공사례만 기억할 뿐. 아마존이란 성공사례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무너져간 수없이 많은 기업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컬리는 과연 후세에 어떻게 기억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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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일하지 않은 서점직원. 뻔한 이론이 아닌 실전적인 웹기획과 UI/UX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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