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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인터뷰는 고객과 대면하여 그들의 경험과 감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간과되기 쉬운 영역입니다. 저 또한 사용자 인터뷰는 막연하게 ‘하면 좋은 거겠지' 정도에 그칠 뿐, 보통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습니다. 사용자의 입에서 듣지 않더라도 구성원 혹은 주변 사람을 통해 나쁜 사용성이나 문제 현상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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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인터뷰는 고객과 대면하여 그들의 경험과 감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간과되기 쉬운 영역입니다. 저 또한 사용자 인터뷰는 막연하게 ‘하면 좋은 거겠지' 정도에 그칠 뿐, 보통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습니다. 사용자의 입에서 듣지 않더라도 구성원 혹은 주변 사람을 통해 나쁜 사용성이나 문제 현상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최근 6건의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중요한 반응이나 제품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인터뷰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 좋은 기회였는데요. 그래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참고한 스티브 포티걸의 책 ‘사용자 인터뷰’와 제가 경험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용자 인터뷰로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인터뷰 전 준비 사항
인터뷰 대상자들을 모아서 회사가 원하는, 구성원이 궁금해하는 질의응답을 하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없습니다. 더 똑똑하고 효용성 있는 인터뷰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진행 전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준비해야 합니다.
1)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나요?
인터뷰 진행 전에 가장 최우선으로 정해야 할 것이 ‘목표’입니다. 사용자 인터뷰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기획자, PO, PM, 디자이너 등 관련된 여러 직군과 함께 논의해보아야 합니다. 목표를 정하면서 이미 답이 보이는 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인터뷰는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아닙니다. 답을 정하지 않아야 사용자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 구독 서비스의 문제점이 ‘정보가 부족한 구매 페이지'라고 생각하고, 이에 관한 외부 반응이 궁금해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는 걸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사용자가 구매페이지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를 알아본다’와 같은 답이 정해진 목표가 아니라 ‘사용자가 우리 제품의 구독을 결심할 때 방해가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본다’라는 포괄적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구매페이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다른 문제들을 같이 살펴보며, 우리가 몰랐던 진짜 사용자의 경험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어떤 대상자와 인터뷰해야 할까요?
인터뷰 목표를 정했으면 그에 맞는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해야 합니다. 보통 ‘우리 앱 사용자', ‘우리 앱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 ‘배달 서비스를 주 3회 이용하는 사람',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20~50대 직장인' 등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 아무리 목표가 포괄적이라고 해도 인터뷰 대상자는 우리 제품 혹은 서비스와 관련이 된 대상자여야 합니다.
3) 인터뷰 질문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앞서 설정해 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상자와 편하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질문 목록을 작성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질문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목표에 걸맞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질문 주제를 정리해야 합니다. 앞서 인터뷰 목표가 ‘사용자가 우리 제품의 구독을 결심할 때 방해가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본다’라고 가정했으니 이와 관련된 질문 주제를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질문 주제가 구체화되면 어떤 세부 질문을 작성하기가 쉬워집니다. 각 주제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은 단순 문답으로 구성될 수도 있고, 다른 도구들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건 이후 ‘질문 리스트 작성하기’에서 설명하겠습니다.
4) 어떤 내용과 순서로 인터뷰를 진행하나요?
인터뷰 진행 과정을 담은 문서를 작성합니다. 일종의 대본입니다. 서문에는 인터뷰에 관한 설명과 보안 사항, 녹화 안내, 진행자 소개 등을 적습니다. 본문에는 앞 단계에서 서술했던 질문 목록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인터뷰를 위한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마지막에는 추가 질문 및 감사 인사와 보상 안내를 전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합니다. 대본은 인터뷰 진행 중에 보면서 읽을 수 있도록 구어체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또 각 단계에서의 소요 시간을 정해두면 인터뷰 진행 시 시간 조정할 때 도움이 됩니다.
질문 목록 작성하기
‘어떤 질문을 작성하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정도로 질문 목록은 사용자 인터뷰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앞서 잠깐 설명한 인터뷰 대본의 본문 영역을 차지할 질문 목록 작성법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앞서 제시한 예시를 그대로 이어가겠습니다. 인터뷰 목표는 ‘사용자가 우리 앱의 구독을 결심할 때 방해가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본다.’이고, 이를 위한 ‘질문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때 ‘주제1’에 대한 답을 알아보기 위해 “어떤 이유로 구독을 결심하시나요?”라고 단순하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답변은 얻을 수 있겠지만, 구독 과정에 대한 정보나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신에 다음과 같이 질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최근에 구독한 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앱을 구독할 때 어떤 기분과 기대감으로 하셨나요?”
“다른 비슷한 서비스들도 있는데 그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구독한 서비스의 장단점을 저에게 설명해주시겠어요?”
