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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종말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우리가 흔히 레거시 미디어라 부르는 공중파 채널, 라디오, 신문 등은 끊임없이 뉴미디어에게 도전받고,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극장 대신 OTT로 영화를 보고, 출근길에는 라디오 대신 팟캐스트를 청취하고, TV 대신 유튜브에서 뉴스를 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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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종말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우리가 흔히 레거시 미디어라 부르는 공중파 채널, 라디오, 신문 등은 끊임없이 뉴미디어에게 도전받고,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극장 대신 OTT로 영화를 보고, 출근길에는 라디오 대신 팟캐스트를 청취하고, TV 대신 유튜브에서 뉴스를 접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비교적 나은 상황입니다. 적어도 텍스트 미디어에 비하면요. 특히 신문의 몰락은 극적일 정도입니다. 오랜 기간 신문은 여론을 주도하던 가장 핵심적인 매체였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는 시대가 열리면서 신문을 구독하는 인구는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망했다’라고 외치던 텍스트 미디어 매체로 혁신을 보여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무려 12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스포츠 신문, 디 애슬레틱입니다.
디 애슬레틱은 2016년 1월 알렉스 매더와 아담 한스만이 공동으로 창업한 스포츠 전문 유료 구독 매체입니다. 디 애슬레틱은 등장부터 특별했는데요. 우선 공동창업자 2명 모두 언론사 경력이 전무했습니다. 피트니스 앱 ‘스트라바’ 출신이었거든요. 비록 언론사 경험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들은 구독 서비스에 관한 이해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내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시작은 여타 스타트업처럼 작고 미약했습니다. 그들이 세운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최소 존속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으로 시작했고요. 당시 링크드인을 통해 수백 명의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합류한 것은 ESPN에서 시카고를 담당하던 존 그린버그 단 한 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카고 컵스(야구)와 시카고 블랙호크스(아이스하키)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기사를 내보는 걸로 시작하였습니다.
종목도 지역도 제한적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특별한 전략을 펼쳤습니다. 지역과 구단별로 전담 기자를 두고, 전문 기사를 쓰기 시작하자 응원하는 팀의 소식에 몰랐던 팬들이 응답했습니다. 구독자 수가 우상향하면서 디 애슬레틱 또한 토론토, 디트로이트, 뉴욕, 댈러스 등으로 지역을 확장했습니다.
또한 동시에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이 놓쳤던 부분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먼저 UI/UX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였고요. 구독 서비스 기반으로 아예 광고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스포츠 팬들이 원하던 응원하는 팀에 집중된 깊이 있는 콘텐츠에, 광고 없이 깔끔한 사용자 경험이 더한 것이 100만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습니다.
사실 신문이라는 매체가 위기를 겪는 건, 디 애슬레틱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8년과 2018년 사이에 미국의 인쇄 매체 일자리 수가 47% 감소할 정도로 위기였습니다. 특히 새롭게 헤게모니를 장악한 온라인 광고 시장은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이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요. 이들은 신문 기사를 온라인에선 무료로 볼 수 있는 걸 대중들이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었습니다.
특히 지역 신문과 스포츠 매체는 타격이 컸습니다. 영국에서는 2005년 이후로 245개의 지역 신문이 문을 닫았고, 2017년 이후 영국의 무료 스포츠 주간지인 Sport와 Coach, 그리고 미국의 Vice Sports가 폐간되었습니다. ESPN, 폭스 스포츠 등은 대규모로 기자들을 해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오히려 디 애슬레틱에겐 기회였습니다. 이렇게 시장에 쏟아져 나온 기자들을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했고, 지역 신문의 유능한 인재들을 계속 영입했습니다. 당시 뉴욕 타임스가 ‘디 애슬레틱의 공격적인 확장이 끝날 때쯤에는 지역 신문의 스포츠 지면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디 애슬레틱의 투자는 단지 인재 영입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좋은 기자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힘을 썼는데요.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집중하던 광고 기반 수익 모델로는 좋은 기사를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사라도 온라인에서는 100달러(한화 약 13만 660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개별 기사의 질보다는 생산하는 기사 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구독 기반인 디 애슬레틱은 기자들이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다루는 범위도 특정 지역이나 팀에 한정되어 있어서 더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독점이나 특집 기사의 경우, 무려 문서 파일로 16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기자들이 직접 댓글로 Q&A에 답하며 토론에 참여하기도 하고요.
