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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TvN에서 방영한 예능 프로그램, <뜻밖의 여정>에 나온 배달 로봇을 아시나요? LA에서 프로그램 촬영 중 커피를 시켰는데, 로봇이 배달합니다. 이 배달 로봇은 방송에 나온 후 화제가 됐습니다. 배달 속도도 느리고 커피도 잔뜩 흘렸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존재여서 관심을 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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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TvN에서 방영한 예능 프로그램, <뜻밖의 여정>에 나온 배달 로봇을 아시나요? LA에서 프로그램 촬영 중 커피를 시켰는데, 로봇이 배달합니다. 이 배달 로봇은 방송에 나온 후 화제가 됐습니다. 배달 속도도 느리고 커피도 잔뜩 흘렸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존재여서 관심을 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최근 배달 로봇 상용화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한국도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법적 규제를 완화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만날 수 있을 배달 로봇이 현재 어디까지 와있는지, 앞으로는 어디로 갈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물류 센터에서부터 고객까지 이어지는 운송 과정을 모두 ‘배달’로 정의하면, 배달 로봇의 종류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물류 배달 로봇이 있습니다. 물류센터 작업 효율을 위한 자동화 로봇입니다. 기존의 물류센터에서 사용하는 로봇은 주로 정해진 길을 따르는 ‘무인운반기기(Automated Guided Vehicles, AGV)’였습니다. AGV는 바닥에 색깔이 있는 선으로 경로를 표시하는 등 정해진 ‘가이드’에 따라 이동하는 로봇입니다. 현재 물류 배달 로봇은 자율이동로봇(Autonomous Mobile Robot, AMR)으로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AMR은 차체에 달린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지도를 그리고, 경로를 설정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두 번째는 도로 주행 배달 로봇입니다. 차도로 이동하는 배달 로봇으로, 속도가 빠르고(72km/h) 크기가 비교적 큽니다. 대표적으로, ‘NURO’에서 도로주행 배달 로봇을 개발합니다. NURO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인 ‘Waymo’ 엔지니어가 2016년에 설립한 회사입니다. NURO는 2021년 4월부터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도미노 피자 배달과 피닉스와 휴스턴에 있는 크로거스(식료품점) 배달을 시작하는 등 큰 기업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도보 배달 로봇입니다. 도보, 자전거 도로, 횡단보도를 이용하며, 보행자 수준의 속도(6km/h)로 이동합니다. 대표적인 회사로 ‘Starship technologies’가 있습니다. Starship의 배달 로봇은 2022년 2월 기준 300만 건의 배달을 달성할 정도로 상용화가 널리 이루어졌습니다.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데 적합한 로봇인 만큼, 대학 캠퍼스 내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실내 배달 로봇입니다. 식당, 공항, 병원과 같은 실내 공간에서 물품, 식품, 약, 폐기물 등을 옮기는 배달 로봇입니다. 예를 들어, ‘Aethon’은 병원을 타깃 고객으로 로봇을 만듭니다. 병원 임직원이 직접 처리하던 약과 폐기물을 자동으로 옮기고, 음식을 배달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020년 실내외를 오갈 수 있는 배달 로봇을 공개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 앞까지 이동하는 것을 목표이며, 계속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중입니다.
배달 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제 로봇 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판매된 서비스 로봇 중 1/3이 배달 로봇이었으며, 2021년에는 배달 로봇 판매 매출이 11%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배달 산업과 함께 배달 로봇도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기술이 성숙한 단계는 아니어서 낮은 시장 집중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비스 로봇 제공 업체의 80%는 재직자 5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며, 17%는 스타트업입니다.
그래서 아직 배달 로봇에 관한 표준 모델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직 배달 로봇 개발사에 따라 사용하는 센서의 조합과 개수가 모두 다릅니다. 자율주행 로봇이 사용하는 센서는 대표적으로 레이더, 카메라, 라이다입니다. 세 가지 센서를 모두 사용하면 가장 좋지만, 라이다 센서의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배달 로봇 개발 회사는 크게 라이다 센서를 제외하고 개발하는 회사와 라이다를 포함한 회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조합이 가장 좋을지는 앞으로 배달 로봇 상용화가 확대되면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센서의 조합과 개수도 차차 표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배달 로봇 회사들은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파트너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로봇 개발 후에는 배달해야 하는 물량이 있어야 상용화와 수익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로봇 개발 회사와 물류, 배달, 모빌리티 회사와의 협업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내에서는 2022년 3월, 배달 로봇 스타트업인 뉴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가 개발 협력 파트너쉽을 맺었습니다. 배달 로봇을 통한 수익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파트너쉽을 맺었던 회사 간의 합병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춘추전국시대에 가까운 현재, 앞으로 어떤 배달 로봇 회사가 치고 나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배달 로봇은 높은 성장률을 보입니다. 리서치 회사 Mordor Intelligence는, 2025년 라스트마일 배달(배달 과정에서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의 85%가자율 주행 차량(로봇)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라스트마일 배달의 15%만이 사람의 손이 필요할 것이라는 뜻이죠. Lux Research에 따르면, 2030년 배달 로봇은 전체 배달의 20%를 차지하고, 시장 규모는 50조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처럼 배달 로봇 시장이 커지면 크게 3가지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먼저 로봇의 배달 반경이 넓어집니다. 현행법상 배달 로봇은 승인받은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으로 서비스할 수 있으며, 현장 요원이 동행해야 합니다. 즉, 보도, 횡단보도, 공원에 모두 진입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자율주행 로봇이 보도를 주행할 수 있도록 2022과 2023년에 각각 지능형로봇법과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도보 배달 로봇이 상용화되고, 운행 영역이 확장될 것입니다. 그 후에는 일반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이용하는 배달 로봇이 상용화되기 위한 법 개정과 상용화가 차례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배달 로봇이 기본 운송 수단으로 자리 잡습니다. 배달 대행 플랫폼 메쉬코리아에 따르면, 배달을 수주하는 고객사들이 더 이상 하나의 물류 운송 수단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배달 로봇이 활성화됨에 따라 배달 서비스 제공 업체가 배달 로봇을 물류 운송 수단 중 하나로 갖출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로봇의 배달 품목이 음식과 생필품에서 서류, 우편, 택배까지 아우를 것입니다.
끝으로 지역 사업체(local business)의 새벽 배달이 활성화됩니다. 작은 사업체는 배달 로봇으로 배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도보 배달 로봇은 주행 범위가 넓지 않아 동네 배달에 적합하고, 밤과 새벽 시간에도 배달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가게 앞에 픽업용 보관함을 설치해 로봇이 다가가면 보관함이 열리고, 로봇이 물품을 피킹한 후 고객의 문 앞까지 이동하는 방식으로 지역 사업체도 24시간 배달이 가능해집니다.
‘뜻밖의 여정’의 배달 로봇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입니다. ‘로봇 덕분에 배달비가 줄어들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서부터, ‘로봇이 배달 인력을 대체해서 원래 노동력이 쫓겨날까’ 걱정하는 의견까지 있습니다. 후자의 의견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한 후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저는 배달 로봇이 인간을 100% 대체하기는 어렵거나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길이 너무 복잡하거나 울퉁불퉁한 등 아무리 자율주행 로봇이더라도 모든 예외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후에야 인간 수준의 배달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뜻밖의 여정’에서도 로봇은 커피를 잔뜩 흘린 채로 배달을 완료합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는 배달 로봇과 인간이 배달을 함께 수행하는 형태의 인간-로봇 협력 배달이 오랜 기간 유지되고,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일은 아마 먼 미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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