이처럼 서로 이어지는 일련의 질문들은 사용자의 감정 흐름과 함께 제품 구독에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을 인터뷰어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밖에도 인터뷰이에게 선생님 역할을 맡겨 어떤 과정과 정보를 설명해 달라고 하거나(역할극), 어떤 정보 구조를 직접 도식화해서 그려달라고 하거나(구조도 활용), 서비스나 제품 이용 과정을 직접 보여달라고 요청하거나 (활동시키기), 주어진 카드들을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해 달라고 요청하는(카드 소팅)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면 사용자의 인지구조나 이해도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알아내고자 하는 목표’에 적합한 질문을 위한 방법을 활용하되 그것이 닫힌 답변을 끌어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질문 목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인터뷰어의 태도
TV 예능을 보면 게스트에게 질문을 던지며 유의미한 주제와 재미를 이끌어내는 MC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됩니다.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는 우리가 이제 그 MC의 역할을 자처해야 합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에 마음을 놓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인터뷰를 진행하면 중요한 인사이트를 놓칠 수 있습니다. 당연해서 더 놓치기 쉬운 인터뷰어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관해 짚어보겠습니다.
1) 솔직한 답변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우리는 시간을 내어 인터뷰이로부터 솔직한 대답을,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그러니 인터뷰이가 꾸미거나 과장없이 솔직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터뷰 시작에 앞서 ‘이 인터뷰 답변에 정답은 없습니다. OOO님의 의견과 감정을 가감없이 들려주시면 그것만으로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와 같은 말을 해서 솔직한 의견을 낼 수 있는 편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2) 열린 마음으로 들으세요.
인터뷰 답변에 대해 기대하는 바, 예상하는 바가 있더라도 순수한 호기심으로 인터뷰이와 대화해야 합니다. 또 인터뷰이가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거나 다른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그것을 고치지 말고 받아들입니다. ‘사용자가 왜 그런 잘못된 정보를 잘못 알고 있는가’ 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답변 끌어내기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인터뷰이가 질문에 벗어난 답변을 하거나 단편적인 답변만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터뷰이에게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으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신뢰와 친밀감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작은 면박이라도 하는 순간 이런 부분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인터뷰 답변 끌어내기 위해 아래와 같은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1) 단편적인 답변일 때
2) 질문에 벗어난 답변일 때
이처럼 단순 질의로는 드러나지 않는 사용자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의견과 행동을 경청하여 더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인터뷰어 스스로가 집중해야 합니다.
인터뷰 정리하기
1건의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한 후에는 30분 ~ 1시간 정도 시간을 바로 할애해 해당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야 합니다. 인터뷰 직후에 작성해야 핵심적인 내용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고, 다음에 그 내용을 상기하기 쉬워집니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모든 인터뷰가 마무리된 후 패턴을 찾아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 드는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은 다음에 진행할 인터뷰를 더 최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회고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진행 시의 애로사항과 부족했던 점을 따로 기록하여 다음 인터뷰 때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패턴 찾아내기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유의미한 사실이나 사용자의 경험, 감정 맥락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답변을 추출하여 공통된 것들끼리 묶어보면 일종의 패턴이 형성됩니다. 그것이 바로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알아내고자 한 목표이며, 정체입니다.
설명만으로는 어떤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독자들을 위해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에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이제 Property 기준으로 정렬된 테이블을 확인하면, 많이 나타나는 답변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패턴은 우리 제품의 사용성 문제와 사용자들의 멘탈 모델을 알게 해줍니다. 이제 우리는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해결 방법을 강구해볼 수 있고, 혹은 아예 알지 못했던 문제 현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얻어낸 인사이트들과 사실들은, 우리가 가설을 입증하게 하고, 기회를 발견하게 하고, 제품과 디자인의 개선방향을 정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한 새로운 개선과 시도들은 우리 제품을 좀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뿐만 아닙니다. 사용자에게 직접 전해 들은 말들은 우리가 이미 이전에 생각했던 아이디어와 같을지라도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작업자 개인이 ‘이 화면에서는 개별적인 정보의 나열보다는 가치나 이득이 더 중요하게 드러나야 할 것 같아요.’라는 의견을 냈을 때보다 사용자들이 ‘어떤 정보가 있는지는 그리 잘 확인하지 않아요. 대신에 이걸 했을 때 나에게 뭐가 좋을지를 깨닫고 나면 더 자세히 확인해보죠.’라는 답변이 더 무겁습니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그 문제를 더 심각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 때문에 사용자 인터뷰는 그 결과를 도출하여 우리 제품에 적용하는 것 말고도 ‘사용자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보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팀이 사용자 친화적인 문화를 갖게 하도록 일조할 수 있는 것이죠.
이제까지 사용자 인터뷰의 준비 단계와 진행 과정,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 그리고 그 효과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껏 개인의 직관 혹은 인터넷 조사로 얻은 디자인 사용성 원칙에 의존해서만 개선 작업을 했다면, 또는 정량적인 근거에만 기반하여 피상적으로만 드러나는 행동만 파악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사용자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숨겨진 니즈와 욕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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