영원히 성장할 것만 같았던 디 애슬레틱의 비즈니스 모델도 2021년 들어선 위기를 겪기 시작합니다. 특히 구독자 수 정체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흔히 구독 중심의 미디어는 100만 명의 고객을 유치하면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2020년 100만 명을 돌파한 디 애슬레틱도 똑같은 함정에 빠진 겁니다.
물론 2021년에도 약 2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가 늘어나긴 합니다. 하지만 이는 가격 인하와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무리한 성장은 곧 영업 손실로 되돌아옵니다. 이미 2019년과 20년에 같은 기간에 발생한 매출인 7,300만 달러(한화 약 953억 9,640만 원)보다도 많은 1억 달러(한화 약 1,306억 8,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하였고요. 2021년에도 매출은 6,500만 달러(한화 약 849억 4,200만 원)로 성장했지만, 역시나 5,500만 달러(한화 약 718억 7,400만 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습니다.
이와 같은 재무적인 실패는 디 애슬레틱이 추구하던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깊이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다 보니, 고비용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고요. 초기 가설과 달리 구독 수익으로 이를 지탱하기엔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실제 디 애슬레틱이 추구하던 가치도 위기 상황에서 일부 퇴색되고 마는데요. 2020년에는 전 직원의 8%에 해당하는 46명의 인력을 해고하기도 하고, 초창기 집중하던 지역 전문 기자들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필진들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창업자들은 매각이라는 선택을 내리게 됩니다.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언론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뉴욕 타임스였습니다. 뉴욕 타임스 역시 레거시 미디어에서 탈피하여, 유료 구독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 중이었는데요. 뉴스 이외의 콘텐츠를 확보하여 정체된 구독자 수를 다시 증가시키고, 묶음 판매를 통해 개별 구독자의 수익을 증대하기 위해 디 애슬레틱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인수 금액을 가지고 여러 이견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뉴욕 타임스가 디 애슬레틱 인수에 지불한 가격은 5억 5천만 달러(한화 약 7,191억 2,500만 원)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디 애슬레틱은 2년 전에 5억 달러(한화 약 6,537억 5,000만 원)의 가치로 투자받은 적 있었기 때문에 인수 가격으로 8억 달러(한화 약 1조 460억 원)의 가격을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불과 5천만 달러(한화 약 653억 7,500만 원)를 더 인정받았을 뿐이며, 이조차도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인수 이후 뉴욕 타임스는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집고 프리미엄 광고를 붙이는 것까지 고려 중이라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디 애슬레틱의 거대한 미디어 실험,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실패로 끝난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의미 있었던 행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사람들은 여전히 텍스트 미디어에, 그것도 신생 매체에 돈을 지불하는 걸 망설이지 않는다’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특히 스포츠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성공 모델을 만든 점은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창업 7개월 만에 2,000만 달러(한화 약 261억 4,600만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뉴스레터 기반의 연예 전문 매체 ‘앤클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많은 후발 주자들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셈입니다. 특히 변화하는 환경에 일터를 잃어가던 기자들에게 ‘같지만 조금 다른’ 일거리를 제공한 것 역시 주목할 점입니다.
국내 텍스트 미디어 시장은 여전히 암울한 상황입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텍스트 기반의 뉴미디어 스타트업들이 최근 수년간 많이 등장하긴 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여전히 이들 중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낸 곳이 전무한 점입니다.
뉴스레터 시대를 연 ‘뉴닉’은 48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지만, 수익 모델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인 유료화에 나섰습니다. 또한 24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어피티’ 역시 여전히 광고와 제휴에 기대어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2021년 기준으로 5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구독자 수에 비해선 매출 볼륨이 너무 작은 상황입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 자체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 애슬레틱은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성공 모델을 도입한 덕분에 급속도로 성장했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어려워지면서 그러한 성장은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관심사와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특정 타깃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는 확장에 한계가 있는 걸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디 애슬레틱이 주목받았던 건 특정 타깃의 관심사와 니즈를 잘 맞춰주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성장이 어려웠을 때 가격을 낮춰 구독자를 늘리기보다는 관심사와 니즈에 맞게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가격을 올려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아마도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디 애슬레틱의 이러한 교훈을 반면교사 삼는다면, 수익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국내 뉴미디어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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